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행정관. 그 이름 때문에 사람들은 청와대 행정관이 청와대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 직위에 ‘청와대’가 붙었을 뿐 청와대 행정관이 하는 일은 어디까지나 청와대와 무관한, 개인적인 것들이다.
예를 들어 용산에서 철거민들이 다수 숨진, 소위 용산 참사가 벌어졌을 때 청와대 행정관 이성호가 경찰청에 여론조작을 하라고 이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비슷한 시기 발생한 연쇄살인마 강호순 사건을 떠들어대서 용산 참사를 묻으라는 게 이메일의 요지였는데, 민주당 등 야권은 여기에 정권 차원의 개입이 있었다면서 난리를 쳤지만, 청와대는 이게 “청와대 행정관의 개인적 행동이었다”며 구두경고만 줬다. 왜? 청와대 행정관이 하는 일은 청와대와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까.
한때 사회적 이슈였던 민간인 불법사찰이 탄로났을 때 증거인멸을 지시한 사람은 바로 청와대 행정관 최종석이었다. 아랫사람보고 다 덮어쓰라고 지시한 그의 발언은 녹취록을 통해 세상에 공개됐는데, 사람들은 청와대 행정관이라는 그의 직위 때문에 청와대와 모종의 관계가 있을 것으로 봤지만, 청와대 측은 청와대 행정관이 청와대와 무관하다는 걸 몰라주는 여론이 야속했으리라.
채동욱 검찰총장 아들의 정보를 불법 유출한 조오영 청와대 행정관이 요즘 화제다. 청와대는 당연히 “개인적인 일탈”, 즉 조 행정관이 채 총장 아들의 의혹이 너무나 궁금해 개인적으로 한 짓이라고 얘기했지만, 세상은 이번에도 청와대를 의심한다.
답답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답답하다고 혼자 가슴을 쳐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이런 문제는 교육으로 풀어야 하는 법, 초.중.고 시험에 다음과 같은 문제를 의무적으로 내자.
다음 중 청와대와 관계가 없는 직급은? 1) 청와대 청소아줌마2) 청와대 요리사 3) 청와대 이발사 4) 청와대 행정관 정답: 4) 청와대 행정관
교육이 바로 서야 국가가 바로 서는 법, 지금부터 시작한다면 십년 후에는 청와대 행정관이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청와대가 억울하게 의심받는 일은 없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