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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돈이 되나요?] 도현정 - 시놉시스
미니시리즈 기획안
황제를 위하여
극본 도 현 정
연출 주 동 민
제작 팬엔터테인먼트
제목 황제를 위하여
형식 미니시리즈
기획의도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단다.
그런데 사람들은 아픈 배를 움켜쥐고 사촌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왜? ‘돈’에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강한 자기력이 있으니까.
30대 초반에 엄청난 재력가로 급부상한 황금의 사나이가 있다.
당연히 그의 주변에는 저마다의 사연으로 돈이 절실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오로지 ‘돈’을 위해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춘 채 가족으로, 연인으로, 친구의 모습으로 모인 그들.
하지만, ‘돈’을 기반으로 형성된 그들의 관계는 과연 어디까지 진짜일 수 있을까.
이 드라마는 ‘돈’을 세상의 최고 가치로 여기는 한 남자가, 바로 그 돈 때문에 황당한 음모에 휘말리게 되면서 세상과 인간에 대해 배워가는 이야기다.
돈 밖에 모르던 철부지 악동이 처음으로 진짜 가족을, 친구를, 연인을 만들어 가는 지난한 과정 속에서 ‘물질’보다 더 위대한 ‘사람의 향기’를 느끼게 될 것이다.
귀신도 부린다는 마법과 같은 돈 앞에서 비굴하게 넘어지고 엎어지는 게 사람이지만, 그래도 돈보다 질기고 독한 게 사람의 힘이 아닐는지.
바로 그 ‘사람’을 말하고 싶다.
주요 등장인물
마인탁 (남, 34세)
J호텔 회장.
지독한 결벽증, 무조건 의심부터 하고 보는 불신증, 자기몸을 끔찍이 생각하는 건강염려증, 툭하면 남에게 독설을 퍼붓고 약을 바짝바짝 올리는 심술, 언제나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해야만 한다는 폭군황제컴플렉스... 세상에 안 좋고 이상한 건 다 골라 가졌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약과, 그의 진정 가장 고약스런 버릇이 있었으니 그것은 이 세상 모든 걸 돈으로 환산하여, 그 돈을 방패삼아 권력삼아, 주변 사람들을 들들들 볶아대는 된통 싸가지 없음이다.
가진 건 돈 밖에 없다. 친구도 가족도 인격도 그에겐 전무하다.
일류 호텔은 아니지만 꽤 실한 작은 호텔 하나를 운영하고 있고, 부동산으로 축적한 재산도 상당하다. 그의 재복은 하늘이 내린 것인지 별 노력 없이도 항상 돈은 넘쳤다. 그가 땅을 사거나 주식을 사면 아무리 보잘 것 없던 것이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금싸라기로 변하는 기현상이 몇 번이고 이어졌다. 오죽하면 그의 별명이 마이다스 탁일까.
아무도 그를 좋아하지 않지만 아무도 그에게 함부로 하지 못한다.
그 이유가 바로 돈 때문이라는 것을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사생아로 태어나 친모 밑에서 성장하다가 10살 무렵 친부의 손에 맡겨졌다. 그 때부터 친척들과 가족들의 눈총과 냉대 속에서 성장해야했던 그에게 인간적인 면이나 감성의 발달을 기대하는 건 불가능한 일. 그나마 그를 가엾게 여긴 조모가 있었으나 그것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뜨는 바람에 그는 철저한 외톨이로 자랐다.
그가 24살이 되던 해 지병을 앓던 아버지의 죽음 이후 그의 천부적인 재운은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학생 때부터 재미 삼아 시작했던 주식이 대박을 터뜨리고 그 돈을 부동산에 투자하자 갑자기 땅값이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았다. 뿐만이 아니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다 쓰러져가는 모텔을 불과 7년만에 국내 호텔 랭킹 20위 안에 드는 J호텔로 탈바꿈시키면서 마술 같은 경영신화를 이룬 것이다.
J호텔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다르다.
어려서부터 애정과 미움, 동경과 원망의 대상이었던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그는 사회에 첫발을 들이기도 전에 아버지를 잃었고, 그것은 마음 속에 앙금으로 남아 아버지가 실패했던 사업을 일으켜 냄으로써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었던 것이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거 같은 그에게도 약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자신을 버린 어머니에 대한 애증이다. 그것은 왜곡된 여성관과 결혼에 대한 혐오감으로 이어져 서른 네 살 먹도록 제대로 된 연애도 못해보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그런 그의 눈 앞에 그의 어머니를 꼭 빼다 박은 여자, 윤다란이 나타난다.
아무리 천하의 괴팍한 인탁이라도 그녀의 대책 없는 낙천성과 잡초 같은 생명력에는 속수무책. 그녀와 엎치락뒤치락 하는 사이 그의 가슴 속에 꽁꽁 숨겨진 ‘감성’이 일생 처음으로 꿈틀거리기 시작하는데, 설마 그녀가, 유일하게 그에게 ‘진심’을 느끼게 해줬던 그녀가, 사실은 하나부터 열까지 치밀한 계획 하에 자신에게 접근한 것임은 꿈에도 몰랐다.
윤다란 (여, 28세)
백화점 고객상담실 상담원. J 호텔 회장 개인비서.
남들보다 고단한 성장과정을 겪으며 남들보다 일찍이 인생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자부하는 그녀. 그 깨달음이란 인생을 편안히 살기 위해선 ‘돈과 권력’이 필수라는 것.
하지만 특별한 능력도 없고 학벌도 변변치 못한 데다 집안 형편마저 넉넉지 않은 그녀가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남자’
그녀는 결국 이 시대에서 가장 비난받는 종족 중 하나인 ‘된장녀’로 우뚝 서기에 이른다.
남들이야 뭐라 손가락질 하던 말던 자신의 꿈을 위해 매진하던 그녀는 결국 꿈을 이루게 되는데, 바로 그녀가 미래를 담보로 물심양면으로 투자했던 약혼자 우석이가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
‘검사 사모님’이 된다는 생각에 한껏 부풀어 올라 다니던 회사도 집어 치우고, 우아하고 교양 있는 사모님이 되기 위해 열심히 쇼핑 삼매경과 문화센터 교양수업에 매진하던 중 다란은 청천벽력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
처음부터 사법시험 합격 같은 건 없었고 사기꾼으로 밝혀진 우석이는 그녀를 배신한 것도 모자라 1억이라는 사채빚까지 떠넘기고 증발한 것이다.
하루아침에 그녀의 인생은 사면초가에 빠지고,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에 있는 그녀에게 악마의 동아줄이 내려지는데 그것은 바로 <상당한 재력가의 아내가 되실 분을 구합니다.>라는 황당한 광고.
과연 이 광고가 진짜일까?
장난인지, 사기인지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이미 그녀의 목숨은 죽은 목숨이고 살아도 산지옥일 뿐. 어떠한 것이 지금보다 못하고 지금보다 위험하랴.
게다가 또 하나, 마지막 순간에도 그녀의 끈질긴 ‘낙천성’과 ‘된장녀 기질’이 고개를 들었으니, 혹시 알아? 그 남자가 정말로‘돈과 권력’을 모두 갖춘 남자라면... 그리고 그와 결혼에 골인한다면... 난 내 평생의 꿈을 이루는 거야!
그렇게, 희대의 성격파탄자의 아내가 되기 위한 그녀의 목숨을 건 도박이 시작된다.
심재경 (남, 30세)
컨설팅 업체 근무
미남에 매너 있고 터프함까지 갖춘 스위트 가이, 때로는 무심함과 튕김질로 ‘나쁜 남자’의 매력을 풍기며 상대방의 애간장을 제대로 녹여줄 줄도 아는 남자.
부잣집 도련님도 아니고 고급 승용차를 몰지도 않고 특별나게 고급 브랜드 옷을 걸치는 것도 아니지만, 타고난 귀티와 우아함이 이 모든 물질적인 껍데기를 뛰어넘는 진정한 럭셔리 가이의 표본이 되는 인물이다.
뿐인가? 그 까다로운 인탁에게 인정받을 만큼 업무 눙력도 뛰어나고, 다란과 미미 두 여자의 마음을 동시에 흔들만큼 속칭‘선수’의 냄새를 풍길 때도 있다.
게다가 집 안 벽면에 아리따운 바닷가 사진을 붙여 놓고 자신의 꿈은 저 바닷가에 집짓고 사는 것이라며 진지하게 읊조리는 그의 모습은, 꿈꾸는 고독한 소년의 이미지를 가득 풍기며 여심을 확~ 녹아내리게 한다.
10년 전 아직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시절, 미미와 뜨거운 첫사랑을 나눴지만 미미는 연예계 진출을 이유로 그를 배신하고 떠났다.
그리고 10년 후, 배우로서도 한 여자의 인생으로도 실패한 미미 앞에 홀연히 나타난 그는 미미에게 J호텔 마인탁의 잃어버린 이종사촌 역할을 해보라는 제안을 한다. 그 역할만 잘 해내면 미미의 인생을 역전시킬 뿐 아니라, 재경 자신도‘마인탁’이라는 사회 유력자의 연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그의 계획은 멋지게 성공한다. 인탁이가 꼼짝없이 그의 덫에 걸려든 것이다.
그리고 본격적인 ‘진짜’계획이 시작된다.
인탁이를 철저하게 망가뜨리려는 치밀한 복수의 사기극이...
홍미미 (여, 30세)
배우. 인탁의 이종사촌으로 위장.
직선적이고 단순하며 열정적이다. 착하다고는 할 순 없어도 꼼수는 두지 않는 성격이라(둔다해도 굳이 숨기지도 않는지라-- 단 한가지, 자기 신분에 대한 진실은 예외지만.) 인탁이가 맘에 들어하는 몇 안되는 인물 중 하나다.
태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미국의 양부모에게 입양되었고, 어렵고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결국 가출한 그녀는 한국으로 돌아와 연예계에 입문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상품성’을 이유로 그녀는 ‘입양아’가 아닌 ‘교포출신’연예인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연예계 입문 후, 육감적인 몸매와 미모를 내세워 야한 영화 몇 편을 찍으며 대한민국 최고의 섹스심볼로 군림한 것도 잠시, 그녀의 상품성을 지나치게 살려버린 <야수로 돌변한 여자>의 흥행 참패 이후 뒤이은 싸구려 영화들로 침체기를 겪다가 결국은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 후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을 겪으며 인생은 더욱 암울하게 꼬이게 되는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연예계 재기를 시도해 보지만 이미지도 나쁘고 연기력도 별로인 한물 간 여배우가 자리할 곳은 마땅치 않았다.
그 답답한 와중에 재경의 제안을 받게 되고, 절반은 재경에 대한 미련 때문에 그리고 절반은 혹시나 하는 기대심으로 그 위험한 도박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인탁의 사촌동생이 되면서 맛보는 달콤함은 상상 이상이었다. 연예계 일은 물론 경제적인 안정까지 얻게 되고, 덤으로 아주 괴팍하긴 하지만 든든한 오빠 하나 있다는 것도 보통 뿌듯한 게 아닌 것.
이 모든 것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통에 미미는 자신이 진짜 홍미순이 아닌가하고 심각하게 고민할 만큼 그 역할에 빠져들고 만다. 게다가 무엇보다 10년 동안 잊지 못했던 첫사랑 재경까지 그녀의 품으로 돌아오자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 그 까다로운 인탁이가 잘해주면 잘해줄수록 만약 자신이 인탁이의 사촌동생이 아니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탁과 피가 섞인 사이가 아니라면 그가 자신을 여자로 봐줄 수도 있는 거 아닐까.
이제 완전히 내 사람이다 싶었던 재경이까지 자꾸만 선을 긋고 거리를 두자 재경에 대한 분노로 인탁에 대한 그녀의 욕망은 더욱 거세진다.
결국 스스로 자신이 가짜임을 밝히며 인탁에게 적극적으로 ‘여자로서’나서게 되는데, 과연 그녀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이며 인탁이가 유독 그녀에게는 특별했던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의 출생에 얽힌 슬프고도 복잡한 사연이 밝혀진다.
하민주 (여, 33세)
J호텔 비서실 비서실장.
찬바람 쌩쌩 도는 침착함, 빈틈없는 일처리, 빠른 눈치와 센스 덕에 천하의 인탁 조차도 그녀만은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겉으로는 냉철하고 유능해 보이기만 한 그녀도 오랜 직장 생활에, 이미 저물고 떠난 20대에, 그래도 여전히 변화 없는 삶에 지독한 권태를 느끼고 있었던 걸까.
성택의 <70억 프로젝트> 영입 제의에 그 깐깐한 그녀가 어렵잖게 동의한 이유는 바로 현재의 지긋지긋한 생활에서 탈출하고픈 욕구 때문이었다.
그녀의 임무는 다란의 외모를 인탁의 취향에 맞는 여자로 변모시키고, 완벽한 개인비서 업무수행을 위한 비밀트레이닝 커리큘럼을 짜고, 특히나 다란의 공식적인 입사 후에는 그녀 곁에서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주며 다란의 사생활과 인탁과의 관계를 감시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윤다란이 마인탁과의 결혼에 골인만 한다면 그녀는 황변호사로부터 약속받은 거액의 사례금을 받아 지긋지긋한 비서생활을 집어치우고 새로운 인생을 개척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깔끔한 플랜이었다. 오랫동안 상사로 보필했던 인탁에 대한 미안함은 사실 별로 없었다.
어차피 저대로 두면 평생 장가 한번 못가고 죽을 불쌍한 인생, 거짓이든 착각이든 일생에 단한번이라도 사랑 비슷한 거 한번 경험하게 하는 건 배신이 아니라 자비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니 속이 편했다.
그런데 그 심재경이란 남자가 자꾸만 거슬린다. 남들은 그에 대해 모두들 칭찬일색이지만 그녀는 첨부터 그가 정말 싫었다. 그가 성택과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해 알고 있다는 찜찜함도 있겠지만, 비서로 잔뼈가 굵은 그녀만의 탁월한 ‘감’으로 그 남자가 꺼림칙했던 것. 설상가상으로 다란의 처지를 뻔히 알면서도 천연덕스럽게 시치미 뚝 뗀 채 그녀에게 질척거리는 그를 보면 불안감과 가증스러움에 속이 뒤집힐 지경이다.
