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활동가와 함께 계획한 마을나들이
마을활동가들과 두 번째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함께 모여서 이야기 하려고 김 씨 어르신 댁으로 모였습니다.
나들이 계획을 세우는 것은 처음 이다보니 의견을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참여자 중에는 여기저기 많이 다녀본 어르신도 계시고 여행을 많이 못 가본 활동가도 있었습니다. 장소부터 정하기는 어렵겠다는 판단에 우선 날짜부터 정했습니다. 대부분이 가능하다고 하는 날짜를 잡았는데 1명이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여차저차해서 병원 예약 일정을 조절하고 다같이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다음은 장소를 논의했습니다. 어르신들의 의견을 들으려는데 잘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생각해 간 장소를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남원 춘향테마파크와 영광의 백수해안도로를 생각했습니다. 두 군데를 말씀드리고 가서 볼거리와 먹거리를 설명했습니다.
남원은 대부분 다녀와 보신 경험이 있었습니다. 영광은 반 정도는 다녀오셨다고 하는데 다녀오신 분들이 또 가도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젊은 시절 전국을 돌아다니셨다는 이 씨 어르신은 영광의 볼거리를 설명해주시면서 참 좋다 말씀해주셨습니다. 다른 어르신들도 이 씨 어르신의 이야기를 듣고는 가보고 싶다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영광으로 나들이 장소를 결정하고 지난 달 곡성으로 나들이 간 팀은 김밥과 찰밥을 해서 먹었다는 이야기를 하니 다들 부담스러워 하십니다. ‘우리는 그렇게 못해’ 하시기에 그렇게 하시라는 건 아니다 라고 다시 말씀드렸습니다. 당사자들이 직접 준비해서 함께 다녀온 나들이가 좋았다는 이야기를 한 것인데 부담이 되실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어쨌든 날짜와 장소를 결정하고 나머지 일정은 담당자가 더 알아보는 것으로 결정하고 헤어졌습니다.
나들이 전날 참석자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전화를 드렸습니다. 김 씨 어르신 모둠이 확답을 주지 않으셨습니다. 다리가 불편한 이 씨 어르신이 참석하신다고 하셨고 다른 이 씨 어르신과 남편인 윤 씨 어르신도 함께 가신다고 했습니다. 다들 여자들인데 남자가 한명이라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되었는데 매번 함께 밥 먹는 사이라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다음날 아침 출발하기 위해 모였는데 다리가 불편한 이 씨 어르신과 윤 씨 어르신이 안 나오셨습니다. 이유를 확인해보니 이 씨 어르신이 밤사이 고민해보니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될 것 같다며 안 나오셨다고 하셨습니다. 윤 씨 어르신은 전날 남자가 혼자라서 다른 분들이 신경 쓰지 않을까 했던 저의 이야기에 다른 사람들 불편하면 안가겠다고 하셨다고 합니다.
꼭 제가 가지 말라고 한 것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혹 누군가 불편하지 않을까 했지만 그래도 함께 갈 계획이었는데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다른데 놀러갔다는 이 씨 어르신의 이야기를 듣고 윤 씨 어르신에게 전화했습니다.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김제에 계시면 함께 놀러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윤 씨 어르신은 벌써 전주 가는 버스를 탔고 본인은 괜찮다며 신경 쓰지 말고 잘 놀다 오라고 하셨습니다. 어르신이 배려해주셔서 감사했지만 한편으로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신나고 시원한 영광 백수해안도로
출발 전 아쉬움이 있었지만 나들이 가시는 분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영광으로 출발했습니다. 다리 아파서 나들이고 뭐고 관심 없다던 구 씨 어르신은 어제 파마까지 새로 하셨습니다. 다른 날보다 화장도 짙게 멋을 내고 모이셨습니다.
