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시 준비도?
임 마, 떨어지는 것에 재미 붙였냐?
이번에도 또 떨어지면 가만 안 둔다?
어디 웃통이나 좀 벗어봐. 몸은 왜 사리는데?
내가 아름다운 여자로 보이냐?
하하하하 정길씨 당신의 몸 좀 보여 주세용.”
“에이! 내가 얼마나 신경 쓰며 하는데, 아마 보면 놀랄걸요.
가슴이 장난이 아니고, 이거 봐요,
팔 알통과 굵어 진 것 안보이시나 보지?”
“어! 제법인데 근육의 각이 제대로 잡혔구나.
내년 봄쯤이면 제대로 된 육체미의 틀이 나오겠어.”
공사현장의 일정상,
이틀간 쉬는 날에, 정래가 좋은 구경을 시켜준다고 자기에게로 와보라는 전갈에,
정길은 예전에 함께 밤을 보냈던 춘희의 생각에 그만 흥분이 밀려와
일병과 그 청송옥에 놀러가서 춘희와 운우지락이나 나눌 생각을 하다가,
마음을 돌려 정래의 집으로 갔더니 없었다.
자신을 형이라 부르며 따르는 하진의 집으로 간다.
“하진아 오랜만이다.
정래 여기 와 있다면서? 넌 일하러 안다니냐?
하고 싶으면 나에게 말해라 다니도록 해 줄게.
너희는 농사 질 농토도 없다며?
그런데, 내가 해 줬다는 말은 하면 안 돼.”
“형, 딴 동네에서 말이 많은가봐,
자기네 동네 사람 안 쓴다고, 형에 대해서도 안 좋게 얘기 하더라고,
조심해 촌놈들 작당해서 덤비면 무서워. 하하하하
그럼, 나 내일부터 나가도 되는 거지?”
“이런, 나는 기껏 두 세 사람 해 줬는데,
이 동네 사람만 뽑아서 그러는가 보구나!
기회가 되면 주변 동네 사람들도 뽑으라고 해야 되겠네.
이거 무서워서라도 그래야 되겠는걸.”
“정길아 잘 왔다.
그렇지 않아도 갈려고 했는데, 레이다 기지 뒤 바다 속에서
조개를 채취하는 것을 우리 동네에도 몇 명 배당이 왔는데,
우리 동네는 반장님이 나 보고 사람을 골라서 같이 갔다 오라고 했다.
같이 가자. 준비할거 없어.
그저 밀가루 푸 대 가지고 가면 돼.
군인들이 가라고 하는 곳에만 가야되는데 가보면 알아.
네 생전에 처음 보는 신기한 일 일거다.”
‘작은 산을 넘어야 되네,
걷는 거야 자신 있으니까 뭐 상관없어,
평범한 바다인데 어디서 조개를 캔다고?
아니 뭐 줍는다고?
생전 처음 듣는 말이라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난 조개가 바다 속 깊은 곳에 사는 줄만 알았는데.’
“저기 잔뜩 깔려 보이는 것이 무슨 풀이지?
물망초? 그럼 꽃필 때에 오면 근사하겠다,
저기 보이는 곳은 약수터 같은데, 아닌가?
바닷가가 풀로 덮여 무슨 넓은 초원 같아 보이고 경치가 너무 멋있다.”
“저 약수터가 옛날 신라의 화랑들이 활쏘기 하던 활터와, 약수터야.
저기 가서 물 먹고 갈 거야? 어때 근사하지?
이곳은 통제구역이라 여기 사는 우리도 재수 좋아야만
일 이년에 한 번 들어올까 말까 한다고.”
‘이곳 바다는 무척 얕아 보이는걸.
웬 조약돌은 이렇게 많이 깔려있지?
색 깔도 여러가지고 보기 좋구나.
약수터의 물맛도 너무 좋았어.
무슨 사이다같이 톡 쏘는 물맛이 다 있지?
백사장도 끝없이 길 고, 해수욕장으로 개장 하면 사람들이 많이 오겠네.’
“정길아, 물속에 조약돌 같이 보이는 것이 전부 조개다.
근방의 동네들에게 돌아가면서 한 번씩 개방하는데,
수십 년 사람 발길이 없어서 조개가 많은 거야.
거기다 여기가 수심도 얕고,
파도가 그리 심하지 않아서 조개가 살기에 좋은 곳이지.
아이들이 수영하고 놀기에도 그만 인 곳이야, 개방만 하면 진짜 좋을 텐데.”
“와! 정말 조개 밭이다.
그냥 줍기만 하면 되는 거네.
아! 사람들이 안 들어오니까 이렇구나.
군사지역이라서 조개가 자갈 깔리듯 지천이야.
오늘 너희 동네 사람들 모두 조개 잔치 하겠네.”
“돼지고기 수육하고 익힌 조개 살하고,
김치하고 싸 먹으면 그 맛이 말도 못할 정도로 맛있다.
너도 한 번 맛보면 아마 잊지 못할 거다.”
“동네 아줌마들이 이미 잔치 준비들 하고 있을 거야.
이런 좋은 기회가 자주 오기 힘들거든 하하하하.”
동네에서는 이미 돼지를 한 마리 잡아놓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50여 호정도 되는 마을사람들이 각 자의 집에 있는 먹을 것들과,
채소들을 가지고 와서 멍석을 깔아놓고,
상을 펴고, 그 위에 음식을 차려 놓으니 마치 잔치자리 같이 부산하고,
아이들까지 덩달아 신이 나서 떠들어 댄다.
