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책책 9기 김혜지 수료사
시작에 앞서 기대감보다는 걱정이 더 많이 됐습니다. '생각보다 별 거 없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김세진 선생님과 중부재단이 준비한 것에 비해 내 마음이 지쳐있어 귀한 것들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이었습니다. 김세진 선생님은 계속해서 준비 과정 동안 감당 가능함을 외치셨습니다. 일에 있어서도 감당 가능한 수준을 계속 찾았습니다. 일하다가 무너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이 일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어서 좋아하는 일을 싫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무리하지 않으려 부단히 애썼던 것 같습니다. 무리하지 않으려 노력하다 보니 어느 순간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습니다. 연수 기간 동안 해야 할 일들을 미리 처리하고 가느라 호기심이 없는 상태, 무언가를 궁금해하기엔 지쳐 있는 상태였습니다. 여러 생각 속에 남원역으로 가는 기차를 탔습니다.
세진 선생님은 지리산으로 출발하기 전 할 수 있는 한 다 비우라고 하셨습니다. 지리산 종주를 하다 보면 자신의 가방의 무게가 더 무거워질 것이라면서 한 번 더 생각하고 짐을 비워내라고 하셨습니다. 10번씩 생각을 하고 짐을 비워냈습니다. 지리산에 있는 동안 실제로 비워낸 물건들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아 가지고 올걸'이라는 생각이 한 번도 들지 않았습니다.
비우라고 해서 비웠는데, 지리산 종주를 하며 점점 채워졌습니다.
그 채워진 이야기를 하자면
배움
1. 바르게 사회사업하려면 이론+실천
사회복지 전공 서적을 한 번이라도 1독한 적이 있는지 물으셨습니다. 철학은 철학이고 그 철학을 뒷받침하기 위한 이론들이 내 머릿속에 가득해야 함을 설명하셨습니다. 그간 나는 철학만 붙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을 설득할 길이 없었습니다. '누가 그렇게 하면 좋은 걸 몰라? 현실이 그런데 한계가 있잖아. 너무 이상적이야.'라는 말들을 들었습니다. 철학을 뒷받침할 나만의 이론이 없어 나의 말에 힘이 없었구나라는 깨달음이 왔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내가 좋아 보이는 사회사업 실천을 같이 잘해보자고 설득하고 싶어서 대학원까지 갔건만, 여전히 설득해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슬펐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 세진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놓치고 있는 공부들이 떠올랐습니다. 잊지 않고 싶습니다.
2. 네가 먼저 해
현장에서 내가 옳다 여기는 사회사업을 해나가기에 온전히 이해받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이해를 바랬습니다. 인정받으며 하고 싶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서 추진력을 찾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활동에서 "다른 사람이 해줄 거 기대하지 말라고요~ 선생님들이 만들어요. 설득하는 방법은 사례 보여주세요. 선생님들이 정의 내리고 추진하세요." 머리를 댕 울렸습니다. 배웠으니 실천하겠습니다.
3. 동료 쟁취하기
세진 선생님은 응원 오신 선배들에게 저희를 빠짐없이 부지런히 소개하셨습니다. 누굴 만나든 인사하고 소개하는 것, 또 누군가를 서로 소개시켜주는 것, 이게 귀한 일인지 몰랐습니다. 바르게 실천하고 있는 누군가를 아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 사람을 알고 응원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사업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그게 내 실천의 원동력이 됨을 배웠습니다.
감사
1. 나눔의 신비
책책책 9기 사람들에게서 신기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내 가방에 다른 사람 짐을 넣고, 내 가방에 여유가 생겨 체력이 괜찮아지니 또 다른 사람 짐을 넣어주고, 짐을 서로 나눠 들었습니다. 2박 3일간 30여 킬로미터를 걷는 일정에 자신의 감당 가능한 수준을 살펴가며 다른 사람의 짐을 감당 가능한 만큼 나눠 들었습니다. 뭔가 사회적 체면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 하기엔 지리산 종주는 그리 쉬운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쉽지 않은 상황에도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것 그것은 정말 서로를 아끼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 나눔을 보니 이런 게 사랑과 배려이구나 싶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하게 해준 책책책 9기에게 감사합니다.
