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名 品 ) 과 짝뚱
松 鶴 김 시 종
장마가 끝났다. 여름에 무성했던 잎들이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계절이다. 잎새가 떨어진 나무가지에는 가을 햇살을 받은 열매가 붉게 익어간다. 앙상한 가지에는 새로운 삶을 움 트리는 감은 무럭무럭 커간다. 따스한 햇볕을 받은 감나무의 감은 조석으로 붉게 물들어 가는 가을인가 보다. 스산한 바람이 묻어온 가을 하늘에는 솜털 같은 뭉게구름이 창공에 수를 놓은 듯 아름답다.
우리의 삶에도 붉게 익어가는 감처럼 변화무상하다. 사람은 누구나 시류에 따라 변하는 것처럼 여인들의 옷차림이 변신의 귀재인듯하다. 언제부터인가 여성에게도 유행병처럼 퍼진 병마에 시달리고 있다. 생활이 안정되고 여유가 생기면 지난 세월을 회상하며 자신을 뒤돌아 보는 습성이 있다. 중년에 접어들고 자녀들이 성장하여 둥지를 떠나 버리면, 공허하고 허황함을 느낄 때가 있다고 한다. 이것이 인생무상이구나 하면서------
여인들은 삶에 대한 희로애락과 자녀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집념이 승화되어 강한 모성애로 변한다. 대다수 여성들은 허전한 마음을 매우기 위해 좀 더 예쁘고 젊어지면서 남에게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변신하는 것이 여인들의 본능인지 모른다. 그래서 분장과 치장을 좋아한다. 동창생이 명품 가방이라도 소지하면 샘을 내어 묻기도 한다. 차림새가 우아하고 화려한 중년부인이 든 손가방이 명품이 아닌 모조품인 짝뚱일지라도 멋있게 보인다. 여인의 연륜에서 묻어온 인생의 멋과 낭만이 몸에 걸친 차림새에서 풍기는 인간미가 감미롭게 엿보인다. 품위를 갗추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작은 정성이라도 베풀며, 남을 위해 봉사하는 헌신적인 정신이 진정 명품을 소지한 여인들의의 참된 모습이 아니겠는가.
요즘 사회는 다변화 시대이다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남성들 사이에 이런 이야기가 화제에 오른다. 한번 출가한 여인이 결혼 상대를 구하기 위해 아가씨처럼 행세하는 세상이 작금의 현실이라 한다. . " 가짜가 진짜 같고, 진짜가 가짜” 같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부류의 사람일수록 명품 같은 짝뚱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들은 서로 견해 차이가 심하면 미련 없이 새로운 둥지를 찾아 떠나 버린다. 그래서 노령에 든 할머니가 손자, 손녀를 양육하는 가정이 늘어가는 추세다.
풍요속의 물질문화가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고 말았다. 산업사회가 발달할수록 여성에 대한 인력이 급증하는 측면도 도시생활의 다변화 현상이다. 기업체마다 여성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직종이 늘어가는 것도 현실이다. 그렇다 보니 여성이 생존 경쟁 대열에 참여도가 높아졌다. 경제력이 있는 여인의 눈높이가 옛날에 비추어 많이 달라진 현상이 곳곳에 엿보인다. 독신자로 지내면서 인생을 즐기는 삶을 추구하며, 때에 따라 쾌락문화에 젖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결혼은 두 문중의 결합을 의미 한다. 시집오는 새 아가씨가 반듯하고 정숙한 여인은 가정의 화목이 잘 이루어져 살림이 불어나고 자녀가 훌륭하게 성장한다.
뿌리 없이 객지 생활에서 맞난 둥지는 생활중 어렵고 난감한 일이 생기면 참을성이 없어 갈등이 증폭된다. 이따금 사회적 물의를 야기시키는 일을 종종 볼 수 있다.
인간 사회에도 명품과 짝뚱이 있을지도 모른다. 화목하고 반듯한 가정을 명품(名品)가정이라 칭한다면 파산된 가정은 짝뚱이나 다름이 없지 않겠는가.
옛 선인들은 남녀간에 평소 거처를 따로 사용했다. 가옥 구조가 안채와 사랑채로 구분되어 있기도 하지만, 웃어른이 그날의 일진을 보아 좋은 날을 택일로 하여 합방시켰다. 가문을 이어 갈 훌륭하고 영리한 후손을 얻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유교사상을 바탕에 둔 사대부 출신 문중이 더욱 그러했다. 효자나 열녀는 아무렇게나 태생되는 것은 아니다. 가문을 빛내는 효자 충신이 입신출세하는 것도 웃어른들의 공덕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인간 됨됨이를 보아 그 집안의 家風을 알 수 있다고 한다. 홍살문이 설치된 가문에는 남들과 다른 독특한 家品이 있었다.
조상의 얼을 간직하고, 業을 가꾸며 德을 따르는 宗訓이 후손들에게 정신적인 지주가 되기도 했다. 훌륭한 인재가 많이 배출된 문중을 名門大家 또는 文忠世家라 전해 오는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 않는가.(尾) 2011년 9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