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일이 낙석에 상한 것을 바꾸었을 뿐 , 마터호른에서와 거의 비슷한 장비를 갖추었다 .
윤 대표, 허 욱, 유 한규 그리고 나 , 이렇게 네 명의 공격대는 냉랭한 한기를 느끼며
빙하로 내려섰다 . 오늘 있을 원래의 계획을 수정. 북벽 스타트 지점까지 진출하여 그곳에서
자고 , 내일 새벽 어프로치 시간을 줄여 공격하기로 하였다. 오후 6시 , 베르크 슈룬트에
도착하여 쨀트 색 두 개를 설치한 후 , 휴식에 들어갔다 . 벌써 많은 등산대가 북벽에 붙어
있었고 또 붙으러 올라오고 있었다. 전통있는 프랑스 산악회의 일기예보는 , 내일 날씨가
쾌청임을 예보했다. 많은 등반대가 몰리는것을 보니 , 날씨가 좋긴 좋을 것 인가 보다 .
잠자리에 누으니, 낙석이며 신설이 휘날리던 마터호른 , 전날 밤의 불안했던 꿈이 생각난다 .
등반 전날 밤에는 , 아무 생각 않고 잠 잘 수 있으면 좋겠다 .
새벽 1시 정확하게 전원이 기상, 알파미와 햄, 스프로 간단한 식사를 끝내고 인삼엑기스를
뜨거운 차로 아스피린을 먹어 두었다 . 찬 날씨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광복절인
8월 15일에 정상등정을 다짐하며 , 3시 30분 힘차게 공격을 개시했다.
마터호른과 같은 방법으로 선두는, 한규와 대표 형이 서로 격시등반하고 , 욱이 형과 나는
촬영을 하며, 자일을 앞으로 지원해 주었다 . 한 번의 북벽 경험은 우리의 공격 속도를 무척
향상 시켜 주었다. 약 200 미터 오른 지점에서 이탈리아 등반대 다섯 명을 만났는데
그들은 하산준비를 하고 있었다. 날씨가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새 밤 하늘의 별은
온데간데 없고 , 어둠 속에도 먹구름이 보이며 바람도 일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100미터
정도를 전진했다. 바람이 아까보다 거세지며 빗방울까지 떨어지기 시작했을 때 , 우리는
한데 모여 비바람 속에도 올라갈 것인가 , 기다려 볼것인가 아니면 과감하게 내려갈 것인가
에 대해 의논하였다. 내려가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 30여 분을 비를 맞으며 날씨가 좋아
지길 기다렸다. 내려가려면 일찍 내려가야 체력소모를 줄인다.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아, 하는 수 없이 앞의 이탈리아 팀을 앞지르며 100미터를 하강
했다. 그런 중에도 약 다섯 팀 정도가 우릴 스쳐지나 올라갔다. 샤모니 가이드인 한 쳥년이
오후부터 날씨가 쾌청해지고 내일도 계속 좋으니 , 이번 기회가 아니면 금년 북벽등반은
어려울 거라고 알려주곤 , 위로 올라가 버렸다 . 그렇치 않아도 아쉬워 하던 차에 , 아직도
두 팀이 오를 준비를 하고 있어 , 우린 용기를 내어 내려왔던 길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
모처럼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앞의 여러 팀 때문에 루트 화인딩이
편하긴 했지만 설벽에 도달하자 여러 팀이 밀려 있었다. 설벽의 하단은 눈이 약해 움직
이면 빠지고 무너져 쏟아지지만, 상단은 강한 빙질이었다. 한 개의 아이스 스크류를 사용
하여 중간지점에서 확보하고 , 나머진 픽켈과 아이스 함마로 각자 확보하며 올랐다 .
선등자인 대표 형과 한규는 서로 한 핏치씩 교대로 올랐고 , 우리 두 명은 열심히 그들에게
자일을 올려주어 고도를 높히자 금방 외국 등반대와 합류할 수 있었다 .
많은 시간을 , 외국 서적과 자료수집에 시간을 보냈었지만, 북벽은 실상 어마어마하게 커서
거리 판단도 못할 지경이었다 . 한편의 시등으로 우린 레뷰과 크랙 밑까지 쉽게 오를 수
있었다. 그사이 강빙의 횡단등반은 참으로 멋있었다 . 북벽 스타트의 크레바스가 입을 벌리고
있는게 두발 사이로 보이고 , 그 사이로 70도의 경사진 빙벽을 유유히 올라오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일이란 , 여간 즐겁지가 않았다. 혼자 보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은 밝은 지, 오래건만 , 비는 점점 더 세게 뿌리고, 우리 밑에서 오르던 세 팀은 스타트
지점에서 철수해 버려, 이 벽에 남은 등반대는 일곱 팀으로 줄어 들었지만 북벽을
오르기에는 아직도 너무 많은 인원이었다 . 그러나 우리는 여기 레뷰파 크렉 입구까지
순탄하게 올랐기 때문에 < 여기가 인수봉 B 코스냐 ? > 고 떠들어 대었었다 . 빙벽이 끝나는
지점에서 좌우 약간의 오버행같은 수직벽 밑을 우측으로 올라 , 수직의 벽을 오르는데
많은 홀드와 스텐스가 있었으나 비가 와 무척이나 미끄럽다 . 레뷰파 크랙 밑엔 여러
팀이 차례를 기다린다. 한 가이드가 두 명의 대원을 테리고 과감하게 철수를 시작했다 .
뒤이어 독일팀 두 명이 < 미쳤군 미쳤어 > 하고 투덜거리며 하강하여 이제 영국, 프랑스
두 팀, 오스트리아 , 한국 모두 다섯 팀이 남았다. 우리는 앞 팀이 밀려 있어 오를 차례를
기다리다 못해 < 그래 , 내려 가려면 많이 내려 가라 , 그래야 우리가 쉽게 오를 수 있다 >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배낭을 풀어 빗물을 받아 , 스프를 끓였다 . 이 레뷰파 크랙은
유명한 프랑스의 명 가이드 가스통 레뷰파가 이 북벽을 재등할 때 , 처음으로 올랐던 코스로
어려운 부분이다. 이태리의 명 등산가 리카르도 카신이 초등시에 설벽이 끝나는 곳에서
직상으로 올랐던 곳을 카신 꿀르와르라 하는데, 낙석과 낙빙이 심해 대부분의 등산가는 그곳을 좌회 하여 레뷰파 크랙을 오른다. 이 크랙은 서울의 숨은 벽처럼 생겼고 , 35미터의 수직벽에
난이도는 5급 정도이다 . 뜨거운 스프를 마셔 , 한결 몸이 훈훈해지자 대원 모두가 내려갈
생각조자 하지 않는다 . 코를 훌쩍이며 떨고 있는 프랑스인에게 스프를 건내자 고마와
어쩔 줄 모른다 . 또 다시 북벽은 개스가 덮쳐 온다. 교신 시간이다 .
첫댓글 ㅎㅎㅎ 여기가 인수봉B코스냐...거기서 반죽음되어 돌아온 신입에겐 신과 같네요. 수고하셨습니다. 건강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