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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집터란 어디를 말하는가?
터에 대한 인식의 변화
시대에 따라서 터에 대한 인식은 변해왔다. 주택 풍수는 양택(陽宅) 풍수라고 하고, 묘지 풍수를 다루는 음택(陰宅) 풍수와는 다르다.
지석묘와 움집(한국학중앙연구원)
1) 원시시대: 생존과 재난을 피하는 수단으로 주거지를 선택하고 조성했다(예,강화도의 지석묘)[생존풍수/재난풍수]
2) 고조선시대: 국선도사상과 홍범사상에 기반하여 하늘과 연계하여 도읍, 양택, 묘소 등을 조성했다(예,천재단)[선도풍수]
3) 삼국~고려: 도성이나 양택 위주로 발달하였으며 불교사상에 기반을 두었다.(예,전국 산봉우리의 명칭)[불교풍수] [비보풍수]
4) 조선시대: 주자의 산릉의장을 시초로 하여 유교사상에 기반을 두었고 음택이 특히 발달했다(예,묘지소송)[양반풍수]
5) 구한말이후: 양반의 전유물이던 풍수는 일반화되었고 일제시대에 미신으로 치부하여 훼손되었다.(예,밀장,투장)[평민풍수]
6) 근현대: 전통풍수의 맥이 희미해지고, 현공, 수맥, 화장 등의 외래풍수가 도입되었다.[외래풍수]
7) 현대: 현대는 도시화되고 산맥과 물길이 변화되어전통적 풍수이론에 대한 법고창신의 변화가 필요하다[경제풍수]
요즘에는 매장보다는 화장하는 문화가 대세이므로 음택에 대한 인식은 축소되고, 현재 본인이 살고있는 양택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으니 이에 대한 전문가는 태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은 조상숭배와 출세를 중시하던 신분체면시대에서,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경제자유시대로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즉 권세보다는 부자를 선호하는 자본주의시대의 반영일 것이다. 따라서 현대적 양택풍수 이론의 체계화와 전문가의 육성이 절실하다.
2. 전통풍수에서 말하는 명당 집터
1) 주택 풍수의 역사적 시원
석탈해 집터 이야기: 주택 풍수의 역사는 이미 인간의 거주 역사와 더불어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원시인들의 거주 양식이었던 움집/혈거식(穴居式)에서 따온 <혈 穴>이란 명칭이 이미 풍수계에서 지금까지 활용되고 있음에서 보듯 양택 풍수의 역사는 바로 인간의 거주 역사와 더불어 시작하였음을 할 수 있다. 신라 3대왕 <석탈해>가 왕이 되기 전 어렸을 때 재치로 경주의 초승달 모양의 허공의 집터를 빼앗아 거기에 살게 되면서 왕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이는 바람막이가 잘 되는 형세의 땅(집터)이 좋은 땅이라는 것이다. 이는 좋은 터를 예전부터 매우 중시했음을 알려준다.
경복궁 전경
2) 주택풍수의 대표적 고전
(1)조선시대 주택 풍수서 [산림경제 山林經濟]
17∼18세기 실학자 홍만선(洪萬選; 1643-1715)이 지은 [산림경제 山林經濟]의 첫부분이 주택 풍수[복거(卜居)] 로 시작한다. {산림경제}는 집터의 위치나 방향, 주변 산세, 시냇물의 흐름뿐만 아니라 집안의 배치 구조, 부엌이나 화장실, 우물 등의 위치에 이르기까지 세밀하게 풍수사상에 입각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실학자 이중환의 [택리지]가 마을 풍수에 관한 책이라면, 홍만선의 [산림경제 <복거>편]은 주택에 관한 풍수서다.
(2)중국의 대표적 양택 풍수서 『황제택경』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의 주택 풍수 이론이 대부분 그대로 수용되고 있다. 예컨대 홍만선의 『산림경제』의 풍수 관련 부분은 중국의 『양택십서 陽宅十書』를 주로 인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 역시 중국 풍수의 흔적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전해지는 책이자 양택 풍수 가운데 가장 중요한 풍수 문헌이 바로 당나라 때 씌어진 {황제택경 黃帝宅經}이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은 지금도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에 자주 인용된다. 황제택경은 조인철교수의 번역서가 최근에 출간되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그중 몇가지 주요내용을 살펴보자.
●『황제택경』과 동기 감응 이론
『황제택경』역시 동기 감응설 즉, 주변의 기(氣)와 나의 기가 감응(感應)한다는 주택 풍수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므로 집이라는 것은 사람의 근본을 이루는데, 주택(宅=건물)과 집(家=가정)을 이룬다. 거주하는 것이 편안하면 집안이 대대로 번창하고, 거주하는 것이 불안하면 집안이 쇠퇴한다 故宅者人之本人以宅爲家居若安家代昌吉若不安卽門族衰微"
● 『황제택경』에 나타난 좋은 집터와 나쁜 집터 다섯가지
『황제택경』의 다섯 가지 나쁜 주택과 좋은 주택(오허오실五虛五實)은 지금도 참고할만하다.
