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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크리스마스입니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 중에서는, 크리스마스에 애인의 손을 잡고 명동이나 강남역이나 이태원, 혹은 부산 남포동이나 광주 충장로 등등에서 시즌 특선 바가지 요리를 먹으며 필요도 없이 값비싼 선물이나 교환하는 짓을 할 필요 없는 복 받은 분들도 계시겠지요.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여하튼 크리스마스에도 방구석에서 귤을 까먹으며 바깥 세상에 무슨 일이 돌아가는 지를 모른 채 지나가고 싶으신 분들은 아마도 TV를 켜고 영화 속으로 빠져들고 싶을 겁니다. 혼자라도 좋으니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내보고 싶으실 테고요. 그런데 TV를 틀면 [러브 액츄얼리]나 [로맨틱 홀리데이]같은 빌어먹을 워킹 타이틀의 '커플 전용' 크리스마스 영화, 혹은 이미 수백 번도 더 본 [나 홀로 집에]만 죽도록 흘러나오겠죠. 그 꼴이 보기 싫으신 분들을 위해 홀로 크리스마스에 보아도 옆구리 시리지 않는 크리스마스 영화들을 준비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찾아오면 가장 마음이 쓸쓸해지는 사람들은 군인들입니다. 혹시 군부대에서 이 글을 보고 있는 분들이라면 [메리 크리스마스](Joyeux Noël, 2005)를 권해 드립니다. 벨기에, 독일, 프랑스 합작 영화인 [메리 크리스마스]는 전세계 영화 사이트나 잡지들이 최고의 크리스마스 영화 중 하나로 손꼽는 영화로, 1914년 1차 대전 중 실제로 일어난 실화를 기반으로 합니다. 전쟁 중 프랑스 북구 독일군 점령 지역에서는 겨우 100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독일, 프랑스, 영국군의 접전이 벌어지고 있었죠. 크리스마스 이브 날 영국군이 백파이프를 연주하며 잠시 명절 분위기를 내자 독일군 역시 이에 노래로 화답을 합니다. 결국 두 나라 군인들은 크리스마스 단 하루를 임시 휴전일로 정하고 꿈 같은 평화의 밤을 보냅니다. 이걸 내무반에서 함께 보고 나면 괜히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제초작업이나 제설작업을 하자며 후임들을 들들 볶는 평생 솔로부대 출신 분대장도 조금은 마음이 누그러져서 천사로 변할지 모릅니다. 아니라고요? 그것까지 제가 책임질 순 없고요.
크리스마스라고 꼭 아름다운 인간 드라마나 남의 연애 이야기만 봐야 하냐? 액션 영화는 왜 안되냐?고 묻는 분들을 위한 추천작도 있습니다. 물론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크리스마스 하면 딱 떠오르는 액션 영화는 [다이 하드]죠. 특히 1편과 2편은 근사한 크리스마스 가족영화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매번 크리스마스 날에만 죽을 고생을 하는 브루스 윌리스의 고군분투를 지켜 보노라면, 여러분의 창 밖으로 보이는 빌딩 꼭대기의 레스토랑에서 손발이 오그라드는 이벤트를 하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커플 따위 전혀 부럽지 않을 겁니다(혹시 압니까. 그 빌딩이 갑자기 독일계 테러리스트들의 표적이 되어…….).
[다이 하드 2]의 레니 할린은 또 하나의 궁극적인 크리스마스 액션 영화를 만들었죠. 바로 [롱 키스 굿나잇](1996)입니다. 치명적인 킬러였으나 기억을 잃어버리고 현모양처로 살아가던 지나 데이비스가 다시 기억을 찾고, 가족과 자신을 노리는 악당들에 대항한다는 히치콕적 액션 영화죠. 영화 속에서 그녀는 산타 모자를 쓰고 크리스마스 행진에 참여했다가 하필 킬러들의 눈에 다시 띄게 되어 죽을 고생을 하게 되지요. 사실 할리우드는 겨울을 무대로 액션 영화를 잘 만들지 않는 편이지만, [롱 키스 굿나잇]은 겨울 빙판을 무대로 한 액션 등 겨울, 그리고 크리스마스라는 시기의 지형과 분위기를 근사하게 액션에 녹여 넣는 숨겨진 수작입니다.
