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겨농법은 논에 쌀겨를 뿌려서 유효미생물을 증식해 비료효과를 높이며 잡초의 발아도 억제하는 농법이다. 보통의 경우 발효된 퇴비를 땅에 뿌리는 방식인 것에 비해 쌀겨농법은 땅속의 흙을 통째로 발효시키는 방식이다. 함양농협에서는 2001년 현재 43농가를 대상으로 쌀겨농법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면에서 탁월한 효과가 입증되어 대상자를 더욱 확대해나가고 있다. 새로운 친환경 벼농사방식으로 부상하고 있는 쌀겨농업에 대해 전반적인 얘기를 들어보았다.
쌀겨농법의 장점
쌀겨농법이란 미생물을 증식해 비료효과를 오래 지속시킴은 물론 잡초를 억제시킴으로써 제초제를 안 쓰는 농법입니다. 이로써 토양의 산성화를 방지하고 토착 미생물의 번식증대하며, 병충해방제 효과도 크고, 고품질 우수 농산물 생산을 통한 농가소득 증대가 가능합니다.
모든 식물은 종족보존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농축해 종자에 담게 마련입니다. 쌀겨는 쌀의 배아와 표피가 맞붙은 부분으로, 그 안에는 미생물이 이용할 수 있는 유기질과 질소·인산·칼리 등 작물이 이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양분이 들어 있습니다. 때문에 쌀겨는 그 자체로 훌륭한 유기질 비료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화학비료나 퇴비의 살포량을 대폭 줄일 수 있고, 비료성분의 유실로 인한 지하수의 오염 등 환경오염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
뿌리는 시기 및 방법
먼저 봄갈이를 실시하고 물을 넣어 로타리 작업을 합니다. 그런 다음 1차 잡초 발아를 유도하고, 모심기 전에 2차 로타리 작업과 전지작업을 합니다. 그리고나서 2cm 정도만 남도록 논물을 빼고, 10a당 쌀겨 200kg(300평)을 표면에 골고루 살포합니다.
쌀겨를 살포하고 10일 경과된 다음에 이앙(성묘)을 합니다. 이때 주의하면서 꼭 실천해야 할 사항은 봄갈이에 앞서 볏짚·호밀·퇴비 등 충분한 유기물을 넣어 비료살포를 줄여야 합니다. 살포 직전에는 논 고르기(정지)작업을 잘 해야 하며, 쌀겨 또한 골고루 정확한 양을 지켜서 살포해야 합니다.
그리고 쌀겨를 살포한 후 10일 이상 반드시 경과하도록 해야 하고, 이앙할 때에는 어린 묘가 아닌, 꼭 큰 묘를 이앙해야 합니다. 이앙 후에는 물높이가 5cm이상 되도록 물대기 또한 신경 써야 합니다.
토양체질 개선, 화학비료 사용 절반 이하로 줄여
살포 후 10∼20일이 지나면 쌀겨가 부글부글 끓으면서 발효가 되는데, 이때 논의 물은 적갈색을 띠면서 흙이 물렁물렁해집니다. 물이 빨갛게 변하게 되는 현상은 광합성세균 때문으로, 이 세균은 벼의 뿌리에 해로운 유화수소를 먹어 활성화하는 작용을 합니다.
쌀겨는 비료로서 최고의 가치가 있습니다. 쌀겨에는 쌀의 온갖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어 자체적으로 영양성분이 많고, 또한 환경친화적인 미생물이 엄청난 숫자로 들어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쌀겨농업은 토양의 체질을 크게 개선시켜 화학비료의 시용량을 절반 이상으로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때문에 논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곳도 2년 정도만 쌀겨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면 땅의 활력이 매우 좋아집니다.
제초효과도 으뜸
쌀겨농업은 곧 무제초농법이기도 합니다. 쌀겨가 발효될 때 나오는 성분은 잡초를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게 하거나, 뿌리를 내려도 성장하지 못하게 유도합니다. 쌀겨를 투입하고 4∼5일이 지나면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색소나 재료의 조직들이 새로 결합되어 부유물이 만들어집니다. 이 유기물은 분해과정을 거치면서 유기산이 발생하고 표층토나 논물을 산성으로 만듭니다.
