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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WC 원문보기 글쓴이: 석준
적포도로 만들며 발효 중에 브랜디를 넣는 포트와는 달리,청포도만을 사용하고 발효가 끝난 다음 브랜디를 넣는다. 따라서 알코올 농도는 15.5~22도로 약간 높지만,잔여 당분이 거의 없어 달지 않다. 양조 과정 대부분을 손으로 처리하는 섬세한 와인으로,뒷맛이 깔끔해 유럽에서는 식전주로 인기가 높다.
시중에는 알코올과 당도를 달리한 다양한 종류의 셰리가 있다. 그러나 모든 셰리는 맑고 효모향이 강한 '피노(Fino)'와 약하게 산화되어 색이 어둡고 단맛이 있거나 없는 '올로로소(Oloroso)' 두 종류에서 출발한다.
물론 피노와 올로로소의 중간 형태인 '만자니아(Manzanilla)',의도적으로 달게 만든 '크림 셰리(Cream Sherry)'도 있다. 스페인 사람들은 효모향이 강하고 쌉쌀한 맛을 선호하는 데 비해 영국의 은퇴한 할머니들은 단맛 강한 크림 셰리의 열렬한 애주가들이다.
셰리의 고향은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헤레즈(Jerez)다. 따라서 영국식 이름인 셰리의 본래 명칭은 '비노 데 헤레즈(Vino de Jerez)'다. 이 지방은 기원전 1100년 페니키아를 시작으로 카르타고,로마제국,이슬람의 무어 왕조 그리고 기독교의 에스파냐왕국 등 3000여년간 다양한 종교와 문화를 가진 나라들이 돌아가며 지배했다. 따라서 독특하고 복합적인 문화가 살아 있다. 사내다움이 돋보이는 시가와 투우를 즐기며 아랍과 집시풍이 어우러진 플라멩코 춤이 시작된 곳이다. 또 음식문화가 발달해 스페인의 유명한 전채인 타파스가 탄생했고,조개와 새우요리가 일품이다. 일반적으로 음식 스타일에는 지방 특유의 기후와 생활문화가 반영되며,특히 토종 와인은 이런 음식과 잘 보완을 이룬다.
스페인에서 한 잔의 셰리는 일상생활의 활력소이자 삶의 의미다. 저녁을 늦게 먹는 스페인 사람들은 초저녁 타파스바에서 셰리 몇 잔을 마신 다음 음식점으로 향한다. 돼지 뒷다리를 훈제해 얇게 썬 하몽은 쌉쌀한 피노와 잘 어울리며,마늘 양념을 한 작은 새우에는 만자니아가 최고의 궁합이다. 신선한 피노와 만자니아는 차게 마시는 것이 좋으며 개봉 후 하루를 넘기지 말아야 한다. 반면 이미 산화된 올로로소와 크림 셰리는 상온에서 마시며 남은 와인을 몇 달간 보관할 수도 있다.
셰리는 전통적으로 좁은 튤립형 몸체에 가느다란 받침이 있는 유리잔 '코피타' 에 4분의 3 정도를 따라 마신다. 만약 코피타가 없다면 작은 화이트와인 잔도 손쉬운 대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