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의 천재 허균(1569~1618)도 감탄한 소설 {금병매} 이야기는 우리의 그림자인가?-
1. 지난 2008년 04월 24일 홍콩의 {사과일보Apple Daily}는 <현대판 西門慶>에 대해 특필했다.
雲南省 鎭雄縣 坪橋村 마을에는 오래 전부터 남정네들은 돈벌러 도회지로 나가고 마을엔 아낙네들만 사는 소위 <과부촌>이 생겼다. 그 마을엔 남자라곤 치약 세척제 등 생약 장수를 하는 杜鳳華(1966 丙午생)만이 남아 있었다. 그는 지난 10 년간 마을 부녀자들 10 여명을 농락했다. 楊明芳 부인의 남편은 멀리서 소문을 듣고와 杜鳳華와 맞장을 떴지만, 오히려 두둘겨 맞았다. 남편은 아내를 설득해 함께 도회지로 이사했다. 두봉화는 의기양양해서, " 마음만 내키기만 하면 젊은 여자들은 다 주물를 수 있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다. 그리고 그는 작심한 바 있었든지, 2 아들과 아내를 도회지로 이사시켰다.
아니라 다를까 엽색행각에 깊게 맛을 들인 그는 이웃 마을에까지 행동 반경을 넓혀서, 이제 갓 결혼해 혼자 있던 1981년 辛酉 생 蘇紅을 2006 丙戌년부터 꾀어 놀아났다. 그는 음모를 꾸며 그녀의 2 아들과 남편을 독살하고 그녀와 재산을 독차지했다. 이를 안 그녀 시댁 가족들 7~8명은 지난 2007년 11월 두봉화를 산으로 유인해 몽둥이질로 그를 못매질해 죽였다.
{사과일보} 등은 이 두봉화 사건을 明代 기소설로 유명한 {금병매}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西門慶의 행실과 너무나 같다며, 중국적 애정 행각의 삐뚤어진 인간의 잔혹성을 꼬집기도 했다.
2. [금병매}는 인간의 深淵의 어두운 그림자를 그리고 있다.
명대에 성립된 4대 기이한 소설로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시내암의 {(충의)수호전}, 오승은의 {서유기}, 작자 미상의 {금병매}를 보통 말한다. 앞 3 소설들과는 달리, {금병매}는 남녀간의 애정 표현과 구성 스토리를 통해 당시 사회 부유층이나 관리와 무뢰한들의 어둡고 추악한 면목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풍자 소설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의 실마리는 {수호전}에 나오는 서문경을 끌어와 여주인공 潘金蓮과의 엽색 이야기를 큰 줄거리로 짠다. 무대는 山東 서부 臨淸 지역이며, 시대는 金나라가 쳐들어와 宋이 수도를 南京으로 옮기던 전후를 배경으로 한다(1113~1126). 한족의 排金 정신을 깔고, 사회 상류층과 관료들이 부패하면 결국 오랑캐들에게 나라를 빼앗길 수밖에 없다는 묵은 권력의 패악을 고발하고 있다. 북송말의 政況과 명말의 것이 너무나 흡사해서, 정치적 부패와 민생고의 처절함을 인간 이면의 엽색 충동을 통해 잘 그려내고 있다.
서문경은 약 장수로서 인정사정없이 돈 벌는 데 정신 없을 뿐 아니라 여유로운 만큼 많은 여자들을 첩으로 들이는 당시 장사치의 전형을 대변한다. 그는 武大郞의 처 반금련을 자신의 다섯번 째 첩으로 삼고자 자식들과 남편을 독살한다. 무대랑의 동생 무이랑은 이에 복수코자 하나, 서문경의 음모와 뇌물 공세로 뜻을 이루지 못한다. 반금련 말고도, 서문경은 여러 여자들을 첩으로 삼고 애들까지 두는데, 여자들간의 질시와 알력으로 모두 불행의 늪으로 빠져 인생을 마친다.
서문경도 마침내 반금련의 음모로 독살된다. 서문경의 본처는 유복자를 낳았지만 마침 金의 내침으로 불안한 정국을 염려해 함께 산속으로 들어가 출가한다.
3. 반금련은 시대적 희생양이요 거울
이 소설에서 남주인공은 서문경, 여주인공은 반금련이다. 서와 반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돈과 성과 권력의 삼각 관계를 그리면서, 그것은 당시의 사회적 비조리와 부패상을 그대로 연출하고 있다.
여기서 반금련은 악녀 요괴 음탕 독살...등 여러가지 오명의 대명사로, 중국인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금병매}는 중국인들에게 꾸준히 베스트셀러다. 누구나 즐겨 읽으면서 그들은 반금련을 <유교적 잣대>로 평가하곤 한다.
