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을 쓰는 사람들 모임은 더 끈끈하고 정겨워요. 사람의 일상이 담겨 있다 보니 책 한 권을 읽으면 그 사람을 잘 알게 되죠. 그래서 거짓말을 못 해요. 수필을 쓰다 보면 너무 솔직한 것이 한계가 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소설가가 되고 싶어진답니다.”
곱고 수줍은 미소에서 따뜻한 환대가 느껴지는 이병옥 수필가의 말이다. 그의 세 번째 수필집 《나는 가끔 실없는 말이 듣고 싶다》가 지난 10월 ‘도서출판 산책’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책을 낸 특별한 배경이 있었을까? 작가는 평범한 일상과 자연,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아 ‘하얀 말 괜한 말’로 묶었다고 답했다. 말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우리의 희로애락을 담은 중요한 도구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좋은 생각과 예쁜 말, 가슴이 따뜻해지는 말’을 많이 하며 살고 싶은 다짐과 고백을 담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첫 번째 글인 ‘흙’은 사람이 먹고 입고 보고 살아가는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다. 누구나 자연과 함께 살다가 흙으로 돌아갈 존재다. 늘 그런 생각을 하는 작가가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특별한 글이다.
“‘꽃송편’에 나오는 손녀들도 자랑하고 싶어요. 책 표지 그림인 나팔꽃은 미대 준비생인 큰 손녀 작품입니다. 책 사이사이 귀엽고 앙증맞은 삽화들도 다른 손녀들이 그려준 것이고요. 세 권의 수필집 모두 손녀들의 솜씨가 들어있어요.”
작가의 손녀들 자랑이 한참 이어진다. 이병옥 작가는 남들보다 늦게 작가가 됐다. 살아온 이야기나 이웃들과 나눈 대화는 그냥 말로 하면 수다로 끝나버리기 쉬운데, 글로 남기면 문학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등단하고 나서 아픈 가족을 돌보고 손녀를 돌보느라 긴 시간 경력 단절도 있었지만, 글쓰기는 멈추지 않았다.
작가가 된다는 건 이름을 찾는 것이기도 했다. 작가가 되기 전에는 선거 때 아니면 병원에서나 이름이 불릴 뿐이었다. 이제는 글과 함께 불리는 일이 많아졌다. 덕분에 자기 정체성을 찾고 자신의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작가가 되면 독자도 있게 마련. 미국의 국민 화가 모지스 할머니처럼 사랑받는 작가가 되라고 응원하는 독자가 있는가 하면 책을 읽으면서 네 번이나 문자를 보내준 독자도 있었다. 심지어 어떤 독자는 노벨상 받은 한강 작가보다 더 잘 썼다고 격려해 주기까지 했다. 터무니없는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런 말들이 정말 큰 힘이 됐다.
“40~60대 독자들에게 특히 권하고 싶어요. 차 한 잔을 마시며 나누는 수다, 매일 반복되는 샤워나 설거지 같은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흔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절실한 순간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가 지나치는 순간순간이 모여 인생이 되고 삶이 됩니다. 돌이켜 보면 그 어느 한순간도 의미 없는 것은 없었어요.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하루하루를 기쁘게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일상을 잘 사는 것이 위대한 삶이라는 아름다운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 이병옥 작가의 진솔한 수다가 감동적이었다. 진짜 어른이 부재한 시대에 진짜 어른다운 삶을 보여주는 이병옥 수필가 같은 시민들이 지금 여기 춘천에서 오래오래 함께 살면 좋겠다.
이병옥 작가는 2004년 ‘문학세계’에 수필로, 2015년 ‘스토리문학’에 시로 등단했다. 작품으로는 수필집 《달과 별처럼 은은한 빛이기를》, 《그리고 더 그리다》, 첫 시집 《별 꿈을 꾸는 꽃》이 있다. 지난해 제21회 강원수필문학상을 수상한 그는 현재 춘천수필문학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김정민 시민기자 출처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http://www.chunsa.kr)
|
첫댓글 와! 우 선생님 신문기사 정리를 잘해 주셨네요. 부족한 사람의 글을 이쁘게 써준 기자님도 고맙고 기사 내용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올려주신 우 선생님께도 감사합니다. 남은 삶을 열심히 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며 잘 살겠습니다.
오늘 총회에 우선생님께서 오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또 다른 계혹이 있어서라고 믿겠습니다. 좋은 글 쑥쑥 생산하시며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
네 공감해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춘천수필 제9대 부회장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