자신의 장밋빛 미래 플랜이 재경이 때문에 어긋나게 될까 가뜩이나 노심초산데 인탁의 사촌동생(마인걸)이라는 놈까지 나서서 그녀를 성가시게 한다. 6살이나 어린 놈이 감히 그녀에게 연애를 하잖다. 그 지긋지긋한 ‘마’씨 성을 가졌다는 게 너무도 맘에 안들지만 어쨌든 더 이상 권태롭진 않았다.
마인걸 (남, 27세)
인탁의 사촌동생. J 호텔 벨보이.
늦동이 외아들에 마마보이로 자라 철딱서니 하나 없지만 뒤끝 없고 유쾌한 성격 하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인탁의 폭언과 무시에 매순간 욱하지만 돌아서면 금세 다 잊어버리고 천진한 웃음을 짓는 그는 때로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얼마 전 군생활까지 마쳤지만 특별한 기술도 능력도 없는 마당에 웬만한 일자리에 취업하는 건 하늘에 별따기였다. 아무리 취업하기가 힘들어도 인탁의 호텔에 들어가긴 싫었다. 인탁 앞에서 설설 기는 엄마 정여사의 모습도 보기 싫었지만 대놓고 자신을 능력 없는 밥벌레로 취급하는 재수 없는 사촌형 밑에서 일하는 건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라는 정여사의 논리에 밀려, 어느 유명한 호텔재벌의 시작도 바로 ‘벨보이’이었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며, 결국 인탁의 호텔 벨보이로 취직하기에 이른다. 누가 뭐라든 그래도 내가 회장의 일가친척인데, 엄마 말마따나 ‘팔은 안으로 굽는’ 인생사 원리대로 언젠가 자신에게도 한 자리 떨어지지 않겠는가 하는 희망을 갖고.
인탁의 생각이야 어떻든, 그는 호텔 벨보이를 경영수업의 하나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낙천적인 성격이다.
정은솔 (여, 23세)
전직 나레이터 모델, 스포츠 마사지사.
모두들 인탁의 애인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인탁의 개인 마사지사일 뿐이다.
이런 오해는 두 사람의 만남이 은밀하게 인탁의 개인룸에서만 이뤄진다는 것 때문에 생겼는데 사실 편안하게 마사지를 할 장소가 그곳밖에 없긴 했다.
인형처럼 예쁜 외모에 매사 심각하지 않고 단순 명쾌하며 세상에 예쁘고 좋은 물건은 다 갖고 싶어하는 심한 사치벽이 있다. 인탁과 그녀의 관계가 오해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인탁이가 그녀의 사치와 허영심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 주고 있기 때문.
결국 인탁은 은솔 때문에 낯뜨거운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기에 이르지만, 다란은 그 사건을 계기로 두 사람 관계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인탁의 색다른 면을 발견하게 된다.
마성택 (남, 65세)
인탁의 작은 아버지. 정수기 대리점 운영.
사람들 앞에서는 점잖고 카리스마 있는 듯 행동하지만, 아내인 정여사 앞에서는 끽 소리 하나 못하는 영락없는 공처가다.
인탁의 결혼을 미끼로 한 <70억 프로젝트>라는 다소 황당한 계획의 주동자다.
소시적엔 꽤 잘나가던 변호사였으나 10여 년 전 의뢰인의 돈을 횡령한 사건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후부터 변호사 자격 박탈, 그 후 하는 사업마다 망하더니 현재는 수익도 얼마 되지 않은 작은 정수기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늘그막에 있는 재산 다 잃고 아내인 정여사에게 모진 구박을 받으며 초라한 말년을 보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내인 정여사는 인탁의 맞선을 주선하면서 신부측한테 상당한 소개비를 받고 있으니 사실 그 수입이 성택의 정수기 수입보다 훨씬 나았던 것이다.
신부감들이 줄을 서 가며 인탁이와 맞선을 보려는 이유는 인탁이가 훌륭한 신랑감 조건을 갖추었다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인탁의 아내될 사람 앞에 남겨진 ‘땅’ 때문이다.
성택의 모친, 즉, 인탁의 조모는 어린시절부터 천덕꾸러기로 자란 인탁이가 너무도 걱정된 나머지, 미래의 인탁의 아내에게 ‘우리 불쌍한 인탁이를 잘 부탁한다’는 의미로 땅을 남긴 것이다. 사실, 그 당시만 해도 이것은 상징적인 것일 뿐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땅은 땡전 한닢의 가치도 없는 불모지였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완전히 돌변했다. 그 땅이 개발 지역으로 묶이면서 수년 사이에 그 가격이 수십억대로 급등한 것.
결혼만 하면 그 땅이 당장 신부의 것이 된다는 사실 때문에 인탁의 아내를 희망하는 여자들은 줄을 섰고, 인탁이가 여간해서 맞선을 성사시키기 힘든 상대이다 보니 사람들은 정여사에게 몰려 맞선을 부탁했다. 그 덕에 정여사는 넉넉한 소개비를 챙기면서 때아닌 호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남은 인생 이렇게 비참하게 끝낼 수는 없다며 절치부심하던 성택에게 어느 날 섬광같은 아이디어가 찾아온다. 저런 시시한 소개비 같은 푼돈에 만족할 게 아니라 대장부답게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크게 하나 터뜨리는 게 어떨까?
적당한 여자를 골라 그녀와 유산분배 계약을 확실하게 한 후, 그녀를 인탁의 마음에 들만한 여자로 탈바꿈 시켜 인탁에게 접근시킨다는 것.
어린 시절부터 인탁을 보아왔던 그는, 인탁이가 그의 아버지 성격을 꼭 빼다 닮은 것이며 그에게 무엇이 결핍되어 있고 무엇에 약한지, 게다가 여자취향까지 완벽하게 안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맘만 먹으면 마인탁을 이리저리 요리하여 장가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아내 몰래 챙겨둔 비자금을 몽땅 털어 은밀한 계획에 착수한다.
먼저 적당한 여자를 물색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기왕이면 인생이 벼랑 끝에 몰린 여자라면 좋았다. 세상에 목숨 걸고 하는 일처럼 성공률이 높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수개월의 노력 끝에 드디어 찾아냈다. 자신의 말을 척척 알아듣는 영민함 하며 신데렐라의 환상 따위 믿지 않는 야무진 현실주의, 배신으로 얼룩진 인생에 악만 남은 여자, 게다가 용모까지 놀랄 만큼 인탁의 친모를 빼다 박은 그 여자, 윤다란이었다.
느낌이 좋았다. 성공확신이었다.
정여사 (여, 62세)
성택의 아내. 인걸의 모친.
요즘 정여사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10년 사이에 세상이 이렇게 변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인탁이 사업에 손을 대면서 승승장구하는 사이 정여사 남편(마성택, 인탁의 작은아버지)의 사업은 해가 갈수록 기울더니 마지막 남은 집한칸까지 홀라당 해먹고는 완벽하게 폭싹 망해버린 것이다. 게다가 그 충격으로 남편이 병까지 얻었으니, 그 우아하고 고상한 사모님 말년이 남의집 세방살이에 남편 병수발까지 드는 처지로 몰락한 것이다.
신세타령을 할라치면 제일 먼저 이가 갈리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악마 같은 조카 마인탁이었다. 남편 사업 막판에 그 놈이 조금만 도움을 줬어도 이렇게 처참하게 망하진 않았을 터였다. 배은망덕한 놈, 지 아버지가 중풍으로 7년 넘도록 누워 있을 동안 먹여주고 입혀주고 온갖 뒷바라지를 다해줬더니 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아? 게다가 가끔씩 선심 쓰듯 찔끔찔끔 내놓는 남편의 병원비... 사람을 거지취급하며 온갖 거드름 피우다가 적선하듯이 던져주는 그 돈! 돈! 그 모멸감이라니!!!
그래도 웬 걸, 정여사는 진심어린 감사와 함께 자애로운 미소로 인탁을 바라볼 뿐이다.
왜? 궁한 자는 힘이 없으니까.
하지만 인내에도 한계가 있는 법. 그렇게 열심히 아부를 하고, 인탁의 배우자를 위해 열길 멀다하고 열심히 뛰어다녔건만, 인탁이는 자기네를 싹 무시하고 어느 날 갑자기 도깨비처럼 등장한 사촌동생에게 떡하니 레스토랑을 맡기는 것이 아닌가? 같은 사촌이라도 내 아들 인걸이에겐 호텔 벨보이나 시키면서 말이다. 생각할수록 부아가 치민다.
J호텔 임원진에서 성택에게 은밀한 거래를 제안할 때 쌍수 들고 찬성하고 나선 이유도 바로 쌓이고 쌓인 인탁에 대한 섭섭함과 원망 때문. 그 잘난 놈이 팍 무너지는 꼴을 보고 싶은 것이다.
방국봉 (남, 34세)
J호텔 마케팅부 과장
인탁과 동갑이지만 인탁보다 적어도 열 살은 많아 보이는 슬픈 외모를 지녔다. 민주의 말에 의하면 어린 나이에 속도위반으로 결혼해서 줄줄이 아이 넷을 낳아 아내와 아이들에게 들들 볶이느라 외모가 저렇게 됐다는데, 그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이해가 갈만도 하다.
인탁에게 쩔쩔 매는 것은 회사 직원 모두 그러니 새로울 것도 없지만, 인탁이 뿌려대는 그 ‘수고비’가 아쉬워 모든 궂은일을 마다 않고, 그의 우스운 이름과 외모를 빗대며 틈만 나면 내뱉는 인탁이의 유치한 놀림에도 방긋이 웃기만 하는 그의 모습은 말 그대로 생활고에 치인 가장의 서글픈 자화상인 것.
어쨌든 악의 없고 순박한 그는 인탁의 잡무담당관으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해낸다.
윤중만 (남, 57세)
다란의 부친, J호텔 도어맨
정 많고 사람 잘 믿고 어리석은데다 대책 없이 심하게 낙천적인 인물이다. 한 마디로 사람은 참 좋은데 생활력은 참 약하다고 할까?
보증에 집 날리고 사업에 집 날리더니 결국 아내까지 생활고에 지쳐 병에 들어 치료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고 말았다.
능력 없는 애비 탓에 에미까지 일찍 여의고 어렵게 자란 다란에 대한 미안함은 말로 다 못했다. 그런 다란이가 좋은 신랑감을 만나 결혼한다니 기쁘면서도 걱정부터 앞섰다. 지금껏 해준 게 없는데 딸내미 혼수라도 기죽지 않게 마련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의 간절한 소망은 결국 사기의 표적이 되고, 그의 인생 뿐 아니라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딸의 인생까지 뒤흔들어 놓게 된다.
딸에게 낯을 들 수 없어 잠시 잠적도 해보지만, 역시나 예쁜 딸을 두고 멀리 살 순 없는 일. 용기를 내어 다란 앞에 등장한 그를 보고 다란은 눈이 시뻘개져서는 호적판다고 소리소리 친다. 하지만 딸년의 악다구니에 상처받은 것도 잠깐, 다란의 상사라는, 젊은 사람이 참 예의도 바르고 사람 됨됨이도 괜찮은 청년의 환대에 금세 으쓱해진다.
그 청년이라 함은 다름 아닌 마인탁. 아마도 그는 마인탁을 ‘예의 바르고 됨됨이 괜찮은 청년’으로 여기는 지구상의 유일한 생물체일 것이다.
이경애 (여, 60세)
인탁의 모친.
젊은 날 부잣집 아들 마성운의 유혹에 넘어가 아들 인탁을 낳았지만 제대로 인정도 못 받고 힘든 미혼모 생활 10년... 생활력이 없어 여러 남자를 전전하며 어린 인탁에게 상처만 주다가 어느 날 자신이 집을 비운 사이 병에 들어 사경을 헤매는 인탁을 보고 정신을 차리게 된다. 인탁에 대한 미안함과 자신의 무능력에 괴로워하던 그녀에게 그때껏 자식이 없었던 인탁의 친부가 찾아오고, 결국 그의 설득에 지고만 그녀는 어린 인탁을 친부의 손에 맡겨 버린다.
그렇게 자신의 피붙이까지 떠나보내자 그녀에게 남은 것은 없었다. 하나밖에 없던 가족이었던 여동생마저 남미의 먼 나라로 이민을 가버리고 그로부터 홀로 떠도는 인생이었다.
그간의 그녀 인생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의 그녀조차 자신의 지나온 인생에 백지 상태인 것. 20여년 만에 만난 아들을 보고도 자신에게 아들이 있었던 것조차 기억 못하는 조기 치매에 걸린 것이다.
10살 소녀의 정신 연령으로 돌아가 다란을 친언니처럼 따르는 그녀는 그래도 아름다운 용모는 그대로 간직한 채 깔끔 떨고 치장 좋아하는 건 여전하다. 먹을 것에 유난히 집착하는 통에 올 때마다 맛있는 것을 잔뜩 싸들고 등장하는 젊은 남자를 좋아라 환대한다. 물론, 그 남자가 자신의 아들 마인탁임은 전혀 모르는 채.
곽성란 (여, 27세)
다란의 친구.
작은 분식집을 경영하고 있다. 몇 년전에 사귀었던 남친과 관계가 무르익기도 전에 아이부터 덜컥 임신한 바람에 꼼짝없이 미혼모로 나서게 되었고, 덕분에 잡초 같은 생활력과 함께 동네 건달들을 압도하는 드센 기까지 지니게 되었다.
가게에 딸린 가뜩이나 비좁은 방에서 살면서도 전세방 날리고 의탁할 곳 없는 다란을 받아준 이유는 친구로서의 의리도 의리지만 그것으로 생활비라도 조금 보탬이 될까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다란이가 인탁으로부터 월급 한 푼 못 받게 되면서부터는 아예 다란을 일꾼으로 부려먹는 데에 주저함이 없을 만큼 타산적이지만, 생활전선에 뛰어든 젊은 엄마의 환경 탓이려니 이해의 여지는 있다. 게다가 꾸밈없고 순박한 성격 탓에 밉지 않은 인물이다.
안손희 (남, 40세)
사채업자.