2. 엄두를 냈습니다.
지리산 종주, 엄두를 낼 수 있었겠습니까?
사전에서 엄두와 감히라는 단어를 찾아봤습니다. 엄두; 감히 무엇을 하려는 마음을 먹음, 감히; 3번째 뜻 함부로', '만만하게'의 뜻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여러분 덕분에 지리산을 함부로, 만만하게 가로질렀습니다! 제 '감히'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중부재단과 책책책 9기가 없었다면 어려웠습니다.
제 인생에 큰 자랑으로 오래도록 기록될 듯합니다.
3. 조건 없는 응원과 지지
"내가 무엇이 관대, 난 진짜 무슨 복을 타고 난 거지?" 이 말을 종주 기간 동안 여러 번 했습니다.
믿기지가 않아서.
청년 사회사업가들이 모인다고 하니 전국 각지에서 선배님들이 응원을 해주십니다.
혹자는 25킬로그램 배낭을 메고 산을 오르고, 후배들의 저녁이 담긴 무거운 배낭을 메고 익숙하지 않은 산길을 오르고, 후배들이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며 오히려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또 그 왔던 길을 기꺼이 되돌아갑니다.
그리고 자신의 시간을 빼서 후배들이 어떻게 하면 감동받을지를 고민해서 한 시간 남짓 줄 서서 케이크를 사주시고, 운전에 식당 섭외 음식 주문까지 기꺼이 해주십니다.
그러곤 우리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조용히 미소 짓습니다. 문득, 이들은 왜...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무엇이 관대. 사회에서 조건 없는 지지와 응원을 받는 것은 경험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귀합니다. 그 귀한 것을 저는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선배님들.
소망
1. 정의 내리는 것을 두려워 마세요.
일단 공부한 후 여기서 얻은 질문들에 스스로 답하고 글쓰며 어설프더라도 나만의 정의를 내려보겠다.부지런히 공부하겠습니다.
2. 내리사랑 제대로 하길
팀장이 되기 전 실천들은 혼자 공부하고, 재미있어 보이고 의미 있어 보이는 일들을 그저 제가 실천하면 됐습니다.
충분히 개인기로 가능했습니다.
팀장이 되고 팀원이 생기니 내가 어설프게 쌓아놓고 정리해놓지 않은 이론이나 실천들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상위자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귀에 꽂힌 세진 선생님의 한마디.
"남 탓하지 마세요!" 남 탓보다는 여기서 받은 사랑 아래로 잘 흘려보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3. 사랑으로 살기
이곳에 와서 책책책 9기 동료들의 나누는 모습을 보고 느낀 바가 많습니다. 나눔을 받으니 내가 바로 나누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게 됐습니다.그리곤 과거 혼자 잘하는 것은 아무것도 의미 없노라 생각하고, 동료들과 함께하려 했던 제가 생각났습니다.바쁘다는 이유로 동료들을 살피지 못했습니다. 이곳에서 사랑으로 사는 법을 배웠으니 실천 현장에서도 사랑으로 살 수 있긴 바랍니다.
'인생이 이유 없이 힘든 것 같을 때 내 손에 쥐어진 것을 세어보라.'는 말을 어디선가 봤습니다. 4박 5일간 이 연수를 통해 저는 부자가 됐습니다. 손가락 발가락을 모두 써도 이 기간 동안 얻은 것을 다 헤아리지 못합니다. 또 언제가처럼 천왕봉 오르는 그 막막한 어둠 같은 시기가 보이면 먼저 나서서 길을 찾으시던 세진 소장님의 뒷모습을 기억하겠습니다. 오늘 이 수료사에 적힌 많은 것들을 기억하겠습니다. 현장에서 은근히 잘 탈 장작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장작을 스스로 마련하는 방법을 얻었습니다. 고맙습니다.
