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 2011년02월05일
누구와 : 우리부부
어디로 : 금병산(652.2m)
설 명절인데도 구제역 파동으로 시골 큰집에도 못 가고 인천 두째형님댁에서 이틀 밤을 지내니 매일 술이다. 안되겠다 싶어 4일 저녁 인천을 탈출 집으로 귀가 늦은 저녁 배낭을 꺼내 놓고 무작정 우리나라 지도를 펼쳐 놓고 눈요기를 하니 춘천 쪽 산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해 12월 전철로 바뀐 경춘선이 어떻게 생겼기에 예전 같지않다고 소문이 자자하니 더욱 궁금^^
금병산……
춘천시에서 남쪽으로 8km 지점에 자리 잡은 산으로 일명 진병산으로 불리며, 대룡산(899m)에서 남서쪽으로 이어진 능선이 수리봉(645m)을 솟구친 후 그 맥이 원창고개에서 잠시 가라앉았다가 마지막으로 솟은 봉우리가 금병산이다. 산 전체가 육산으로 봄에는 진달래와 데이트를 할 수 있는 곳이며 여름철 낙엽송의 푸른 숲길을 거닐며 또한 겨울철에는 잣나무에 걸려있는 눈꽃을 보며 문학을 논할 수 있는 곳이며, 특히 가을철 산기슭이 비단병풍을 둘러친 듯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금병산(金屛山), 이름이 대변해주고 있고 소설가 김유정의 고향 실레(증리)마을을 품고 있는 산이다. 춘천의 문인들이 그의 소설 제목을 따서 만부방길, 동백꽃 길, 봄봄길 등의 이름을 붙인 등산로가 조성되어 있으며 김유정의 생가인 문학촌이 있다. 전철이 복선화되었고 수도권에서 가까워 가족과 함께 테마산행에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물어 물어(?) 상봉 역에 도착 와이프와 춘천행 열차에 환승하니 급행이란다. 김유정역에는 정차를 안 한다기에 하차하여 시간표를 보니 20분에 한대씩 배차가 되어 있고 그 중 한대는 급행이란다. 줄줄이 서있는 인파를 헤집고 간신히 좌석2개 확보 출발하니 만원열차는 예전 경춘선과는 전혀 딴판이다. 경춘선 하면 북한강을 끼고 달리기에 차 창가의 풍경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지만 전철의 철길은 터널로 이루어진 구간이 많다 보니 경치는 뒷전이다. 빠른 것이 좋다고 직선으로 공사를 한 탓이겠다.
한 시간10분을 달려 김유정역에 도착하니 기와집으로 단장한 역사가 한참 마무리 공사 중이다. 예전에는 신남역이라는 이름으로 간이역 역할을 했던 기억이 나며 군생활을 가평에서 하면서 상급부대가 이곳 인근에 있어 보급병으로 군생활을 했던 나로서는 일주일에 두어 번씩 이곳을 경유하여 남춘천역으로 다녔지만 그다지 기억이 나질 안는다. 어느덧 30년이 훌쩍 지난 세월이기에……
원점 회기 산행이기에 우측으로 가던 좌측으로 가던 도착하는 지점은 같으므로 하산하면서 김유정문화촌을 방문할 계획으로 우리부부는 우측으로 산행 들머리를 잡는다. 등산로 전체가 김유정의 소설에서 나오는 이름으로 또는 주제로 명명되어 있어 이제부터 등산을 하면서 김유정 작가의 소설 속으로 파고든다. 전방에 하얀 모자를 쓴 금병산이 올려다 보이는 도로를 따라 오르니 우측에 기동순찰 방범초소가 설치되어 있는 삼거리가 나오며 왼쪽 실레 마을 길로 5분 정도 진행하니 김유정기적비가 세워져 있다. 이곳이 1931년 귀향한 김유정이 학교가 없어 배우지 못하는 마을청년들에게 배움의 터전을 마련하여 한글을 가르치는 등 농촌계몽운동을 펼쳤다는 금병의숙(錦屛義熟)터라고 되어 있다. 덩그러니 남아있는 느티나무는 금병의숙을 지으면서 심은 나무라고 전해지며 말끔하게 새로 지어진 건물은 노인정과 복지관이라는 이름으로 현판 되어 있어 그냥 지나칠 수 있어 아쉽다. 마을을 벗어나며 좌측으로 김유정의 소설『솥』에 나오는 계숙이라는 들병이의 꼬임에 빠져 자기집 부엌에서 솥은 훔쳐 나오던 근식이네 집터 안내판을 지난다. 7분 진행하여 맞은편에 바리케이드 옆으로 산행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으며 왼쪽으로 임도를 따라 진행하다 오른쪽 언덕에 정상 3.58Km라는 이정표가 산행 시작점이 된다. 이 지역의 특산물인 잣나무가 울창하게 들어서있는 등산로는 동네 뒷산 그 모습이다. 피톤치드의 향을 느끼며 산림욕장에 설치되어 있는 의자를 지나 맞은편에서는 벌써 내려오는 산객이 있다. 