사채빚으로 다란을 협박하는 인물. 험상궂은 용모지만 이름 때문에 ‘안소니’라는 예쁜 별명을 갖고 있다.
어려서부터 뒷골목 생활에 잔뼈가 굵은 마초기질 다분한 인물이지만, 역시 사랑에는 장사가 없는 걸까? 다란을 쫓아다니다가 알게 된 성란에게 한눈에 반하면서 그는 점점 그의 별명대로 ‘안소니’가 되어 간다.
성란 앞에만 서면 점점 작아지는 그를 보며 안타까워하는 부하들의 걱정도 뒤로 한 채, 처음엔 헤어스타일이 다음엔 옷차림, 행동, 말투까지 서서히 변하더니 성란의 아이를 돌보는 보모로서의 실력까지 발휘하게 된다.
민혜수 (여, 34세)
미미의 매니저
미미가 처음 데뷔했을 때부터 인연을 맺어온 사이이다. 미미가 오랜 공백 끝에 다시 컴백을 하면서 자신이 일하는 소속사에 계약을 시켜주고 본격적으로 미미의 매니저 일을 하게 됐다.
어렸을 때부터 미미를 보아온 터라 그녀에 대해서는 훤히 꿰뚫고 있다.
친자매와 같이 친한 사이라 서로 미운 말이나 상처 주는 말도 서슴치 않지만 마음 속 깊이 진정으로 미미를 위해주는 진정한 친구이기도 하다.
전이사 (남, 50대 중반)
J호텔 임원
인탁의 경영방식에 불만을 품고 인탁을 몰아내려고 한다.
재경이가 자신의 복수를 위해 몰래 손을 잡은 인물이기도 하다.
인탁을 몰아낸 뒤 J호텔을 M호텔에 싼값으로 매각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
(코)딱지
‘인간보다 개가 좋다’라고 말한 어느 철학자의 말을 인용하며 인탁이 애지중지 인간보다 더 아끼는, 사냥개 품종 중 대단히 뼈대 있는 귀족 출신의 犬公이다.
커다란 몸집에 까맣고 짧은 털로 뒤덮힌 쭉 빠진 우아한 몸매와 날카로운 눈매.
다란에게는 매우 적대적으로 구는 공포의 대상이지만, 인탁에게는 사랑스럽고 다정한 강아지일 뿐이다.
딱지라는 이름은 처음에 데려왔을 때 코딱지만했기 때문에 붙여진 것. 인탁의 모친인 경애가 항상 옆에 끼고 있는 낡은 곰인형 이름도 ‘딱지’라는 기묘한 우연이 있다. 그 곰인형의 이름은 껌딱지에서 유래가 되었단다.
그 外 다수
<줄거리>
1부
어린 시절, 아빠의 사업실패와 엄마의 비참한 죽음을 보면서 어린 다란은 무슨 일이 있어도 돈이 없어서 억울하고 서러운 일은 겪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로부터 10년 후, 다란은 남자친구 우석의 사법시험 합격 여부를 묻기 위해 수정구슬 점집을 찾게 되고, 그곳에서 ‘붉은 색과 신세계의 도래, 새로운 신분’이라는 애매한 점괘를 듣게 된다. 새로운 신분이라는 말에 우석의 합격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다란은 역시나 우석으로부터 합격 소식을 듣게 되고, 그 자리에서 백화점 고객상담원이라는 지긋지긋하고 신물 나는 직장을 멋지게 그만 두고 만다.
‘올해의 新경영인상’을 수상하며 성공한 젊은 CEO로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마인탁. 시상식까지 찾아온 인탁의 작은어머니 정여사는 언제나처럼 인탁에게 맞선을 종용하고, 맞선에 나간 인탁은 특유의 독설로 상대방을 슬슬 약올린 덕분에 따귀와 물세례를 받게 된다.
같은 장소에서 우석의 프로포즈를 받으며 행복해하던 다란은 사채빚까지 얻어 마련한 돈을 아무런 의심없이 우석에게 건네주는데 때마침 벌어진 인탁과 맞선녀의 소동에 저 남자(인탁)는 분명 여자 등쳐먹는 사기꾼에 틀림없다며 우석에게 저런 놈들은 싸그리 다 잡아달라고 부탁한다.
한편, 민주와 함께 인탁의 신부감을 물색하던 성택은 좀 더 파격적인 방법을 모색하게 되고, ‘목숨 걸고 달려줄 여자’를 찾기 위해 ‘빚더미에 앉아 인생이 사면초가에 빠진 여자’를 수소문해 보기로 결정한다.
영화 촬영을 위해 현장에 도착한 미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배역이 바뀐 것에 분개, 감독에게 항의하다 커다란 소란을 일으키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재경이가 다가오자 소스라치게 놀란다. 10년 전에 헤어진 옛애인이 그녀를 찾아온 이유는 뜬금없이 J호텔 마인탁 회장의 사촌여동생이 되어보라는 제안. 처음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지만, 재경에 대한 미련과 자신의 처지가 변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미미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영화제작발표회에 투자자의 자격으로 참석한 J호텔의 마인탁.
그 영화 카메오 출연자였던 미미는 다짜고짜 인탁 앞에 나타나 자신이 그의 이종사촌 동생 홍미순임을 주장한다. 생판 모르는 사람이 이런 식으로 인탁에게 달려든 게 한 두 번 있는 일도 아니고, 게다가 천성적으로 심한 의심병까지 앓고 있는 인탁이 그녀의 주장을 믿을 리는 만무. 결국 그의 주특기인 쌈박한 독설을 내뱉으며 미미를 쫓아내 버린다.
다란의 결혼을 앞두고 딸의 혼수 걱정에 빠진 중만은 요즘 제일 잘 나가는 투자가인 ‘마이다스 탁’이 투자했다는 정보에 혹해 아프리카의‘다이아몬드’사업에 마지막 남은 전 재산인 전세금을 투자한다. 하지만, 우석네 부모님과의 상견례를 위한 장소로 이동하다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우연히 인탁을 만나게 되고, 그 자리에서 자신이 사기꾼한테 완전히 속았다는 절망적인 사실을 깨닫게 된다.
상견례를 위해 예쁘게 차리고 기다리고 있던 다란은 중만은 물론 우석이네 식구들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자 점점 불안해 지는데 이때, 어깨들과 함께 손희가 들이 닥치면서 그들에게 끌려가게 된다.
우석이가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다란을 이용만 했으며 결국 1억의 사채빚까지 다란에게 떠넘겨 버렸다는 기가 막힌 사실을 알게된 다란,
사랑의 배신과 무너진 꿈에 대한 절망으로도 미칠 거 같은데 손희와 어깨들에게 알몸 동영상 협박까지 받게 되자 다란은 삶의 희망을 잃게 되고, 비오는 날 소주병을 들고 한강변을 배회하기에 이른다.
한편, 인탁의 차가운 태도에도 굴하지 않은 미미는 J호텔까지 찾아와 인탁에게 두 사람의 어린시절 사진을 증거물로 내밀고, 끝까지 사진 속의 어린 여자아이가 홍미미임을 수긍하지 않던 인탁은 미미가 무심코 내뱉은 어린시절 일화를 듣고 일순간 마음이 흔들리게 된다.
착잡해진 인탁은 어린 시절에 헤어진 모친을 회상하며 어머니와의 추억이 깃든 한강변의 ‘우동집’으로 향하는데 그곳에서 영락없는 자살기도자로 보이는 다란과 마주치게 된다.
도와준다는 것이 오히려 그녀를 한강물에 빠뜨리게 되고, 물에 빠져 도움을 요청하는 그녀를 바라만 보다가 갑자기 ‘차렷’하고 소리를 지르는 인탁. 반사적으로 차렷자세를 취한 다란이가 물이 가슴께밖에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채자마자 인탁은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유유히 돌아서는데 이때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다란이 소리친다. ‘야 이 자식아, 거기 서지 못해!’
2부
가뜩이나 괴로워주겠는데 이상한 남자 때문에 죽을 뻔까지 하자 악에 받칠대로 받친 다란은 인탁에게 악다구니를 친다. 침착하게 다란을 대하던 인탁은 그녀가 자신의 어머니를 꼭 닮은 외모를 가졌다는 것에 몹시 당황하고, 그 바람에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밀쳐버리고 만다.
정신을 잃었던 다란이 깨어난 곳은 어느 병원의 응급실. 돈 때문에 괴로운 마당에 비싼 치료비까지 치르게 된 다란은 속이 꺼멓게 타들어가고 새삼 한강변에서 만난 재수 없는 남자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
믿었던 연인의 치졸한 배신과 사채업자의 빚독촉, 알몸 동영상 협박... 하지만 다란의 추락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집 전세금이라도 빼서 일단 눈 앞에 닥친 위기만은 벗어나자 했던 그녀에게 집달리들이 들이닥친 것. 역시나 아버지 중만이가 문제였다. 더 이상 앞이 보이지 않는 이 상황에 다란은 깊이 절망하는데 바로 그 때 특이한 광고지를 발견한다.
<상당한 재력가가 인생의 동반자를 찾는다>는 것. 절망적인 다란에게 그것은 마지막 썩은 동아줄이었고, 다란은 친구 성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부푼 희망을 담아 그 황당한 광고지에 신부감으로 지원하기에 이른다.
한편, 방과장으로부터 홍미미에 대한 조사내용을 보고 받던 인탁은 다란의 전화를 받게 된다. 성란에게 주기로 한 생활비 때문에 돈이 절박했던 다란이 고민 끝에 치료비를 받아내기로 결심한 것이다.
인탁과의 만남에서 다란은 자신의 요구가 얼마나 정정당당한지에 대해 일장연설을 내뱉지만, 그 연설이 무색하게 인탁은 너무나 선선히 치료비보다 더 많은 돈을 다란에게 내민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 사람이라고 안도한 것도 잠시, 다란의 면전에 대고 특유의 독설을 퍼부우며 다란의 자존심을 짓밟아 버리는 인탁. 참을 수 없는 다란은 인탁을 쫓아 나가 인탁 못지않은 말발과 논리로 인탁의 코를 납작하게 해준다.
1차 서류 통과라는 기쁜 소식을 접하게 된 다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미지의 신랑감’과 면접을 하게 된 다란은 자신의 생각과 다른 현실에 당혹감을 느낀다.
아내를 구한다는 그 광고는 걱정했던 대로 사기도, 어떤 범죄 의도를 가진 것도 아니었지만, 그 광고를 낸 사람도 ‘미지의 신랑감’ 본인은 아니었던 것.
초로의 남자(성택)로부터 듣게 된 다란의 진짜 임무는 ‘미지의 신랑감’으로 지목된 어느 괴팍한 남자에게 접근해서 어떻게 하든 그와 결혼에 골인하는 것. 처음과 달라진 말에 찝찝한 생각도 들었지만 다란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렇게 성택과 계약을 맺게 된 다란은 상대 남자(인탁)의 마음에 들만한 여자가 되기 위해 J호텔 비서실장 하민주의 감독 하에 운전, 요리, 메이크업, 자세 교정, 몸매 관리 등 다방면에 걸쳐 특별 훈련을 받게 된다.
하지만 어느 날 차를 몰던 다란은 출장 온 재경의 차와 접촉사고를 일으키고, 두 사람은 카센터로 함께 향한다.
한편, 인탁으로부터 감감무소식이자 답답해진 미미는 직접 J호텔로 찾아가게 되는데 방과장과의 만남에서 인탁이가 자신의 신분을 확인했다는 것을 알고 안도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중역회의실로 불려간 미미는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인탁에게 심한 모욕과 굴욕을 당하고 만다.
재경에게 전화한 미미는 인탁에 대한 분노를 폭발하며 당장 이 일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고, 바로 그 순간 차점검을 기다리던 다란은 재활용쓰레기통에서 우연히 발견한 잡지에서 인탁의 얼굴을 보고 충격에 빠진다. 한강변에서 만났던 그 재수없는 인간이 다란이가 접근해서 마음을 사야 할 바로 그 ‘미지의 신랑감’이었던 것.
3부
훈련과정을 성공적으로 모두 마쳤지만 다란의 마음 한 구석은 조마조마하다. 과연 그 남자가 자신을 여자는커녕 비서로도 받아줄 가능성이 있을까? 민주나 성택에게는 말도 못하고 혼자 냉가슴을 앓던 다란은 어쨌든 갈 길은 하나 뿐이니 무작정 전진해 보자고 마음을 추스린다. 그렇게 힘겹게 마음을 잡았건만 또다시 그녀의 목을 조르는 일이 있었으니, 서울로 올라와 성택을 만나게 됐을 때 그 자리에 성택과 함께 나란히 있는 손희와 어깨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을 보며 치를 떠는 다란에게 성택의 설명이 이어진다. 만의 하나라도 이 계획이 실패할 경우엔 성택이가 다란에게 미리 지불했던 사채빚 1억원- 일명 계약금을 되돌려 줘야 하는데, 바로 그 돈이 그 사채업자(손희와 어깨들)의 돈이니 그 때는 성택이 아닌 그들과 해결을 보라는 것이다.
그것은 다란이가 인탁과 결혼에 골인하지 못하면 바로 예전의 지옥 같은 상황으로 복귀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즉, 다란은 지옥으로부터 해방된 게 아니라 잠시 유보된 것이었던 것. 전단지의 광고부터 해서 모든 것이 성택의 계회적인 접근이었다는 것을 안 다란은 여전히 자신의 인생은 벼랑 끝에 있다는 것에 참담함을 느끼는데 이때 재경으로부터 연락이 온다.
현실을 잊고 싶은 다란은 자신을 부잣집 아가씨로 여기는 재경의 오해를 달콤하게 받아들이고, 술에 잔뜩 취한 채 그의 친절함과 다정함에 충동적인 입맞춤을 감행한다.
한편, 재경으로부터 설득을 당한 미미는 무작정 인탁을 찾아가 인탁의 엄마를 운운하며 ‘네가 그 모양이니 친엄마한테 버림까지 받지’라는 막말을 하고 만다.
