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혼합복식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복식에서 금메달을 목에건 김동문이 어학연수로 시작한 캐나다 유학길에서 지도자로서의 첫발을 내딛었다. 김동문은 9월 캐나다에서 ‘김동문의 배드민턴 아카데미 캠프’를 열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중계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한국에 잠시 입국한 김동문을 만나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바빴던 한 달여의 한국 일정
시간이 조금 흘렀지만 스타는 스타였다. 올림픽 중계를 위해 아내 라경민과 함께 한 달여 동안 입국한 김동문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작년에 태어난 첫째 한울이의 돌잔치를 치르고 바로 스폰서인 요넥스코리아와 함께 일일 배드민턴 강사로 나서 전국을 돌며 ‘김동문의 원포인트 레슨 및 팬 사인회’를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시간을 내 KBS 인기프로그램인 ‘강호동의 1박2일’에 출연해 셔틀콕으로 송판을 깨는 놀라운 모습을 선보이고, 셔틀콕 통속에 셔틀콕을 정확이 집어넣는 묘기를 연출하며 현역 때 못지않은 실력을 뽐냈다. 이후 김동문은 6명의 멤버들에게 8점을 먼저 주고 한 배드민턴 대결에서도 단 1점도 허락하지 않으며 완승을 거둬 금메달리스트다운 면모를 보였다.
이렇게 잠깐 국내활동을 하고 중국으로 날아가 KBS 배드민턴 해설위원으로 우리 선수들이 선전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안방으로 전해줬다. 해설이 끝나고 곧바로 한국으로 온 김동문은 다시 원포인트 레슨 행사를 마치고 라경민과 함께 다시 캐나다로 돌아갔다.
처음해본 해설이 어색하지는 않았는지 묻자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한두 번 해보니까 좋아지더라. 아나운서와 스태프들이 옆에서 알려주고, 도와줘서 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며 “배드민턴 중계는 KBS가 시청률 1위였다”고 덧붙였다.
이제 지도자의 길로
후배들의 경기를 보면서 현역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날 법도 했지만,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 이제는 어떻게 선수들을 지도할지가 먼저 생각난다. 이렇게 김동문은 화려했던 선수생활을 뒤로하고 지도자로서 첫발을 내딛고 있었다.
김동문은 9월부터 캐나다에서 ‘김동문 배드민턴 아케데미’를 계획하고 있었다. 캐나다는 우리나라처럼 선수촌 시스템이 없어서 선수들이 각자 코치를 찾아 훈련을 해야는데, 그동안 캐나다 선수들이 김동문의 소문을 듣고 하나둘 찾아와 지도를 부탁했었다. 그래서 이제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선수들을 훈련시킬 생각이다.
“그동안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배우러 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부터 한달에 2주씩 캠프를 열 계획이다. 그렇게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지도자로서의 경험도 쌓고, 배드민턴 지도에서 구사하는 영어를 배우고 체험할 생각이다.”
처음에는 어학연수로 떠난 캐나다 유학이지만 지금은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체험하는 기회로 삼고 캐나다에서 생활할 생각이다. 그래서 국내에 복귀하는 것은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다. “국제대회에 나가서 선수들의 불편함이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정보를 얻기 위해서 지도자에게 영어는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건 몰라도 영어하나만큼은 확실하게 배워서 오고 싶다. 시대가 변한만큼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코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지금 들어와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다면 지금 경험할 수 있는 다른 여러 가지 과정을 배울 수가 없다. 캐나다에서 내 방법대로 선수들을 마음껏 지도해보고 싶다. 나중에 학교 교수 발령을 받거나, 외국 대표팀을 맡고 싶은 생각도 있다.”
캐나다 유학생활이 길어진 또 다른 이유는 가족들과 많인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이기도 하다. 얼마 전 첫째 한울이의 돌잔치가 끝났고, 곧 둘째가 태어날 예정이다. 자신도 그렇지만 아내 라경민은 처음 캐나다 생활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한동안은 “한국에는 언제 돌아갈 거냐?”는 질문을 달고 살았다고. 그럴 때마다 김동문은 앞으로의 계획을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이해시키며 아내를 달랬다. 그리고 첫째가 태어나고 부부가 모두 밝아졌다. 지금은 캐나다에 사는 처형의 도움을 받으며 별 문제없이 타국 생활을 하고 있다.
이용대, 진정한 세계 최고가 되어라
김동문에게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의 얘기도 들어봤다. 후배들의 경기를 보고 해설하면서 아쉬울때가 많았다. 특히 남자복식 정재성-이용대 조의 16강전과 남자단식 이현일의 4강전은 다시 생각해도 아쉬움이 남았다. 또 이재진-황지만 조의 4강전, 여자복식 결승전, 여자단식 전재연의 경기도 모두 아쉬웠다.
김동문은 정재성-이용대 조의 패인으로 “올림픽 경기에서 금메달 후보라는 점은 선수들에게 큰 부담이다. 차분하게 했으면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특히 올해 만나서 모두 진 선수들과 붙은 것이 불운했다. 혼합복식도 대진운이 따라줬듯이, 초반부터 상대전적에서 밀리는 상대를 만난 것이 불운이었다”고 덧붙였다.
혼합복식 금메달에 대해서는 “(이)효정이가 (이)용대를 잘 이끌어 줬다. 이번 올림픽에서 전력노출이 거의 되지 않았다는 장점이 컸다. 이제 금메달을 땄으니 다른 선수들의 표적이 될 것”이라며 “경험상 올림픽은 하면 할수록 어렵다. 그동안 파트너 효정이가 용대의 약점을 잘 메워왔지만, 앞으로 자신보다 나이 어린 파트너를 맞아 잘 리드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애정 어린 충고도 잊지 않았다. “용대 정도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은 많다. 주위의 칭찬에 자만하지 말고 겸손해라. 앞으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관리를 잘해야 경기 내외적으로 진정한 세계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
세계최고의 선수에서 이제 지도자로 변신을 하고 있는 김동문. 앞으로 어디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 그를 만나게 될지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첫댓글 대성하는 지도자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