아이젠을 들고 있기에 알아보니 오르는 데는 지장이 없으며 하산 시에 필요할거라 애기해준다. 조금씩 높이는 등산로 바닥에 눈이 쌓여 조금씩 미끄러움이 시작되며 스틱을 와이프에게 주니 한결 수월하단다. 지그재그로 오르는 길은 응달이라 바닥이 얼어있어 조심을 하는데 뒤에서 여자등산객이 아이쿠 하며 넘어지니 너도나도 아이젠 준비에 배낭들을 내려 놓는다. 산림욕장입구에서 16분 진행 땀이 나기 시작할 쯤 철탑이 설치되어 있는 능선 길에 당도하니 정상2.6Km라는 이정표가 반긴다. 이곳부터가 산골나그네길(2.6Km)이라고 명칭 한 등산로이며 좌측으로 진행하며 육산의 푹신푹신한 등산로를 걸으면서 좌우로 유난히도 많은 나무들이 전지되어 있는 모습들이 안쓰럽지만 자세히 보니 지난 여름 불어 닥친 태풍에 의해 쓰러진 나무들이다. 곳곳에 나무의 이름이며 쓰임새를 자세히 안내되어 있어 지나가며 관찰 할 수 있어 좋아 보이며 등산객 대부분이 우리처럼 부부 또는 가족과 함께하는 산행이기에 마주 오는 등산객들의 미소와 짧은 인사말이 정겹게 들린다. 응달쪽에서 아이젠 착용한 산객들도 불편 없이 착용하고 진행하는 모습이 육산 이라는 조건이기에 가능하지만 지나가는 등산로는 많은 자국을 내고 파헤쳐지니 벗고 진행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약간의 오르내림으로 주변 산세도 둘러보며 13분 진행하여 또 다른 철탑을 지나친다. 이곳은 고압 철탑이 무수히 많아 산행 초입에 가로질러 산으로 올라간 철탑을 보며 여기도 공사 시에 수난 아닌 수난을 격어겠다 생각하며 올라왔는데 아니나 다르게 철탑주변은 횡 하니 썰렁한 느낌을 준다. 지나오면서 공터가 있어 단체로 온 산객들이 점심보따리를 펼쳐놓고 이야기 꽃을 피우는 모습에 우리도 시장기가 생긴다. 와이프는 아침도 거르고 왔기에 잠시 배낭을 내려 놓고 간식으로 곶감을 꺼내 먹고 나니 시장기가 가신다. 소나무 두 그루가 사이가 너무 좋아서 부등 겨 안고 휘몰아 올라가는 모습도 보고 가지가 다시 땅으로 파고 들어 뿌리도 아닌 줄기가 뿌리가 되려고 발버둥치는 나무도 보며 어느덧 1시2분 저수지 갈림길인 사거리를 지나친다. 약간의 내리막길을 지나 실레마을에서 개 짖는 소리며 기계음들이 뒤섞인 잡음을 뒤로 하고 1시20분 정상 앞에 당도한다. 정상에는 데크로 전망대를 설치, 주변 산세를 조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좌측 산불감시 카메라 옆으로 삼악산이 내 눈에 들어오며 오른쪽으로 대륭산과 수리봉 줄기가 우리가 서있는 정상 쪽으로 달려오는 듯하다. 전방을 주시하니 춘천시내가 한눈에 들어 오며 그 옛날 상급부대 연병장이 아직도 변함없이 눈에 들어 온다. 저곳은 내무반이고 저곳은 중대본부고 머릿속에서 아련히 떠오른다. “그곳이 여기였구나” 추억거리를 와이프에게 넌지시 던지니 몇 년 만에 와보냐고 반문한다. 산천이 세 번 바뀌고 또 다시 바뀌는 시간 만에……
정상주변 여기저기 모여 앉아 식사를 해결한다. 우린 산불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곳에서 인천 둘째 형수님이 주신 약식을 나눠먹고 하산준비를 하니 등산로가 진흙투성이다. 한 무리의 산객들이 내려간 후 우리도 숲 속으로 빨려 들어가 바로 급경사가 나타나며 오후의 햇살방향이 반대이기에 눈은 녹았지만 얼기 시작하여 하산에 주의를 요한다. 옆에 안전로프가 설치되어 그나마 다행으로 급경사를 10분 정도 하산하여 울창한 소나무 숲을 끼고 10분 더 내려오니 좌측 방향으로 김유정문학관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고 이 산의 유일한 바위지대를 옆으로 지나친다.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진행하면서 보아온 바위가 없었던 기억으로 새삼 반갑다. 정상에서 27분(거리상으로 1.6Km)하산하니 이정표가 나온다. 동백꽃길이 끝나며 직진하면 저수지 방향(금 따는 콩밭 길)이며 우측으로 내려가면 문학관이 바로 나오지만 응달로 미끄럽기도 할 것 같고 무엇보다 실레이야기길을 좀 걷고 싶은 맘으로 저수지 쪽 이정표를 택하여 내려간다. 대부분 등산객이 문학관 방향으로 하산하여 우리가 진행하는 방향은 오붓한 우리만의 데이트 코스이듯 완만한 경사 길을 5분 내려가 나무벤치가 설치되어 있어 잠시 휴식을 한다. 