미미의 말에 적잖은 상처를 받은 인탁은 치미는 감정을 풀기 위해 다음 날 사격장으로 향하고, 첫출근한 다란은 사격장까지 가서 인탁을 모셔와야하는 첫임무를 맡게 된다. 다란이가 다가오는 것도 모른 채 사격에 몰두하던 인탁은 갑작스런 인기척에 다란을 향해 총구를 겨누게 되고,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게 된다.
다란에게 전혀 아는 척하지 않는 인탁. 다란은 혹시나 자신의 외모가 워낙 업그레이드 되어서 알아보지 못하나..하는 황당한 꿈도 꿔보지만, 바로 다음 순간 인탁은 민주까지 불러 다란을 깨끗이 해고해 버린다.
민주는 인탁과 예전에 만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왜 숨겼냐며 너땜에 일을 다 망쳤다고 다란을 맹렬하게 비난한다. 칼도 뽑기 전에 이렇게 허무하게 끝낼 수 없다고 생각한 다란은 거머리 작전을 펼쳐 인탁에게 달라붙고, 인탁은 미미의 머리카락을 뽑아오는 조건으로 다란의 입사를 허락하기로 한다.
재경의 차를 타고 촬영장으로 향하던 미미는 차 안에서 여성 핸드폰을(다란의 것) 발견하고 재경에게 ‘너 여자 있냐?’고 묻는다.
전날 밤 다란이 핸드폰을 떨어뜨린 것임을 알아챈 재경은 다란에게 연락을 취하려 하지만 여의치 않는데 의외의 장소에서 다란과 마주치게 된다. 미미의 광고촬영 현장에서 미미가 이상한 여자에게 머리털을 잡힌 채 뒹굴고 있는데 바로 그 이상한 여자가 다란이었던 것. 다란 역시 재경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고, 곧바로 미친 듯 도망을 가고 만다.
과정이야 어떻든 인탁이가 내린 미션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다란은 비서로 채용되게 되고, 열심히 비서 일에 매진한다.
재경은 다란을 찾아가고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그녀에게 핸드폰을 전해주며 따뜻한 말로 그녀의 마음을 산다.
한편, 다란의 과잉 의욕에 의심을 품던 인탁은 다란을 맞선 자리에 데리고 가고 다란은 그곳
에서 ‘심리학자’라는 맞선녀에게 인탁이가 처참하게 당하는 것을 목격한다. 다란이가 인탁이를 위해 편들어 준다고 나선 게 오히려 더 기분이 상하고 마는 인탁.
인탁은 다란을 향해 맞선녀에게 당한 화풀이로 온갖 심한 독설을 퍼붓는다.
4부
머리카락을 통한 DNA 검사로 결국 미미를 자신의 사촌동생으로 인정한 인탁은 미미에게 전화를 하지만 미미의 콧대는 하늘로 치솟아 자신을 만나려면 매니저가 오픈하는 레스토랑 오픈식으로 오라고 한다.
인탁의 맞선 사건 이후로 다란은 바늘방석에라도 앉은 심정이다. 그래도 참아야한다는 일념으로 모든 자존심을 접고 어떻게든 인탁의 비위를 맞추려 하는 다란. 하지만 미미의 선배 레스토랑 오픈식에서 결국 일은 터지고 만다.
그곳에서 자기가 며칠 전에 머리털을 뽑았던 그 홍미미와 맞딱뜨리게 된 것.
미미는 화를 내며 사람들에게 이 미친년을 끌어내라고 소란을 피우는데 그 모습을 보고서도 인탁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사람들의 손길을 뿌리치고 인탁에게 다가가서 도와달라고 말하는 다란. 인탁은 여전히 묵묵부답이고 뒤이어 쫓아온 미미에게 다급해진 다란은 자신에게 그 일을 시킨 사람은 바로 인탁이라고 소리친다. 바로 다음 순간 자신이 인탁과의 비밀서약을 어겼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인탁은 기다렸다는 듯이 너처럼 입이 싼 비서는 옆에 둘 수 없다며 다란을 해고해 버린다.
갑작스레 해고를 당한 다란은 정신이 아득해진다. ‘해고’라는 것은 뭔가 시도도 해보기 전에 악질사채업자들의 품으로 떨어지는 것을 의미했다. 어떻게 하든 이대로 그냥 무너질 순 없다는 생각에 무작정 눈에 띄는 삽을 집어든 다란.
레스토랑에 주차되어 있는 인탁의 차에 다가가 차 유리창을 부순다. 경보벨이 요란하게 울리고, 레스토랑 안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 나오는데, 신나게 유리창을 부수고 있는 다란의 손을 제지하듯 잡는 사람. 돌아보면 재경이다.
경찰서에 넘겨진 다란. 잔뜩 격앙된 인탁은 합의는 절대 없다며 반드시 콩밥을 먹게 해주겠다고 으르렁거리지만 다란도 만만치 않다. 자신은 합의할 돈도 없으며 사과할 마음도 없다는 것. 다란의 배 째라 식의 반응에 인탁의 분노는 더욱 극에 달한다. 사실 다란이가 강하게 나간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어차피 밖에 나가면 그녀의 인생은 산산조각이 날 신세, 차라리 옥살이 하면서 시간이나 벌자는 자포자기 심정이었던 것. 게다가 하필이면 그 순간에 재경과 마주칠 줄이야, 미칠 거 같은 수치심에 그냥 콱 눈감고 죽고 싶을 뿐이다.
미미는 머리카락의 용도가 DNA 검사였으며, 재경이가 이미 그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척 했다는 것에 은근히 화가 난다. 게다가 그 여자, 다란에 대한 재경의 태도를 보며 저도 모르게 질투심이 이는 것을 느끼며 자신이 재경에게 미련이 있음을 절감한다.
다란 때문에 약이 바짝바짝 올라 어쩔 줄 몰라하는 인탁을 민주가 나서서 달랜다. 회사 이미지와 직원들 사기 문제를 운운하며 인탁을 설득하는 한편으로 다란을 닦달해서 백배 사죄하고 회사 앞 1인농성까지 하게 만든다.
게다가 비장의 무기로 교육 시켰던 다란의 음식 솜씨까지 선보이며 그렇지 않아도 새로 가정부를 구해야할 상황에 다란이가 적임자가 아니겠냐고 인탁을 계속 설득한다. 다란의 음식맛을 보고 결정적으로 마음이 흔들린 인탁은 차수리비 대신 다란이가 회사 일과 집안 일을 해서 빠른 시일 내에 채무를 변제하는 조건으로 다란을 받아들이기에 이른다.
즉, 다란으로서는 이제 24시간 내내 인탁을 돌봐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
한 집에서 인탁과 단 둘이 사는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 보지만, 민주는 우리로서는 오히려 더 좋은 기회라는 반응이다. 일을 내면 좋긴 한데 너무 쉬운 여자는 되지 말라는 귀뜸을 하며...
한편 정여사는 J호텔이 레스토랑 ‘라메르’가 계약이 곧 끝난다는 말에 그 레스토랑에 눈독을 들이지만 인탁을 만나 꿈도 꾸지 말라는 말을 듣고는 맥이 풀린다. 하지만 당장 사무실 보증금을 올려줘야 할 상황이라 머리를 굴리던 중 ‘라메르’를 탐하고 있던 업자에게 인탁의 이름을 팔아 청탁을 받기에 이른다. 이 사실을 알게된 인탁은 업자와의 만남에서 정여사에게 심한 굴욕을 주고, 정여사는 업자로부터 사기로 고소까지 당할 처지에 이르게 된다. 사면초가에 빠진 정여사는 성택을 설득해서 인탁에게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기로 한다.
때마침 인탁의 집을 찾아왔던 미미는 그 자리에서 정여사와 성택을 만나게 되고, 정여사와 성택은 인탁에게 사촌동생이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마는데 더욱 놀라운 건 인탁이가 순전히 ‘충동적’으로 문제의 레스토랑 ‘라메르’를 사촌동생 미미에게 맡긴다고 그 자리에서 선언해 버린 것. 인탁의 행동에 성택은 참았던 분노를 터뜨리는데 바로 이때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
갑자기 다란이가 인탁의 개 ‘딱지’에게 치마 자락을 물린 채 그들 앞에 춤을 추듯 등장한 것. 이유인 즉, 평소 개 공포증이 있던 다란이가 현관에서 ‘딱지’를 보고 놀라 그의 꼬리를 밟았고, 화가 난 딱지가 다란의 치마 자락을 잡고 이리 끌고 저리 끌고 다닌 것. 잔뜩 겁에 질려 인탁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다란. 하지만 인탁은 심술궂은 미소를 지은 채 외면해 버리고 결국 모두가 지켜보는 와중에 다란의 치마는 사정없이 찢겨지면서 다란의 하반신이 여과없이 드러나게 된다.
5부
굴욕적인 순간이 끝나고 정신을 차렸을 때 다란은 마지막 순간에 봤던 인탁의 그 심술궂은 미소를 떠올리며 그에 대해 미칠듯한 분노를 느낀다.
하지만 다란이를 괴롭히는 인탁이의 유치한 만행은 계속 된다.
다란이가 자기 회사의 정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점심값을 지불할 수 없다며 음식을 시켜놓고 혼자 맛있게 먹으며 약을 살살 올리지 않나, 호텔 개인룸을 관리하던 메이드를 잘라 버리고 대신 다란에게 그곳 청소를 하라고 시키지 않나, 다란은 한 순간도 쉴 틈없이 소처럼 일해야 했다. 게다가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회사일과 집안일, 게다가 인탁의 사나운 개 뒤치다꺼리까지 해야 되는 다란의 몸은 점점 쇠약해져 간다.
그래도 조금 위안이 되는 건 재경의 존재. 자신의 거짓말도 관대하게 넘어가 주며 다란의 힘든 처지를 동정해 주는 재경에게 다란은 설레임을 느낀다.
생각지도 않게 레스토랑 경영권을 갖게 된 미미는 인탁이가 여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이 이 정도인가 싶어 당황한다. 이 일로 네가 원하던 걸 더 빨리 갖게 될 수도 있다며 재경에게 레스토랑 컨설팅을 제안하는 미미. 미미는 자신이 아직도 재경에게 마음이 있음을 내비치며 재경과 관계를 회복하려 하지만 재경의 너무도 확고하고 냉랭한 반응에 상처를 입는다.
본격적으로 레스토랑 오픈을 준비하기로 한 미미는 인탁에게 컨설팅을 맡은 재경을 소개할 자리를 마련한다.
하루 종일 격무와 누적된 피로, 며칠동안 제대로 된 식사도 하지 못한 다란은 거의 초죽음이 된 상태에서 그 자리에 오게 되는데 그곳에서 뜻하지 않게 재경을 만나자 극도의 긴장상태에 빠진다.
재경과 미미의 미묘한 분위기를 눈치 채게 된 인탁은 노골적으로 두 사람이 어떤 사이냐고 캐묻고, 미미는 ‘아주 뜨겁게 죽고 못사는 사이, 10년 전이긴 하지만’이라는 대답을 한다.
특유의 삐딱함으로 재경을 자극하는 인탁에게 재경은 자신이 지금 관심을 갖고 있는 인물은 마인탁이라고 되받아치면서 분위기가 썰렁해지는데, 갑자기 재경은 잔뜩 긴장해 있는 다란을 보며 나이를 먹으니 사실 여성 취향은 미미보다는 다란이 맘에 든다는 말을 함으로써 상황은 더욱 묘해진다. 뜻밖에 화제 속에 다란이 들어오게 되자 얼씨구나 싶어 다란의 약을 올리는 인탁. 애꿎게도 재경은 다란을 처음 만났을 때의 자동차 사고 얘기를 꺼내며 그 차의 차종이 우연히 인탁의 차와 같은 것임을 말한다. 그 말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인탁, 결국 다란은 긴장과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고 만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누적된 피로에 영양실조까지. 의사의 진단은 그간의 다란의 고충이 얼마나 심했는지 증명해준다. 심술궂은 인탁도 밥까지 굶기며 일을 시켰던 다란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퇴근 후 다란이 있는 병원으로 병문안까지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퇴원수속을 도와주며 다란을 차에 태우는 재경을 목격하고는 괜히 심사가 뒤틀린다.
일단 인탁에게 접근하는데 성공한 미미는 자신감이 생기고, 재경에게 솔직하게 두 사람 사이를 다시 시작해볼 것을 제안하지만 재경의 거부는 끈질기다.
한편, 좀 더 확실한 신뢰를 위해 화상통화를 통해 미미의 엄마와 인탁의 만남을 주선하기로 한 재경과 미미. 엉망인 화질에 얼굴도 잘 알아볼 수 없는 중년여자와의 통화에서 인탁이가 어색해 하고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을 보면서 미미는 그에게 연민을 느낀다.
인탁의 엄마를 찾기로 결심하는 미미. 재경은 신분노출의 위험성이 있다며 말려보지만, 미미는 인탁이를 속였으면 인탁이 엄마도 속일 수 있을 거라며 자신만만이다. 아무리 버림받았어도 엄마를 그리워하는 건 인지상정이라는 미미의 말에 재경은 너는 예외이지 않냐고 맞받아치는데, 미미는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은 것과 10년을 양육한 엄마랑은 다르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재경은 미미의 마음 속에 친부모에 대한 그리움이 있음을 감지한다.
기력을 회복한 다란에게 인탁은 앞으로 점심식사를 허락한다는 것을 마치 큰 은혜라도 베푸 듯 선언한다. 인탁의 노골적인 생색에도 오로지 앞으로 먹을 수 있고 쉴 수 있다는 생각에 다란은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기뻐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인탁은 방과장을 불러 전국에 렌터카를 수배해서 자신과 같은 차량의 렌트 기록을 수소문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인탁은 지난 번 재경의 말에 다란을 의심하고 있는 것.
한편, 방과장의 아부성 업무처리의 결과로 J호텔 홍보 영상물 제작 발표회에서 은솔이가 깜짝 모델로 등장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격노한 인탁은 책임자인 방과장을 문책하고 모델 교체를 명령하지만, 그 대가로 은솔의 무작정 떼쓰기에 시달리게 된다.
