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의 질과 행동반경은 날씨라는 자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만큼 사람은 자연에 비해 미약한존재이리.
한달여 간의 보기 힘든 장마로 산으로의 여행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였는데
믿지 못하는 일기예보가 비를 뿌리지 않는 날씨라 하여 현실도 잠시 잊을겸 집과 가까운 경주 마석산(531)이라는 곳으로 간다.
경주 내남면 용계리 남산옆에 위치하고 있는데 요상한 바위들도 많다고 하여 출발. 1시간여 만에 출발지 부근 두꺼비밥상 이라는 식당에 도착한다.
식당 좌측으로난 길을 따라 용문사 가는길로 들어서니 전윈주택단지가 있고 그 좌측으로 다소 가파른 비포장도로를 잠시 오르니 용문사다. 용문사 전 약간의 공터가 있어 주차하고 주위를 보니 이거 날씨가 완전곰탕이다, 예보는 맑음 이었는데 . 어느산이든 곰탕이 되면 조망은 꽝!. 이곳은 실제로는 숲때문에 종착지 암릉지대까지 꽝이었다!
갈까 말까 심사숙고 하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되돌아 가긴 아쉬워 출발. 5분만에 용문사 입구에 있는 요상한 바위를 만난다. 언제 엎어졌는지는 몰라도 아마도 자연의 장난에 의해 쓰러지지 않았을까? 일주문이라고 해도 될듯하다.
절에 들어 서면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마애불이 거대한 암릉위에서 자태를 뽑내고 있다. "어서오세요 여기 오시는 모든분께 자애를" 딱 그런 표정이다. 사찰은 그리 크지 않고 암자를 벗어난 수준? 마애불에서 처음으로 조망이 트인다. 마애블의 형상에서 무게감이 느껴지는데 어떤 이유로 보물이 아닌 유형문화제가 되었는지 궁금하다.
사찰 우측 시그널을 따라 본격산행이다. 경주국립공원쪽의 산들은 잡목 보다는 소나무가 많은데 여기도 소나무 천지다.
시작은 약간의 오르막인 평범한 흙길을 따라 꼬불 오르는데 너무 적막하여(산행끝날때 까지 혼자)멧돼지가 나오는거 아닌가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 나만의 소소한 분위기에 취해 기분좋게 오른다.
정상지나 능선끝부분 암릉지대까지 바위라고는 1%도 밟아 보지 못한 완전 흙길의 산 이었다. 정상까지 2~3차례의 약한 오르내림이 있는데 전혀 숨차지 않고 정상바로전 약간의 오르막이 있는게 전부다. 그냥 걷기 좋아 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평온한 어머니 같은 산이랄까. 바위위를 뛰고 건너고 하는 나와는 전혀 코드가 맞지 않는산?
정상까지는 바위도 없고 정상지나서 가는 중간중간 길옆에 맷돌, 가시게 바위. 남근바위 대포바위 등등 바위들이 있고 능선 끝지점에 암릉지대가 있다.
등로내내 소나무등 숲이 우거져 조망은 없는데 암릉지대에서 처음으로 시야가 탁 트인다. 한미디로 얘기 하면 바닥은 부드러운데 눈은 답답한 꽉 막힌산이다.
정상까지 숨하나 차지 않고 오르는데 좋아하는 바위라고는 하나도 없고 웬 무덤들이 그 높은곳에 드문드문 있는지?
아마도 이곳에 명당자리가 많아 지게에 짊어지고 와서 묘터를 쓴게 아닌가 싶은데 그 노력에 그 후손들이 잘 되어 있는지 궁금해진다.
웬놈의 거미들도 그리 많은지? 비가 많이 와서 인지 뭐라도 하나 낚아 볼려고 등로 그 넓은폭에 구름다리 치듯 거미줄이 많다 니나 내나 먹고 사는게 다 전쟁이다.
정상석은 산세에 맞게 초라한데 여기도 역시 나무땜에 조망은 꽉 막혀있다. 인증샷 후 한 20여분을 아무 생각없이 앉아 있다가 모든 사심을 버린후 출발하는데 내리막도 그리 가파르지는 않고 5분만에 거대한 암릉을 처음으로 만난다.
맷돌바위라 일컷는데 바위군락에 밧줄도 쳐져 있는게 기어 올라가기도 하는 모양. 올라가고는 싶었지만 혼자라 포기한다. 된장! 그 앞에 또 무덤이 있네. 거의 정상 부근인데 이곳까지 우째 왔을까 사뭇 궁금하다.
정상지나 암릉가는 길은 다소 내리막인데 그래도 돌하나 없는 편한길이다. 오래지 않아 사방이 트이며 거대한 암릉군이 나타난다. 이게 사진으로 많이 보던 암릉지대였다. 촛대처럼 생긴 바위도 있고 흔히들 삼지창이리고 일컷는 바위도 있는게 거대한 바위들의 집합소 같은데 여기가 이산의 하일라이트였다.
실제는 여기서 아래로 하산 콜택시로 들머리로 이동할 예정이었는데 절차상 복잡할거 같아 원점회귀 하기로 하고 암릉위에서 점심을 한다. 곰탕같은 날씨도 어느덧 해가 빠꼼 나타나고 기분은 최고로 업이다. 아랫동네가 말그대로 눈아래다. 잡으면 바로 잡힐듯이~~
요사이 몸이 별로 좋지 않는데 맨발로 걸으면 좋다고 해 흙길 따라 원점회귀 맨발산행을 하기로 한다. 몇년전 앞산 산행시 맨발로 자주 걸었는데 그때 이후 처음이다.
정상까지 다소 오르막인데 생각보다 발이 아프지 않고 괜찮다. 원점회귀 길은 예전의 내 속도로 속력을 내본다. 갔던길로 다시 오는 산행은 정말 몇년만이다.
종착지 암릉지대까지 갈때 등산화 착용 하고 2시간 소요된것이 올때는 맨발로 1시간밖에 안걸렸으니 날아 온건가?
하산시 맨발로 스틱까지 사용하면서 산행했지만 발바닥 아픈거는 없는데 무릎에 다소 무리가 가는 느낌이었다.
덜 알려진산? 볼게 없는산? 등산객이 없는산? 계단하나 줄하나 없는 자연 그대로의 산? 보통 산은 암릉길반. 흙길반 인것이 대부분이다. 이산은 저번 현성산 과는 진짜 대비되는 산이다. 현성산은 거의 전부 암릉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산은 완전 흙길의 산이다. 정상지나 등로에서 몇개의 특이한 바위와 마지막 암릉군락지 외는 돌은 없다. 평일이어서 인지 몰라도 산행내내 사람하나 만날수 없는 조용한 동네 뒷산 같은 산이다. 보드라운 흙길을 걷고 싶으면 이름에 전혀 맞지 않는 마석산으로 가면 될거같다.
2주만의 마석산 산행은 큰 무리없이 끝났고, 산은 산이라 이산 저산 흙산 바위산 어느 곳이나 다 인간처럼 개성이 있고 사랑스럽다. 자연속의 산은 육체적.정신적 피곤함에서 해방시켜주는 보약 같은 것이라 할까? 오늘 하루도 경주에 있는 그 산에서 잠시나마 모든 잠념에서 자유로워질수 있었고 2주만에 목마른 산행을 실행할수 있어서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아듀! 마석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