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하린맘의 친환경 살림법>, 중앙m&b, 2008.
점심에 도시락을 드시나요? 그렇다면 어디에 밥과 반찬을 담으시나요? 혹시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사용하시진 않나요?
‘환경의 역습’이란 다큐멘터리를 보셨는지 모르겠어요. 환경호르몬을 다룬 그 방송이 나간 뒤, 잘 써오던 플라스틱 반찬통을 몽땅 버리신 분들이 많다고 하죠. 반찬통 버린 것을 계기로 친환경 실천가가 된 분들 또한 상당수라 하구요. 플라스틱 사용이 아이들의 성조숙증을 유발하고, 심한 경우 조기 폐경을 초래하거나 각종 암의 발생 원인이 된다고 하니 그럴 법했죠. 눈에 보이지 않는 환경호르몬이 그토록 위협적인 녀석일 줄이야!
지금부터 소개할 <하린맘의 친환경 살림법>은 플라스틱 반찬통을 버릴까 말까 고민하는 분들, 반찬통은 버렸는데 그러고 나서 뭘 해야 할지 헤매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책입니다. 여성중앙의 친환경 전문 기자인 정미경이 1년 동안 취재하고 실천해온 친환경 생활 이야기가 담겨 있거든요.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친환경 자가진단 테스트가 나와요. 결과에 따라 자신의 친환경 수준을 체크할 수 있죠. 그런 뒤엔 부담 없이 저자의 조언을 따라가시면 돼요. 집, 먹을거리, 살림 등 생활의 가장 중요한 영역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이 눈에 쏙쏙 들어오게끔 정리돼 있거든요. 취재를 하면서 만났던 친환경 살림꾼들, 친환경 전문가들의 이야기도 실려 있어 읽을거리가 풍성하답니다.
자, 그럼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 생활 습관 몇 가지를 살펴볼까요?
#1. 한꺼번에 반찬 담아 설거짓감 줄이기
식기 세척기를 사용하면 손으로 설거지할 때보다 물 소비량이 70% 줄어든다.
큰 접시에 여러 나물을 함께 담아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 캔보다는 유리병에 담긴 음료 마시기
알루미늄 캔 내부는 플라스틱으로 코팅돼 있어,
뜨거운 음료나 먹다 남은 용기에서 환경호르몬 비스페놀이 나올 수 있다.
#3.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 들기
썩는 시간만 1000년 이상 걸리고 불에 태우면 발암물질이 생성되는 비닐봉지 대신,
접으면 부피가 줄어드는 장바구니를 이용해보자.
#4. 매일 두 번씩 실내 공기를 환기하기
요리 시에는 반드시 후드를 작동하고 오전 10시 이후, 오후 9시 이전엔
집 안 전체를 환기하는 것이 좋다.
#5. 플라스틱 용기 제대로 사용하기
지방이 함유된 음식은 담지 않는다. 안쪽 면에 흠집이 생기거나
김칫국물이 밴 경우 미생물이 번식할 수 있으므로 사용하지 않는다.
#6. 무심코 만드는 쓰레기 줄이기
아이스크림을 사 먹을 때는 컵보다 콘을,
테이프를 사용할 때는 셀로판테이프보다 종이테이프를.
#7. 튀김 요리는 오븐에 하기
오븐 팬에 기름을 바르고 재료를 올린 뒤 기름을 살짝 뿌려 조리하면
기름을 적게 사용하면서 튀김을 완성할 수 있다.
#8. 아이와 함께 환경클럽 가입하기
가까운 구청이나 환경 단체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그때그때 운영하는 자원봉사나 캠프에 지원할 수 있다.
솔직히 블랙라이트를 이용해 옷, 이불, 세면 타월, 행주, 휴지, 방석 등에 포함된 형광증백제를 가려내는 저자의 모습은 범접하기 힘들었어요. 하얀 물건들은 아예 안 쓰고 말지 하는 생각마저 들었구요. 하지만 그렇게 꼼꼼하고 열성적인 저자가 제안한 내용이니, 다른 쉬운 방법들은 당장 실천하자고 결심했답니다. 우선 위에 제시한 여덟 가지부터! 방에서 시작해 거실, 부엌, 욕실, 그리고 사무실에 있는 오염원들을 치워나가는 것이 친환경적 삶의 출발점 아닐까요?
책의 말미에는 저자가 써보고 재구매한 제품들, 단골 쇼핑몰, 전국의 친환경 매장이 리스트업 돼 있어 유용해요.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이것저것 비교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고르고 또 골라 만든 루트이기에 신뢰가 가죠. 두레생협에서 판매하는 유기농 완숙 토마토와 간식카페 ‘아임로하스’에서 판매하는 유기농 석류맛 사탕은 당장 사고 싶을 정도였어요. 유익한 미생물로 이루어졌다는 EM 원액을 사다가 친환경 세제도 만들고 싶었구요. 일회용 생리대가 없었던 시대를 떠올리며 대안 생리대도 주문하고 싶었죠.
바빠서 짬이 안 날 것 같다, 비용이 많이 들 것 같다, 남들이 유난 떨지 말라고 할 것 같다… 네, 이 리뷰를 보시고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부지런해짐으로써 내 가족과 지구가 건강해진다는 걸 잊지 마세요. 우리의 환경과 건강을 지키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 속 작은 실천들이니까요. 아, 개인용 머그잔을 챙겨 사용하신다구요? 바로 당신 같은 친환경 초보를 위한 책, <하린맘의 친환경 살림법>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