P.S 책책책 9기 경험할 수 있도록 믿고 추천사 써주신 박유진, 박상빈 선배님께도 감사합니다.:)
첫댓글 어느 날, 혜지 선생님이 지리산 종주를 가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리산 가기 전부터 기쁘고 설레는 마음이 잔뜩 묻어나 보였습니다.(제가 느꼈을 땐 말이죠)
그래서 더욱 '별거 없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평소에도 워낙 걷기를 좋아하는 혜지 선생님이기에 걷는 것은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참여하는 과정에서 좋은 동료들을 사귀고, 좋은 생각을 많이 하고 오기만 바랐습니다. 글 속에서 그 두 가지가 모두 느껴져 좋습니다.
또한 글 속에 많은 감사가 느껴집니다. 혜지 선생님 글을 읽으며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책책책을 하며 혜지 선생님이 느낀 것들이 후배 동료에게 자연스럽게 흘러가길 바라봅니다. (물론 저에게도 흘려 보내주세요)
이렇게 책책책에 참여하며 느낀 많은 것들이 현실로 이어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사석에서 곧 나눠줄 뒷 이야기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는 언제나 혜지의 친구로서, 동료로서 늘 혜지 선생님을 응원하겠습니다
전세희 선생님과 김혜지 선생님이 친구였나요?!! 와~
서로 좋은 친구면서 동지겠어요.
혜지 선생님이 있어 처음 낯가림을 일찍 벗어났습니다.
서로의 웃음코드가 비슷했는지 치는 말마다 웃기 바빴습니다.
마지막 날 뒤에서부담되지 않게 내려올 수 있게 안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군산의 혜지선생님이 있어 든든합니다. 군산의 동료가 있으니 행복합니다. :-)
혜지 선생님이 있어서 우리 책책책 9기 동료들이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웃음과 재치 넘치는 말로 이야기 걸어주셔서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우리 조만간 또 만나서 사회사업 이야기 나눠요! :)
김혜지 선생님~함께 걸어서 참 좋았습니다.
주고받는 농담에도 말과 행동에 배려와 칭찬이 담긴 듯하여 인상 깊었습니다.
그래서 대화하는 상대를 즐겁게 합니다. 저도 배우고 싶은 부분입니다.
수료사 낭독 때는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자기 일에 대한 고민, 애정,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연수를 통해 얻은 것이 많아 부자가 되었다니, 저도 그런 것 같습니다. 깊이 공감합니다.
사전 모임 때, 사회사업 땔감을 모으러 왔다는 말을 기억합니다. 책책책에서 땔감 두둑히 얻은 것 같아 다행입니다.
팀원을 아끼는 마음 보며 '저런 팀장님이 되어야지' 생각했어요.
가장 많이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은데, 티키타카 잘 맞아서 걷는 동안 즐거웠습니다.
분위기를 몰랑하게 바꾸는 매력이 있는 그리고 선배이자 동료인 혜지 선생님. 책책책으로 인연 맺게 되어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소중한 인연 이어가요!
지리산 걸으며 와닿은 시를 이렇게 함께 올려주니 참 좋습니다.
아무리 가방이 무거워도 시집은 빼지 말자고 했던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 고맙습니다.
김혜지 선생님, 지금까지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겁니다.
질문을 많이 준비했다는데, 언제 물어줄 건가요? 기대하며 기다립니다.
질문에 답한다고 내 지식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지식은 나눌수록 커져만가는 신비로운 에너지
항상 밝고 씩씩했던 혜지쌤.
계속 직장에 두고 온 신입 팀원 걱정하시던 모습이
떠올라요. 혜지쌤은 좋은 팀장이구나 싶었어요.
앞으로 혜지쌤이 승승장구하시길 기도하고, 응원할게요.
김혜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