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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1100만명 소셜네트워크의 여왕 레이디 가가 파격의 끝은 어디?
유민호 Pacific21, Inc 소장
레이디 가가에 대해 물을 때 자주 들을 수 있는 반응이다. 하지만 레이디 가가를 마돈나의 아류 정도로 보거나, 영국의 록그룹 퀸의 노래 ‘레이디오 가가(Radio Gaga)’와 구별을 못한다면 이미 급변하는 세상과는 담을 쌓고 사는 사람으로 전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1986년생 레이디 가가에 열광하는 요즘 젊은이들은 마돈나와 퀸이 누구인지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가가(GaGa) 열풍이 전세계에 불고 있다. 레이디 가가는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가수로서가 아니라,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하나의 아이콘으로서 전세계에 확산되고 있다. 뉴욕 출신 이탈리아계로 별로 크지 않은 키에, 미모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춤 실력도 그만그만한 가가는 2010년 여름, 애플의 아이패드와 더불어 하루도 빠짐없이 듣고 볼 수 있는 빅히트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구체적인 증거를 살펴보자. 가가 열풍을 얘기할 때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4월 말 발표된 타임지의 ‘세계의 100인’ 기사이다. 가가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예인으로 선정됐다. 100인 속에 포함된 김연아가 타임이 주최한 뉴욕 파티에서 “레이디 가가를 만나고 싶다”고 말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가가는 지난 6월 30일 발표된 포브스(Forbes)지의 ‘셀러브리티(celebrity) 100’에서도 4위를 기록했다. 가가는 1년 전까지만 해도 포브스지의 100인 리스트에서 찾아볼 수 없는 무명의 신인이었다. 포브스지의 셀러브리티 100은 수입, TV 출연빈도, 미디어 노출도, 인터넷에서의 인기도를 종합해서 결정된다.
주목할 점은 가가가 선정기준 중 하나인 소셜네트워크 인기도에서 압도적인 1위라는 점이다. 시카고를 대표하는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가 셀러브리티 1위이기는 하지만, 소셜네트워크 인기도에서는 11위에 머물렀다. 오프라는 저물어가는 아날로그의 여왕이지만 디지털로 결정되는 미래는 가가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포브스지에 이어 페이스북이 발표한 가가의 인기 순위도는 가가 열풍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신시켜주는 증거이다. 7월 8일 기준으로 페이스북 가가 사이트(www. facebook.com/ladygaga)에는 가가가 1100만명 이상의 ‘친구’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존 인물 중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은 친구를 갖고 있는 인물로, 이는 친구 1000만명에 달한 오바마 대통령을 누른 기록이다.
lady gagal
뮤비, 하루 만에 1000만명 접속
X세대의 상징인 유튜브에서의 가가 열풍도 상상 이상이다. 6월 8일 가가의 뮤직비디오 ‘알레한드로(Alejandro)’가 유튜브에 등장한 날, 비디오를 본 사람은 단 하루 만에 1000만명을 넘어섰다. 상영시간이 9분 정도로 비교적 긴 뮤직비디오지만, 출시 이후 한 달이 막 지난 현재 접속자는 4000만명을 넘어섰다. 가가 열풍의 출발점이 된, 비욘세와 함께 나온 유튜브 뮤직비디오 ‘텔레폰(Telephone)’은 3월 출시 이후 지금까지 7000만명이 접속한 상태이다.
가가 열풍의 진원지인 뮤직비디오가 출시 즉시 1000만명 단위의 팬들을 불러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소셜네트워크에서 찾을 수 있다. 우연히 가가 비디오를 본 사람이라 하더라도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친구들에게 가가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피라미드 다단계식의 전파력을 갖게 된다. 영화 아바타와 아이패드가 한순간에 세계인의 눈을 끈 가장 큰 이유를 소셜네트워크에서 찾을 수 있듯이, 가가는 아바타와 아이패드 이상의 흡인력으로 ‘소셜네트워크의 여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가가가 갖는 소셜네트워크 파워는 바로 돈으로 연결된다. 한 곡당 0.99센트로 팔리는 뮤직 다운로드 판매실적에서 가가는 그 누구도 만들어내지 못한 ‘트리플 악셀’을 해냈기 때문이다. 6월 30일 기준으로, 인터넷에서 판매된 가가의 노래 가운데 400만건 이상 다운로드된 것은 ‘배드 로맨스(Bad Romance)’를 포함해 전부 3곡이다. ‘저스트 댄스(Just Dance)’는 이미 500만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다. 다운로드 판매실적을 기준으로, 인터넷에서 400만건 이상을 기록한 가수나 곡은 지금까지 하나도 없었다. 불과 1년 만에 가가는 400만건 이상 뮤직 다운로드 판매 신기록을, 그것도 3개씩 갖게 된 것이다.
