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를 처음 하던 때를 떠올려 보면 고2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게임방은 리니지가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리니지의 인기는 스타와 함께 게임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었다. 고3이 되던 시점 게임과 공부와의 상관 관계가 있기에 게임을 접고자 당시 가지고 있던 장비에 러쉬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 때는 장비가 다들 허접하던 시대이기에 장비를 털어서 마련한 것이 6레이와 데이 한 장, 준비를 마친 후 약간의 희열을 느끼며 마우스를 클릭하였다. 결론적으로 날라가라고 발랐던 레이는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고 7이라는 숫자를 가리켰으며 이에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되었다. 결국 친구들과 이야기 한 후 일단 팔고 나서 생각하기로 하였다. “7레이 팝니다.” “7레이팝니다~~~!” 30여분의 채팅을 하는 동안 여러 귓말이 왔지만 가장 많이 온 귓말은 “15장에 삽니다.” “17장에 삽니다” 등 현금 거래를 하자는 귓말이 대부분이었고 결국 17만원에 선입금을 받는 조건으로 거래를 하였다. 그리고 이것이 나의 첫 현금거래가 되었다.
나는 그 때 왜 현금으로 거래했을까? 그리고 산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샀을까? 나는 여러 개의 도트로 이루어진 그래픽을 현금과 동일시 하였고 이것은 구매자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또한 기회 비용에 있어서 17만원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였기에 삿을 것이다. 그 당시 아이템 매니아나 베이 등 중계 사이트도 없었기에 거래를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믿고 사거나 실제로 만나서 현거래를 하는 방법 정도뿐이었다. 물론 이에 따른 불편함과 사기 등의 문제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현재 어느 정도 시스템적인 마련이 되었기에 과거와 비교해 본다면 변했다고 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 속에서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NC소프트(리니지를 대상으로 쓴 글이므로 이후로 NC소프트로 칭하겠다.)의 입장이다. NC소프트는 유저들 간의 아이템 현금화를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거래 간에 생기는 문제에 대한 책임을 유저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게임의 사행성 문제 속에서 ‘우리 회사는 현금거래를 인정하지 않으며 철저히 단속하는 깨끗한 회사입니다.’라는 이미지 마케팅이라도 하는 듯한 회사의 태도 속에 유저들은 현금 거래를 채팅 기록이라도 남을세라 말도 못하고 하고 있다.
물론 현금 거래를 반대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어느 정도의 반대 논리는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사행성 조장이다. 즉 게임이란 본연 즐기기 위해 존재함에 불구하고 아이템 가치의 현금화로 인해서 유저의 심리가 아이템의 집착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리니지 등의 게임을 해본 사람을 알 것이다. 처음 게임을 시작한 이유는 친구들과 즐기기 위한 순수한 의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의 아이템을 현금화해서 따지고 있는 모습 말이다.
하지만 이런 논리에 따라 아이템의 현금거래를 인정하지 않는 것에 반대한다. 게임 속의 아이템이 누구의 소유냐는 것은 아직 많은 견해가 있지만 난 게임 속의 아이템은 사용료를 지불하고 플레이한 유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리니지를 예로 들어 유저들 29700원 혹은 게임방 이용료를 지불하고 플레이하는 과정 속에서 습득한 아이템 및 아덴은 유저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개인의 소유물이라는 것이다.
아이템 거래 시장의 규모가 1조원이 넘어선 현재의 시점에서 아직도 아이템 거래는 회사 측의 단속 속에서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에 따른 피해와 보상 받지 못한 유저들의 불만은 날로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리니지와 같은 게임의 현금 거래 관련 수사 요청이 사이버 수사대의 주업무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금 거래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생각한다. 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 또 하나는 불필요한 인력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 게임의 현금 거래는 필요악이라는 의견이 점점 굳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한 시스템적인 마련을 한 회사는 많지 않다. 이건 왜일까? 그건 사회적으로 게임의 사행성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온라인 게임계의 대표적인 회사가 주도적으로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시선을 받고 싶지 않음이 원인일 것이다. 이미 NC소프트라는 회사는 리니지의 성공과 더불어 게임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아마추어리즘의 집단이 아닌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프로들의 세계에 들어간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력에 관한 부분도 게임회사에게 무시 못할 부분이다. 현금 거래를 인정하고 시스템적인 마련을 위해 들어가는 인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현재 리니지의 현금거래량을 생각해보면 그리 의아할 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을 이유로 소비자인 유저들의 계속되는 요구를 무시한다는 것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도리가 아니다. 소비자의 니즈를 찾고 그것을 구체화시키는 것이 기본이 듯이 NC소프트에서는 그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대안이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미 2년전 소니 온라인 엔터테이먼트에서는 <에버퀘스트2>(이하 EQ2)내 캐릭터나 아이템 등을 안전하게 트레이드할 수 있는 ‘리얼 머니 트레이드’(이하RMT)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게임 현금거래 사이트 ‘Station Exchange’를 개설한다고 발표했다. SOE는 “온라인게임 아이템거래 시장은 비공식적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고 EQ2를 플레이 하는 유저들도 대다수 아이템거래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며 온라인게임 아이템거래 시장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아보고 사이트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로한의 예를 들 수 있는데 로한의 개발사인 지오마인드 측은 아이템베이와 제휴를 통해서 현금거래를 인정하였다. 이 인정이라는 것이 해킹과 해킹과 사기 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협력 차원이며 ID 도용, 해킹 등 아이템 거래와 관련된 각종 사기 범죄를 신속히 적발하고 이용자들이 안전하게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도록 양사가 협력 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었다. 당시 게임사들이 현금거래를 한목소리로 반대하는 상황에서 이런 입장을 표명한 것에 대해 한 기사는 ‘쿠테타’로까지 표현하였다.
반면 이와는 대조적으로 당시 NC측은 아이템베이와 아이템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었으며 "아이템 현금 거래를 인정할 경우 게임과 플레이의 재미가 아니라 도박을 용인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건 문화 콘텐츠나 게임이 아니다"라며 당황 속에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고 한다. 이미 소비자들의 요구는 충분히 형성되어 있고 또한 아이템 거래 사이트를 볼 때 그에 따른 서비스를 통한 이익 창출의 성과를 알아 볼 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의 대안이 완전치 못하다는 것, 아이템 거래를 하는 사람이 평범한 유저이냐 작업장이냐의 논란 등은 현재 온라인 게임이 안고 있는 숙제일 것이다.
온라인 게임이 한국 게임에 들어 온지 10년이 넘은 시점 NC소프트는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그리고 그 결과가 현재 게임산업에 있어서 하나의 좋은 흐름을 만들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