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전체회의를 방청하며 보고 느낀 바를 전해드립니다. 마치 한 편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았다고 합니다. 매일 밤 새로운 이야기 보따리가 풀려지는 드라마 시리즈를 챙겨 보듯이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가 늘 챙겨보는 ‘드라마’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원전 운영과 관련해 국민의 안전에 대한 주요 사안을 논의·결정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 전체회의 입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감 속에 시청하는 ‘본방사수’라면 좋겠지만, 그동안 제가 지켜본 이 ‘드라마’는 임성한 작가도 울고 갈 한 편의 ‘막장 드라마’ 같아 늘 무거운 마음으로 방청하게 됩니다. 시민의 후원금으로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로서 저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원자력 규제기관과 원전 당국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입니다. 원안위 회의 방청은 이를 위한 활동이지요. 방청석에서 어떤 발언도 하지 못하고 그저 지켜보고 있어야 하지만 사안에 대해 누가 어떤 말을 하는지 똑똑히 기억하기 위해 귀를 더 쫑끗, 눈은 더 크게 뜨게 됩니다. ‘지켜보고 있다! 공공의 안전을 위해 책임있는 결정을 내리고 있는지! 허투루 논의할 생각마라!’라는 마음으로.
Scene #1. 놀라운 전개: 캐나다는 폐쇄 결정한 원전, 한국에선 수명연장 표결 강행 처음으로 참여한 원안위 회의 방청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새벽 1시가 넘어 끝났습니다. 이날 회의의 안건은 월성 1호기 수명연장 건. 국내 노후 원전 월성 1호기와 ‘쌍둥이 원전’ 격인 캐나다의 한 원전은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너무나 많은 비용이 들어가 폐쇄하기로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월성 1호기는 그 비용의 반의 반도 안 되는 비용으로 안전성을 강화했다며 수명연장 승인이 안건으로 올라온 상황. 새벽 1시까지 진행된 안전성에 대한 갑론을박에도 표결이 강행된 것을 보며, ‘막장 드라마’의 첫 느낌을 맛보았습니다. 자극적 소재에 빠른 전개 속도. 심사숙고해야 할 안건이 놀랍게도 전광석화 같이 표결되었습니다. 첫 방청을 통해 받은 인상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한 국가기관 이라기 보다 무엇인가에 쫓겨 서둘러 결정하는 ‘친원전 거수기’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상당히 우려스러운 비정상적인 의사 결정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Scene #2. 특이한 주인공들: 서로 다른 역할로 견제해야 할 기관들이 오히려 상대방을 대변 ‘이것이 바로 진정한 ‘삼위일체’ 구나!’ 원안위 회의 방청을 하면 정말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원자력 안전 업무를 수행하는 중앙행정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규제 전문기관인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이 셋은 자신들의 입장뿐만 아니라 다른 두 상대 기관의 입장을 어쩌면 그리도 잘 이해하고 있는지 감탄스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원안위가 KINS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하는가 하면, KINS는 사업자인 한수원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지난 목요일(4/23)에는 ‘규정된 고시를 원안위가 바꿔주면 KINS는 이를 따르겠다’고 KINS 원장이 발언할 정도니, 귀가 의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안전등급에 해당하는 주요부품이 기술기준에 맞지 않게 신고리 3호기에 설치되어 교체가 당연한 상황이었으나, 아예 그 기술기준을 바꾸자는 논의가 나올 정도니 원안위는 원자력 사업자 ‘규제’기관이 아니라 원자력 사업자 ‘구제’기관이라고 해야 어울릴 것입니다. 문제부품을 교체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자 다급했는지 방청석의 한 한수원 임원은 벌떡 일어서며 사업자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소리치기도 했습니다. 이 순간은 가히 압권이었죠. 조용히 방청해야 할 방청객이 발언했음에도 그 한수원 임원은 퇴장조치를 받지 않고 끝까지 회의를 방청했으며, 회의가 정회되었을 때 원안위 위원장의 자리로 찾아가 위원장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