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를 다녀왔습니다.
1900년 경 만든 지도 속의 주요 장소 및 지명이 지금과 거의 같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불과 일이십년 만에 상전벽해하는 서울에서 이런 동네가 남아있다는 것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오랜만에 보는 눈내린 한옥의 정취가 좋았고, 더구나 바람이 불지 않아 영하의 기온에 비해서는 비교적 포근한 일정이었습니다.
꽤 괜찮은 답사였다고 자부합니다. ^^
이것은 운현궁 티타임! 차 한잔씩 하면서 속 좀 덥히고 운현궁 관람 시작합니다.
운현궁 너머 얄궂게 생긴 양식 건물이 보이시나요?
드라마 《도깨비》에서 도깨비(공유 扮)가 살던 집입니다. 건물 명칭은 운현궁 양관이지만 현재는 덕성여대 소유의 평생교육원 건물입니다. 운현궁을 나와 오른편 덕성여대로 들어가면 있습니다. 일반 공개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교직원인 척 자연스럽게 들어가야 볼 수 있습니다.
운현궁과 참 잘 어울리십니다. 이 분 닉이 뿌리기픈나무, 닉도 운현궁과 잘 어울립니다.
헌법재판소 구내에 있는 재동백송, 사계절 중 눈내린 겨울의 자태가 가장 멋집니다.
세한도에 적힌 논어의 구절이 절로 연상됩니다.
歲寒然後 세한연후
知松栢之後彫 지송백지후조
추운 겨울이 오고 난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르름을 안다.
손자 연산군에게 떼밀린 인수대비의 죽음, 아버지 인조가 독살했다는 풍설을 근거로 영화 《올빼미》로도 극화된 소현세자의 죽음, 어느 때부턴가 조선왕실 악녀의 대명사가 돼버린 장희빈의 죽음, 수많은 비극의 현장이 바로 창경궁입니다.
왠지 이 분들이 모두 해결해줄 것 같은 위풍당당한 걸음입니다.
그래도 조선왕실 최대의 비극을 꼽으라면 뒤주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의 임오화변입니다. 뒤주가 놓인 곳이 선인문 근방인데 바로 그 앞의 회화나무는 사도세자의 처절한 비명을 모두 들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무가 저렇게 속이 비고 뒤틀렸다고 전해옵니다.
추운 날씨에 춘당지가 얼고 그 위에 눈이 쌓였네요. 낙엽 진 가을보다 더 예쁩니다.
궁을 없애고 창경원을 만들면서 지은 유리 대온실.
12월에 만나는 동백입니다.
창경궁을 나와 길을 건너면 서울대병원 구내에 함춘원지와 경모궁터가 함께 있습니다.
이곳이 창경궁의 후원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유일한 시설이 가운데 보이는 함춘문입니다.
그 앞쪽의 기단은 사도세자의 사당 경모궁이 있었던 터입니다. 효자 정조가 창경궁 월근문을 통해 매달 참배했다고 합니다.
오늘 일정의 마지막 코스, 성균관입니다.
성균관을 관람하려면 유림회관 맞은편 大門이라는 곳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문 한쪽에 재밌는 문패가 걸려있습니다.
閒人勿入(한인물입).
무슨 뜻일까요?
퀴즈의 정답은 내년도 정기여행 때 공개하겠습니다. 3월 중순쯤 원주를 갈까 생각 중입니다.
산너머살구 회원 여러분, 올 한해 마무리 잘 하시고 마스크 없는 세상을 꿈꾸며 올해보다 더 좋은 새해를 맞이합시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내가 오늘 본 것은 '후기' ㅋ
함께 못해 아쉽
서울에도 이토록 아름다운 겨울 풍경이 있다니 색다른 운치와 낭만이 느껴지네요. 한 해 동안 좋은 여행 이끌어주셔서 감사~
새해에도 멋진 곳에서 함께 해요
산살구 횐님 모두 행복한 새해 맞이하시길 ᆢ
레몬티 님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는
여전히 파워풀하십니다 살구나무님. 3월 원주를 가볼까요?
거 맨날 말로만
요번엔 함 볼랍니다 ^^
전 쉬고있습니다. 드뎌
이제야 이 글을 읽다니^^
청량리역에서 제천기차를 기다리며^^
여행기가 참 맛깔나고 그날 배운 역사의 지식이 ㅎㅎ 새록새록 합니다
따시어지는 봄날에 원주행이 지금부터 기대되는 1인입니다
겨울동안 멤버분들 다 행복하고 따시게 보내세옹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