얼마전 우리 사회에서 某씨 사건이 핫뉴스가 됐던 적이 있다. 노이즈 마케팅이니 뭐니 하며 줄곧 소란을 피웠다. 그 이면엔 깊숙히 저 <반금련>이 들어 있어서, 일부 대중이 관심을 가지며, 정치적 이슈까지 되기도 한다. 남에게 보이는 표면엔 고아하고 정숙한 이미지를 풍기면서도 보이지 않는 저 내면의 사생활이나 깊은 침실에선 그와 전혀 다른 어두운 그림자를 보통 사람들은 가지고 있다. 단지 그 어둔 그림자를 마냥 감추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모씨는 그걸 스스로 반항이라도 하듯 폭로하고 나섰고, 반금련은 소설의 주인공으로서 각색돼 세상에 권력의 부패의 고리를 고발한 셈이다. 둘 다 인기와 관심을 끄는 것은 성을 적나라하게 표현해서 어둔 그림자를 드러낸 것이요,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여전히 밖으로는 강박감이 될 정도로 유교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현대에 사는 우리마저도 대중적 히스테리나 노이로제를 앓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다.
그래서 소설 속의 반금련은 물론 가공의 인물이지만, 바로 우리들의 내면의 깊은 어둔 그림자요 또 다른 나일 수 있다. 곧 반금련은 우리의 내면을 비춰주는 거울이라 생각해도 좋다. 그 거울에 나타난 상이 찌그러졌으면 자신의 그림자 자아가 찌그러진 것이요, 웃고 있으면 그 그림자가 웃는 것이다.
반금련을 욕하면, 그 만큼 내면의 그림자가 찌그러져 분열된 것이요, 그것은 나와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이다.
속담에 <똥 묻은 개가 재 묻은 개 나무란다> 했다. 똥이 묻을수록 그 것을 변명할 희생양을 찾기 마련이다. 책임을 전가하고 남을 질타함은 모두 자신의 잘못을 남에게 덮어씌울려는 희생양의 행위다. 희생양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인데, 오늘은 그 대상을 반금련으로 맞추도록 한다.
4. 반금련 사주는 <모델의 실제의 것>이다.
소설에서 반금련 사주는,
시일월년
丁乙庚庚
丑亥辰寅...이다.
소설에선 己丑시로 돼 있다. 이는 월두법에 의한 표기인데, 소설 작가가 시두법을 몰랐다는 증거다. 다시 말하면 작자는 사주나 자평술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고, 당시 인기리에 유행하던 자평술의 일반적 형태를 취하고 있을 뿐이다.
그 동안 {금병매}의 작가의 후보로서 약 17 명이나 거론돼 왔으나, 2011년 07월 중국 학자들이 모여 심포지움을 가지고, 원작자를 丁惟寧(1542~1611)으로 규명함으로써, 논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금병매}의 성립 시기를 1547~1596년으로 보통 보는데, 이것은 가정제(1521~1566) 말년에서 만력제(1573~1620) 중기에 해당되며, 그런 여러 조건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선정됐다.
그런데 반금련의 사주를 조회하면, 완전히 가공 인물이란 걸 알 수 있다. 음력이며, ( ) 안 숫자는 입운수.
1650. 03. 22 (5)
1470. 02. 26 (10)
1410. 03. 09 (5)
1350. 03. 21 (10)
이 중에서 음력 03월이 들어 있는 경우는 3 개인데, 정유녕의 생존 연대를 고려하면, 거기에 어울릴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굳이 1410년 03월 09일이 가장 가깝다 친다면, 정씨로부터 100 년 전의 것이 되고 만다. 가정하면, 작가가 과거의 어떤 음녀 사주를 알고 있었을 것이고, 그것을 소설에 끌어다 썼다고 보면 어떨까. 아무튼 소설이지만, 다시 반금련의 것을 적으면,
[1410 여 5]
丁乙庚庚...乙丙丁戊己
丑亥辰寅...亥子丑寅卯...이다.
5. 반금련 사주 해석
1) 늦봄 환절기 辰월에 서리 庚-辛이 매우 강하고 매섭게 내린다. 서리 맞은 꽃...?
2) 향지마저 동-북으로 불리하게 흐른다.가시밭길 삶의 여정을 예고한다.
3) 다행이 잡초 같은 乙 꽃은 寅辰亥地에 강하게 뿌리하고 안착하려고 하나,
4) 매정한 官夫 庚의 강력한 첩신은 乙의 의지를 꺾어 그만 병들게 한다.
5) 그래도 丁이 剋金하려 하니, 乙이 내키지 않더라도 겨우 丁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6) 乙은 꺾어질 위기인데, 떨어진 丁이 미약해, 剋金力이 중과부족이다. 된서리 맞는 게 운명인가. 천하게 나서 빈천하게 살아간다.
7) 일주에 2 도화가 다른 흉살의 침범으로 증폭된다. 애정은 곧 눈물의 질곡이 된다.
8) 2 범이 미쳐 날뛰니 정신이 혼미해 언제 잡혀먹힐까 걱정이다. 찌그러져 상처 뿐인 인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