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봤던 영화인데
영화를 보고난 후 쓸쓸하고 묘한 느낌이 "쏴" 하니 밀려왔고
그 여운이 아직 남아있어서
한번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해를 돕기위하여,
먼저 이 영화를 간략히 소개합니다.
줄거리와 함께...
<< 와이키키 브라더스 >>
임순례 감독의 2001년 영화로,
나이트클럽 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갈수록 초라해지는 여정을 좇는다.
<간략 줄거리>
남성 4인조 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 는
여러 나이트클럽을 전전하는 출장 밴드다.
예술의 꿈은 아마 이미 사라져버렸는지
하루하루 먹고살기에 급급하다.
팀의 리더 성우(이얼)는 고교 졸업 이후 한번도 찾지 않았던
고향 수안보의 와이키키호텔에 일자리를 얻어 팀원들과 함께 귀향한다.
성우는 고교시절 밴드 활동을 하며 꿈을 나눴던 친구들과 재회하지만,
이들은 어느새 현실에 찌든 생활인으로 변해 있다.
약국을 하는 민수에겐 돈이 인생의 목표가 됐고,
시청에서 근무하는 수철과 환경운동가가 된 인기는
시위가 있을 대마다 마찰을 겪는 불편한 관계에 놓여있다.
음악스승이었던 음악학원 원장은 알코올 중독에 빠져 거의 폐인이 됐고
첫사랑이었던 인희(오지혜)는 남편과 사별하고
트럭 야채 장사를 하며 억척스럽게 살고 있다.
밴드 멤버들도 음악이라는 공통분모가 있기는하지만,
제 각기 이해하기 어렵게 살아가며 배신과 의리가 어지럽게 얽힌다.
성우는 이들의 변한 모습에 서글퍼하며 묵묵히 바라본다.
고단한 현실 속에서,
친구들과 또 사람들과 순수했던 시절의 꿈을
더이상 공유할 수 없음을 알아차렸을 때 밀려드는 쓸쓸함이
영화에 짙게 스민다.
주로 연극에서 활동하던 이얼, 오지혜, 박원상, 황정민과
신인시절 류승범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19살 이상 시청가.
<감상기>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보고나서,,,
꿈을 꾼다는 것은 무엇일까?
꿈을 이룬다 함은 무엇일까?
꿈을 이루지 못했다 함은 또 무엇일까?
날품팔이 출장밴드로
생활을 겨우겨우 이어가는 그 음악인들은
예술 속에서 꿈을 이룬 것인가?
현실 속에서 실패한 것인가?
만일 꿈을 이룬 것이라면,
암울한 하루하루의 생활 속에서
겨우 그들을 지탱시키는 그 "음악"이라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마약과 같은 것은 아닐까?
또, "하고 싶어" 시작했던 그 음악에
아직도 소중한 의미를 느낄 마음의 여유가 남아 있을까?
또 만일 실패한 것이라면,
삶의 유일한 성패의 기준이
오로지 "의식주"의 풍요와 "욕구"의 충족이라는 말인가?
모차르트, 조용필, 나훈아 가 되지 못하는 한 실패란 말인가?
살리에리, 조영필, 너훈아 는 어쩌란 말인가?
알 수 없다.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들 마음 속에는 답이 있을까?
어떤 자기합리화로 위안을 삼고 있을까?
주인공 "성우"는
단란 주점에서 옷을 전부 벗고
기타로 겨우 최후의 그 부분만 가린 채
질펀한 술꾼들의 어설픈 노래에
반주를 하고 있다.
약간 움찔했지만 변함없는 표정으로 진지하게.
예술을 하는 것인가?
현실을 가슴으로 끌어 안은 것인가?
득도하여 초월한 부처님인가,
아무 생각 없는 밥벌레인가,
이도 저도 아니라면 엉거주춤 부르스인가?
약사 친구도
환경운동가 친구도
공무원 친구도
주인공도
각기 묘한 삶을 살아가는 밴드 멤버들도
또 주변의 여러 인간 군상들도
모두 진정한 "자기"의 삶의 길을 가지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데...
"하고싶어" 시작했건 "어쩌다보니" 하게됐건
이미 그 경계는 무너져 버린듯 하다.
고뇌 속에서 현실에 떠밀려 다니기도하고
생각없이 눈 앞의 이익과 욕구를 쫒기도 하고
그냥 좋아하는 것을 따르기도 하고.
주인공의 한 친구는
어느날 이런 질문을 불쑥 던진다.
"너 행복하니 .... ?"
그 친구는 우여곡절 끝에 결국
거의 자살에 가까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하여, 그 질문은 모두의 가슴에 화두로 남게될 것이리라.....
마음이 묘하다.
따스하면서도 왠지 서늘해지더니
한 구석이 휑하니 뚫리며 바람이 지나간다.
그래도 희망은 끈덕진 것인지
삶을 끌고 간다.
또 한사람의 주인공 "인희"는
기어이 바다가 보이는 마을 "여수"에서
심수봉의 "사랑 밖에 난 몰라"를 멋드러지게 부르며
뒤 늦게 찾아온 희망을 즐거워하며
간간이 "성우"와 눈길을 주고 받는다.
무대 아래 객석에서
그대로 여럿이 함께 앉아
그들의 남은 생을 지켜 보고 싶다.
어떤 바람도 누군가에는
반드시 시원한 한줄기 은혜일 것이고
하늘에 있는 이름모를 별도 누군가에는
반드시 길을 이끄는 희망이 될 터인데
한낱 자연도 그러할진대,
천하보다 귀하다는 우리는
바람보다 못하지 않고
별빛보다 못하지 않은데,
왜,
무의미와 상처로 아파해야만 할까
인희처럼 "자기"의 노래를 부르면 되지않을까?
타인에게는 차치하고서라도,
왜 자신에게도 의미롭지못하는 것일까
이제
영화도 진즉 끝났고
커피도 다 식어 버렸다
세상은 고요하고
풀벌레 소리가
간간히 들려 온다
이제 나도 여운을 접고
나의 길을 가야겠다
- - - -
부엌에 가서
오랜만에 설겆이를 깨끗이 해놓았다.
< 감사합니다>
첫댓글 ^^...
설거지 많이 하시지요?,,,ㅎ
인간은 자기를 찾는 순간 자신의 타자가 된다...
무명을 깨닫고 벗어나 경지에 오르는 순간인가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현재의 제게 스스로 많은 물음표를 던져주는 굴입니다. 감사합니다
어이쿠, 감사합니다.
요즘들어 저도 참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그것들의 방향이 대개 슬픈쪽이 많아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