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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편제'에서 소리꾼 유봉과 의붓딸 송화가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걸었던 청산도 돌담길. 청산도에는 국제슬로시티연맹이 인증한 '세계 슬로길' 11코스가 조성돼 있다. |
- 수목원, 국내 최대 난대림 자생지
- 신라 '해상왕 장보고' 역사 간직
- 다도해 조망 명소 완도타워에서
- 제주도와 거문도 한눈에 담아
- '슬로시티' 청산도, '슬로길' 조성
- 내년 봄 '국제해조류박람회' 개최
한반도 남서쪽의 끝자락. 땅끝 해남과 그 동쪽의 장흥 아래의 완도군은 201개의 섬을 품고 있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중심이다. 50여 개의 유인도와 나머지 무인도로 구성된 완도군의 섬은 조사할 때마다 늘어난다. 때 묻지 않은 천혜의 자연과 슬로시티 청산도로 대표되는 '느림의 미학'을 만끽할 수 있는 곳, 완도와 청산도를 찾았다.
■ 수목원, 그리고 장보고-완도
완도의 자랑이라면 군외면의 완도수목원을 빠트릴 수 없다. 완도대교를 건너 섬 서쪽의 77번 도로를 따라 잠시만 가면 국내 최대 규모 난대림 자생지인 완도수목원이다. 상록활엽수 집단자생지에 조성한 전라남도 완도수목원은 숙승봉~백운봉~상황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의 품에 아늑하게 안겨 있다. 1050㏊에 달하는 넓은 면적에 3000여 종의 식물이 자생하거나 이식돼 있다. 상록수림이라 사시사철 언제 찾더라도 푸른 수림에서 산림욕을 할 수 있다. 산 사면에 조성된 만큼 시간이나 체력에 맞춰 다양한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야자수와 선인장, 다육식물이 전시된 열대·아열대온실과 전통가옥 형태로 만든 산림박물관은 꼭 들리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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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타워 입구에서 바라본 완도항과 신지대교. |
완도대교를 건너 동쪽 13번 도로를 타면 드라마 '해신' 세트장에 이어 해변의 청해진유적지와 장보고기념관, 장보고공원이 나온다. 완도 앞바다 넘실거리는 파도를 형상화한 장보고기념관은 장보고의 삶과 당시 동북아시아의 해상무역 활동, 해양개척 정신을 보여주는 다양한 유물과 전시물이 있다. 중앙홀에는 복원한 무역선과 함께 벽면에는 중국 공예미술대사인 육광정이 장보고의 무역활동을 형상화한 목조벽화 '해상왕 장보고'가 걸려 있다. 이 작품은 가로 8m, 세로 2.2m에 달하는 대작으로 작가가 완도를 직접 방문해 청해진유적지에서 뒤로 보이는 상황봉과 백운봉 등을 사실감 넘치게 새겨 넣었다.
완도읍 남쪽 동망봉 정상 바로 아래에는 다도해 조망의 명소인 완도타워가 이국적인 모양을 뽐내고 있다. 첨탑까지 76m 높이인 완도타워에 오르면 맑은 날이면 남쪽으로 가까이 보길도와 청산도를 비롯해 멀리 제주도까지 시야에 담을 수 있다. 또 청산도 왼쪽인 동남쪽으로는 멀리 고흥반도 아래 여수 거문도도 뚜렷이 볼 수 있다. 완도타워는 6~9월에는 밤 10시, 나머지 달에는 밤 9시까지 개장한다.
■ 세계 슬로길 1호-청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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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촌마을의 벽화. 이 동네의 유일한 어린이가 그렸다. |
완도항을 벗어난 카페리가 선수를 남동쪽으로 돌리자 멀리 바다 위 거무스레한 섬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관광버스며 승용차를 가득 실은 카페리가 50분 동안 물살을 가르고 닿은 곳은 '슬로시티' 청산도 도청항이다. 평일인데도 카페리 승객 대부분이 외지 관광객이다. 청산도는 2007년 아시아에서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그로부터 6년, 느림과 여유로움이 가득한 섬, 삶의 쉼표가 되는 휴식과 재충전의 섬으로 이름나면서 점점 찾는 이가 늘었다. 요즘은 번잡한 관광명소를 피해 찾아오는 일본을 비롯한 외국 관광객도 많다고 한다.
'느린 섬'의 이름에 걸맞게 2010년 청산도 슬로길을 조성하고 이듬해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세계 슬로길 1호'로 공식 인증을 받았다. 청산도의 매력을 제대로 맛보려면 도보여행이 제격이다. 전체 11코스 100리로 42.195㎞에 이르는 슬로길은 섬 전체를 연결한다.