① 집은 큰데 사람이 적은 것이 1허(虛), 즉 집터가 넓은데 사람이 적게 살면 음산하여 좋지 않다.
② 대문은 큰데 안이 작은 것이 2허, 즉 대문이 클수록 기가 잘 빠져나간다.
③ 담장이 불완전한 것이 3허. 담장이 불완전하면 외부의 영향을 받으므로 집안이 편안하지 않다.
④ 우물과 부엌이 제자리에 있지 못하면 4허, 용도에 맞게 정위치에 있어야 한다.
⑤ 대지는 넓은데 집 건물은 작은 것도 적절치 못한 집터로서 5허이다. 즉 집의 기운이 흩어져 허하다.
다음으로 좋은 집터 다섯가지를 보자.
① 집은 작은데 사람이 많이 살면 1실(實), 즉 이상적인 집터 평수는 한 사람당 8평 정도라고 한다.
② 대문은 작은데 집이 크면 2실, 즉 기가 적게 빠져나간다.
③ 담장이 완전하면 3실, 즉 집안이 평안하다.
④ 집은 작은데 가축을 많이 키우면 4실, 즉 생기가 넘친다.
⑤ 남동향집을 하고 있으면 5실, 즉 따뜻하여 양기가 넘친다.
(3)중국고전 『양택십서』
홍만선이 참고하였던 『양택십서』는 양이 방대하다. 비록 이기론을 다루고 있기만, 현재에도 참고할 만한 것은 충분하다. 비록 이기론에 입각해서 쓰여진 책이나 그래도 형세를 가장 중시하여 외형(外形)을 다루고 그 다음에 내형(內形)을 다루고 있다.
3) 좋은 집터는 어디를 말하는가?
(1)형세론적 명당
좋은 산에 의지하여 평탄허고 아늑한 곳에 자리잡고 맑은 물이 휘돌아나가면 좋다는 것이 형세론의 대략이다. 주택 풍수의 형세론은 묘지 풍수의 형세론과 별로 다를 것이 없고, 다만 규모에서의 차이가 있다. 안동의 하회마을, 의성 김씨 고택, 경주의 양동마을, 해남의 녹우당(고산 윤선도 종택) 등은 그 대표적인 주택 명당으로서 몇백년 역사를 유지하면서 아직도 그 후손들이 살고 있다. 이들 집터는 형세론에 의거해 좋은 터를 잡았다. 이때 집터는 마을 입구에서 전체를 조망해야 좋은 집터인지 알 수 있다. 이중환의 택리지에 전국의 좋은 집터를 일일히 나열하고 있다. 또한 양택십서에는 좋은 집터와 나쁜 집터를 전원주택의 입장에서 자세하게 열거하고 있다.
주변에 있는 산들의 모양에 따라 주택에 미치는 에너지가 다르다고 해석한다. 풍수에서 청룡은 권력, 백호는 재물을 주관한다. 붓모양의 산은 문장가를, 둥그런 산은 부자를, 평평한 산은 제왕을, 불꽂같은 산은 예술가를, 물결같은 산은 달변가를 배출한다고 해석한다.
(2)이기론적 명당
주택 풍수의 경우 이기론 역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동사택 서사택(東四宅西四宅) 이론, 현공풍수이론 등이 있다. 동사택 서사택 이론은 미국이나 서구 유럽에서까지 활용되고 있다. <동사택 서사택> 이론의 핵심은 오행의 기가 서로 상생(相生)해주는 방향으로 대문과 안방과 부엌의 위치를 정하는 방법이다. 이중에서 안방과 대문이 중요하다. 8개 방위 가운데 북(坎), 동,(震), 남동(巽), 남(離)의 4방위는 동사택(東四宅)이라 부르고, 북동(艮), 북서(乾), 서(兌), 남서(坤)의 4방위는 서사택(西四宅)이라 부른다.
동서사택 이용 방법은 대문과 안방, 부엌이 동사택이면 동사택, 서사택이면 서사택으로 몰아서 위치하게 한다. 따라서 혼합택이면 흉하다고 본다.
