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 컸으니 물로 승부
"물로 성장한 기업이니 끝까지 물로 승부를 봐야죠" 정수기 사업으로 시작한 회사답게 이석호 청호나이스 대표 머릿속은 인터뷰 내내'물'로 가득차 있었다. 청호나이스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도 '물['이라는 답이 돌아왔고, 미래 성장동력을 묻는 질문에도 똑같은 답이 되돌아왔다.
2015년까지; 물을 무기로 매출 1조원을 올리겠다는 야심찬 포부도 밝혔다. "우리는 자신있게 만들 수 있는 제품만 내놓습니다. 그곳에 역량을 결집해 남들이 따라 하지 못하는 제품을 개발해 내놓는 거죠"
이 대표는 이달 갓 출시된 초소형얼음정수기를 가리켰다. '이과수 얼음정수기 미니'다. 이 제품은 얼음정수기를 쓰고 싶지만 공간이 넉넉지 못해 설치할 수 없었던 소비자들을 위해 내놓은 것. 싱크대에 올려놓고 쓸 수 있는 콤팩트한 사이즈지만 냉.온수는 기본이고 얼음까지 나온다. "얼음정수기는 2003년 청호나이스가 세계최초로 내놓은 제품입니다. 2009년 웅진코웨이가 얼음정수기를 판매하기 전까지는 경쟁사가 전혀 없었을 정도로 기술장벽이 높았죠"
신제품 이과수 얼음정수기 미니에는 특허만 14가지 적용돼 있다. 기술력 없는 회사는 함부로 모방할 엄두조차 못 낼 제품이다. 그는 "증발기 하나로 냉수와 얼음을 동시에 만드는 것이 핵심 기술"이라며 "또 항상 모양이 같은 얼음을 만들게 하는 것도 매우 까다로운 기술"이라고 자랑했다.
이 대표는 정수기라는 큰 뼈대는 유지하면서도 소비자들이 다른 부가기능을 함께 맛볼 수 있는 '깜짝 선물'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를 늘 고민한다.
"정수기도 늘 변화가 필요한 제품입니다. 그만큼 고민이 끊이지 않죠. 고심 끝에 지난해 와인셀러 기능을 합친 정수기를 내놨고, 차기작은 커피메이커와 정수기를 한데 합친 제품입니다."
회사가 가진 경쟁력을 최대한 살리되 결정적인 아이디어를 하나씩 더해 남들과는 완전히 다른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청호나이스 경쟁력이다.
이 대표는 2010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제품뿐만 아니라 조직에도 변화 바람을 일으켰다. 그 대표적인 예가 ' IF' 다. IF는 이과수와 프랜차이즈를 합성한 말로 청호나이스 브랜드인 이과수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을 말한다.
다만 이 매장은 본사 직영점이 아니라 대리점이라는 게 특이하다. 수퍼마켓 주인이든, 미용실 주인이든 원하는 사람은 청호나이스 제품을 매장에 가져다 놓고 판매할 수 있다. 보증금도 따로 없어 부담도 전혀 없다. 제품 배달과 설치, 관리, 애프터서비스는 본사에서 다 알아서 처리해준다. IF점주들은 본업에 종사하면서 청호나이스 제품을 팔아 얻은 수수료로 돈을 벌 수 있고, 청호나이스는 자금을 따로 들여 매장을 꾸미지 않아도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어 '윈윈'이다.
이 대표는 IF매장을 연말까지 50개로 늘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IF는 2009년에 도입된 이후 빠른 속도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IF를 통해서만 올린 매출이 50억원에 달하고, 이달 들어서만 10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말까지 매출 200억원은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올해 3월부터 "텐텐(ten ten)제도'도 도입했다. 회사에 도움.손실이 되는 항목을 리스트로 만들어 도움이 되는 부분은 매달 10%씩 늘리고, 손실이 되는 부분은 10%씩 줄여나가자는 내용이다. '텐텐'을 충실히 달성한 부서나 지점에는 분기별로 인센티브를 지급해 사기를 북돋우고 있다.
그는 요즘 다음 구상을 위해 바쁘다. 지난해 차입금을 모두 갚은 위 투자여력도 생겼기 때문이다. "역삼투압 방식 정수기가 방사성 물질을 걸러준다는 실험 결과가 나오면서 지난달 국내 매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어요. 일본 바이어들도 계속 회사를 찾아오고 있습니다. 역삼투압 방식 정수기에 들어가는 멤브레인 필터용 원단 사업을 자체적으로 꾸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청호나이스는 지난해 매출 2000억원을 올렸고, 올해는 4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