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패션시장 정상향해 Go~
아시아 넘어 美·유럽 시장 진출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을 제1 목표로 공략했던 국내 패션 기업들이 미국, 유럽, 일본 등 글로벌 패션 시장의 중심으로 뛰어들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다진 입지를 바탕으로 현지에 직진출 또는 합작사를 설립하고, 컬렉션과 전시회에 정기적으로 참여하거나 최근에는 아예 국내외 동시 런칭으로 출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미 중국 고급 기성복 시장에서 수많은 글로벌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만리장성의 벽을 허문 한국 브랜드가 세계 패션 트렌드와 유통을 주도하는 미국, 유럽, 일본에서도 한류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뛰고 있다.
선진 패션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의 인지도는 아직까지 제로에 가깝다.
오히려 괜찮은 OEM 생산지, 관광 상품으로까지 소개되고 있는 짝퉁 명품의 천국, 아시아 지역 테스트 마켓으로 국가적 이미지가 고정되어 있는 편이다.
패션 업계가 자체 브랜드를 가지고 중국 이외의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린 역사도 채 3년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휠라’와 ‘MCM’, ‘마틴싯봉’ 등 해외 유수 브랜드의 주인이 한국 기업으로 바뀌었고 중국 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들과의 경쟁을 통해 세계 시장 진출에 자신감을 얻게 되면서 선진 패션 시장으로의 진출이 봇물 터지듯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그동안 중소기업에 비해 해외 진출에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였던 대기업들이 거대자본과 해외 정보망 등 탄탄한 인프라를 앞세워 글로벌 전략을 가시화하면서 전자, IT 산업에 이은 패션 시장의 세계 제패가 가능할 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자본·인프라 앞세워 공격 행보
제일모직은 국내 트래디셔널 캐주얼 시장을 평정한 ‘빈폴’이 글로벌 브랜드로의 도약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보고 이태리 밀라노, 미국 뉴욕, 일본 도쿄 법인을 통해 현지 시장에 적합한 상품의 기획을 강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FnC코오롱은 지난해 설립한 미국 현지 법인 FnC코오롱USA를 통해 골프웨어 ‘엘로드’의 첫 매장을 LA에 오픈 미국과 중국을 동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SK네트웍스는 해외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한국 디자이너들의 지원에 주력 지난 2005년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디자이너 조은경의 브랜드 ‘엑조’에 이어 역시 해외파 디자이너 리차드 최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두 브랜드의 글로벌화에 힘을 쏟고 있다.
LG패션도 자사 브랜드와 함께 해외 유명 브랜드를 인수, 합병하는 방식으로 최소 5개 이상의 글로벌 브랜드를 육성한다는 중장기 비전을 세워놓고 있다.
이랜드는 철저히 대외비에 부치고 있는 해외 시장 분석 데이터와 전문 인력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올해를 선진 패션 시장 진출 원년으로 삼아 미국 시장을 본격 공략할 방침이다.
중국에 이미 11개 브랜드, 10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인 이랜드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바잉 요청이 들어옴에 따라 오는 10월 경 뉴욕에 ‘후아유’ 단독 매장을 오픈하고 내년까지 4~5개, 2010년까지 ‘쉐인진즈’ 등을 추가해 최대 800개까지 매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랜드의 미국 진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9년부터 아동복 ‘이랜드키즈’로 백화점과 고급 주택가 인근 아동복 편집 매장을 통해 제품을 공급 현재 500여개까지 취급 매장이 늘어났으며 올 하반기 성인복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키로 한 것.
특히 국내에서는 자사 유통을 발판 삼아 중저 가격대로 볼륨화하는 영업 전략을 구사했으나 해외 시장에서는 중고가 이상의 가격대와 매장 대형화, 고급화 전략으로 브랜드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이원화 전략으로 성공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다.