방과장으로부터 렌터카 기록에 대한 보고를 들은 인탁은 민주와 다란을 불러 그들을 추궁하기에 이른다. 조목조목 기록에 적힌 증거자료들을 들이밀며 민주와 다란이가 다란의 입사 전부터 잘 알고 있던 사이였으며 민주가 7년만에 휴가를 낸 그 시기가 그 렌터카가 렌트된 시점과 일치한다는 점을 들어 이실직고를 명한 것. 모든 것이 밝혀지게 될 마당이었다. 다란과 민주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있는 바로 그 시점 오빠~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은솔이가 들이닥친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인탁의 무릎에 철퍼덕 안기며 울음을 터뜨리는 은솔.
그 모습에 몹시 충격을 받는 다란과 어쩔 줄 몰라 당황하는 인탁.
6부
은솔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당장의 위기는 모면한 다란과 민주. 다란은 인탁에게 연인이 있었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이 위기를 모면할 방도를 찾기 위해 죽어라 머리를 굴린다. 결국 좋은 묘안을 떠올리는 다란.
그 묘안이란 비서 채용 문제로 미칠 듯이 스트레스를 받은 민주가 아예 맞춤형 비서를 교육하기로 했다는 것. 민주의 휴가와 그 시기에 다란이가 인탁이와 같은 차종의 렌트카를 운전하고 있었던 사실이 훌륭하게 설명되는 순간이었다. 민주는 그동안의 힘들었던 마음 고생에 대해 울부짖으며 하소연하고, 인탁은 평소 냉정했던 민주의 눈물을 보며 일단 의심은 풀게 되지만 민주에게는 거짓말 한 죄로 3개월 감봉의 중벌을 내린다.
은솔의 전화를 슬슬 피하는 인탁. 다란은 그 모습을 보고‘회장님은 진짜 연애를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며 인탁의 행동에 대해 가차없이 비판을 가한다. 다란의 말에 자존심이 상한 인탁은 예전의 한강변 사건을 들먹이며 다란의 연애사건에 대해 집요하게 캐묻고, 수세에 몰린 다란은 ‘자신의 위신’을 생각해서 거짓 연애담-순수하고 비극적이고 열정적인- 을 들려준다. 다란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인탁, 하지만 증거가 없으니 더 이상 반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인탁을 태우고 차를 운전하던 다란이가 신호대기 중 길을 걷고 있는 우석을 발견한다. 순간 이성을 잃은 다란은 인탁이가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차를 도로 한복판에 세워두고 우석을 쫓아 나간다. 난데없는 일에 당황하는 인탁. 차를 빼라는 주변의 클락션 소리에 차를 운전해서 옮기려 하지만 몸이 도저히 말을 듣지 않는다.
우석을 쫓아간 다란은 다짜고짜 그의 멱살을 잡아 돈을 내놓으라고 하지만 우석의 뻔뻔스러운 반응에 경악할 뿐이다. 게다가 다란의 마음을 헤집어 놓는 그의 독설에 큰 상처를 받은 다란은 그대로 주저앉고 만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겨우 차를 옮기고 다란을 쫓아간 인탁. 그는 그곳에서 절망과 슬픔으로 울고 있는 다란을 발견한다.
한편, 재경의 안내로 인탁의 친모를 찾아나선 미미. 하지만 국도변에서 차가 고장나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비까지 쏟아지고 만다. 재경과 미미는 새삼 서로의 묵혔던 감정에 대해 토로하고 미미는 재경에게 자신의 마음을 쏟아내며 그에게 키스를 한다. 역시 격정을 이기지 못한 재경도 미미에게 뜨거운 입맞춤을 하며 두 사람은 밤을 같이 지내게 된다.
다음 날, 인탁의 친모인 경애를 찾아간 미미와 재경. 두 사람은 인탁의 친모인 경애가 치매상태라는 것에 대해 놀라는 한편, 미미의 정체가 드러날 위험은 없어졌으니 내심 안도하게 된다. 미미는 의기양양하게 인탁에게 친모를 찾았음을 알리는데, 인탁은 예상과 달리 차갑고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할 뿐이다. 자신에게 있어 어머니는 이미 죽어버렸다는 것.
그토록 아름다운 연애를 했다며 잘난 척 하던 다란이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음을 느낀 인탁은 우석에 대해 호기심이 발동한다. 하지만 아무리 추궁해도 다란이가 입을 함구하자 그는 우석을 찾아내 호텔행사에 참석시켜 다란과 다시 한번 재회시키는 계략을 짜낸다.
인탁의 계획대로 우석은 여자친구와 함께 호텔 행사에 참석하고, 그 모습을 본 다란은 우석을 불러내어 두 사람은 심한 말다툼을 하게 된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인탁에게 미미의 전화가 온다. 인탁의 친모인 경애가 지금 위독한 상황이라는 것. 자기는 녹화가 있어서 가볼 수도 없다는 미미. 미미의 말을 아무 대꾸 없이 듣던 인탁은 그대로 전화기 배터리를 빼고 만다. 엄마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마음이 산란해진 인탁은 애써 냉정을 되찾으려고 하는데 바로 그 때 다란과 우석은 몸싸움까지 치닫고 만다. 다란을 심하게 밀쳐내는 우석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분노가 치솟는 인탁. 우석이를 호텔 로비까지 쫓아가 사람들이 보던 말던 그를 마구 폭행하고 만다. 엄마에 대한 가슴 속의 울분과 미움을 우석에게 모두 풀어버릴 듯이.
인탁의 예상치 않은 모습에 놀라는 다란과 그 모습을 지켜보는 재경.
7부
인탁의 도움으로 겨우 우석과 대담 자리를 마련하게 된 다란. 더 이상 도망갈 수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우석은 다란에게 빚진 돈을 갚아나가겠다는 각서를 쓴다. 일단 차라도 팔아서 돈을 모아보겠다는 우석의 말에 다란은 희망으로 가득찬다.
다란은 인탁이가 새롭게 보인다. 자신을 위해 몸싸움까지 한 것에 이어 빚까지 받아낼 수 있게 해준 게 여간 고마운 게 아닌 것. 민주는 더 들떠있다. 회장님의 그런 행동은 도저히 상상도 못할 일이라는 것. 회장님이 다란이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게 틀림없다는 것이다.
다란의 가슴은 벅차 오른다. 아, 이제 나는 진정 재벌회장 사모님이 되는 것인가! 이때 인탁 앞으로 경찰에서 연락이 온다. 폭행 사건으로 고소를 당했다는 것.
뒤늦게 자신을 친 남자가 J호텔의 회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우석이가 한 밑천 뜯어낼 요량으로 인탁을 고소한 것이다. 자신 때문에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린 인탁에게 미안해 어쩔 줄 몰라하는 다란. 하지만 인탁의 생각은 딴 데 있었다. 우석의 뻔뻔스런 돈요구를 받아들이는 대신 우석으로부터 우석과 다란 관계에 대한 진실을 요구한 것.
콧대 높고 고고한 척 하는 다란의 옛 남자가 형편없는 사기꾼이었다는 사실에 고소해하는 인탁. 예전에 말한 다란의 비극적 연애담도 모두 거짓이었다는 사실도 재밌어 죽겠는 인탁은 자신에게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는 다란을 보며 더욱 고소함을 느낀다.
공증을 받기 위해 우석과 만난 다란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우석이 호텔에 온 것부터 모두 인탁의 계략이었다는 것. 분노와 치욕감에 다란은 인탁을 찾아가 ‘믿었던 사람에게 버려지는 게 얼마나 아프고 참담한 일인 줄 아냐’며 목놓아 울고 만다. 항상 생글거리는 모습에 다란을 그저 속없고 낯짝도 두꺼운 여자라고만 생각했던 인탁은 다란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지만 이미 꽁꽁 닫힌 다란의 마음을 열 길은 없다.
힘겨운 마음에 재경을 만나고 싶어진 다란은 서류 전달을 핑계로 재경의 집으로 찾아가는데 그곳에서 미미와 함께 있는 재경을 보게 된다. 어렴풋 예상 했던 상황이지만 재경과 미미의 관계를 눈으로 확인한 다란은 충격을 받게 되고 마음 한 켠 아리는 것을 느낀다. 다란의 반응을 보고 미미는 재경에게 ‘너 또 여자 한명 울렸구나’하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한편, 자신의 전화에도 불구하고 인탁이가 꿈쩍하기는 커녕 그 사이 비서의 옛남자친구 문제로 아웅다웅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된 미미는 괜시리 약이 오른다. 뜬금없이 다란을 욕하며 인탁과 다란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신경쓰는 미미를 보며 재경은 뭔가 불길한 느낌을 갖는다. 결국 미미는 인탁을 찾아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준다. 인탁이가 아무리 엄마를 미워하고 원망하더라도 엄마는 인탁을 기억하지도 못한다는 것. 조기 치매에 걸렸다는 것이다. 그 사실에 충격을 받는 인탁.
다음 날, 인탁은 퉁퉁 불어 있는 다란에게 차를 대령시켜 어디론가로 향한다. 시골 변두리의 한적한 곳에 차를 멈추고 혼자 어디론가 가는 인탁. 한참을 기다려도 인탁이 돌아오지 않자 인탁을 찾아 나선 다란은 허름한 창고 같은 집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인탁을 보고 걸음을 멈춘다. 그 집 앞 마당에는 한 눈에도 몸이 불편하거나 정신이 온전치 못해 보이는 사람들이 허드렛일을 하거나 삼삼오오 모여 놀고 있었다. 그 중 인탁의 시선이 향한 곳에 지저분하고 옹색한 모습의 한 노인이 땅바닥에 쪼그리고 멍하니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먹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 사람이 바로 인탁의 어머니 경애라는 것을 직감한 다란, 왠지 가슴이 먹먹해지는데 인탁은 다란에게 ‘믿었던 사람에게 버려지는 건 공포’라고 말한다.
8부
경애는 인탁의 명령에 따라 서울의 번듯한 요양원으로 옮겨지게 된다. 인탁에게 다란을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여긴 민주는 다란에게 수시로 요양원을 찾아 경애의 외모를 손수 가꿔주는 등 그녀를 헌신적으로 보살피도록 조언한다. 이제 휴일에도 요양원에서 경애를 돌보게 된 다란은 피로가 누적되지만, 어린아이처럼 순진무구한 경애를 대하면서 조금씩 그녀에게 진심어린 연민을 느끼게 된다.
인탁이가 결국은 경애를 요양원에 옮겼다는 소식을 들은 미미는 요양원으로 가보고, 그곳에서 다란을 보게 된다. 비서 업무도 아닌데 경애의 수발까지 들고 있는 다란을 보며 미미는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못한다. 다란이가 지나치게 오바하고 있으며 뭔가 다른 목적이 있을 거 같다는 것.
한편, 성란의 가게로 간 다란은 그곳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재경을 보고 놀란다. 그녀가 모르는 사이에 재경은 이웃사촌인 성란과 친분을 쌓으며 어느덧 가게 단골손님이 되어 있었던 것. 지난 번 일로 재경을 대하는 게 영 어색한데 이때 다란에게 아버지 중만이가 폭행사건을 일으켜 경찰에 끌려갔닥가 그곳에서 쓰러졌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너무 놀라 어쩔 줄 모르는 다란과 동행해서 경찰서로 간 재경. 하지만, 너무도 멀쩡한 모습으로 다란을 반기는 중만을 보자 다란은 또 한번 속았다는 걸 알게 된다. 중만이가 쓰러졌다는 것은 다란을 부르기 위한 거짓말이었던 것. 화가 치밀대로 치민 다란은 중만에게 온갖 저주의 말을 퍼붓고 돌아서 가지만, 다란의 아버지란 사람이 못내 걸렸던 재경은 나중에 경찰서를 찾아가 합의금을 내주고 그를 빼준다.
커다란 호텔에 취직한 딸이 못난 아버지를 몰라라 않고 도와줬다고 오해한 중만은 J호텔로 찾아가 다란을 만나게 되고, 사정을 알게된 다란은 이성을 잃고 미미와 함께 있던 재경에게 찾아가 불같이 화를 낸다. 미미는 이에 대해 다른 여자에게 틈을 보이는 재경을 비난하고 재경은 미미가 자신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며 인탁에 대해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내비친다. 결국 조금씩 균열하기 시작하는 두 사람.
한편, 다란의 채무를 갚기로 약속한 우석은 터무니없는 이자에 불만을 느끼고 직접 손희의 사채 사무실을 찾아 간다. 그곳에서 자신이 아는 모든 법률 조항을 읊조리며 도리어 그들을 협박하며 이자를 낮출 것을 요구하는 우석. 돈키호테 같은 우석의 행동을 비웃던 손희는 완력을 휘두르며 검사님 아니 나랏님도 내 돈 빌려 가면 내 법에 따른다는 말을 하며 우석을 협박한다. 그러면서 자기도 모르게 근데 왜 갑자기 네가 돈을 갚는다고 하냐, 그 쪽 일이 잘 안돼나? 그 아가씨 거기 회장 덕분에 팔자 고치기 직전이라고 하던데? 라는 말을 흘리게 되고 그 말에 뭔가 낌새를 눈치챈 우석은 손희의 부하 한명을 꼬드겨 술을 진탕 먹인 후 <70억 프로젝트>의 전말을 알게 된다.
미미의 레스토랑 오픈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인탁이가 호텔 사업 확장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재경은 메이저 호텔인 M호텔이 추진하고 있는 호텔부지선정 건에 대해 인탁을 떠본다. 한마디로 재경이가 현재 속한 회사의 기밀에 속하는 것을 인탁에게 알려줄테니 재경을 그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스카웃해달라는 것.
재경의 제안에 구미가 당긴 인탁은 부지 시찰을 위해 현재 펜션단지가 조성되어 있는 그곳에 가보기로 하고, 그렇게 인탁, 다란, 재경, 미미는 1박 2일의 여행을 가게 된다.
미미는 재경 앞에서 일부러 인탁과 다정한 모습을 연출하며 그를 자극하고, 다란에 대해 노골적인 적대감을 내비친다.
낯설고 안락하지 않은 곳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된 인탁은 여러 가지로 불평불만이 많아진다. 사사건건 다란에게 잔소리를 해대며 귀찮게 굴더니 결국 바퀴벌레가 인탁의 귓 속에 들어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소란은 극에 달한다. 인탁의 귓속에 올리브유를 들이 붓는 등, 한밤중에 응급실로 달려가는 등 한바탕의 난리를 친 후, 결국 인탁은 당장 서울로 올라갈 것을 명령한다.
