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은 『보약』이었다
2019. 9. 1 (일)
닷새만에 열리는 장날이면
막걸리 한잔 걸치신
아버지 손에 들려진 고등어 한 손...
아버지의 아버지,
할아버지 시절도 그러셨겠지요?
그 고등어가 울진 바닷가에서
멀리 경북 내륙지방까지
등짐에 실려 구비구비 오르고 내려온
들길, 산길, 숲길...
그 금강소나무숲길 찾아 걷고 싶어
먼 길 떠납니다.
한달도 전에 단체예약을 하고
06:30 부산 동래역을 출발,
영주 봉화를 거쳐
10:10 2구간 출발지(전곡리 산 45-45) 도착
버스에서 내리니 기다리고 계신 숲해설가님,
금강소나무숲길은 산림청이 조성한 1호 숲길로서
2010년 7월부터 1구간(13.5km),
2011년 9월 부터 3구간(16.3km)이
운영 되고 있으며,
오늘 걷게 될 2구간(9.6km)은
단체 탐방객을 대상으로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고합니다.
출발 전 몸풀기는 필수!
"발목 돌리기 부터 하나, 둘, 세엣, 넷 ..."
버스는 2구간 도착지(소광 2리)로 이동하고
소나무숲길이 시작됩니다.
언덕배기 하나 오르고 나서 금강소나무 이야기,
태백산맥 줄기를 타고
금강산에서 부터 경북 울진,
봉화를 거쳐 영덕, 청송
일부에 걸쳐 자라는 소나무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꼬불꼬불한 일반 소나무와는 달리
줄기가 곧고, 마디가 길고
껍질이 유별나게 붉다고...
금강소나무 줄기가 1자로 쭉쭉 뻗은 이유는
누가 가지를 쳐주지 않아도
가지가 자라게 되면
그해 겨울 눈이 쌓여 부러지게 되고
부러진 공이는 나무가 자라면서 안으로 덮히고...
금강소나무는 주변 활엽수들과 경쟁에서
살기위해 자연을 이용, 가지를 자르고
곧게 높이 자라는 것일 겁니다.
-
-
11:00 쌍전리 쌍돌배나무(천연기념물 제408호)
숲해설자님에 따르면 관리자인 곽영수님의
할아버지 때 이미 뒤뜰에 서있었고
나무를 심은 연대와 누가 심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 산돌배나무에서 ‘웅웅’ 소리가 나면
나라에 큰일이 생기고,
열매가 많이 열리는 해는
풍년이 든다는 이야기가 전한다고...
쌍돌배나무 외딴집(?)을 나오니
넓은 배추밭,
뭐지? 김장 배추는 아닐테고...
길게 배추밭을 지나 다시 숲으로 들어가
언덕배기 하나 넘으니
11:15 집 한채가 있고 그 옆으로
검정 그늘막 덮힌 인삼밭이 펼쳐집니다.
그야말로 보약길입니다.
인삼밭 지나 다시 숲으로...
11:30 음나무 쉼터
음나무 하면 보통 삼계탕 끓일 때 넣는 약재,
두릅나무와 같이 가시가 촘촘 나 있는데
이 음나무는 가시가 없는 게 좀 이상하죠?
그런데 저기 잎이 달린 높은 가지에는
가시가 촘촘 나 있습니다.
가시는 잎과 줄기를 보호하기 위함인데
밑둥 줄기는 굵고 잎도 나지 않아
가시가 필요치 않은 거지요
참 머리 좋은 음나무입니다.
-
-
이 배추밭은 7천 여평이나 된다고하는데
멧돼지 때문에 주변에 전류를
흐르게 한다고합니다.
우리 일행이 통과할 때까지만
전류를 차단했다가
맨 뒤에서 다시 꼭 연결해 달라는 부탁을...
맞습니다.
여기 농사하시는 분들께는
바로 생업이니까요
다시 숲길로, 금강송 통나무를
야자 매트 대신 깔았습니다.
햐얀 자작나무도 보입니다.
여기는 금강소나무숲길이니까요
산길로 고갯마루 넘으니
이번엔 넓다란 무우밭,
여기 저기여기 장다리꽃이 피었습니다.
수확을 안한 건지 포기를 한 건지...
-
-
12:25 넓 재
고개마루가 넓어서 넓재,
일부에서는 큰 늪과 재가 있다고 하여
큰넓재라고 부르기도 하고
십이령상에 있는 고개로서 선질꾼이나
나그네가 쉬어 가기 좋은 넓은 재라 하여
넙재로도 불린답니다.
'금강소나무숲길(?)' 밥차에서
앞선 팀이 점심식사 중,
우리는 기다렸다 줄을 서서 점심을 받습니다.
