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지로 불리는 부추는 마늘과 같이 강장 효과가 있는 식물로 알려져 있다. 지방에 따라 정구지, 부채, 부초, 난총이라 부른다. 정구지(精久持)는 부부간의 정을 오래도록 유지시켜준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으로, 부추가 신장을 따뜻하게 하고 생식기능을 원활하게(溫腎固精) 하기 때문이었다. 또 남자의 양기를 세운다하여 기양초(起陽草)라고 하며, 과부집 담을 넘을 정도로 힘이 생긴다 하여 월담초(越譚草)라 하였고, 운우지정을 나누면 초가삼간이 문어진다고 하여 파옥초(破屋草)라고도 불렀으며, 장복하면 오줌줄기가 벽을 뚫는다고 파벽초(破壁草)라고도 하였다.
부추 중에서도 이른 봄 노지에서 돋아나는 부추가 가장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기에“봄 부추는 인삼 녹용보다 좋다”든가“이른 봄에 나는 초벌 부추는 사위한테도 안 주고 영감한테만 몰래 준다”는 속담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봄 부추 한단은 피 한방을 보다 낫다”든가“부부사이가 좋으면 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부추를 심는다”는 옛 말이 생겨났을 정도라면, 부추기는 힘이 단연 부추만한 것이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부추라 하더라도 매일 먹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부추는 체력이 떨어져 밤에 잘 때 식은땀을 많이 흘리며 손발이 쉽게 차가워지는 사람, 배탈이 자주 나는 사람에게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어떤 환경에서도 힘차게 자라는 생명력과 고른 영양소를 함유한 부추는 쑥 냉이와 같이 이른 봄날 꼭 먹어야 할 필수 영양제와 같다.
부추는 신진대사를 돕고, 스태미나를 증강시켜 준다. 또 칼슘, 철분, 칼륨, 아연, 비타민 A와 C 등 영양소도 풍부하다. 특히 부추에 많은 알리신 성분은 혈액순환을 도와 냉증이나 빈혈에도 좋다. 동의보감에는 부추를 ‘간의 채소’라고 해 ‘김치로 만들어 늘 먹으면 좋다’고 했다. 또 본초강목에는 ‘부추 생즙을 마시면 천식을 다스리고 어독을 풀며 목마름 증세와 식은땀을 그치게 한다’고 되어 있다. 그래서 부추는 주로 담가서 바로 먹는 겉절이나 무침, 부침개 재료로 많이 이용된다. 최근에는 부추김치가 배추김치보다 항암작용을 하는 성분이 더 많다고 알려지면서 주말농장이나 아파트 베란다에서 재배하는 가정도 많다. 부추는 잎 색깔이 선명하고 끝 부분이 쭉 뻗어 있는 것이 맛이 좋다. 또 전체 길이가 짧으면서 굵을수록 씹는 맛이 난다. 특히 뿌리 쪽 흰색 부분이 많을수록 부추 고유의 향기가 많이 난다.
부추를 오래 보관하려면 씻지 말고 젖은 신문지 등 종이에 말아 비닐봉지에 싼 다음 냉장고에 넣어 두면 된다. 음식을 만들 때 가열 시간이 길어지면 향기뿐만 아니라 약효도 떨어지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살짝 데치듯이 조리해야 한다. 부추즙 부추환도 좋다고 야단이다. 바다 바람 맞으며 모래사장에서 생산 되는 포항 부추가 단연 1위를 차지하더니, 울산 산전마을에서도 부추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늘어섰다. 오늘 저녁은 ‘산전부추’한 단이라도 싸와 막걸리와 궁합이 최고라는 부추땡초를 만들어 간만에 부부끼리 한잔 땡겨볼까나. 과연 부추가 담을 넘어 갈 월담초(越譚草) 일지, 운우지정을 나누다 초가삼간이 문어질 파옥초(破屋草)일지, 아니면 오줌 줄기에 벽이 뚫릴 파벽초(破壁草) 일지를 시험 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