밤새 운전해서 인탁을 집에 데려다 놓고 겨우 하루 쉬나 했더니 다란은 다시 인탁에게 불려간다. 이유인 즉 아무래도 바퀴벌레의 다리가 귓 속에 남아있다는 것. 바퀴벌레 다릿수를 가지고 실랑이를 하기도 지친 다란은 할 수 없이 인탁의 귀를 파주는데, 귀를 파는 느낌에 노곤해진 인탁은 잠이 들어버린다.
미미는 재경에게 ‘인탁이가 남자로서 매력이 있다며 사촌동생인 게 가끔 아주 약오른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는다. 자신의 불길한 예감을 확인시키는 듯한 미미의 말에 재경의 얼굴은 굳어지고, 보고를 위해 인탁의 집으로 간 재경은 그곳에서 인탁과 다란이가 사이좋게 마주 누워 잠들어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9부
인탁에게 보고서를 올린 재경은 휴일을 보내기 위해 성란의 집으로 향하는 다란을 차에 태워준다. 어색한 분위기에 재경은 다란을 다짜고짜 동생 재희가 있는 요양원으로 데리고 간다. 뇌사상태로 누워 있는 여자가 재경의 쌍둥이 누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는 다란. 재경은 누이의 사고와 당시 사고를 수습했던 힘없는 아버지에 대해 느꼈던 분노에 대해 고백한다. 힘없고 비겁한 아버지를 무척이나 미워했지만 2년 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 느꼈던 슬픔과 후회를 말하면서 다란에게 부친을 그만 미워하라고 말하는 재경. 왜 미미에게는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냐는 다란의 말에 미미는 상처가 너무 많은 아이라 자기까지 징징거릴 순 없다고 대답하는 재경. 다란은 재경이가 진심으로 미미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재경에게 설레었던 마음을 애써 접으려 한다.
한편, 재경은 미미가 친부모에 대해 궁금해하는 걸 알고 혜수에게 미미의 데뷔 당시 미미의 친부모를 수소문했던 것에 대해 묻는다. 10년 전 미미의 친부모를 찾다가 중도에 포기했던 혜수는 사촌오빠인 인탁을 찾은 마당에 또다시 친부모 운운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 사촌오빠를 찾았다는 건 미미의 외가쪽 친지를 찾았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혜수의 반문에 재경은 실수했음을 느끼고, 그 상황을 애매하게 넘어간다. 결국 혜수의 마음 속 의문은 커진다.
호텔부지매입 건을 정식으로 추진하기로 한 인탁은 파격적인 조건으로 재경을 J호텔로 들이게 된다. 인탁의 단독 결정에 호텔 임원들은 불만의 기색을 보이지만 인탁의 추진을 막을 순 없었다. 재경이가 호텔에 입사하게 되자 재경이가 과거 성택에게 <70억 프로젝트>의 팁을 준 장본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민주는 불편한 심경을 갖는다. 재경은 비밀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민주를 안심시키지만 재경과 다란이가 친밀한 관계임을 알게된 민주의 불안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중만은 다란을 만나기 위해 호텔로 찾아오지만 다란은 끝까지 만날 것을 거부한다. 딸의 마음을 돌이키기 위해 중만은 아침 출퇴근 시간 호텔 정문 앞을 서성이는데 그 모습을 보고도 다란은 냉랭할 뿐이다. 그런데 어느 날 중만이 도어맨의 제복을 입고 호텔 정문에 서 있는 모습을 발견한 다란은 깜짝 놀라 중만에게 자초지종을 묻지만, 중만도 어느 날 갑자기 호텔 관계자가 일자리를 줬다며 자신도 왜 이런 행운이 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은솔의 모델해프닝 이후 은솔의 전화를 피하는 인탁. 그를 대신해서 은솔을 상대하느라 피곤에 지친 다란은 인탁에게 그 이유를 묻는데 인탁은 ‘그 아이만의 미덕을 잃어버렸다.’는 뜻모를 말만 한다. 다란 앞에서 울고 불며 하소연을 하는 은솔. 다란은 그녀를 보면서 자신의 처음 생각과 달리 은솔이가 인탁에 대해 진심임을 알고 당황한다.
미미는 인탁을 설득해서 요양원에 함께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두 사람은 휴일에도 불구하고 경애를 정성껏 돌보고 있는 다란을 발견한다. 미미는 새삼 다란과 경애가 상당히 닮았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사실 요양원에서는 그들을 모녀관계로 오해하고 있을 정도란다. 다란에 대한 미미의 꺼림칙한 느낌은 더욱 거세지는데 문득 인탁과 경애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두 사람의 모습에서 자신도 모르게 아련한 감정을 갖게 되는 미미.
미미는 재경에게 인탁과 함께 요양원에 갔던 일을 말하며 ‘엄마란 정말 좋은 건가 봐’라는 말을 내뱉는다. 재경은 미미가 마음 속 깊이 친부모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안쓰러움을 느끼지만, 다음 순간 미미는 재경의 방에서 어느 요양원의 영수증을 발견하고 그에 대해 추궁한다. 당황한 재경은 허락도 없이 남의 방을 뒤졌다며 화를 내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상처되는 말을 내뱉기에 이른다.
다란에게 인탁의 집 가정부 일은 여전히 힘들다. 인탁으로부터 매일 음식 타박을 듣는 것도 진절머리가 나지만, 더욱 힘든 건 인탁의 사나운 개 딱지와의 관계. 한집에 산지 꽤 지나도록 딱지는 다란에게 적대적이고, 다란은 여전히 딱지가 두려운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미미가 가정부를 대동하고 들이닥치며 다란에게 인탁의 집에서 나가라고 명령한다. 미미의 갑작스런 행동에 다란은 항의를 하고, 가뜩이나 재경 때문에 감정이 격해 있던 미미는 다란과 몸싸움까지 벌이게 된다. 딱지와 산책을 마치고 와서 미미와 다란의 싸움을 목격하게 된 인탁.
인탁은 뜻밖에도 다란의 편을 들어주고, 화가 난 미미는 집을 나간다.
서러운 마음을 누르고 엉망이 된 집을 정리하는 다란에게 인탁은 딱지랑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인탁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다란.
으르렁거리는 딱지의 눈 앞에서 인탁은 다정하게 다란의 손을 잡고 딱지를 바라본다. 약간 수그러지는 딱지를 보며 인탁은 다란에게 몸을 기울이고 다란은 놀라서 굳은 채로 인탁을 본다. 인탁은 ‘너, 떨고있냐?’며 짓궂게 농담을 하더니 조용히 다란에게 입을 맞춘다.
10부
인탁의 방법은 즉각 효력을 나타낸다. 금세 얌전해진 딱지는 그 후로 더 이상 다란을 향해 으르렁거리거나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
다란은 갑작스런 입맞춤에 몹시 당황하지만 키스 후 당장 양치질을 해야겠다며 일어나는 인탁을 보며 괜시리 기분이 나빠진다. 하지만 인탁과의 키스가 남긴 여운에 가슴 설레는 걸 느낀 다란은 몹시 당황한다.
호텔에서 재경과 마주친 중만은 취직시켜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만, 재경으로서는 금시초문의 일이다. 뒤늦게 의문을 품은 중만은 자신에게 일자리를 줬던 담당자를 찾아가 자신의 취직이 회장의 명령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회장실로 찾아간 중만은 다란의 냉대를 받으며 쫓겨날 지경에 이르지만, 네가 아니라 회장님한테 인사드리러 온 거라고 당당히 말하며 회장실로 들어간다. 인탁을 만나 취직에 대해 감사인사를 하는 중만. 인탁이가 아버지 중만을 취직시켜 준 장본인이라는 것에 무척 놀라고 왠지 화도 치민 다란은 인탁에게 쓸데없이 왜 내 가족 일에 간섭이냐고 항의한다. 인탁으로서는 좋은 일을 하고서도 욕을 먹는 상황에 황당할 뿐이다.
한편, 재경의 집에서 발견한 요양원 영수증을 보고 요양원을 찾아간 미미는 그곳에서 식물인간으로 있는 재희를 보고 깜짝 놀란다. 재희는 바로 재경이가 예나 지금이나 수첩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사진 속의 그 인물이었던 것. 자신의 오해와 달리 사진 속 여자가 재경의 첫사랑이 아닌 쌍둥이 누이였으며, 재경이가 지금껏 말했던 외국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누이가 지금 눈 앞에 식물인간인 채로 있다는 사실에 미미는 새삼 재경에게 배신감을 느낀다. 재경이는 왜 그토록 자신에게 솔직하지 않았던가. 이 사실에 대해 미미는 재경을 추궁하고, 재경은 미미가 자신의 뒤를 캤다는 것에 대해 심하게 화를 내고 만다.
미미는 재경과 자신 사이에 커다란 틈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가슴 아파하는데, 이즈음 캐스팅 문제로 골머리를 썩던 영화에 대해 인탁이가 주변의 비난과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을 도와주자 인탁에게 더욱 깊은 정을 느끼게 된다. 한편, 혜수는 미미에게 친부모 문제를 거론하고, 미미는 인탁이는 자신이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며 혜수에게 비밀유지를 부탁한다. 결국 혜수의 의심은 더욱 깊어진다.
‘행복한 가정, 사랑의 가족’이라는 것을 모토로 하는 세계적인 브랜드 호텔 <파밀리에>를국내로 유치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인 J호텔 임원진. 하지만 이 때 뜻하지 않은 사고가 터진다. 바로 인탁의 스캔들이 터진 것. 은솔의 인터뷰를 실은 주간지는 최근에 사회문제가 됐던 연예인 스폰서 문제까지 들먹이며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던 청년 CEO의 도덕성과 사생활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은 것이다.
경영진의 깨끗한 사생활, 안정된 가정을 강조하는 독특한 경영철학으로 유명한 <파밀리에>는 결국 J호텔과의 계약을 파기하게 되고, 이 일은 인탁에게 큰 타격으로 다가온다. 그렇지 않아도 인탁의 독재적인 경영에 불만을 갖고 있었던 임원진은 노골적으로 인탁을 비난하고, 인탁은 그 비난을 받아들여 자발적으로 자신의 월급 3개월 감봉을 결정한다.
경제계에서 워낙 신화적인 인물로 이름 높았던 인탁인지라 스캔들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연예인 못지않은 관심과 기자들의 취재 요청에 시달리던 인탁은 다란의 재치로 겨우 취재진들에게서 벗어나게 된다.
다란은 인탁에게 그 나이 되도록 왜 운전면허 하나 따지 않았냐고 묻는다. 인탁은 가볍게 던진 다란의 말에 고등학생 시절 어머니를 찾아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하고 홧김에 아버지 차를 몰고 나갔다가 지나가던 여중생을 치었던 일에 대해 말한다. 그때의 공포와 죄의식으로 운전대를 잡을 수 없다는 것. 다란은 인탁의 의외의 섬세하고 약한 면에 내심 놀란다.
인걸이가 J호텔 벨보이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정여사는 인탁을 찾아와 그동안 인탁에게 쌓였던 감정과 섭섭함을 격앙된 어조로 토로한다. 한편, J호텔 임원진 중의 한명인 전이사는 비밀리에 성택과 만나 성택이 갖고 있는 J호텔 주식을 높은 가격으로 팔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청탁 건으로 금전문제에 곤란을 겪고 있던 성택은 전이사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인탁에 대해 울분을 터뜨리는 정여사에게 사람의 운이 항상 좋을 수만은 없는 것이라며 인탁에게 어려움이 닥칠 것임을 암시한다.
한편, 다란은 채무이행 날짜가 다가와도 연락없는 우석에게 전화를 한다. 독촉을 하는 다란에게 우석은 회장님과는 잘 되가냐? 네가 꽃뱀 기질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며 너스레를 떤다. 우석의 말에 다란은 간담이 서늘해진다.
인탁과 다란의 관계가 순조로우면서도 더 이상은 진전을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한 민주는 초조해진다. 특히나 입사하자마자 J호텔 최고의 훈남으로 각광받는 재경과 다란이 가깝게 지내는 것을 보면 조마조마하다. 참다 못한 민주는 다란에게 재경에 대해 경고하고, 재경이가 다란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밝힌다.
충격을 받은 다란은 그동안 자신이 했던 행동과 재경의 반응을 떠올리며 참을 수 없는 치욕감을 느끼고 재경의 집으로 찾아간다. 격앙된 어조로 재경을 비난하는 다란에게 재경은 그러면 자신이 모르는 척 하는 수 밖에 뭘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런 말도 안되는 계약에 묶인 다란을 구해줄 능력도 없고 도와줄만한 자격도 없는데 그럼 어떻게 했어야 했냐고. 두 사람의 열띤 대화 중에 미미가 들어선다. 재경의 집에까지 와 있는 다란을 보고 이성을 잃은 미미는 다란에게 손찌검을 하고, 이를 말리는 재경의 뺨을 때린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넋을 잃은 다란, 이때 막 집안으로 들어서는 인탁과 눈이 마주친다.
11부
미미는 다란에게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재경을 비난하고, 재경은 재경대로 인탁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는 미미를 비난하면서 두 사람은 격렬하게 싸운다. 미미는 재경이가 아직도 옛 일에 대해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경멸까지 하고 있음을 느끼고 괴로워한다.
인탁과 함께 재경의 집을 나선 다란은 자신도 모르게 인탁에게 계속 변명 아닌 변명을 해대지만 인탁의 싸늘한 반응에 무안해지고 만다.
한편, J호텔로 다란을 찾아간 우석은 미미의 레스토랑 <라메르>로 다란을 불러낸다. 우석은 다란에게 예전의 광고지(재력가의 아내를 구한다는)를 내밀어 보이며, 자기는 너에게 갚을 돈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요즘 돈 때문에 쪼들리니 네가 좀 도와줘야할 거 같다고 말한다. 우석의 뻔뻔스런 협박에 화를 내며 광고지를 찢어 버리고는 그 자리를 떠나는 다란. 우석은 유유히 자리를 떠나며 계산을 하려다가 미미를 알아보고 싸인을 부탁한다. 좀 전부터 다란의 테이블을 유심히 봤던 미미는 우석에게 흥미를 느끼고, 지금 이벤트 중이니 명함통에 명함을 넣어달라고 한다. 기분 좋게 미미의 싸인을 받고, 자신의 명함까지 이벤트 명함통에 넣고 우석은 자리를 떠난다. 미미는 우석이 흘리고 간 광고지의 찢어진 조각을 발견한다.