액션 말고 스릴러는 없냐고요? 스릴러라고 하기는 조금 뭣 합니다만 약간의 코미디가 가미된 프랑소아 오종의 [8명의 여인들](8 Femmes, 2002)은 어떨까요. 1950년대 프랑스의 한 시골 저택을 무대로 한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한 집에 모인 8명의 여인들이 가장을 살해한 범인을 추리하는 이야깁니다. 가장의 부인, 장모, 착한 가정부, 못된 가정부, 처제, 두 딸, 혹은 가장의 여동생 등 8명의 여인을 연기하는 프랑스 정상급 여배우들(까뜨린 드뇌브, 이자벨 위페르, 비르지니 레도용 등)의 호들갑을 지켜 보노라면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도 즐겁게 지나갈 겁니다. 가족, 그리고 크리스마스, 두 가지 키워드로 따지자면 생각나는 또 한 편의 프랑스 영화가 있습니다.
프랑스 거장 아르노 데스플레샹이 연출한 [크리스마스 이야기](Un Conte De Noel, 2008)입니다. 사이가 썩 좋지 않은 가족이 크리스마스에 모여 벌이는 이 유쾌한 소동극을 보고 있노라면 '그래. 세상의 모든 가족이 실은 이 모양 이 꼴이지'라는 기분이 듭니다. 크리스마스에 어쩔 수 없이 가족을 만나러 가야 하지만, 가족과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아서 망설이는 분들은 이 영화를 미리 보고 가시면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계속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요상한 영화들만 권하는 것 같은데, 다들 아는 진부한 영화는 아니더라도 좀 더 크리스마스스러운 영화는 없냐고요? 물론 있습니다. 영국산 크리스마스 영화로는 [러브 액츄얼리]만 있는 게 아닙니다. 2009년작인 [크리스마스 스타!](Nativity!)도 썩 근사한 명절용 영화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크리스마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학교 선생입니다([호빗] 시리즈의 주인공 마틴 프리먼이 아주 유쾌하게 연기합니다). 그는 매년 하던 것처럼 학생들을 데리고 성탄공연을 기획하게 되는데요, 할리우드 스타가 공연을 보러 온다는 거짓말을 했다가 겉잡을 수 없는 소동에 말려듭니다. 크리스마스를 증오하는 한 남자가 결국 아이들과 공연을 준비하다가 크리스마스를 다시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니, 크리스마스가 싫지만 이젠 좀 좋아해 보고 싶다는 분들에게 권합니다.
크리스마스에는 사랑 영화도 빼놓을 순 없죠. 90년대 할리우드 고전 중 하나지만 요즘은 별로 거론하는 사람이 없는 [당신이 잠든 사이에](1995)는 사랑이 고픈 사람들을 위한 완벽한 크리스마스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초라한 아파트에서 고양이를 키우며 외롭게 살던 여주인공이 사고로 코마에 빠진 낯선 남자의 애인을 자처하는 거짓말을 했다가 어찌어찌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는 이야깁니다. 초라한 아파트에서 고양이와 살며 사랑을 꿈꾸는 당신에게, 이처럼 완벽한 크리스마스 영화는 없겠죠(꼭 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닙니다만…). 참, 이 영화는 [그래비티]의 주인공 산드라 블록의 초창기 출세작 중 하나입니다. 그녀의 앳된 시절을 다시 감상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겁니다.
그런데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가장 로맨틱한 크리스마스 영화는 팀 버튼의 [배트맨 2]입니다. 파티에서 만나 춤을 추며 크리스마스의 상징인 미슬토 아래서 대화를 하다가 서로의 정체를 깨닫는 배트맨과 캣우먼의 대사 때문이지요. 브루스 웨인이 셀레나 카일에게 "그거 아세요? 미슬토도 먹으면 치명적일 수 있어요"라고 말하자 셀레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지만 키스는 더 치명적이죠". 캬. 이 얼마나 로맨틱한 대사입니까. 크리스마스 이브 날 밤에 연인과 코스튬 플레이를 꿈꾸시는 분들은 배트맨과 캣우먼의 복장을 구해 입고 저 대사를 한 번 쳐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미슬토는 삼키지 마시고 키스만 하시길.