지난 며칠 전 한파와는 대조적으로 오늘 날씨는 완연한 봄 날씨처럼 포근하게 느껴진다. 하기사 어제가 입춘이었으니 봄은 봄이지. 잠시 휴식 후 철탑 밑으로 급 경사가 기다린다. 다행이 안전로프가 설치되어 있으며 양지쪽이라 등산로 가장자리에만 잔설이 남아 있어 하산하기에는 크게 걱정을 안 한다. 5분 마다 특색이 있는 모습들이 나타나 즐거움도 더해준다. 데크로 큰상을 설치 해놓고 겨울 지내기 힘든 동물들에게 먹이를 공급하기 위하여 한쪽에 동물 먹이가 한 움큼 뿌려져 있다. 2시23분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는 삼거리가 나오며 좌우로 실레이야기길이 시작된다. 진행방향에서 좌측으로 들머리인 수아리저수지 방향이며 오른쪽 방향은 문학관 방향이다. 몇 년 전부터 유행하는 수직의 등산로가 안인 수평적 등산로가 시작되며 문학이 살아 숨쉬는 김유정(金裕貞) 작가의 소설 배경이 된 실레이야기 길을 걷는다. 그 당시에는 숲길이었던 이곳을 넓게 조성하기 위하여 파헤쳐진 모습이 여름 비에 산사태가 날까 걱정이다. 『가을』작품에 나오는 봉만이가 소장수 황거풍에게 매매계약서 쓰고 아내 팔아먹은 뒤 덕냉이로 도망치던 고갯길을 뒤로 하고 젊은 나이에 요절한 김유정을 생각해본다. 1908년 1월 11일 이곳 실레마을에서 부유한 지주의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다. 그는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고 고향을 떠나 12세 때 서울로 올라와 1923년 서울 재동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하고 휘문고보를 거쳐 1930년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했으나 곧 제명처분을 당하고 이듬해 보성전문학교에 입학했으나 곧 퇴학한다. 가세가 기울어 셋방살이하는 누이 집, 형수 집 등에 얹혀살면서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의 소설 주인공들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발랄하게 살아간다. 만 4년 동안 소설 30편, 수필 12편, 번역소설 2편 등 모두 44편의 작품을 남기고 1937년 3월 29일 스물 아홉 살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에는 연인 또는 가족들이 정답게 걷는 모습이 자주 보이며 8분만에 산국농장으로 빠져나가는 길이 나타난다. 이용한 사람이 없는지 싸인 눈에 발자국이 더러 찍혀 있을 뿐 우리부부는 계속되는 이야기 길로 걷는다. 구간구간 소설에서 나오는 이야기 길의 안내문을 읽으며 어느덧 정상에서 내려오는 등산로 입구에 당도 마을 입구에 도착 거름냄새 진동하는 농촌의 모습을 보며 김유정 문학관과 생가가 있는 입구에 도착 관람 후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춘천행 열차에 몸을 실지만 남춘천과 춘천역 홈에서 기다리는 인파를 보고 지레 겁먹고 그냥 그 자리에 앉아서 서울로 상경한다.
후기 : 지난 1월 회장님이 금병산에 대하여 말씀하신 적이 있어 한번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다녀올 줄은 몰랐다.
그것도 우리만……
닭갈비 냄새풍기는 초만원 전철 속에서 탈출하여 생각해보니 하산하여 주변을 돌아 볼 수 있는 여유로움을 가져야 되는데 아쉬웠다. 소설 속에 나오는 들병이(먹고 살기 위하여 병에다 술을 가지고 다니면서 파는 여인)들의 이야기 길부터 김유정의 코다리(명태의 내장을 뺀 후 반 건조시킨 것)찌개 먹던 주막 길까지 16코스의 실레길도 돌아보고…… 소설 속에 나오는 주막에서 막걸리도 한잔 하고 왔어야……
춘천의 닭갈비와 막국수도…… 아직도 춘천역은 시내로 들어가는 교통이 불편하다고 하니 다음으로 미루고, 전철 시간표는 상봉역에서 첫차가 평일에는 5시 10분 급행열차를 시작으로 6시부터 한 시간에 3대가 배차되어 있으며 춘천에서 출발하는 열차는 저녁 10시 이후까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