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 후 한잔 할 생각에 버스를 탔다, 토요일 아침 출근 시간쯤이라 그런지 정류장을
거칠 때마다 승객은 점점 늘어 학창시절 등교길 만원버스를 연상시킨다!
그 버스 한구석에 베낭을 앞에 놓고 등산모자를 눌러쓴 내 모습이 까뮈의 소설 이방인 처럼
낮설게 느껴질 쯤 버스는 산아래 도착했다,,,
저만치 주차장엔 영보군이 타고온 하얀 소나타가 꽁무니에서 연신 배기가스를 토해내다
움직임을 멈춘다, 지난주엔 윤석이형 큰딸 결혼식에 참석후 영호형,기명,영보군과 함께 용문사에 들러
눈이 다져진 비탈길을 미끄러지듯 오르고 내리며 정초의 겨울 콧바람을 만끽하고, 그러는 동안
장작불에 구워진 오리는 껍질이 바삭히 구워져서 부드러운 살코기와 함께 우리들의 술안주로
생을 마감하셨다,,,지난주 추억을 이야기하며 산을 오르기를 한시간 첫번째 정상에 다다른다!
잠시의 쉼도 없이 계속되는 산행은 제법 쌀쌀한 날씨에 움추렸던 몸과 마음을 warmming-up시키고,
트렉을 도는 F1 경기의 포르쉐 처럼 힘찬 엔진에서 펌프질 되는 혈액은 온몸 구석구석을 데우고도 남아
말초신경 끝까지 자극을 멈추지 않는다,,,목적했던 정상을 돌아 다시 되돌아오기를 시간반, 세시간여에
걸친 산행은 산밑자락에서 낙엽에 숨어있던 빙판에 엉덩방아로 찍기로 마무리하고, 아침을 거른 주린배를
영보군이 추천한 청국장집에서 가득 체워본다,,,
그리 역하지 않은 맛과 냄새의 청국장과 곁들여 상추를 채썰어 넣은 양푼과 된장에 버무린 얼간이 배추와
슴슴히 간이된 콩나물,고사리 나물,붉은빛이 곱게 든 무생채나물에다 상큼하게 익은 열무김치,,,
양푼에 밥을 반만 덜어서 나물과 고추장을 넣고 비빈후, 깍뚝썬 두부가 들어 보글대는 청국장을 한국자 "푺"
퍼서 "썩썩" 비벼 놓으니, 입안에 고인 군침은 이제 더이상 참지를 못하고 혀를 감싸고 난리 브루스를 춘다!!!
산행후 먹는 음식이야 뭐든 꿀맛이지만 오늘의 청국장은 탁월한 선택이였고 참말로 수숭했다!
포만감에 취해 돌아오는 지하철 좌석은 따스하고, 얼얼했던 엉덩이는 그 따스함에 기대어 새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