청산도의 관문인 도청항에서 시작하는 슬로길은 코스마다 특색있는 매력이 넘친다. 1코스엔 영화 '서편제'의 명장면을 촬영한 돌담길과 '봄의 왈츠' 드라마 세트장이 있다. 소리꾼 유봉과 의붓딸 송화가 진도아리랑을 함께 부르던 그 길은 영화의 장면과는 달리 포장이 돼 있다. 처음 황톳길이던 곳을 콘크리트로 포장했지만 지역 주민의 이의 제기로 황토를 섞어 다시 깔아 옛 정취를 조금이나마 간직하고 있다.
5코스 범바위길에서는 호랑이 머리를 닮은 범바위에 올라 다도해를 조망할 수 있다. 또 6코스 구들장길에서는 돌을 쌓아 척박한 땅을 논으로 일군 구들장 논에서 섬사람의 애환을 느껴볼 수 있다. 구들장 논은 지난 1월 국가중요농업유산 1호로 지정돼 청산도의 또 하나 자랑거리가 됐다. 구들장 논 인근에는 청산도 고유음식을 맛볼 수 있는 슬로푸드 체험관이 있다.
7코스의 동촌리는 마을 전체가 돌담으로 이루어져 있다. 노령화돼 가는 동촌마을엔 예술가들의 도움으로 버스정류장 등에 벽화작업을 했다. 재미있는 것은 벽화의 인물이 실제 마을주민이라는 것이다. 이 가운데 마을의 유일한 어린이도 벽화 작업에 참여해 마을 집들의 대문에 그림을 그렸다.
# 가는 길
부산에서 완도로 가는 길은 남해고속도로 순천-영암 선이 개통되면서 예전보다 한결 가까워졌다.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광양에서 순천-영암고속도로로 옮겨 탄다. 이어 강진에서 국도로 바꿔 타고 완도까지 가면 된다. 대중교통은 서부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완도행 버스를 타면 된다. 오전 7시10분, 8시20분, 11시5분 등 출발.
청산도로 가는 배는 완도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한다. 완도버스터미널에서는 택시로 5분 거리다. 완도-청산도 간은 3~10월은 하루 5회, 11월부터는 4회 운항한다. 오전 6시50분, 8시20분, 11시, 오후 2시30분, 5시20분 출발. 돌아오는 배 오전 6시50분, 9시, 오후 1시, 3시, 5시20분. 50분 소요.
청산도 안에서 이동할 땐 단체라면 청산도 투어버스를 예약해서 이용할 수 있다. 개별 관광객이라면 도청항에서 하루 여섯 차례 출발하는 순환버스가 편리하다. 순환버스는 요금 5000원만 내면 중간에 내려 관심 있는 곳을 둘러본 뒤 다음번 오는 버스를 추가 요금 없이 탈 수 있다. 오전 일찍 청산도에 들어갔다가 마지막 배 시간에 맞춰 차를 타고 도청항으로 돌아오면 된다.
# 완도의 맛, 해조류
'건강의 섬'으로 불리는 완도엔 건강한 먹을거리가 지천이다. 완도는 전국 최대의 전복 생산지다. 완도타워 전망층에서 완도 해안선을 보면 눈길 닿는 곳마다 전복양식장을 볼 수 있다. 인근 청산도 등의 섬에서도 전복 양식을 많이 하고 있다. 전국 전복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싸게 싱싱한 전복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완도다. 어지간한 횟집에서는 회만큼 전복이 나온다.
전복과 각종 횟감 외에 완도산이 이름을 날리는 것이 해조류다. 완도에는 다양한 해조류가 나지만 그중에서도 김과 미역, 다시마, 톳, 매생이, 파래가 주요 생산품이다. 이 외에도 청각, 감태, 우뭇가사리 등도 맛볼 수 있다.
완도군에서 나는 최고의 건강식품 해조류를 널리 알리려 내년 4월 11일부터 5월 11일까지 31일간 2014완도국제해조류박람회가 열린다. '바다 속 인류의 미래, 해조류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박람회는 완도항에서 완도해변공원, 장보고유적지를 잇는 완도엑스포벨트에 행사장이 마련된다. 세계 최초로 열리는 해조류박람회는 전 세계 20여 개국의 수산 도시가 참가하고 식량과 에너지, 신약 자원으로서의 해조류의 가치를 되짚어 보게 된다. 박람회에서는 해조류라면과 녹지 않는 해조류 아이스크림, 재래식 김 말리기 등의 체험과 함께 완도 청정해역에서 양식하는 미역, 다시마, 톳, 청각, 전복 등을 직접 만지고 수확하면서 해조류의 매력에 빠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