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덮어 ‘조선 응원가’ 장송곡을!
4335(2002)년 11월 15일 상오 0시 40분,
영원한 마라토너 손기정(孫基禎, 90세) 옹 폐렴으로 눈감다.
베를린 1936년 올림픽 마라톤 2시간 29분 19초 2로 세계를 눌렀었네.
동아일보는 그 가슴에 못박힌 일장기를 지우고,
조선일본 양정고보 유니폼을 입고 뛰는,
사진을 실은 8월 10일자 호외를 본 독자들 벅찬 감격 날뛰었네.
‘백림(伯林)에서의 전파’를 듣던 조선 민중 의기(意氣) 하늘 찔렀고.
일제(日帝)는 정간(停刊) 처분 검거 투옥으로 쌍불을 켜,
젊은이 늙은이 어린이 남녀 가슴 피멍졌네.
42.195㎞를 달려 세상을 제패했던 무쇠다리,
민족 위해 달린 90년 한국 마라톤 키우신 분!
56년 뒤 황영조 태극기 유니폼 입고 결승선 통과 본 손 옹 눈물 쏟았네.
‘기테이 손’ 일본식 이름 한(限)을 풀게,
“돈보다 나라를 위해 열심히 달려서,
저 일본 선수들을 꺾었으면……” 당부하신 그 말씀!
암울한 비애를 살던 겨레에 큰 희망 선사한,
키는 작았지만 잘 생긴 얼굴에 두상은 크고,
그 님의 민족혼은 온 나라 온 가슴에 스몄네.
백림 올림픽 마라톤 시상대에서 월계수 화분 들어,
치욕의 왜국기를 가린 애국열사 고(故) 손기정 옹!
17일 오전 9시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영결식 거쳐 대전국립묘지에 잠드셨네.
“용기 있는 마라토너”라고 일본 신문들도 특집 보도,
비통한 시대 우리 민족에게 용기와 긍지를 안겨준,
비운과 비극을 감격과 희망으로 바꿔놓은 쾌거 위대한 한국인!
풍상을 겪은 자신의 국적(國籍)부분을 올려보며,
눈물을 글썽였던 통한이 서린 어른 수의에도 관 위에도,
태극기 덮어 ‘조선 응원가’로 장송곡 울려드릴 걸!
4335. 11. 19. 아침 8시 ~ 낮 3시 3분.
2003. 1. 26. 정론출판사 <새벽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