직진출 등 전개 방식 다변화
이랜드 박상균 부장은 “상품의 단순 수출을 넘어 SPA 형태의 브랜드를 직접 전개하려면 디자인뿐 아니라 생산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할 것”이라며 “양질의 현지 생산 기지를 확보했고 시장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현지 디자인 인력, 선진화된 유통 시스템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이 직진출이나 현지 유력 기업과의 합작 두 가지 방식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데 비해 대기업보다 자본과 인프라가 부족한 디자이너, 여성복 업체들은 해외 박람회, 컬렉션 참가로 먼저 해외 빅 바이어들에게 브랜드를 소개하는 방법을 선호하고 있다.
이는 진출 초기 법인 설립 등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박람회 참가를 통해 시장성을 검증하고 빅 바이어들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심어주기 위한 전략으로 3~4 시즌 정도 박람회에 참가한 이후에는 직진출로 볼륨을 키우고 있다.
오브제는 한국 기업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뉴욕 컬렉션에 지속적으로 참가하면서 ‘와이앤케이(Y&Kei)’, ‘하니와이(HANI Y)’를 글로벌 브랜드 반열에 올려놨다.
현재는 미국 법인에서 운영하는 뉴욕 디자인 스튜디오와 쇼룸을 통해 대기업 못지않은 조직력과 정보력을 갖추면서 국내 사업도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여성복 업체인 아이올리는 처음에 각종 전시회와 박람회에 참가하면서 바이어와 디스트리뷰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면서 1년여의 시장성 검토를 통해 지난해 미국 유통사와 합작법인을 설립, 영캐주얼 ‘매긴나잇브릿지’를 미국 유수의 백화점들에 입점시켰다.
이어 지난 20일에는 역시 여성 영캐주얼 ‘플라스틱 아일랜드’로 100여평 규모의 첫 직영 매장을 LA에 오픈했다.
역시 여성복 업체인 아비스타도 강한 캐릭터로 국내 시장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영캐주얼 ‘탱커스’를 현재 홀세일 방식으로 24개국 300여 매장에 공급하고 있다.
대안시장서 목표시장으로
이 회사는 이번 추동 시즌 런칭하는 여성 영캐주얼 ‘에린브리니에’와 유니섹스 캐주얼 ‘카이아크만’을 8월 경 미국 시장에 동시 전개한다는 전략으로 두 브랜드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직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보끄레머천다이징 이창구 사장은 “직진출이냐 합작법인을 통한 진출이냐 하는 방법론적 문제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패를 가름하는 사안은 아니다”며 “현지 사정에 맞춰 영업 전략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내부 역량을 갖추고 선진 시장을 보는 성숙한 시각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국내 패션 업계는 글로벌 마켓을 국내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해서, 또는 포화 상태의 시장에서 출혈 경쟁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당연히 점해야 할 시장의 한 부분으로 바라보게 됐다.
따라서 처음부터 국내와 동시 공략을 목표로 하고 브랜드 운영계획을 수립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아이올리의 ‘매긴나잇브릿지’와 ‘플라스틱아일랜드’, 아비스타의 ‘탱커스’, ‘에린브리니에’와 ‘카이아크만’ 외에 올 초 런칭한 에이치미스의 영캐주얼 ‘아트’도 애초에 미주, 유럽, 일본 등 선진 패션 시장을 목표로 런칭됐다.
아이올리와 아비스타는 계획대로 차근차근 올라서고 있고 에이치미스는 올 하반기 미주와 일본에 직진출 법인을 설립 최소 5개 이상의 직영 매장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아비스타 권원식 상무는 “미주와 유럽 등 선진 패션 시장의 가장 큰 장점은 합리적인 유통 구조와 다양한 채널”이라며 “상품 모델의 단위 당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해외 사업은 필수적이며 대상 지역은 브랜드 성격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널 이선효 상무도 “미국, 유럽 등 패션 선진국과의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시장 개방에 대응하는 글로벌 비전 수립이 당연하지만 계획만 세웠다고 해서 거대 시장이 당장 발 앞에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먼저 국내에서부터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나서야 해외 경쟁력을 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첫댓글 정부에서 패션산업의 상황을 인식하고 획기적인 지원 정책을 염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