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다. 8월 8일부터 열리는 태권도는 우리나라의 ‘금메달 전략종목’이다. 정부와 언론들은 “태권도에서 금메달을 많이 나와야 한국이 종합 10위를 할 수 있다”며 부담감을 주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이 금메달을 많이 획득해 우리나라 종합순위에 기여하는 것은 국위선양 차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내야 태권도가 올림픽 무대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다.
태권도는 1988 서울올림픽과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후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까지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지만 2020년 올림픽에서 채택될 지는 불투명하다.
따라서 런던올림픽이 태권도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번 올림픽이 끝나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프로그램위원회 보고서를 바탕으로 2013년 2월 집행위원회를 열어 런던올림픽 26개 종목 중 하나를 제외한 25개 핵심종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IOC는 그 해 5월 집행위원회에서 핵심종목에서 제외된 한 종목을 대체할 종목을 선정하게 된다. 이때 핵심종목에서 빠진 한 종목과 8개 후보 종목 중에서 한 종목을 최종 결정하게 되는데, 태권도가 그 속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IOC의 올림픽 핵심종목 주요 평가항목은 가맹 회원국 수, 올림픽 메달 분포, 방송 노출, 올림픽 입장권 판매, 스폰서 수 및 금액 등이다. 이에 대해 세계태권도연맹(WTF)는 2004년 10월 개혁위원회를 발족해 권고안을 충실히 이행했고, 공정한 판정을 위해 전자호구를 도입하고 흥미진진한 경기를 위해 경기규칙을 개정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해왔다며 올림픽 퇴출설을 부인하고 있다.
조정원 WTF 총재는 7월 3일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스폰서가 없어 재정 자립도가 부족하고 언론 홍보가 취약해 미디어 노출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26개의 평가항목 중에서 90점을 줄 정도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총재 말마따나 IOC 위원들이 정치적인 잣대로 태권도를 평가할 수 있고,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변수도 있기 때문에 태권도가 올림픽 핵심종목이 되려면 런던올림픽을 아무런 잡음없이 잘 치러내야 한다.
특히 이번 올림픽에 처음으로 사용하는 전자호구가 기계적인 결함과 오작동으로 인해 경기가 중단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전자호구가 판정시비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올림픽을 망칠 수도 있다는 주위의 우려를 간과해선 안 된다. 세계인이 생중계로 지켜보는 올림픽 무대에서 사소한 문제로 경기가 중단되면 올림픽 핵심종목이 될 가능성은 멀어지기 때문이다.
조 총재는 “전파 방해라든가 오작동이 생길 경우 바로 일반호구로 전환하면 된다. 만에 하나 생길 수 있는 문제까지 대비하고 있기 때문에 판정에 대한 시시비비는 많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자호구 오작동으로 인해 일반호구를 착용하고 경기를 하면, 그 자체가 태권도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것이어서 WTF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라는 속담처럼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런던올림픽에서 태권도가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공정한 판정 속에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쳐 올림픽 종목으로 승승장구하기를 기대한다.
임이수 / 태권라인미디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