정길이 이러한 광경을 처음 보는지라,
부러운 마음과 흥겨운 마음이 함께 든다,
정길을 알아 본 청년들이 아는 체를 하며 자리로 안내한다.
먼저 동네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하고 그들과 어울린다,
환상적인 맛이었다.
동동주가 끝없이 나와 모두가 기분 좋게 취하고,
그 많은 사람들이 먹었는데도 조개가 남아서
집으로 갈 때에 원하면 나누어 주었다.
정길이 몇 사람의 취업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들어주려하자,
정래가 슬며시 눈짓을 하여 말린다.
눈치를 채고는 알아보겠다는 말로 무마하고 정래와 같이 자리를 뜬다,
오늘은 정말 기분 좋은 날이다.
“정길 군, 간부회의 한다고 사장님이 너도 빨리 오라 신다.
왜냐고? 나도 잘 몰라.
난 말만 전할 뿐이야, 자, 어서 같이 가자.”
‘난 회사 간부도 아니고 겨우 창고지기인데 왜 부르시는 거지?
물품에 대해 물어 볼 것이 있나보지?
숫자나 물품 상태나 이상 없는데, 좋은 일이냐, 나뿐 일이냐?’
“이번의 불상사는 본사의 감독 겸 측량기사인 공 기사의 설계를 잘못 해석한 탓이라고 하는데,
본사에서는 손해를 우리보고만 책임지라고 해서,
이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상의 하려고 불렀으니,
좋은 의견이 있으면 말해 보도록 하시오.
원칙을 따지다가는
이후의 본사의 수주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 되고,
책임을 혼자 지자니 예상보다 더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해서 난감합니다,
지금 우리 회사는 어려운 위기에 처 해있습니다.”
“제일 간단한 방법은 모든 인부들의 인건비를 10% 정도 한시적으로 정해서
내리면 손해의 폭이 어느 정도 적어질 것입니다.”
“그건 안 됩니다.
명색이 노가다인데 일하는 사람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아무리 이 상황을 알아듣게 설명한다 해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안됩니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지 그건 절대 해서도 안 되고, 생각도 말아야 합니다.”
“당장 잘못 깔은 복합전선을 수거해야 하는 것도 큰일입니다.
사람을 더 쓸 수도없고, 그 일에 대한 인건비와 수거할 시간도 만만치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공기가 늦어지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우리의 손해가 더 늘어납니다.”
‘왜 이리 조용해?
이런 사람들이 무슨 간부라고 좋아.
내가 해 보지, 머리들이 돌이나 마찬가지야,
내가 말한다고 해서 건방지다고만 해 봐라.’
“제가 한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생각하기에 따라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은데요.”
“정길아, 네가 나설 일이 아니다. 우선 듣기만 하고 가만히 있어라.
의견이 있다면 나중에 말할 기회를 줄 테니까.”
“아닙니다. 사장님!
정길이가 물품관리를 잘해서 인건비도 많이 줄이지 않았습니까?
어디 무슨 복안인지 들어나 보지요.
묵살 했다가 좋은 의견이면 어쩌려고요?
우리 일단은 들어보도록 합시다.”
‘발전소 김 과장님 역시 스승님이시라 틀리네요,
좋아하는 점수 올려줄게요, 감사 합니다.’
“예, 요즘도 야리끼리니 우께 도리니 하는 말을 사용하시는데,
그걸 여기에 맞게 사용하는 겁니다.
어차피 공기를 앞당기는 것이 가장 문제인데,
우선 감독관이 그런식으로 하는 걸 싫어하고,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행여나 부실공사가 될까봐,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런 일이 생겼습니다.
본사에서도 어차피 돈 벌려고 이 공사를 하는 것이 아니고
국가의 시책공사라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라고 했으니,
우리가 조금 억지를 부려서 이 방법으로 한다 해도
공사에 하자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번에는 아무 말 못 할 걸로 압니다.
공기에 못 맞추면 본사에서도 손해를 볼테니까요.
우선 노무자들에게 충분히 알아듣도록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고
하루의 일 분량을 더 정해서 공기를 앞당기는 겁니다.
시간외 수당을 올려서 주지는 못하지만,
더 일하는 시간만큼을 평시 인건비로 계산해서 적용시키고,
일을 여러 개 현장으로 분류해서 나누고,
저들이 거기에 맞게 반을 짜서 움직이게 되면,
그만큼 작업이 빨라질 겁니다.
단, 일에 하자가 생기는 것은, 저들이 책임져서 제대로 하는 것으로 하고,
이미 깔려있는 전선은 측량 오차가 심하지 않으니 수거하지 말고,
지금 자리에서 공사현장으로 바로 옮겨서 작업 하시는 걸로
본사와 상의를 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물론 복합전선을 현장에 그대로 둔 상태에서 해야 하니,
취급하는 사람을 따로 정하여 그 현장에서 바로 보관과 출고를 하게하면 됩니다.”
‘이 양반들아 생각해 봐야 별 볼일 없어요.
머뭇거리지 말고 어서 일어나서 박수들 치세요.’
“사장님 더 이상 좋은 생각은 없을 겁니다.
정길이 말대로 하면 공사기간을 많이 단축시킬 수가 있고,
사람을 더 쓴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우리야 어차피 시간 싸움이니까요,
본사에서도 반대하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