가만 생각해 보니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산타 클로스의 실존을 믿을 만큼 순수하거나 순결하거나 순박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도 산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를 보고 싶으시다고요? 여기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평범한 남자가 진짜 산타가 되는 영화를 볼 것이냐, 아니면 산타 분장을 하고 돈이나 버는 쓰레기 같은 남자가 회개하는 영화를 볼 것이냐. 전자는 [산타클로스](1994), 후자는 [나쁜 산타](2003)입니다. [산타클로스]는 완구 회사에 근무하는 남자가 자기 지붕에 떨어져 죽은 산타를 대신해 진짜 산타가 된다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진부한 이야기 같지만 팀 알렌의 훌륭한 코미디 연기를 타고 멋지게 굴러가는 이 영화는 시간이 좀 더 지나면 크리스마스 고전 중 하나로 남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보다 조금 더 냉소적인 취향을 가진 분들은 테리 즈위고프 감독의 [나쁜 산타]가 더 마음에 들 겁니다. 매년 크리스마스에 백화점에서 산타 역할을 하며 아이들에게 동심을 불어넣지만 사실은 인간 쓰레기에 가까운 남자의 회개담입니다. 안젤리나 졸리의 전 남편이자 훌륭한 감독인 빌리 밥 손튼의 연기가 끝내주는 볼거리인 이 영화는 약간 고약한 유머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은 분들을 위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산타 클로스의 존재를 믿지 않는 아이가 있는 부모님이라면? [34번가의 기적]이 제격입니다. 1947년작인 이 고전 중의 고전은 산타 클로스를 믿지 않는 소녀가 백화점에서 '산타'로 일하는 남자에 의해 변화한다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만약 47년작 오리지널을 구하기가 힘들다면 1994년에 리처드 아텐보로, 마라 윌슨 주연으로 리메이크 된 동명의 영화를 구해 보셔도 좋습니다. 그래도 역시 고전은 오리지널을 보아야 제 맛이긴 합니다. 아무리 94년작의 마라 윌슨이 연기를 잘 하긴 해도 나탈리 우드의 아역 시절만큼 근사하진 않거든요. 게다가 크리스마스는 참 묘하게도, 평소에는 그렇게 안 땡기던 흑백영화가 눈에 짝짝 달라붙는 명절이기도 하잖아요.
크리스마스하면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인물은 바로 스크루지입니다. 인색한 수전노 양반이 죽은 친구 유령의 가르침을 얻고 선한 인간으로 거듭난다는 이 전형적인 크리스마스용 착한 이야기는 수많은 영화들로 만들어졌습니다. 로버트 저메키스가 CG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캐롤]이 가장 최근 영화였죠. 가만 생각해 보면 저메키스의 [크리스마스 캐롤]은 물론이거니와 [폴라 익스프레스] 역시 썩 근사한 크리스마스용 영화이긴 합니다. 문제는 모션캡쳐 기술이 그리 발전하지 않던 시절의 영화라 모든 인간형 주인공들이 다 핏기 없는 유령처럼 보인다는 건데, 개인적으로는 그게 오히려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애들이랑 봤다가는 밤새 무섭다며 우는 애들 달래느라 수고 좀 하셔야 할겁니다.
어쨌든 다시 스크루지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진부하게 [크리스마스 캐롤]을 그대로 영상화한 작품들보다는 1988년작 [스크루지]를 더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리처드 도너가 연출하고 빌 머레이가 스크루지를 연기한 이 영화는 시대 배경을 아예 현재의 뉴욕으로 끌어 온 코미디 영화입니다. 대니 엘프만의 음악과 리처드 도너의 연출도 구성지지만, 당시 전성기를 구가하던 빌 머레이의 신들린 코미디 연기는 정말이지 압권입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세 편의 '궁극의 크리스마스 영화'는 역사적인 크리스마스 고전들입니다. 첫 번째 영화는 1954년작인 [화이트 크리스마스]에요. 사실 이야기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50년대 최고의 가수들이었던 빙 크로스비, 프랭크 시나트라 등이 크리스마스 복장을 하고 나와 끝없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영환데요, 바로 이 영화에서 그들이 불러 유명해진 노래가 크리스마스마다 흘러나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입니다. 크리스마스 날 그냥 배경처럼 틀어 두고 있으면 기분이 크리스마스스러워지는 고전입니다.
다음 영화는 에른스트 루비치 감독의 1940년도 고전 [모퉁이 가게]입니다. 부다페스트의 한 상점에서 편지 펜팔로만 연애를 하던 두 남녀가 결국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된다는 고전 로맨스입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은 이야기라고요? 맞습니다. 이 영화는 바로 톰 행크스와 멕 라이언이 주연하고 노라 애프론이 감독한 1998년작 [유브 갓 메일]의 오리지널입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당연히 [모퉁이 가게]를 꼽겠습니다. 거의 한 세기 전 영화지만 지금 봐도 감흥이 하나로 퇴색되지 않는 궁극의 크리스마스 로맨스거든요.