길에서 먹는 점심, 또다른 맛입니다.
어릴적 눈두렁이나 밭두렁에서
삥 둘러 앉아 먹던 그 시절이 떠올려집니다.
아마도 그리움이겠지요....
-
-
13:15 한나무재
작은 늪과 재가 있다하여
'작은 넓재'로 불리기도 하고
'전나무전'으로 불리기도 한답니다.
쉬어가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합니다.
인생길도 마찬가지겠지만
오를 때보다 내려 갈 때가 중요한 법
모두가 조심 조심...
13:45 임도와 옆으로 난 산길,
여기는 약수도 굵은 호스에서 나옵니다.
보약 냄새 진동하는 낣은 당귀 밭에
일천궁 밭도 지납니다.
벼가 자라는 논바닥에는 우렁이 살고
논둑에는 돌복숭이 익어 갑니다.
음나무 쉼터에서 한번 더
쉬는데 그림에 나오는
화려한 금강소나무를 만나지 못했다고...
그렇지요? 우리가 걸어 온 2구간길은
소나무와 낙엽송, 그리고 활엽수 잡목이
서로 경쟁 중이어서 금강소나무를
가깝게 만날 수가 없었지요
그럼 어쩐다? 고민이...
다슬기 사는 개울을 오른쪽에 두고 포장도로를 걸어
14:30 소광 2리 (금강소나무 숲길 2구간 도착지),
졸업생 479명을 배출하고 1995년에 폐교한
소광국민학교 터입니다.
십이령주막, 우리가 넓재에서 먹은 점심이
이곳에서 배달되었지요
개울에서 지친 발 담그고 더러는
다슬기를 잡기도 하고...
-
-
구불구불 36번 국도는
불영사 계곡을 끼고 달리다
15:30 금강송휴게소
금강소나무를 제대로 못났으니
제대로 가까이서 만나시라고...
그리고는 애틋한 전설이 흐르는 사랑바위
옛날 부모님이 호환을 당하여
고아가 된 오누이가
약초 캐는 일로 연명하고 있었다.
어느 날 꿈속에 신령님이 나타나
“하늘에 계신 옥황상제께서 병이 나
이곳 불영사 계곡에서 자생하는
삼지구엽초를 구하고자 하나
산양들이 뜯어먹어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아주 높은 절벽 위에만 있으니
구해 온다면 큰 상을 내리겠노라!”하고
홀연히 사라졌다.
사흘 동안 정성껏 기도를 하고,
계곡의 높은 절벽에 올라
이레 만에 천신만고 끝에
벼랑에 늘어진 삼지구엽초를 발견하고
너무나 기쁜 나머지 팔을 뻗다가
오빠가 실수로 벼랑에서 떨어져 죽고 말았다.
누이는 사흘 밤낮을 통곡하다가 마침내
절벽에서 뛰어내리고 말았다.
그 뒤 계곡에서 울리는 누이동생의
애절한 통곡 소리가 하늘에 닿아
신령님이 두 남녀를 바위로 변하게 하여
평생 떨어지지 않게 포옹하도록 하였다.
그래서 통곡 소리가 들리던 산을
통고산 또는 곡산이라 이름 붙였고,
사랑하는 오누이가 떨어져 죽을 때
흘린 피가 묻은 소나무는
껍질과 속까지 붉은 울진소나무
(황장목·적송·금강송)가 되었다고 한다.
- 현지 안내도에서 발췌 -
금강송도 아픈 시절이 있었나 봅니다.
웃고 있는 게 아니랍니다.
아직 아물지않은 상처...
가을 영그는 금강송휴게소를 나와
금강소나무와 기암괴석 계곡이 멋진
불영사계곡이 차장으로 스치고...
-
-
15:00 울진 후포항에서 회정식으로
무거운 등짐지고 땀 흘리며 걷던 보부상길 중
짧은 하루길을 마루리합니다.
오전 휴게소에서 만병통치약 파스를 팔던데
가슴이, 마음이 허하거나 시릴 때
붙이는 파스는 없나요?
있따꼬요?
함께 길을 나서는 겁니다.
그리고서는 저 두 바위처럼
꼭 안아 달라 하라꼬요?
많이 감사합니다.
2019. 9. 2
갈바람이 올립니다.
```````````````````
금강소나무숲길 2구간(한나무재길) 9.6km
전곡리 → 쌍전리 산돌배나무(1.5km) →
큰넓재(4.1km) → 한나무재(5.7km) → 소광 2리(9.6km)
첫댓글
수고 많으셨습니다. 많이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금강소나무길 구경잘하고 갑니다
즐겁고 신나는 일만가득하세요
응원 감사합니다.
거움 가득한 하루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