지난 번에 들었던 재경과 다란의 대화 끝자락과 광고지의 문구를 보면서 미미는 다란에게 뭔가 비밀이 있을 거라는 직감을 하게 된다.
J호텔 임원들의 행보는 심상치 않게 흘러간다. 인탁의 독단적인 경영방식에 불만을 품었던 그들이 성택의 주식을 매입하면서 이사회를 강화시켜 인탁의 경영권을 약화시킬 방도를 찾고 있는 것.
외국여행을 떠났다가 귀국한 은솔은 자신이 없는 사이에 자신과 인탁의 일로 세상이 발칵 뒤집혔던 걸 알고 놀란다. 인탁에게 한달음에 뛰어온 은솔은 억울하다며 자신은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울먹이고, 은솔에게 인터뷰 경위를 들은 인탁은 누군가 계획적으로 자신을 흠집낸 거라는 짐작을 한다.
은솔은 인탁의 이별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마지막 소원을 말하는데, 그것은 뜻밖에도 고가의 선물이 아닌 인탁과의 마지막 평범한 데이트다. 호텔방 외에는 단 한번도 인탁과 식사도 해보지 못했던 게 은솔은 마음 아팠던 것. 인탁과 은솔의 하루 데이트를 지켜보며 다란은 왠지 마음이 시려오는 것을 느낀다.
다란은 인탁에게 왜 그렇게 은솔의 진심을 몰라주었냐고 묻는데, 인탁은 ‘너라면 믿겠냐. 날 좋아한다는 걸?’이라고 반문한다.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할 수도 있다는 걸 상상도 못하는 인탁을 보며 다란은 그가 얼마나 외로운 사람인지 절감한다.
인탁의 집을 떠나게 된 다란. 차수리비 대신으로 일하게 된 기간이 모두 끝난 것. 놀랍게도 인탁은 다란을 정직원으로 채용할 것을 발표한다. 다란의 일하는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는 것. 다란은 이제 그 지긋지긋한 가사일에서 해방도 되고 월급을 받는 직원도 되었다는 사실이 기쁘기도 하지만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게 스스로도 이상할 지경이다. 다란을 배웅하는 인탁도 마찬가지. 내일이면 회사에서 만날 두 사람이 꼭 이별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자 인탁이나 다란이나 어색하고 당황스럽다.
요양원의 경애와 계속해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다란은 경애의 기억 속에 인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경애가 항상 옆에 끼고 있는 곰인형의 딱지라는 이름이 사실은 어린 시절 인탁을 부르던 별명이었던 것. 엄마 옆에서 떨어지지 않아 엄마 껌딱지로 불렸단다.
게다가 인탁이가 처음 아버지 집에 왔을 때 거의 일년 가까이 실어증에 걸렸었다는 걸 알게 된 다란은 어머니와의 이별이 인탁에게 준 상처가 매우 깊었음을 짐작한다. 어머니에게 차갑기만 한 그에게, 그의 어머니가 ‘딱지’라 부르며 옆에 끼고 있는 곰돌이 인형을 보면서, 다란은 그들 모자에게 말할 수 없는 연민을 느낀다. 때마침 경애의 환갑이 다가오자 다란은 이번 기회에 두 모자의 화해를 시도해보자 결심한다.
<파밀리에> 호텔 무산 선으로 고심을 하는 인탁에게 재경은 그간 수차례 국내 업체들이 유치하고자 했던 <유니버설 스튜디오(가칭)>에 대해 제안한다. 그 쪽에서 현재 한국에 진출할 것을 희망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비밀 정보를 자신이 빼낼 수 있다는 것. 솔깃한 인탁은 재경에게 자세히 알아보도록 지시를 내린다.
다란은 경애의 깜짝 환갑잔치를 준비한다. 인탁의 집에 집안 식구들을 모두 모아놓고 경애를 모시고 온 것. 처음엔 영문을 모르다가 경애를 보자 불같이 화를 내는 인탁. 예상을 넘어서는 인탁의 격렬한 반응에 다란도 당황하지만 아들이 어머니 생신 치르는 게 당연하지 않냐며 인탁을 나무라고, 점점 험악해지는 분위기 속에서 겁을 먹은 경애는 소변을 지리며 울음을 터뜨린다. 당장 나가라고 고함치는 인탁에게 다란은 어머니 몸이나 닦아드리고 가겠다고 하지만 인탁은 화장실 사용마저 허락하지 않고, 화가 치민 다란은 인탁에게 ‘당신 사람이냐’며 격하게 내뱉다가 인탁에게 따귀를 맞는다.
12부
한바탕 요란 끝에 다란은 경애를 모시고 집을 나가고 재경은 다란을 따라 나선다. 그 모습을 보며 미미는 재경에게 더욱 실망감과 분노를 느낀다.
경애의 손을 잡고 울면서 길을 걸어가는 다란에게 재경은 차를 갖고 와 타고 가라고 한다. 추운 날씨에 젖은 몸으로 덜덜 떠는 경애 때문에 재경의 차를 타는 다란.
요양원에 경애를 두고 나온 다란에게 재경은 이제 그만두고 싶지 않냐고 묻는다. 돈 때문에 그러냐는 재경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다란. 재경은 만약 자신이 인탁이 정도의 재력이 있다면 나는 어떻겠냐고 묻는다. 재경의 말에 자존심이 상한 다란은 화를 내고, 재경은 다란의 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돈 때문에 그런 자식한테 연연하는 네가 한심해서 그렇다고 쏘아부친다.
재경의 집에서 재경을 기다리고 있던 미미는 재경에게 자신에 대한 감정을 확실히 말해달라고 추궁한다. 언쟁 끝에 10년 전 미미가 재경을 배신했던 당시 얘기까지 나오며 두 사람의 감정은 격앙되고, 재경은 미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는 말을 내뱉고 만다. 재경의 증오와 분노에 놀란 미미는 재경에게 그렇게 날 더럽게 생각하면서 지금껏 어떻게 입을 맞추고 안을 수 있었느냐고 반문하고, 재경은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고 싸늘하게 대답한다. 재경의 말에 절망과 분노를 느끼는 미미. 미미는 두 사람 관계가 끝났음을 인정하고, 앞으로 재경이가 알고 있는 자신의 모습대로 행동하겠다고 말한다.
환갑잔치 후, 복잡한 심경에 빠진 다란은 회사 출근도 않고 성란의 집에서 두문불출한다. 민주의 설득에도 인탁에게 전혀 굽힐 뜻이 없다고 말하는 다란. 어차피 여기까지 온 마당에 인탁이가 자신에 대해 전혀 아쉬운 마음이 없다면 더 간다해도 희망은 없는 거 아니냐는 것.
인탁의 마음도 편치 못하다. 며칠 동안 다란이 없는 생활에 적응해 보려 하지만 다란의 빈자리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한편,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유치하기 위한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된다. 하지만 진행비조로 나가게 되는 돈이 수월치 않게 되자 인탁은 자금 압박을 받게 되고, 그 때 문득 할머니의 유산을 떠올린다.
사실 인탁이가 평소 갖고 있었던 연애관이나 결혼관에서 볼 때 ‘결혼’의 사법적 의미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게다가 급히 회사 자금이 필요한 마당에 간단한 법적인 절차만 밟으면 묶여있던 유산이 들어온다는 사실에 마음이 흔들린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회사에서의 입지가 흔들리는 마당에 이번에 추진한 건 만큼은 꼭 성사시키고 싶었던 인탁은 결국 결혼하기로 결심한다.
인탁은 직접 성란의 집으로 가서 다란에게 화해를 청한다. 하지만 또다시 그의 고질병대로 돈으로 해결하려는 태도에 다란의 분노는 더욱 커질 뿐이다. 수차례의 실랑이 끝에 다란은 경애와 한번만 보드게임을 하자는 조건을 걸고, 인탁은 어쩔 수 없이 그 제안을 수락한다.
처음엔 인탁을 무서워하던 경애도 보드 게임이 진행되면서 인탁에게 친근한 태도를 보인다. 가족처럼 오붓한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경애와 인탁, 다란. 인탁은 생전 처음 느낀 따뜻한 기분에 당혹스러움과 혼란을 느낀다.
오랜만에 인탁과 다란은 따뜻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하게 되고, 인탁은 내일부터 꼭 출근하라며, 곧 결혼도 하게 되었으니 준비 때문에 더 바빠질 거라고 말한다.
인탁의 말에 엄청난 충격을 받는 다란. 그렇다면 지금까지 자신이 했던 모든 일은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것인가? 그것도 그거지만 이렇게 가슴이 쓰린 것은 왜지?
인탁의 결혼 결심은 주변 사람 모두를 혼란에 빠뜨린다. 성택과 민주는 자신들의 계획이 틀어졌음을 알고 넋이 나가 버리고, 정여사는 인탁의 지시를 받고 겉보기에 모양새가 괜찮으면서도 이 쪽의 조건을 받아들일만한 여자를 찾기 위해 열심히 매진한다.
성택은 처음의 약속대로 다란에게 채무관계를 손희일당에게 돌리는 것으로 이 일을 마무리 짓자고 말한다. 다란이가 계속해서 인탁의 개인비서로 있는 것은 다란의 선택에 맡기겠다는 것. 절망에 빠진 다란을 보며 성란은 손희를 닦달하고, 그로부터 처음부터 알몸 동영상은 없었다는 진술을 받기에 이른다. 어떻게 하던 성란의 마음을 얻고 싶었던 손희는 다란에게 채무금을 당장 회수하지 않겠다는 제안을 한다. 비상식적인 이자율도 낮춰주고, 채무상환 기간도 길게 늘려 주겠다는 것. 다란으로서는 한시름 놓이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다란의 가슴은 진정되지 않는다.
한편, 미미는 인탁이가 결혼선언을 한 덕분에 지금껏 몰랐던 인탁의 아내에게 떨어지는 유산에 대해 알게 되고, 예전에 봤던 우석과 다란의 묘한 분위기를 떠올린다. 우석이가 남기고 간 광고지 조각을 살펴보는 미미. 처음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재력가의 아내를 구한다>는 글귀가 왠지 이해될 듯 했다.
미미는 인탁이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추진해 준 영화 일을 포기하고, 오빠를 진심으로 좋아하기에 더 이상 오빠를 속일 수도 오빠의 호의를 받아들일 수도 없다며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성란과 해방 파티를 하는 다란. 겉으로는 지옥 같은 생활에서 벗어나게 됐다며 신나게 자축을 하지만 다란은 술에 취하면서 참을 수 없는 슬픔을 느낀다. 재벌회장의 아내가 된다는 꿈이 바로 눈 앞에서 사라진 것 때문일까? 그게 너무너무 아까워서? 앞으로 이 땅의 모든 젊은 청춘처럼 멋진 남자랑 만나 진짜 사랑도 할 수 있게 됐다는 성란의 위로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란은 회장님이 아닌 인탁이가 다른 여자랑 결혼한다는 사실에 깊은 상처를 입은 것.
술이 잔뜩 취한 다란은 인탁을 찾아가는데 그곳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의 인탁과 미미를 발견한다.
13부
미미가 알려준 대로 서울 변두리의 한 미용실을 찾아간 인탁은 그곳에서 인탁에 대한 모든 기억을 갖고 있는 수다스러운 중년 여자를 만나게 된다. 바로 인탁의 진짜 이모였다. 인탁은 미미가 치밀한 계획 하에 신분세탁을 했으며, 인탁과 미미에 관한 어린 시절의 모든 기억들은 미용실 주인인 인탁의 진짜 이모로부터 들은 것임을 알게 된다. 사실, 진짜 홍미순은 인탁을 기억하지도 못하는 것. 어린 나이를 생각하면 기억하지 못하는 게 오히려 더 당연한 일이었다.
충격을 받은 인탁은 미미에게 왜 자신을 끝까지 속이지 않았냐고 묻고, 미미는 죄책감이 너무도 컸고 더 이상 오빠 동생으로 있기가 괴로웠다며 인탁을 남자로 생각하고 있음을 내비친다. 인탁은 미미의 구애에 그렇게 내 돈이 탐나냐고 싸늘하게 일침한다. 호적까지 바꿀 수 있는 여자라면 뭔들 못하겠냐며.
한편, 인탁은 재경의 지휘 아래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국내에 들이는 일에 전력을 다하는데, 우연히 재경의 수첩에서 떨어진 여중생 사진을 보게 된 인탁은 누구냐고 묻고, 재경은 중학생 때 교통사고로 죽은 누나라며 가해자는 고등학생이었다고 짤막하게 대답한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다란은 왠지 꺼림칙한 기분을 느낀다.
재경의 주도 하에 <유니버설 스튜디오> 건은 빠르게 진행되고, 관계자들 면담까지 거치면서 1차 계약을 완료하게 된다.
드디어 적당한 여자가 선정되고 결혼 초읽기에 들어간 인탁. 다란을 보며 문득 문득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들지만 인탁은 그 기분의 실체는 파악하지 못한다.
바로 그 즈음 인탁의 모친이 사망하고 만다. 임종을 지킨 다란은 마지막 정신이 깬 경애에게서 인탁에 대한 애끓는 모정을 발견하고 깊은 슬픔을 느낀다.
모친 사망 소식을 접한 인탁은 충격에 빠지고 결혼은 자연히 미뤄지게 된다.
슬픈 감정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도 몰라 그냥 기분이 이상하다고만 말하는 인탁에게 다란은 ‘딱지’에 얽힌 경애의 이야기를 해주며 마지막 유언을 전해주고, 인탁은 다란의 품에서 일생 처음으로 뜨거운 오열을 한다.
