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가 `유행'이라고? 이제 곧 `장르'가 된다
한국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드라마 `겨울연가' 한편의 대외 경제효과는 무려 3조원에 달한다.
또 일본제일생명경제연구소는 한국 1조 2,000억원, 일본 1,225억엔 등 2조 4,0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고 분석했다.
한국언론재단이 지난달 23일~30일 중국 홍콩 일본에서 국내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류 포럼에서 미디어 관계자들은 “동·서양 문화의 혼합결정체인 한류가 서양문화에 대응해 경쟁력 있는 동아시아 문화를 선도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한류의 주역인 한국드라마가 정점에서 다소 주춤하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한국의 문화적 다양성과 관련컨텐츠의 개발노력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단기간의 유행'으로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류'라는 용어 자체가 `유행'이란 뜻이며 `한류'가 아닌 하나의 장르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한류의 원인을 한국 드라마의 전통적 가치 추구 등의 특성 때문으로 분석하면서도 이러한 점이 한국 드라마의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국가별 한류의 특성을 점검한다.
지난 2003년 4월 드라마 `겨울연가'가 NHK 위성채널을 통해 일본 전역으로 방송되면서 급격히 달아오른 `한류' 열풍은 아직도 뜨겁다.
드라마 `대장금'이 NHK 위성채널에서 성공을 거두자 예정보다 빨리 10월부터 NHK 지상파 채널을 통해 전파를 탄 것.
특히 `겨울연가'의 주요 시청층이 40대이상 여성층에 한정된 반면 `대장금'은 남성 시청자와 다양한 연령층이 즐기고 있다는 점과 순애보 드라마가 아닌데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 등이 주목되고 있다.
또 한국 드라마 전문채널인 KNTV를 보기 위해 유료 위성방송인 스카이퍼펙TV에 가입하는 일본 시청자도 늘고 있고 일본 TV의 주요 장르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도 한국과 관련된 내용이 부쩍 늘었다.
2005년 10월현재 드라마 `천국의 계단'이 가장 인기를 끌고 있으며 `진실'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해피투게더' `파파' `호텔리어' 등이 상영되고 있다.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최고 인기를 얻게 된 이유로는 `수려한 영상미' `감미로운 음악' `적절한 캐스팅' `마음을 사로잡는 대사' 등을 꼽았다. `겨울연가'의 일본내 히트는 일본의 장기불황에도 불구, 시간과 경제력을 갖춘 중년층이 소비주역으로 등장함을로써 한국에 관광객을 유입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한국 상품들도 더불어 인기다. 이밖에 현대차가 5세대 쏘나타(2400cc) 3개 모델의 일본 판매를 시작하면서 현대차의 일본 대리점이 분주해졌다. 바로 `배용준 CF' 덕택이다. `겨울연가'의 일본판 제목은 `겨울 소나타(冬のソナタ)'. 현지 언론은 한류 열풍의 근원이 된 드라마 제목과 자동차 브랜드가 같은 데 따른 연상 효과가 한류 팬들의 구매 심리를 자극했다고 보도했다. 가전업체 소니는 비디오카메라의 광고 모델로 배용준을 기용해 반년 넘게 판매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주부들은 소니 브랜드보다는 `욘사마 카메라'만을 찾았다. 롯데도 배용준과 최지우를 껌 광고 모델로 등장시켜 톡톡히 재미를 봤다.
한국과 중국은 동일한 문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문화적, 정서적 면에서 서로 상통하는 면이 많고 양국문화간 수용도가 다른 문화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지난해부터 올상반기까지 중국내 방영된 외국드라마 분석에 따르면, 한국드라마는 홍콩(133편 47%)에 이어, 2위(67편 20.5%)를 차지했다.
지난 1997년 중국CCTV에서 방송된 `사랑이 뭐길래' `별은 내 가슴에'가 한류의 시발점이다. `별은 내 가슴에'는 평균 시청률 5.8%로 상하이에서 방송된 한국 프로그램 중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이후 2002년 `가을동화' `이브의 모든 것'을 비롯 21개 채널에서 `겨울연가' `불꽃' 등이 14개 채널에서 방영됐으며 2003년에는 10개 이상의 채널에서 방영된 8편의 해외드라마 중 6편이 한국드라마였다. 2003년 방영된 `겨울연가'는 13개 채널에서 시청률 13.58%로 해외드라마 중 1위를 기록했으며 2004년 방영된 `명성왕후' 등도 인기가 높았다.
현지에서는 한류열풍이 다소 수그러진 상태이나 한국스타들의 인기는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드라마의 인기가 저조한 것은 한국드라마 때문이며 방영을 줄여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프라임시간에는 중국드라마만 방영할 수 있게 해 실제 한국드라마는 비황금시간대에 방영되고 있다. 이에따라 중국제작사들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한류스타를 기용하기도 한다.
