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년간 마늘·양파가격이 생산비를 밑돌 때 우리 농민들은 갈대처럼 속으로 울었다. 어느 누구도 그 아린 마음을 위로해 주지 않았다. 농정당국도 농민들의 눈에는 뒷짐을 지고 있는 것처럼 비쳐졌다. 아무도 농민의 눈물을 닦아 주려 하지 않았다. 농민들은 서러웠다.
고향 어머니는 마늘농사 700여평을 짓는다. 물론 혼자서 다 짓는 것은 아니다. 기자인 아들 부부와 동업을 한다. 주중에는 어머니가 돌보고 기자는 주말을 이용해 몸과 힘으로 해야 하는 일을 맡아 한다. 장성한 자식을 두고 팔순에 가까운 어머니가 마늘농사를 짓는 것은 어찌보면 도리가 아닌 것 같지만 우리 부부와 함께 짓는 마늘농사가 어머니에 대한 또 하나의 효도라는 생각에 그렇게 하고 있다.
봄날, 동네 어귀에 들어서면 바로 느껴지는 코에 익은 그윽한 풋마늘 향을 맡으면 너무 행복해진다. 이건 마늘농사를 짓고 마늘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이고 사치다.
이것도 잠시. 바빠진다. 우선 마늘종을 뽑아야 한다. 5월이면 웬 행사는 그렇게도 많은지. 도무지 마늘종 뽑을 틈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마늘종 뽑는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한번은 손이 가야 한다. 마늘종을 그냥 두면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실 마늘농사만큼 손이 많이 가는 농사도 드물다. 종자마늘을 한톨한톨 까서 소독한 후 하루종일 쪼그려 앉아 한쪽씩 심는다. 그리고 비닐멀칭을 한 후 싹이 올라오면 하나씩 뽑아올려 허리를 세워 줘야 한다. 그러고는 마늘종을 일일이 뽑아 줘야 한다. 잎이 누렇게 마르고 구가 단단해지면 하나씩 수확해 말린다. 건조가 다 되면 하나하나 정선해 등급별로 분류한다. 이렇게 마늘 한톨에 최소 여섯번 이상 손이 간 다음에 시장으로 나간다.
농민들은 이때 한번 웃을 수 있다. 그런데 모처럼 웃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은 마늘농가들이 요즘 뿔이 단단히 났다.
상품을 만들어 내는 생산자는 자신의 인건비부터 가격에 책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농민들은 대개 본인의 인건비를 빼고 원가를 산정한다. 그런 농민들에게 생산 감소로 가격이 좀 오른다고 수입을 늘리겠다는 물가당국이 곱게 보일 리 없다.
기자는 올해 산지농협 마늘 초매식에서 가격이 잘 나오면 분명 정부가 ‘수입카드’를 만지작 거릴 것인 만큼 어머니에게 늦어도 7월 중순 이전까지 팔 것을 권유했다. 아니나 다를까? 마늘수입을 공식화한 물가당국 입김에 7월 중순부터 마늘값이 주춤하고 있다. 몇년간 폭락해 밑졌던 마늘농사를 올해 모처럼 벌충해 보려던 농가들의 기대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마늘 재배농가들이 물가당국을 향해 삿대질할 수밖에 없다.
어머니는 두어해 마늘값이 폭락하자 이제는 더 이상 일손도 없고 하니 마늘농사에서 손을 떼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 그런데 자식 내외가 주말에 와서 일을 거들어 준다고 하는 말에 그냥 속은 것이 되고 말았다. 고향 동네에도 고령에다 널뛰기하는 마늘값에 시달린 사람들이 하나 둘 마늘농사를 포기하고 있다.
어머니 마늘농사가 올해로 끝일지 내년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올해 마늘값을 두고 이런 사단을 벌이고 있으니 내년 마늘농사는 하늘도 알기 어려울 것이다.
평생 그래왔듯이 어머니는 마늘농사의 이익에는 여전히 어둡다. 하지만 양이 줄면 가격이 올라야 하고 많으면 내린다는 이치만은 정확히 알고 있다. 물론 그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탄 양 재주를 부리는 것 역시 원하지 않는다. 그저 당신이 흘린 땀값에 조금 더 보탠 값이면 된다. 그게 우리 어머니의 마음이다.
농민신문 8월의 기고 경남주재 기자글
공감으로.....마늘농사 처럼 손많이 가고 이득이 없는 농사도 없다.
그러나 다시 마늘 종자를 까고 심는것은 겨울밭을 놀리지 않기위해.
가격동향이나 재고 물동량의 정보는 장사꾼들에게서 듣는데
정확한 정보는 마늘판매가 거의 끝날때 알아진다 한숨을 뿜어본다.
중앙이 수입 카드를 만지작 못하게 지역 머슴들이 소리라도 질러봐야지
뭐(mou) 한지몰라도 어먼 생각 이나 안하면 우리 어문 속이 덜 탈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