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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배려와 돌봄이 필요한 청년들 / 김민수 신부
발행일2022-12-11 [제3322호, 23면]
올해 초 서울 상봉동본당 주임신부로 부임한 이후 10개월이 지나니 이제 어느 정도 본당 현황이 파악되고 있다. 앞으로 본당 내에서 신자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사목을 수행하겠지만, 1인 가구 청년들로 넘쳐나는 지역사회에 눈을 돌린다면 본당 밖을 향한 청년사목을 지나칠 수 없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상봉동 지역은 정부 정책에 따라 청년주택 공급촉진 지구가 되어 많은 청년들이 계속 유입되고 있고, 청년들을 위한 식당과 카페, 술집, 편의점 등 ‘먹자거리’가 생겨나 저녁이면 젊은이들로 붐비는 장소로 변화되고 있다.
반면에 성당에는 평일에 두 대의 미사를 전후로 신자들이 오고 갈 뿐, 그 외의 시간에는 사무실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들은 불 꺼진 깜깜한 상태로 거의 텅 비어있다. 성당 밖으로 나가면 청년들이 즐겨 찾는 공간이 비좁고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곳들이다. 게다가 그 공간들의 대부분이 술집과 노래방, 당구장 등이다. 그러니까 이 지역 청년들에게는 진정한 쉼터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곳에 가면 편히 쉬기도 하고, 커피도 마실 수 있고, 책을 꺼내서 볼 수 있는 곳, 혹시 배고프다면 컵라면이나 빵도 마음대로 먹고 마실 수 있는 곳, 좀 더 필요하다면 외롭고 우울할 때 마음의 치유를 해줄 수 있는 상담실도 갖추어져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상봉동본당과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이 공동으로 ‘1인 가구 청년 사목방안 세미나’를 지난 11월 20일에 개최했다. 이 세미나를 준비하기 위해 상봉동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1인 가구 청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혼자 사는 20~30대 청년 253명을 어렵사리 조사했다. 조사 결과, 본당에 기대하는 바를 정서 지원 프로그램, 모임 휴게 공간 마련, 인적 교류 프로그램, 자립을 위한 경제적 지원, 밥집 등 생활 지원 시설, 공부 독서 공간 운영 순으로 답했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주거 관련, 정서 지원, 요리 등 소셜 다이닝, 사회관계망 형성, 독서 모임 순으로 참여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제 세미나를 통해 성당 공간을 지역사회에 있는 1인 가구 청년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명분과 타당성을 갖추게 되었다. 앞으로 해야 할 것은, 본당신자들과 협의하여 1층 휴게실을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이고, 외부에서 오가는 비신자 청년들에 대한 잠재적인 거부감을 상쇄시키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어 청년사목을 실행할 수는 없고, 작게나마 마음이 통하는 작은 돌봄부터 시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최근 청년들의 탈종교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2021년에 2030세대 신자 비율이 25.7%로 역대 최저치이다. 전체 신자 수의 가장 큰 감소 원인이 청년층에 있다. 본당 청년 단체들이 활동인원 부족으로 존속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더군다나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본당 분위기 때문에 교회를 떠난 청년들도 많다고 한다. MZ세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면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의정부교구에서 문을 연 청년센터 ‘에피파니아’는 청년들에게 인기 장소가 되고 있다. 평소에는 청년들을 위한 휴식 공간이지만, 퇴근 길 미사와 상담, 고해성사 등이 열리는 사목 공간이기도 하다. 식당과 쇼핑센터가 밀집한 거리에 있는 건물에 위치하고 있어서 ‘본당을 넘어선 제2의 사목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
청년센터 ‘에피파니아’와는 다르게, 상봉동성당 청년문화공간은 사목적 성격의 공간이기보다는 1인 가구 청년들을 위한 배려와 돌봄의 공간으로서 성격을 지닌다고 보겠다. 또한 청년들이 주체적이고 자발적으로 만들어가는 공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청년문화공간이 청년들을 위한 것이지만 그들만의 배타적 공간이 아니라 다른 세대들, 특히 성당 기존 구성원들과 어우러질 수 있는 세대 소통의 공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새해에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될 성당을 꿈꾸며 실현의 때를 기다려본다.
김민수 이냐시오 신부
서울 상봉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