모친의 장례식이 치루어지는데 장례식에 찾아온 미미를 인탁은 차갑게 문전박대하며 쫓아내고 만다. 어머니의 죽음과 미미의 정체를 알고난 인탁은 허탈감에 빠지고 그런 인탁을 다란이가 따뜻하게 위로해 주면서 인탁은 새삼 다란이를 소중하게 느끼게 된다.
며칠간의 두문불출을 끝내고 J호텔 사원 체육대회에 참가하게 된 인탁.
인탁은 각종 게임에 솔선수범해서 참여하는 열의를 보이면서 사원들의 환호를 받고, 다란은 인탁과 짝이 되어 게임에 참여하면서 마음 한구석이 아려오는 걸 느낀다.
사원들의 환호로 장기자랑을 하게 된 인탁은 다란을 끌어내어 춤을 추게 되는데 그 달콤한 분위기 속에서 인탁은 다란에게 ‘나랑 결혼해 줄래?’라고 청혼을 하는데, 바로 그 때 미미의 자살 소식을 듣는다.
14부
미미의 자살기도 소식에 병원으로 찾아간 재경과 다란, 인탁.
겨우 의식이 깨어난 미미는 인탁을 찾으며 눈물로 용서를 빌고 인탁은 그런 미미의 모습에 마음이 흔들린다. 재경은 미미의 계산된 연기에 혀를 내두르지만, 미미는 어떻게 하든 인탁을 자신의 남자로 만들어 재경을 잘근잘근 밟아주겠다고 독기 서린 저주를 한다.
하지만, 미미의 끈질긴 구애에도 인탁은 다란과의 결혼발표를 하기에 이른다.
인탁의 청혼을 받은 다란은 기쁘기도 하지만 마음 한켠 헛헛하다. 인탁은 청혼의 이유를 어차피 비즈니스 마인드로 결혼하는 건데 생판 모르는 여자보다는 너랑 하는 게 낫겠다고 말한 것. 너도 한 재산 챙길 수 있으니 괜찮은 장사 아니냐는 인탁의 매몰찬 말에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걸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어쨌든 두 사람의 결혼이 공표되면서 모든 상황은 급변해 버린다. 성택과 민주는 신이 나서 춤이라도 덩실덩실 출 지경이다.
인탁은 그저 형식적인 결혼이라며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다란과 결혼준비를 하면서 겪는 알콩달콩한 재미에 저도 모르게 깊은 행복감을 느낀다.
다란과 함께 ‘우동집’에 들른 인탁은 ‘우동’에 얽힌 어머니와의 마지막 추억에 대해 말해준다. 그리고 온통 적들과 자신을 이용하려는 사람들로 둘러싸인 속내를 토로하고, 처음으로 이 세상에 내 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한다. 다란은 진심을 다해 영원한 당신의 편이 여기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며 인탁을 따뜻하게 위로해준다.
한편, 미미는 우석의 명함을 찾아 우석과 만남을 갖게 된다. 아리따운 여배우가 만나자는 말에 한껏 부풀어서 그 자리에 나가는 우석. 미미는 우석에게 광고지 조각을 내밀고 우석은 당황하고 만다.
뉴스에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국내에 진출하게 됐다는 기사가 난다. 당연히 한국의 J호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기사의 내용은 생판 다른 업체에 관한 것이었고 미국 본사에 확인을 한 바, J호텔과의 계약 사실은 일체 없다는 얘기를 듣는다.
재경은 일체 모르는 일이며 자신도 당혹스럽다고 하지만 인탁은 자신이 사기극에 휘말린 것을 직감하게 된다. 한편, 다란은 예전에 재경이가 전이사와 은밀한 만남을 갖고 있던 것을 기억해 내고 재경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과장에게 인탁의 과거 교통사고에 대해 알아봐달라는 부탁을 한다.
다란과 웨딩드레스를 맞추기로 한 인탁은 갑작스런 미미의 방문을 받는다. 만남을 거부하려는 인탁에게 미미는 오빠에게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러 왔다고 말하며 뒤이어 우석이가 들어선다. 오빤 나한테 소중한 사람이니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것만은 알려줘야할 거 같다고 말하는 미미.
15부
미미와 우석을 통해 다란의 정체를 알게된 인탁은 정신이 아득해진다.
하지만 이성을 차린 인탁은 성택과 정여사, 민주와 다란을 불러 놓고 할머니의 유산은 유산 맨 마지막 항목에 명시된 대로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말한다. (인탁이가 독신으로 평생을 살 경우, 자선단체에 기부할 수 있다는 항목이 있었던 것).
인탁의 뜻밖의 선언에 놀라는 일동. 인탁은 당신들 계략을 모두 알고 있으며 더 이상 당신들 손에 놀아나지 않겠다고 말한다. 즉, 다란과는 파혼하겠다는 것.
다란은 충격으로 얼어붙고 만다.
할머니의 유산을 포기하는 바람에 그나마의 자금줄까지 막히게 된 인탁은 무리하게 회사 주식과 부동산을 팔게 되고, 불안한 그의 경영에 J호텔에서의 인탁의 입지는 점점 위태로워진다. 회장 퇴진까지 외치며 이사회 강화를 주장하더니 뜬금없이 인걸을 내세워 새로운 개혁을 요구하는 임원들. 이 과정에서 인탁은 성택이가 갖고 있던 주식을 이미 이사회에 팔아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고, 새삼 세상에 아무도 자신의 편이 없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다란은 모든 것이 밝혀지자 오히려 속이 편하다. 인탁을 속이고 있는 게 너무도 고통스러웠기 때문. 하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다란은 폐인이 되어 간다. 자신이 이토록 괴로운 이유가 ‘재벌회장 부인’의 꿈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바로 인탁을 보지 못하는데 있다는 걸 깨달은 다란은 참을 수 없는 그리움을 느낀다.
이때 방과장의 방문을 받은 다란은 인탁이가 회사에서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과 함께 인탁이가 과거 교통사고를 냈던 장본인이 바로 재경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인탁의 집을 찾은 미미는 인탁이가 생전 입에 대지 않던 술에 취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인탁은 어린 시절부터 항상 자신에게 거짓말 했던 엄마를 떠올리며 엄마 때문에 사람을 믿지 말라는 걸 배웠는데, 엄마가 가르쳐준 그걸 계속 잊지 않고 있어야 했는데 결국 사람을 믿어 버렸다며 슬프게 오열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미미는 인탁이가 다란에 대해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죄책감에 빠진다.
한편, 다란의 정체를 폭로한 사실에 대해 재경은 미미에게 모든 게 네 뜻대로 되진 않을 거라며 이제 곧 마인탁은 쓰러지는 일만 남았다고 경고한다. 재경의 말에 미미는 처음으로 재경의 음모에 대해 알게 되고, 도대체 이유가 뭐냐고 추궁한다. 재경이는 미미의 격렬한 반응에 미미가 진심으로 인탁이를 생각하고 있음을 느끼고 충격을 받는다.
어부지리 격으로 하루아침에 회장직으로 거론되게 된 인걸은 어리둥절하면서도 신이 난다. 정여사와 성택도 덩달아 신나서 이제야 그 미운 인탁이 놈을 몰아내고 발 뻗고 살 수 있겠다며 한껏 꿈에 부푼다.
심증은 가지만 물증은 없는 상황에서 전이사가 빼돌린 비자금을 추적하던 인탁은 뜻밖에도 다란의 방문을 받는다. 매몰차게 다란을 내치려는 인탁에게 다란은 재경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인탁이가 경미한 사고로 알고 있던 그 사고가 사실은 환자가 뇌사상태에 빠질 정도의 심각한 사고였고, 그 환자가 바로 재경의 누이라는 것.
한편, 미미는 혜수로부터 엄청난 사실을 듣는다. 그동안 미미에 대해 꺼림칙했던 혜수는 미미의 친부모를 수소문했었고, 그 과정에서 미미의 친모가 바로 인탁의 친모인 경애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경애는 인탁이가 4살이던 당시 다른 남자로부터 미미를 임신했고, 가족들의 강요에 못이겨 아이를 낳자마자 미국으로 입양을 보냈다는 것이다. 이 엄청난 사실에 미미는 아득해지고 만다.
다란으로부터 사실을 들은 인탁은 재희가 있는 요양원으로 찾아가고, 그곳에서 재경과 대면하게 된다.
재경은 누이의 사고후, 재경이가 인탁을 찾아갔던 때의 일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누이를 뇌사상태에 빠뜨리고서도 그 사고 땜에 너네 집 한 밑천 잡았잖냐며 비웃던 인탁에 대해 느낀 뿌리깊은 증오, 그리고 그 후 갑자기 언론매체에 성공한 CEO로 화려하게 등장한 인탁을 보며 그동안 마음 속에 품었던 복수를 실행하기로 했다는 것.
인탁은 재경이가 전이사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며 재경이가 다칠 수 있다는 걸 경고하지만 재경의 결심은 확고하다.
바로 그 때 <유니버설 스튜디오> 유치 건에서 인탁이가 불법으로 정보를 수집했다는 것이 언론에 흘러나온다. 인탁, 꼼짝없이 덫에 걸린 것을 직감한다.
16부
다란은 재경을 찾아가 인탁이가 그 사고 후 느꼈던 죄책감에 대해 설명하며 그를 설득하려하지만 재경은 요지부동이다.
결국 인탁은 이사회를 거쳐 회사에서 물러나면서 인걸이가 회장으로 부임하게 된다.
자신이 허수아비 시한부 회장이라는 것도 모르고 철없이 신이 나 있는 인걸에게 민주는 사표를 제출한다. 인걸은 자신이 회장이니 회사 생활은 편하게 할텐데 웬일이냐고 묻고 민주는 네가 회장 자리에 있는 걸 보면 이 회사는 금방 망할테니 망하기 전에 빠져나갈련다고 대답한다. 어리둥절해 있는 인걸에게 머리가 있으면 좀 굴릴 줄 알아라, 회사가 놀이동산이라도 되는 줄 아냐고 소리지르는 민주.
J호텔을 M호텔에 매각하려는 전이사와 재경의 계획은 착착 진행된다. 전이사는 재경에게 이 일이 끝난 후에도 계속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인탁을 파멸시키려는 재경에 대해 위협을 느낀 미미는 재경의 금고를 뒤져 비자금 관련 서류와 전이사에 관한 서류들을 빼내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다란을 만나 그 서류를 전해주며 자신이 인탁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라고 말한다.
미미는 재경에게 이 모든 일을 접고 네가 그토록 원하던 외국의 바닷가로 가자고 설득한다.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재경에게 자신이 서류를 넘겼음을 고백하고, 결국 모든 비리는 밝혀질 것이고 너는 전이사에게 이용당해서 모든 죄를 혼자 다 뒤집어 쓸 판인데 왜 불구덩이에 뛰어드냐고 절규하는 미미. 미미는 인탁이가 자신의 아버지 다른 친오빠라며 재경이가 그만 인탁을 용서해주기를 사정한다. 미미의 말에 충격을 받는 재경.
다란은 세상의 모든 것에 배신을 당하고 두문불출하던 인탁에게 찾아간다. 몹시 화를 내며 자신을 쫓아내려는 인탁에게 다란은 침착하게 자신이 돈 때문에 회장님한테 접근한 건 바로 비즈니스 마인드였다며 회장님도 그런 거 좋아하지 않냐고 도리어 쏘아부친다.
황당해하는 인탁에게 미미로부터 받은 정보를 내놓으며 이번에도 당신에게 비즈니스 마인드로 접근하는 거다, 전이사 일당이 J호텔을 M호텔에 매각하려는데 당신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버지의 유산인 J호텔을 지켜야하지 않겠냐고 설득하는 다란.
뒤이어 민주에 끌려 인탁을 찾아온 인걸은 자신은 아무래도 회장자리에 맞지 않는다며 자신이 갖고 있는 주식을 인탁에게 일임하겠다는 놀라운 결심을 말하고, 대신에 형이 일을 열심히 해서 수익금이나 쏠쏠히 챙겨 달라고 말한다. 자기는 역시 놀고 먹는 게 체질이라며.
민주는 이어 회사 내에 방과장을 포함해 전이사 세력에 불만을 품고 회장님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며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 달라고 애원한다. 인탁은 전이사의 비리를 확실하게 밝혀내기 위해서는 J호텔을 매각하는 시점을 확실하게 잡아내어 그 때를 공략해야 된다는 결론을 내린다. 다란과 방과장, 인걸, 민주는 총력을 다해 전이사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는데 마지막 선택의 순간, 인탁은 모두의 예상과 달리 J호텔이 매각되는 걸 그대로 좌시하고 만다. J호텔을 포기하는 대신 재경이를 보호해주는 것으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을 다 잃은 인탁은 재희가 있는 요양소로 향한다. 그곳에서 재경과 재회하는 인탁. 재경은 인탁에게 왜 그랬냐고 묻지만, 인탁은 미미를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할 뿐이다.
재경은 재희 앞에 말없이 있는 인탁을 보면서 자신의 복수심이 얼마나 부질없던 것이었던가를 절감한다.
인탁은 작은 사무실을 내어 방과장과 민주와 함께 새로운 사업을 구상한다. 전과 달리 비서도 자동차도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인탁에게 방과장과 민주의 태도도 예전같지 않다.
인탁에게 당당한 것을 지나쳐 건방지게까지 행동하는 부하들을 보면서도 인탁의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다. 그들은 진정 자기 사람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재경이가 항상 꿈꾸던 외국의 바닷가 마을(죽은 누나와의 사연이 서린 곳)을 향해 함께 떠나는 재경과 미미. 미미는 공항에서 인탁에게 전화를 한다. 오빠한테 죄스런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난 지금도 앞으로도 오빠를 진짜 오빠로 생각한다며 깊은 애정을 고백한다. 미미가 자신의 친동생임을 알지 못하는 인탁은 미미의 진심을 느끼며 짧게 ‘나도’라고 대답한다. 미미는 인탁이가 아무 가진 것이 없어도 그 자체로 멋진 사람이라고 용기를 북돋워준다. 미미의 말에 용기를 얻었을까.
인탁은 백화점 고객상담실에서 일하고 있는 다란을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과연 그토록 ‘돈,돈’하던 그녀가 과연 자신을 받아줄까 의아해하면서.
심술궂은 고객과 실랑이하던 다란 앞에 결국 인탁이가 찾아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