한편 `대장금'의 인기로 타이틀곡 `오나라'는 중국내 컬러링 1위와 애창곡 1위를 기록했다. 오나라는 한국어원곡, 대만가수노래, 중국가수 진혜림의 곡, 홍콩노래 등 4가지 테마로 불리고 있었다. 현지 유학생 주소희(북경대4)씨는 “뜻도 모르는 오나라를 따라부르는 중국학생이 많고 최근 한류 탓인지 중국여자와 한국남자가 만나는 커플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중국 칭화대학 판홍(范紅)교수는 “한국 드라마의 특징은 주제가 사랑과 우정, 가족관계 등이며 중국의 전통문화와 비슷하고 패션적인 요소가 매력적이며 사회적 갈등을 담고 있지않고 폭력이나 성적으로 문란한 장면이 없다는 점을 들수있다”고 했다. 반면 한국 드라마의 약점은 플롯이 단순하고 상투적인 표현 방법이 되풀이되면서 생동감이 없으며 편수가 너무 많고 주제와 스타일이 바뀌지 않고 서술방식이 진부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홍콩의 한류는 1997년 `별은 내 가슴에'를 필두로 드라마뿐만 아니라 한국대중가요와 `쉬리' `엽기적인 그녀'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등 영화 및 가요에까지 가장 다양한 한류 현상을 보이고 있다.
`가을동화' `겨울연가' `여름향기' 등이 방송되어 높은 시청률을 보였으며, 홍콩 상업방송 TVB가 2005년 1월부터 방영한 `대장금'의 경우 마지막회가 홍콩 방송사상 최고인 47%의 시청률을 보이는 등 역대 방송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한국 음식, 관광, 한복 등 관련상품 또한 유행이다.
한국 촬영지 관광, 궁중 생활 체험관광 등 관광상품이 등장했고, 한인식당들은 `대장금 음식배우기' 열풍을 활용해 한국 궁중요리 메뉴를 추가했다. 이에 라이벌 방송사인 TVB와 ATV가 각각 `허준'과 `여인천하' 방송을 시작했지만 `대장금'만한 인기는 얻지 못하고 있다.
한국드라마의 인기를 활용하고 한국과 동남아 관광객의 홍콩유치를 위해, SBS `홍콩 익스프레스'는 홍콩관광청이 항공, 숙식 등 홍콩 로케에 드는 비용을 협찬하는 대신(총제작비 9억원의 20%가 넘는 2억원 투자) 제목에 ‘홍콩’이 들어갈 것과 홍콩에서의 촬영지, 전체 방송횟수에서 홍콩촬영분량 등을 요청했다. 홍콩 관광청은 `시청률은 높지 않았으나 여러모로 홍콩의 이미지 제고에 성과를 얻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홍콩 링난대학 량육밍(梁旭明)교수는 “홍콩에서 한류의 인기는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방송사도 한국 드라마를 수입하는데 위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량교수는 “홍콩에는 스키장이 없기 때문에 스키를 즐기러 한국을 종종 찾으며, 용평리조트에서 스키를 탄 적이 있는데, 매우 멋진 곳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06년에는 `한류붐'이 전 세계로 팽창할 전망이다. 일본 중국 시장 외에 지구촌 곳곳에서 `한류붐'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규모는 동북아시아와 비할 바 아니지만 베트남, 대만, 싱가폴, 말레이시아, 미얀마, 캄보디아, 몽골, 필리핀 등 `한류붐'이 포착되는 지역은 거의 전 아시아 지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국의계단'과 `대장금' 등의 한국 드라마들이 동남아 지역에서 인기를 끌면서 출연 배우들도 현지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들은 팬클럽 활동 뿐 아니라 스타들을 직접 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이제는 국내 영화 시사회에 일본,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 지역 팬들도 자주 눈에 띈다.
그리고 2006년에는 `한류'가 아시아권을 벗어나 전세계로 뻗어나갈 전망이다. 그 시작점이 필리핀과 말레이시아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은 특별한 국가들이다. 이슬람 문화권인 말레이시아와 영어 문화권인 필리핀에 한국 드라마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것은 `한류'의 컨텐츠가 아시아권에서만 통하는 `지역류'가 아닌 글로벌 마켓을 공략가능한 `국제적 컨텐츠'로 검증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드라마 `올인'은 카자흐스탄과 우크라이나를 거쳐 마케도니아까지 전파됐고 `가을동화' `겨울연가' 등 계절시리즈는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를 거쳐 이집트까지 전해졌다. `별은 내 가슴에'가 멕시코에서 방영되었는가 하면, 시카고 등지에는 `대장금' `허준'의 백인 팬클럽도 만들어지고 있다. 심지어 `겨울연가' `불새' `호텔리어' 등은 아프리카의 가나에까지 판매됐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