이 씨 어르신은 아침부터 찰밥에 떡을 맞추셨다며 복지관 사무실 직원들 먹을 떡도 챙겨주셨습니다. 찰밥에 떡에 음료에 두 손이 모자라서 다른 어르신들과 함께 짐을 들고 오셨습니다. 나들이 간다고 전날 떡집에 떡도 맞추고 찰밥도 주문했다고 하셨습니다. 다른 간식도 한 보따리 챙겨오셨습니다.
구 씨 어르신은 영광으로 가는 길 고인돌휴게소에서 예쁜 모자도 구입하고 영광에 도착했습니다. 백수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데 바닷내음과 경치가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날씨도 마침 덥지 않아 좋았습니다.
짧게 해안도로를 구경하고 점심식사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영광에 가면 굴비정식을 먹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영광에 지인을 통해 식당을 소개받았습니다. 사전에 전화로 예약을 하고 굴비백반을 주문했습니다. 정식보다 못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차려진 상을 보니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굴비구이에 꽁치, 장대, 숭어 말린 것, 조기탕까지 한 상 가득 맛있는 음식이 차려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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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도 군침이 돈다며 좋아하셨습니다. 사장님이 고향이 부안이라고 하셨는데 그래서 그런지 간도 아주 입에 딱 맞았습니다. 다들 연신 맛있다는 이야기를 하시면서 배불리 식사하셨습니다. 친절하게 잘 맞아주신 사장님이 고마워 이 씨 어르신이 가져오신 따끈한 떡을 드렸더니 고맙다고 잘 먹겠다 하셨습니다.
식사 후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굴비가게에 들러서 굴비 구경을 했습니다. 7만원, 4만원으로 비싸서 사지는 못했지만 영광 굴비를 직접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또 수협 인근 수산 시장에 가서 생선말린 것을 구경했습니다. 마땅히 살만할 물건은 없다 하셨지만 생선 구경도 재미있었습니다.
해안도로도 식후경. 배를 두둑히 채웠으니 다시 해안도로로 이동했습니다. 중간에 있는 노을전망대에서 바다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고 배가 불렀지만 이 씨 어르신이 싸오신 바나나며 과자, 음료수를 나눠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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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좋고 편안히 앉아서 이야기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어르신들은 운전하고 좋은데 데려와줘서 고맙다고 계속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이렇게 나와서 놀고 하니 좋다고 말씀드려도 그래도 운전하면 고생이라고 기사한테 잘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로 듣고 저도 감사했습니다.
해안도로를 다시 한번 구경하고 영광에 염전이 유명하다 하여 ‘하사리 염전’ 방향으로 이동했습니다. 염전 근방에 가니 풍력발전기가 수 십대 세워져 있어서 장관이었습니다. 저게 뭐냐 왠 풍차를 세워뒀냐 하시기에 전기 만드는 기계라고 설명을 드렸습니다.
염전에 가서 한창 소금을 수확하는 광경을 구경했습니다. 어르신들은 소금 만드는게 참 힘들겠다. 차라리 논일을 하겠다 하시면서 신기한 듯 구경하셨습니다. 저도 염전을 처음 봐서 한참을 재미나게 구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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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가서 저녁식사까지 해결
염전 구경을 끝으로 복지관으로 복귀했습니다. 오는 길에 휴게소에서 아이스크림을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고 배불러서 먹지 못한 찰밥과 떡으로 저녁먹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집구석은 지겨우니 밖에서 먹자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럼 시민운동장으로 가서 저녁먹고 헤어지자 제안했고 5시 반 조금 넘어서 김제로 도착했습니다. 수변공원 평상에 둘러앉아서 함께 저녁을 먹었습니다.
이 씨 어르신이 음식을 풍성하게 싸오신 덕에 점심, 저녁을 배불리 먹었습니다. 다른 어르신들도 이 씨 어르신이 돈도 많이 쓰고 준비를 많이 했다고 칭찬하셨습니다. 놀러가는게 좋아서 음식 장만했다는 이 씨 어르신의 마음이 감사했습니다.
직접 음식을 준비하고 대접하는 따뜻한 마음, 좋은 것을 함께 보고 즐기는 이웃이 있어 행복한 영광 나들이는 이렇게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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