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아름다운 은광(銀鑛) 도시 따스코(Taxco)
따스코 전경 / 성 세바스찬 성당 / 화려한 성당 내부
멕시코시티 서남쪽 178km 지점에 있는 따스코는 해발 1.500m의 계곡 속에 자리 잡은 작은 도시로 멕시코 식민시대 이전부터 은광(銀鑛)이 발견되어 유명해진 도시라고 한다.
이곳은 기후가 온화하고 풍광이 아름다워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고 하여 다녀오기로 했다.
한국식당에서 만났던 멕시코 인에게 관광하는 방법을 물어보았더니 호텔에서 가는 패키지가 있는데 1인당 2천 페소(20만 원)라고 한다. 나는 그렇게 여행하지 않는다고 했더니 그러면 지하철로 가서 산 라자로(San Lazaro)역에 내리면 따스코 행 버스정류장이 있다고 한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산 라자로 역으로 갔더니 따스코행 버스는 다른 노선의 끝인 따스께냐(Tasquena)역 앞에 있다고 한다.
이런 망할 녀석... 서둘러 지하철을 두 번이나 갈아타고 따스께냐 역에 도착하여 10시에 출발하는 따스코 행 고속버스표(140페소)를 살 수 있었다.
멕시코시티 남쪽, 만년설을 이고 있는 거대한 산을 넘어 2시간 30분여 달려서 도착한 따스코는 골짜기에 오밀조밀 들어선 너무도 아름답고 매력적인 작은 도시였다. 오는 도중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이 이채롭다. 제법 큰 산인데 몽땅 선인장으로만 덮여있는 산도 있고, 푸른 수목들로 우거진 산도 지나간다.
스페인 정복자 코르테스도 이 은광도시를 알고 있었지만, 황금을 쫓던 코르테스는 별로 관심이 없었고 1751년 프랑스인 광산업자 조셉 보르다(Joseph de la Borda)에 의하여 재개발되는데 그에게 엄청난 부(富)를 안겨주었다고 한다.
그는 벌어들인 돈으로 1758년, 당시 바로크양식의 최고 걸작으로 칭송받는 세바스찬 성당(Santa Prisca y San Sebastian Church)을 건립하는데 내부 장식은 식민시대 최고의 예술가로 꼽히던 까브레라(Miguel Cabrera)에 맡겨서 오늘날 외관은 말할 것도 없으려니와 내부 장식 또한 천상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걸작들로 채운다. 또 성당 앞 자그마한 광장(Zocalo) 한편에는 스스로 지어서 아들에게 주었다는 보르다 호텔(Casa Borda)도 있는데 보수 중이었다.
아기자기한 거리 모습 / 따스코 야외식당에서 햄버거로 점심
그러나 따스코가 오늘의 명성을 얻게 된 것은 미국인 스프라틀링(William Spratling) 때문이라고 한다.
1920년대, 그는 이곳의 아름다운 경관과 온화한 날씨에 반하여 책을 쓸 목적으로 오게 되는데 이 지역 인디오들의 뛰어난 손재주를 발견하고 은세공 기술을 가르쳤다고 한다.
아름다운 인디오문양의 은제품들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단번에 세인의 관심을 끌어들였다.
세바스찬 성당 뒤쪽에 자그마한 스프라틀링 기념관(Museo de Taxco Guillermo Spratling)이 있는데 독특한 이곳 인디오문양의 은세공 걸작품들과 스프라틀링의 생전 활동모습 등이 전시되어 있다.
따스코는 자연석 작은 돌로 길바닥을 깐 좁고 꼬불꼬불한 골목, 비탈길로 이루어진 작은 골목에는 낮고 예쁜 집들이 빼곡히 차 있고 2월인데도 집집마다 가지가지 꽃이 핀 화분들로 아름답게 치장되어 있어 너무나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따스코 성당은 언덕 높은 곳 좁다란 평지에 세워졌는데 아래쪽 시장을 통에서 성당으로 오르는 가파른 골목길은 온통 은세공품 가게와 음식점 등 가게들로 빼곡히 들어차 있어 미로(迷路) 속에 갇힌 듯하다.
성당을 오르려면 방향도 잡기가 어려운데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비켜서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걸어 다녀도 충분한 거리지만 4페소(400원)에 작은 미니버스도 탈 수 있는데 좁고 꼬불거리는 골목길을 서커스 하듯 사람들을 비집고 잘도 다닌다. 또 조그만 폭스바겐 택시도 수도 없이 많다.
이곳에서 파는 은세공품은 모두 도금이 아니고 진짜라는 말을 듣고 몇 개 샀다. 가격을 흥정하는 재미도 있었고 가격은 꼭 무게를 달아서 파는데 무척 저렴한 편이라고 생각되었다.
며느리를 주려고 작은 목걸이를 샀는데 페넌트와 줄도 따로따로 무게를 달아서 가격을 매기는데 아주 예쁜 목걸이가 140페소(만 4천 원)였다. 나중 들은 이야기로 이곳에도 가짜가 많다고....
저녁에 돌아와 따스코 관광의 경비를 계산하여 보았더니 왕복 교통비, 5~6가지 작은 선물 구입, 점심 식사비까지 모두 합쳐도 600페소(6만원)가 안되었다. 패키지 2.000페소는 좀 과하지 않은가...
돌이켜보면 따스코는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아주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