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한명이 118명 맡아…인력도 시설도 부족한 청소년범 교화
제구실 못하는 ‘중간단계 보호처분’ / 5년간 소년보호사건 14만2068건 / 4∼6호 처분만 55%에 달하는데 / 보호관찰관 한명이 118명 맡아 / 시설도 총 7곳 불과… 소년원 송치 / “되레 강력범죄 배워서 나올수도 / 맞춤형 교화 프로그램 필요” 지적
입력 : 2018-08-06 20:05:10 수정 : 2018-08-06 21:56:03
지난해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등으로 ‘청소년 범죄도 성인 범죄 못지않게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처벌 강화만이 능사가 아니고 현재 제구실을 못하는 소년법상 보호처분부터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청소년 범죄 형량을 올리는 것보다 다신 범죄를 저지르지 않게 교화하는 것이 먼저라는 뜻이다.
6일 대법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5년간 소년보호사건은 총 14만2068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소년법상 4~6호 처분이 7만8436건으로 전체의 55.2%를 차지했다. 4·5호 처분은 단기 혹은 장기의 보호관찰 처분으로 청소년범을 시설에 격리하는 대신 사회에서 생활하게 하되 전담요원의 지도·관리를 받는 방식이다. 죄질이 좀 더 나쁜 청소년은 6호 처분에 처해진다. 민간인이 운영하는 개방형 시설에서 일정 기간 집단생활을 하며 직업훈련 등을 받으며 사회복귀를 준비하도록 하는 제도다. ‘처벌’과 ‘교화’의 중간지대에 있다 보니 흔히 ‘중간단계 보호처분’으로 불린다.
문제는 이런 중간단계 보호처분을 시행할 인력과 시설이 턱없이 모자라다는 점이다. 우선 4·5호 처분을 집행할 법무부의 청소년 전담 보호관찰관이 태부족이다. 지난해 보호관찰 대상 청소년은 2만6402명인 반면 전담 보호관찰관은 223명뿐이다. 1인당 118명의 청소년을 담당해야 한다는 얘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평균인 27.3명의 무려 4.3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6호 처분 인원을 수용해야 할 소년보호시설도 지난 1일 기준으로 효광원 등 전국에 총 7곳뿐이다. 수용 중인 청소년은 374명에 불과하다. 지역적 편중도 심각하다. 남학생 시설은 서울·대전·충북에만, 여학생 시설은 서울·경기·대구에만 각각 있다. 이들 말고 다른 지역에 사는 대상자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원거리 시설로의 위탁이 불가피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잘못을 저질러 소년원 대신 6호 처분 시설에 들어가야 할 청소년도 시설이 없어 소년원으로 송치되는 실정”이라며 “소년원에 들어가면 더 강한 정도의 비행 청소년한테 범죄를 배우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털어놨다.
한 번 잘못된 길에 빠져든 청소년을 제때 계도하지 못하면 다른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청소년 재범률은 성인보다 높고 더욱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4범 이상 청소년범 비율이 2007년 6.9%에서 2016년 13.6%로 10년간 2배가량 늘었다.
전문가들은 중간단계 보호처분의 활성화야말로 청소년들의 재범을 막을 ‘골든타임’에 해당한다고 강조한다. 공정식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과)는 “범죄성은 진화하는 측면이 있다”며 “중간단계에서의 개입은 상습범화를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경찰학과)도 “소년범은 개인 상황에 맞는 맞춤형 교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인력과 시설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는 것은 소년범이 또 다른 범죄 유혹에 빠지도록 방조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http://www.segye.com/newsView/20180806005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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