가가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처럼 춤을 잘 추거나 인상 깊은 노래를 부르는 아이돌풍의 가수가 못된다. 노래의 대부분은 2박자로 된, 지극히 단순한 댄스뮤직이 대부분이다. 노래는 가가 열풍을 이루는 한 요소일 뿐이다. 노래 외에도 21세기를 지배하는 예술적·기술적·사회적 요소가 하나로 묶여져 새로운 타입의 종합예술을 창조하는 것이 가가 열풍의 핵심이다. 가가의 비디오가 출시 즉시 화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가가의 패션·화장술·춤·헤어스타일을 다른 가수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데 있다. 사람들의 구미에 맞추면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가에게서만 볼 수 있는 것을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방식이다. ‘싫으면 그만두고, 좋으면 따라오라’는 일류 브랜드 식의 퍼포먼스가 가가 열풍의 근본이다.
물방울을 단 이브닝 드레스, 담배연기가 피어오르는 큰 안경, 건반 위에 하이힐을 올려놓은 채 이뤄지는 피아노 연주, 망사로 뒤덮인 카우보이 모자와 40센티미터 높이의 구두…. 가가의 뮤직비디오는 노래가 아니라 영상이 주다. 간단히 말해 패션쇼 속에 들어가는 한 구성 요소로서 노래를 부를 뿐이다. 가가의 새로운 뮤직비디오가 나온다는 것은 가가 노래를 따라부르는 사람이 아닌, 가가 스타일을 흉내내는 ‘가가 신자’의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7월 초 미국의 상당수 미디어는 “가가 열풍으로 인해 청소년의 눈이 위협받고 있다”는 기사를 일제히 쏟아냈다. 이른바 가가 열풍과 함께 불기 시작한 ‘서클 렌즈(Circle Lenses)’에 관한 얘기이다. 가가가 눈을 크게 보이기 위해 착용한 컬러 렌즈가 서클 렌즈이다. 가가의 비디오를 본 젊은 여성들이 가가를 흉내내 흰눈동자까지 덮는 컬러렌즈를 착용하면서 안과의사들이 시신경 훼손을 경고하고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뉴욕타임스는 ‘한국과 일본은 가가의 서클 렌즈가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나라’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서클 렌즈는 가가스타일을 흉내내는 가가신자가 미국만이 아닌, 아시아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가가 열풍은 오락적 요소만이 아닌, 사회·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도 다른 가수들과 차별된다. 최근 미국 사회행동심리학자들 사이에서는 ‘Lady GaGa=Lady Power’로 보는 입장이 일반화되고 있다. 가가가 만드는 레이디 파워는 남성을 적으로 삼아 여성의 사회·정치적 입장을 지키려한 종래의 페미니즘과는 다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가가를 여성 자신에게만 주목하는 페미니즘(It-itself)과, 남성 사회와 공존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구현하는 페미니즘(For-itself)을 동시에 추구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1960년대의 히피들이 만들어낸 페미니즘과, 2008년 대통령선거 때 등장한 루이비통과 샤넬을 좋아하는 공화당 부통령 후보 사라 페일린을 결합한 페미니즘이란 것이다.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나는 남성을 찬미(hail)하고 사랑한다.” 가가 스스로가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말한 것은 전통적 의미의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가가의 뮤직비디오로 가장 많이 알려진 ‘텔레폰(Telephone)’을 보면 가가 열풍의 배경이 되는 가가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가가 스스로가 쓴 ‘텔레폰’의 가사는, 감옥에 간 가가가 춤을 추느라 남자친구의 전화를 받을 수 없다고 말하는 장면이 반복해서 강조된다. 춤을 통한 여성 해방이란 메시지이다. 머릿속에는 춤생각밖에 없고, 지금 당장 춤을 춰야 하니까 앞으로 전화를 걸지도 말고 당장 끊으라는 것이다. 뮤직비디오의 후반부에서는 가수 비욘세가 나타나 가가를 보석으로 풀어낸 뒤, 함께 식사를 하러 간다. 식당에서 두 사람은 여자를 괴롭히는 모든 남자와, 남자가 데리고 있던 개도 함께 독살한다. 마지막 부분에서 두사람은 동성애 관계라는 것을 강하게 풍기면서, 춤추는 것만 생각할 뿐 다른 아무것도 필요없다고 노래한다.