때문에 이 상태에서는 산소도 없고, 광선 또한 약하므로 잡초종자는 발아하지 못합니다. 쌀겨를 활용하면 피를 제외한 일반 잡초의 경우 80% 이상의 제초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피의 발생에는 효과가 없으므로 별도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피가 많은 논은 간격을 두고 2회 정도 써레질을 해서 피를 갈아엎도록 하고, 피가 아주 많이 발생하는 논에서는 쌀겨농법을 가급적 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생산량 증대 및 방제효과 커
쌀겨농업을 하면 벼가 강하게 자라므로 병충해에도 강합니다. 쌀겨에 있는 영양분이 흙과 함께 혼합되면서 밑거름 역할을 하고, 미생물의 활동이 활발해져 땅심이 증대하니 벼가 튼튼하게 자라는 건 당연하지요. 그리고 벼의 생육을 활발하게 해줍니다. 벼를 굵게 하고 큰 이삭을 달리게 하므로, 쌀의 품질이 우수하고, 생산량도 평균 10%이상 증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왕우렁이농법도 병행
쌀겨농법만으로 제초가 완전하지는 못하므로 왕우렁이농법도 병행해서 하고 있습니다. 새끼 우렁이라면 모내기 직후에 곧바로 방사하고, 알을 낳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우렁이의 경우에는 모내기 이후 15일 정도 경과한 다음, 논바닥에 풀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벼뿌리도 충분히 활착된 후에 방사를 합니다. 모내기 직후에 벼뿌리가 충분히 활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큰 우렁이를 방사하면 우렁이는 먹을 것이 없어 벼를 먹게 되므로, 시기 선택을 잘해야 합니다.
그리고 논에 물을 깊게 대주어 풀이 물 속에 잠겨 있는 시간을 길게 해 줄수록 왕우렁이가 풀을 먹어 치울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므로, 그만큼 잡초 방제에 유리하지요. 그러나 볏잎도 물에 잠기면 왕우렁이 먹이가 될 수 있으므로 적정한 선에서 깊게 해 주어야 합니다. 방사량은 평당 큰 우렁이는 10마리로, 3㎏/200평 정도인데, 많이 넣어줄수록 제초효과는 커집니다. 그리고 벼베기 전에 배수구를 통해 물을 빼면서 왕우렁이를 거두어들입니다.
쌀겨농법은 비용 면에서도 경쟁력 있어
현재 함양군내에서는 43농가에서 총 3만8천평을 쌀겨와 왕우렁이를 이용해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무제초제농사를 시작한 지는 10년이 되었고, 그동안 미꾸라지와 오리를 이용한 농법도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쌀겨농법이 더 효과가 크다고 생각해 더욱 확대 보급하고 있습니다.
재작년, 쌀겨농법의 실시와 관련해 농촌진흥청에 상담을 의뢰했더니, 상담을 맡은 박사님의 말씀은 꽤 부정적이었습니다.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값이 훨씬 비싸서 경쟁력이 없다는 얘기였습니다. 쌀겨 60kg에는 1.5kg의 질소가 들어 있는데 가격은 6,000원입니다.
곧 1kg에 4,000원인 셈입니다. 이에 비해 요소비료를 사용한다면 요소비료 20kg이 5,000원 정도이고, 요소에 함유된 질소 농도는 46%이므로 요소 비료의 질소 1kg의 가격은 540원입니다. 따라서 화학비료를 쓸 때보다 쌀겨를 쓸 때의 질소 가격은 87%정도 비싸다는 것입니다. 질소만을 기준으로 본다면 그 박사님의 말씀이 맞는 것이지요.
그러나 저희들의 논리는 그와 다릅니다. 그 분은 단지 요소비료와 쌀겨의 값을 절대비교한 것입니다. 쌀겨농법으로 인해 얻는 부가적인 장점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이지요. 일반농법대로 할 경우 투입되는 제초제와 각종 화학비료, 농약의 비용까지를 다 고려한다면 투입비용에 대해서는 분명히 다른 결과가 나오지요. 게다가 무농약 우수농산물을 생산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는 점, 그리고 화학비료와 제초제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환경오염과 농민 생명의 위협 등의 문제 역시 전혀 고려하지 않은 판단입니다. 보다 총체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