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반하다] “돈 많이 벌어 기쁘고 선진농업기술 배워 좋아요”
경남도는 올해부터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도입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을까. 그들은 경남을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다.
글 박정희 사진 김정민
거창군 고제면 사과 농가 근로 현장
“취재하러 오는 건 안 말리겠소만, 그때까지 사과 수확이 안 끝났을지는 모르겠네.” 추석을 앞둔 지난달 1일 거창군이 추천한 거창군 고제면 오서윤(76) 어르신의 사과 농장을 찾았다. 다행히 한창 수확 중이었다. 비 내린 뒤라 땅이 질척거려 걷기 쉽지 않다. 과수원 안쪽에서 두런두런 소리가 들린다. 10여명의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이른 아침부터 작업을 하고 있었다.
10여 분 뒤 도착한 어르신은 “이 먼데까지 오느라 수고하셨구먼. 근데 인터뷰하고 사진도 찍는다고? 일해야 하는데…”라며 난감해하신다. 외국인계절근로자 1인에게 지급되는 임금이 월평균 200여만 원이니 어르신 입장에선 그럴 만도 하다 싶다. 1시간 쯤 지나 통역해줄 모니터링요원과 거창군관계자가 도착했다. 취재를 서둘렀다.
오전 6시부터 작업, 근로 환경 매우 만족
필리핀 푸라시 출신 농부 발모레스 엘비스(42)는 아내 제랄딘 벨트란 말론조(31)씨와 함께 지난 8월 입국했다. 지난 4월 이 농가에서 3개월 일하고 귀국했다가 재입국해서 일한다. 근로환경이 좋고, 고향보다 적어도 4배 이상 수입이 좋단다. 고향에서는 농사만 지어서는 아들하나, 딸 셋인 가족을 돌보기 어렵다. 그래서 그곳 농부들은 차량운전 등 부업을 많이 한다. “숙소는 제공되지만 먹을 건 우리가 마련해야 하는데요, 어르신께서 채소 등 식자재를 많이 챙겨주십니다. 참 친절하세요.”
어르신은 실제로 겉보기엔 무뚝뚝하면서도 근로환경에 신경을 많이 썼다. 일하는 중간중간 30분씩 간식시간도 지킨다. 이날은 팝콘을 간식으로 들고 오셨다. 근로자들의 평이 좋더라고 전하자 멋쩍어하신다. “그래? 그리 좋게 생각하는 줄 몰랐구먼. 사실 이들이 큰 도움이 되지. 예전에 일당 10~15만 원을 줘도 일할 사람 못 구해서 발 동동거리던 것에 비하면 참 좋아.”
“더 오랜 시간 일할 수 있기를”
황인철(59)모니터링 요원은 거창에서 일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대부분이 근로환경에 만족해한단다. 9월 초 현재 이탈자가 한명도 없는 것도 그래서라며 화훼농가에서 일하는 알혼 마테오 말론조(32)·제랄딘 벨트란 말론조(31) 부부의 말도 전한다. “농장주가 친절하고 물이 깨끗해서 좋습니다. 수입도 좋고, 거창군의 선진농법도 배워 행복합니다. 일하는 기간이 더 늘어나기를 희망합니다.”
이들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몇 개월 일하는 동안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어 고향을 간다. 관광을 다니지도 않고, 허투루 돈을 쓰지도 않는다. 알뜰하고 성실한 이들의 바람처럼 더 오래 더 많이 일할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
한걸음 더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한 계절이 바뀔 정도의 단기간(3~5개월)에 일하는 근로자다. 농·어번기 고질적인 인력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2015년 시행하기 시작했고, 경남도는 올해부터 운용하고 있다. 농가수요조사→법무부 제출→심사→인원 배정→현장조사→업무협약→입국 등의 절차를 거친다. 농가 당 고용가능 인원은 9명 정도며, 인센티브 적용을 받으면 최대 12명이다. 경남도는 올해 상하반기 통틀어 거창군 266명, 창녕군 246명 등 17개 시군에서 총 1157명을 배정받았으며, 외국인 계절근로자에 산재보험료, 교통비, 외국인 등록비, 마약검사비 등을 지원한다. 거창군은 경남연구원이 우수사례로 평가한 지역이다. 누이좋고 매부좋은 프로그램으로 정착하려면 현장을 잘 아는 황인철 모니터링 요원의 말에 따르면 숙소를 제공하지 못해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배정받지 못한 농가가 많다. 현재는 숙소가 있어야 배정받을 수 있다. 그래서 숙소문제가 해결되어야 할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은 한두 해 하고 말 단기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 인력이 없어 애먹었다는 농가의 반응이 많으므로, 3~5개월 걸리는 심사과정도 좀 줄어들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