lady gaga
롤링스톤誌가 더 팔린 이유
‘텔레폰’에서 보듯, 반라로 등장하는 가가의 뮤직비디오는 남성이 아닌 여성들로부터 더더욱 환영을 받는다. 바로 ‘It-itself’와 ‘For-itself’를 동시에 추구하는 가가의 페미니즘이 그 배경에 있는 것이다. 가가 열풍은 같은 속옷바람이라 하더라도 남성들의 환호 속에서 자란 마돈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메시지 속에서 태어났다고 할 수 있다.
지난 6월 25일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연합군 총사령관인 스탠리 맥크리스털을 파면할 당시 전세계 미디어는 대통령과 4성장군과의 불화에 주목했다. 그러나 인터넷의 소셜네트워크 사이트의 대부분은 파면의 근거가 된 맥크리스털 장군의 인터뷰를 실은 롤링 스톤지 자체에 더더욱 큰 관심을 쏟았다. 장군의 인터뷰 기사만이 아니라, 가가의 인터뷰 기사와 가가가 표지모델로 실린 잡지가 TV 화면 속에 비쳐졌기 때문이다. 양쪽에 기관총을 단 브래지어를 입고 허리에는 문신을 한, 속옷바람으로 서 있는 모습이다. 아직 서점에 깔리지도 않은 롤링 스톤의 다운로드판 기사가 인터넷상에서 불티나게 팔린 것은 물론이다. 장군의 기사가 아니라, 가가의 인터뷰 기사를 읽기 위해서였다. 인터뷰에서 가가는 2011년 4월 발표될 신곡들은 보다 정치적 메시지가 강한 음악들로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와 더불어 불과 1년 만에 전세계의 아이콘으로 등장한 가가. 영화 아바타와 스티브 잡스의 아이패드에 이어, 또다른 21세기의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레이디 가가는 누구
본명이 스테파니 제르마노타인 레이디 가가는 뉴욕에서 자란 전형적인 뉴요커이다. 4세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 가가는 17세인 2003년 뉴욕대학 티시예술학교(Tisch School of the Art)에 입학한다. 학교에서 배운 것은 작곡과 작사로, 철학·종교·정치와 같은 사회성이 강한 내용을 자신의 음악에 반영하는 데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2학년으로 진급하던 2004년 여름, 가가는 학업을 중단한다. 음악공부에 매진하기 위해서였다. 한때 마약도 복용했고, 스스로 양성자라고 밝히는 가가는 이후 2008년 8월 첫 번째 앨범 ‘더 페임(The Fame)’을 발표하면서 세계적 스타로 각광받게 된다.
가가가 대학 중퇴 4년 만에 성공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로는 가가 음악의 기원이 된 티시예술학교를 꼽을 수 있다. 현재 드라마·각본·연기·작곡·필름·영화 등 7개 프로그램에 2500여명의 학부생이 공부하는 티시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학교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2009년 1400명이 지원해 불과 13명만 선발한 티시 필름과정은 영화에 관한한 미국에서 톱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13명의 아카데미 수상자를 배출한 졸업생 리스트를 보면 티시가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를 알게 된다. 우디 앨런(감독 배우), 올리버 스톤(감독), 우피 골드버그(배우), 안젤리나 졸리(배우), 알렉 볼드윈(배우)….
원래 영화 분야에 강한 티시는 최근 뮤직비디오와 상업광고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유는 영화보다 인터넷을 통한 필름작업이 짧은 시간 안에 더 큰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가가는 디지털로 옮겨가는 티시의 비주얼 파워를 자신이 직접 작곡·작사한 노래와 결합해서 성공한 대표적 케이스이다. 영화 대신 뮤직비디오나 광고계를 향하는 티시 졸업생들의 정열을 가가 열풍 속에서 찾을 수 있다. 매일 매일 바뀌고,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가가의 독특한 패션 스타일은 바로 유튜브에 단련된 티시 선후배가 함께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가가의 승리는 아날로그 시대를 제패했던 할리우드의 역사가, 티시 졸업생으로 가득찬 ‘디지털 도시’ 뉴욕으로 옮겨진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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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가가의 페미니즘... 새로운시도에 눈 떠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