3. 현대풍수에서 말하는 명당 집터
서울 야경
조선의 멸망과 더불어 풍수는 미신으로 치부되었다. 주택을 논하는 양택 풍수와 마을을 논하는 양기풍수의 전통은 일제와 해방 이후 서구 문물 유입으로 단절되고 말았다. 1980년대에 들어서 비로소 양택 풍수는 건축학자 박시익씨가 이 주택 풍수에 관하여 박사논문을 고려대에 제출, 학위를 받음으로써 공식적으로는 부상한다. 그러나 양택 풍수의 역사와 그 이론에 대해서는 앞으로 연구해야 할 부분이 많다. 아파트 등의 건립 문제 등 주택 풍수의 문제는 오늘날 상가를 비롯해, 사무실, 도시 계획에 다양하고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요즘은 좋은 집터잡기에 훨씬 더 신중해졌다. 이제 아파트도 과거와 달리 골라서 가는 시대이다. 산 사람이 살게 되는 터잡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산업화, 도시화의 진행으로 과거에는 터잡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 아무 데나 집 짓고, 혹은 투기의 수단으로 아파트를 선택했으나 이제 보다 터잡기에 신중을 기해야 할 때이다. 현대인은 대부분 산이나 물과 멀리 떨어진 도시에서 산다. 따라서 현대도시에 맞는 풍수이론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현실은 주로 고전이론에 의지하고 있다. 이의 대안으로 조인철교수의 현대풍수관을 요약해본다. 한마디로 전통풍수가 절대적명당이라면 현대풍수는 상대적명당이고, 전통풍수가 자연환경풍수라면 현대풍수는 인공환경풍수다.
1) 상대적 명당
전통 농경사회에서 풍수에서는 희박한 명당처를 절대적명당을 찾는데 집중했다. 즉 양기와 생기가 넘치는 곳에 주택이나 마을을 조성하고자 했다. 물론 성황당이나 군사지역이나 절터처럼 다른 용도도 일부 존재하기는 했다. 따라서 몇 안되는 명당을 찾고 차지하기 위해 평생을 다바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 도시사회는 건축물의 용도가 매우 다양해졌다. 꼭 생기나 활기만 필요한 것이 아니고 살기나 음기도 필요하게 되었다. 더욱이 도시에 밀집되어 살다보면 생기를 얻는 것보다 살기를 피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건축법에서도 토지의 용도를 구분하여 용도지역과 지구, 구역을 정하고 있다. 따라서 소극적으로 살기를 막는 비보풍수, 적극적으로 살기를 생기로 바꾸는 양생풍수의 적용이 매우 중요하게 되었다. 또한 용도에 따라 명당의 개념이 달라지는 용도풍수의 적용이 중요하게 되었다. 예컨데 상가나 편의점이나 재벌본사는 마을입구나 시끄러운 도로변에 길게 노출되는 것이 좋고, 주택이나 재벌집은 마을 뒷편이나 도로에서 떨어진 조용한 곳이 좋다. 도선국사가 비보풍수를 강조했다면, 최창조교수는 자생풍수를 강조했고, 조인철 교수는 양생풍수를 강조하고 있다.
절대적 흉지라도 공간 분리, 시간 분리, 조건 분리, 부분/전체 분리, 음양중의 분리에 따라서 상대적 명당이 될 수 있다.
2) 환경풍수
현대는 음택보다는 양택에 치중한다. 따라서 죽은자의 무덤을 통한 발복(發福) 풍수에서 산자의 환경(環境)풍수로 변화할 때이다. 즉 터를 보는 관점이 결과론적 발복여부의 판단에서 벗어나 터의 정성재위(情性材位)를 바탕으로 터를 잡는 사람의 마음(의도, 주안점)을 읽는 것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현대 생활풍수를 열거해보면 건축풍수, 도시풍수, 부동산풍수, 인테리어풍수, 조경풍수, 문화재풍수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들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하기 위해서는 전통풍수의 음택론적 형세론이 아니라 양택론적 형세론이 필요하다. 즉 도시에서는 산을 보듯 건물을 보고, 사람을 보듯 건물을 보고, 물을 보듯 도로를 보아야 한다. 따라서 전통풍수의 5대요소인 용혈사수향(龍穴砂水向) 중에서 사수론(砂水論)의 가치가 상숭하게 된다. 즉 건물풍수는 사론(砂論)을 중심으로 주변건물의 형세(形勢,혈형과 용세)를 읽는다. 예컨대 청룡과 백호의 흐름, 목화토금수 건물형태 등을 파악하는 것이다. 도로풍수에서는 수론(水論)을 근거로 주변도로의 형세(形勢,혈형과 용세)를 읽는다. 예컨대 옥대수, 반궁수, 직충살, 사거리살, 사거리살, 교차로살, 입수5격의 도로 모양, 인기와 동선의 흐름 등을 읽는다.
4. 결론
좋은 터의 개념은 시대와 가치관에 따라 달라진다. 풍수는 고리타분한 동양학자들만 하는 미신이하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서양에서도 예전부터 현대까지 풍수를 적극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천주교에서도 성당을 짓거나 신부실을 정할 때 수맥과 기맥을 측정하여 정한다. 개신교에서도 최근 풍수논문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우리는 공간적 한계, 시간적 한계, 용도적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풍수컨설팅은 한다는 것은 절대적 명당을 찾는 적응론이 아니라, 자연을 진환경적으로 조화롭게 개발하는 것이다. 따라서 풍수인은 토지나 건물 뿐만 아니라 지리학, 자연생태학, 문화, 역사, 인물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상생의 이념으로 적선적덕하는 선한 마음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김영기 ipwizard@daum.net
[출처] 좋은 집터란 어디를 말하는가?|작성자 위자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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