이제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 같은 감독들이 인생의 영화로 항상 꼽는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멋진 인생](It's A Wonderful Life, 1946)입니다. 크리스마스 마다 미국인들이 오손도손 모여 앉아 보는 영화로도 잘 알려 져 있지요. 명성에 비해 이야기는 아주 간결합니다. 마을을 떠나 세계를 다니며 여행을 하겠다는 꿈을 가진 남자가 결국 좌절하고 위기에 빠지지만 가족과 이웃의 도움으로 소박한 행복을 되찾는다는 내용입니다. 네. 아주 소박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게 미국인들이 꿈꾸는 이상향에 대한 이야기라 우리에게 썩 와 닿지는 않는다고도 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크리스마스는 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이스라엘인이든 팔레스타인인이든 상관없이, 종교도 철학도 신념도 이념도 다른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소박하고 따뜻하게 인생의 의미를 되새기기 좋은 명절 아니겠습니까? 단 하루라도 모두 함께 크리스마스 영화를 감상하며 모두의 '멋진 인생'을 예찬하시길 기원합니다.
"크리스마스고 뭐고 다 망해 버려라!" 소리 지르고 싶은 분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영화
크리스마스라고 인간의 따뜻함과 사랑의 위대함과 가족의 중요함만 외치는 영화를 볼 필요 있나요. 다들 아시다시피 크리스마스에도 사람은 죽고, 연인은 싸우고, 가족은 찢어집니다. '크리스마스 따위 다른 날과 다를 게 뭐냐. 엿먹어라!'를 외치고 싶은 분들을 위한 영화도 물론 있습니다. 사실 이 영화들을 소개하는 게 더 신나는 일이기 때문에, 이 박스 기사의 양이 평소보다 훨씬 길어 지겠군요.
일단 가장 잔인한 영화들부터 한번 봅시다. 사실 산타 클로스라는 존재, 좀 무섭지 않습니까? 야하게 빨간 옷을 입은 영감이 밤에 몰래 굴뚝을 타고 애들 방에 침입해서 뭘 놔두고 간다는 사실 자체가 은근 괴이합니다. [산타 슬레이](Santa's Slay, 2005)는 아예 산타를 슬래셔 호러영화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 따르면 산타는 원래 악마의 자식이었는데 천사와의 내기에서 진 벌칙으로 천 년간 아이들에게 선물을 배달해 온 존재랍니다. 내기가 끝나자마자 신타는 다시 무차별 살육을 벌이는 냉혹한 살인마로 돌아옵니다.
이 B급 호러보다 좀 더 질이 좋은 영화를 보고 싶으시다면 핀란드 영화 [산타를 보내드립니다](Rare Exports, 2010)를 추천합니다. 이것도 알고 보니 산타는 무시무시한 좀비 같은 존재들이었다는 이야기를 다루는데요, 산타 좀비들이 마을을 습격하는 장면의 스펙터클이 아주 박진감 넘칩니다. 이 두 영화는 '아빠 올해는 산타 할아버지가 플레이스테이션3를 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보채는 아이들을 가진 부모님께 적극적으로 권해 드립니다. 애들한테 이걸 보여 주면 밤새 산타가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자게 될 겁니다.
위의 두 영화가 약간의 코미디를 곁들인 호러라 실망스럽다면, [블랙 크리스마스](1974)는 어떨까요. 슬래셔 호러가 한창 붐을 일으키던 시절에 나온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여대생 기숙사에서 여대생들만 골라서 죽이는 살인마가 나오는 호러입니다. 2006년에 동명의 영화로 리메이크되기도 했지만 오리지널을 꼭 구해서 보시길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74년작의 여주인공이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유명한 바로 그 올리비아 핫세거든요.
크리스마스의 정신을 훼손하며 깔깔 웃고 싶은 분이라면 1979년작 [라이프 오브 브라이언]을 권합니다. 70년대 후반에 지금의 화장실 코미디 원조라 할만한 엽기적인 코미디 시리즈를 만들었던 몬티 파이튼 집단의 영화인데요, [몬티 파이튼의 성배]가 대표작이라면 [라이프 오브 브라이언]은 숨겨진 역작이라 할만 합니다. 예수 탄생을 패러디한 영환데요, 하여간 온갖 풍자라는 풍자는 다 들어가 있습니다. 십자가에 걸린 사람들이 "언제나 삶의 밝은 면만 바라보아요!"라며 떼창을 하는 장면이 압권이지요.
마지막으로, 제가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크리스마스를 저주하는 의식처럼 보는 영화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조 단테 감독의 [그렘린]입니다. 다들 잘 아는 영화겠지만, 차이나타운 출신의 작은 괴물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마을을 풍비박산내는 걸 보고 있노라면, 캐롤을 들으며 흥청망청하는 명동 한가운데 그렘린들을 떨어뜨리는 상상을 절로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