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이 곡이 들어있던 그의 음반은 소위 ''빽판''이라고 불리는 해적판을 통해 무수히 배포되었고
''80년대 초에 발매된 SOLID GOLD라는 왕년의 명 컴필레이션 앨범에 수록되어
국내에선 이미 인기의 절정 상태에 올라 있었다. 그러나 이 곡은 그의 음악이 대중적으로
활짝 만개하기 이전의 곡으로 크리스 드 버그라는 이름이
몇몇 음악 좀 듣는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숨은 보석처럼 여겨졌던 시절의 곡이다.
한 때 속된 말로 무슨 무슨 명반을 꼽는 전문가 차트에 이 곡이 들어 있었던 3집 CRUSADER는
항상 명반으로 지목되었었다. 사라센으로부터 예루살렘을 구하려는 십자군을 통해
자신의 로맨스와 종교관을 표출한 이 앨범은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 존 마일즈, 레오 세이어 등과
작업을 했던 명 프로듀서인 앤드루 파웰이 제작을 했고 전체적으로 우화와 비유를 사용한 가사 등으로 인해
소장가치가 있는 감상용 앨범으로는 실제로도 높은 수준의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런 류의 음악은 당시 국내의
음악 애호가들이 꽤 선호하던 음악이어서 그의 인기는 본국인 영국에서보다 국내에서 더욱 높았다.
그는 이 당시만 해도 제3세계 지역에서 인기가 높았었다. 본국에서 별로 빛을 보지 못했던 데뷔 앨범
FAR BEYOND THESE CASTLE WALLS에서도 첫 싱글 곡인 Flying이 브라질에서 17주간이나
정상을 차지했었고 2집인 SPAIN TRAIN 역시 캐나다에서 플래티넘을 기록하기도 했었다.
이 시절의 음악은 대부분 서정성 강한 포크 음악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음악은 그의 음악 중
초창기에 해당되는 시기의 음악이고 이러한 스타일의 음악이 그의 음악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의 음악의 전부는 아니었다. 그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깊은 서정성과
애틋한 감미로움 등은 이 후에도 그의 음악 속에 여전히 존재하였지만 ..
그가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두게 되는 5집 THE GETAWAY 이후의 그의 음악은
그 동안 그의 음악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펑키함이 가미된 뉴웨이브적인 음악이 많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앨범에서 이러한 성향의 뉴 웨이브 곡들이 영국과 미국에서 크게 인기를 얻었고
그의 음악을 이전부터 좋아하던 국내의 팬들은 특히 평론가들은 그의 이러한 음악적인 변신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서정성과 진진함을 가지고 있는 괜찮은 아티스트가 타락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초창기 크리스 드 버그 음악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다면 이 후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게 되는
THE GETAWAY 앨범에 수록된 싱글 Don''t pay the ferryman이나 MAN ON THE LINE에 수록된
High on emotion등의 싱글들 역시 시원하고 당시로는 세련된 사운드가 귀를 자극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괜찮은 곡들이다. 그러나 이 시기의 그의 음악은 확실히 뭔가 안정된 느낌은 아니었다.
좋은 곡임에는 분명하였고 앞서 언급한 뉴웨이브풍의 곡들 외에도 그의 이전 모습을 볼 수 있는
I'm counting on you나 Much more than this 같은 곡들이 들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새로 사 입은 화려한 옷이 아직까지는 어색해 보이는 상태였다.
그러나 크리스 드 버그는 ''86년에 발표한 INTO THE LIGHT에서 확실하게 새로운 스타일을
그의 아이덴티티에 부합하여 소화해 내었다. 감미로운 사랑의 발라드 Lady in red가 공전의 히트를 하면서
이 앨범은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그에게 가장 큰 성공을 거두게 해 주었다. 그 동안 등한시되었던
미국시장에서도 골드 레코드를 기록하였고 이 곡은 후에 영화 에 삽입되면서 다시 한 번 사랑을 받게 된다.
이후 그는 ''88년에 FLYING COLOURS, ''90년에 베스트 앨범인 SPARKS TO A FLAME,
''92년에 POWER OF TEN, ''94년에 THIS WAY UP 등의 정규 앨범을 꾸준히 발표했고
''95년에는 신곡과 자신의 곡을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BEAUTIFUL DREAMS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크리스 드 버그는 앨범 발표를 하지 않고 중동과 동남 아시아, 호주 등지를 돌며 투어에만 전념했다.
그리고 정규 스튜디오 앨범으로는 5년만에 여전히 아름다운 선율을 가지고 새로운 음반을 발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