카야파의 집에서 조롱당하시는 그리스도 (1500)
후안 데 플란데스
후안 데 플란데스(Juan de Flandes, a.1465-1519)는 플랑드르 출신으로
15세기 후반부터 16세기 초반까지 스페인에서 활동한 화가이다.
그는 1496년 현재의 스페인 중부에 있던 카스티야 연합왕국으로 이동해
카스티야의 여왕인 이사벨라 1세를 섬기는 궁정화가로 활약하였다.
그는 스페인에서 활동하며 종교적 주제의 작품을 제작하였고,
특히 15~16세기부터 스페인에 전해지기 시작한 르네상스 미술을 기반으로
작품을 제작하였는데, 원근법의 사용이 두드러지고
서정적인 풍경 표현과 완벽한 구도가 돋보이며,
인물과 풍경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가 1500년경에 그린 <카야파의 집에서 조롱당하시는 그리스도>는
마태오복음 26장 67-68절, 마르코복음 14장 65절, 루카복음 22장 63-65절이 그 배경인데,
이것은 이사벨라 1세를 위해 만들어진 제단화
<그리스도의 생애>와 <성모의 생애> 47개의 작은 패널 중 하나이고,
이 작품은 현재 마드리드 왕궁에 소장 되어 있는 15개의 패널 중 한 개다.
<카야파 앞에 선 그리스도>와 <카야파의 집에서 조롱당하시는 그리스도>는
모두 최고 의회 신문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공관복음서에서는 짧지만, 이 부분을 모두 기술하고 있다.
그때에 그들은 예수님의 얼굴에 침을 뱉고 그분을 주먹으로 쳤다.
더러는 손찌검을 하면서,
“메시아야, 알아맞혀 보아라. 너를 친 사람이 누구냐?” 하였다.(마태 26,67-68)
어떤 자들은 예수님께 침을 뱉고 그분의 얼굴을 가린 다음,
주먹으로 치면서 “알아맞혀 보아라.” 하며 놀려 대기 시작하였다.
시종들도 예수님의 뺨을 때렸다.(마르 14,65)
예수님을 지키던 사람들은 그분을 매질하며 조롱하였다.
또 예수님의 눈을 가리고 “알아맞혀 보아라.
너를 친 사람이 누구냐?” 하고 물었다.
그들은 이 밖에도 예수님을 모독하는 말을 많이 퍼부었다.(루카 22,63-65)
그림 오른쪽 고딕 의자에 앉아 있는 그리스도는
신성을 상징하는 감청색 옷을 입고 결박된 채 흰 수건으로 얼굴이 가려져 있다.
그분의 손에는 왕홀과 가시관이 들려 있다.
그분은 대사제의 종들에게 조롱당하고 계시는데,
전경에 있는 두 사람은 그 당시 화려한 의상뿐만 아니라
연극처럼 역동적인 몸짓과 태도로 인해 눈에 띈다.
검은 옷을 입고 왕홀을 팔에 끼고 추기경 모자처럼 창이 큰 모자를 쓴 이는
대사제 카야파인데, 그는 최고 의회에서 자기 겉옷을 찢으며,
“이자가 하느님을 모독하였습니다.”(마태 26,65) 하고 선언했고,
그분을 종들에게 내주었기 때문이다.
2층 중앙 회랑에는 금색 휘장이 있고 율법 학자들과 원로들이 모여
예수님을 조롱하는 장면을 내려보고 있다.
이들은 “그자는 죽을죄를 지었습니다.”(마태 26,66) 하고
예수님께 부당한 판결을 내렸는데,
예수님을 조롱하는 현장을 등을 돌려 떠나는 대사제와 배치된다.
전면 가운데에 있는 군사는 당시 용병의 복식을 하고
허리에 칼을 차고 예수님의 얼굴을 때리고 있는데,
더러는 손찌검을 하면서, “메시아야, 알아맞혀 보아라.
너를 친 사람이 누구냐?”(마태 26,68) 하였기 때문이다.
다른 시종들은 예수님의 얼굴을 수건으로 가리고 주먹으로 치며,
또 다른 종은 침을 뱉고 놀리고 있다.
2층 창문에 있는 시종은 턱에 손을 괴고 꺼진 횃불을 들고 있는데,
이는 이 사건이 밤에 벌어지고 있음을 암시하고,
왼쪽 아래에 있는 흰 개가 이 광경을 모두 바라보고 있다.
대사제 카야파의 저택은 위쪽이 트인 건물 내의 뜰이 있는
스페인 파티오(Patio) 건축물이다.
고전적인 기둥과 아치가 있는 1층에 매우 이탈리아적인 건축 양식을 보여주고,
위층은 15세기 스페인의 파티오를 연상시키는 회랑과 목재 골조로 마감되어 있다.
이 작품의 뒷면에는 <라자로의 부활>과 마찬가지로
‘후안 아스트라트’(Juan Astrat)라는 명문이 적혀 있는데,
이는 화가의 실명을 스페인식으로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
안뜰 뒤편의 아치형 문지방에는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하는 베드로가 하인과 함께 서 있다.
베드로는 안뜰 바깥쪽에 앉아 있었는데 하녀 하나가 그에게 다가와 말하였다.
“당신도 저 갈릴래아 사람 예수와 함께 있었지요?”
그가 대문께로 나가자 다른 하녀가 그를 보고 거기에 있는 이들에게,
“이이는 나자렛 사람 예수와 함께 있었어요.”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베드로는 맹세까지 하면서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오.” 하고 다시 부인하였다.(마태 26,69-72)
화가는 성경의 장면을 16세기 스페인의 정서에 맞게 꼼꼼하게 그려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