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릴레이
-뉴질랜드타임즈 1000호를 맞으며
백동흠
뉴질랜드타임즈 지령 1000호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뉴질랜드타임즈는 오클랜드교민의 정보 길잡이로서 튼튼한 버팀목이었다. 교민들과 한결같이 함께해온 세월, 20여 년이 자랑스럽다. 국내외 소식과 도움 되는 글로 교민 소통의 메신저 역할을 해왔다. 강산이
두 번 바뀐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1000개의 탑이 교민사회에 새로운 이정표를 긋고 있다.
뉴랜드타임즈는 이제 교민 가정에서 매주 기다리게 되는 친구가 되었다. 진실을 비추는 거울로서, 미래를 밝히는 횃불로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새로운 경영진과 편집진 그리고 필진의 정성 담긴 수고. 그동안 한결같이
힘을 보태준 교민들의 기대와 응원. 서로 함께하면서 줄탁동시(啐啄同時)의 새 세상이 열릴
것을 기대해 본다. 첨단 시대와 문명의 물결 앞에 변속기어가 필요한 시점이다. 뉴질랜드 이민 사회에 신속한 정보와 유익한 생활 기사로 교민들이 더욱 기다리고 사랑하는 명품 신문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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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뉴질랜드타임즈와 관련한 감동적인 교민사회 이야기를 되짚어보고
싶다. 2002년 월드컵 때는 뉴질랜드타임즈와 다른 교민 신문이 풍성한 계절을 맞이했다. 교민 화합의 장을 만드는데 기여한 바가 컸다. 뉴질랜드타임즈의 전폭적인
무료 홍보와 지원에 힘입어 여러 행사가 성황리에 끝났다. 그때야말로 이민사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감동의
순간이었다. 이민자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교민 경제에 활력이 붙었다. 유난히
기억되는 추억은 월드컵 16강전을 오클랜드에서 교민들이 수백 명함께 모여 동 시간대 응원할 기회였다. 2002년 월드컵, 16강 전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태극전사들에 대한 희망 신뢰 사랑이 활화산처럼 분출했던 시간이었다. 한국에선 대전 올림픽 경기장에서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졌다. 당시 붉은 악마의
카드섹션과 필승 코리아 이색 응원은 세상을 들썩거리게 했다. 히딩크 감독의 기상천외한 용병술과 용감무쌍한
태극전사들은 세계 축구에 이변을 기록했다.
오클랜드에 사는 수백 명의 교민이 저녁에 알렉산드라 파크 경마장에 합동 응원 장소로 집결하여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행사에는 교민신문과 교민단체가 주축이 되었다. 가장 큰 홀을 빌려 대형 화면에
생중계 상황을 쏘아 올렸다. 당시 우승 후보였던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를 맞아 연장전까지 갔던 혈투. 조마조마한 몸과 마음이 외줄 타기를 하듯 아슬아슬했다. 급기야 2 : 1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안정환이 터뜨린 헤딩 골! 철렁거리는 그물망! 환희에 찬 안정환의 반지 세리머니! 수백 명의 교민들은 옆에서 응원하는 사람들을 너나없이 끌어안고 환호했다. 흥분의
도가니였다. 이탈리아를 제물로 삼고 8강,
4강까지 올랐다. 이민 와서 감동의 눈물을 흘린 날이기도 했다. 이민자는
다 애국자가 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 날이었다. 그 주에 뉴질랜드타임즈와 교민신문에서는 16강전 우승을 톱 기사로 신문에 도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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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타임즈와 인연의 고리를 통해 나에겐 우연한 기회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뉴질랜드타임즈에 택시칼럼을 써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직, 전 글은 별로 안 써봤는데요. 특히나 신문에는 처음이라서요. 부담스럽습니다.”
“뉴질랜드 가톨릭방송, 5분 명상에 올리는 이야기 들었습니다. 그런 내용의 확장이면 돼요. 택시 운전하며 보고 느낀 생생한 이야기를 써서 올리면 좋을 듯합니다.”
18년 전 일이었다. 뉴질랜드타임즈 초대 발행인의 청탁 제안을 받고 처음엔 사양했다. 먼저
두려웠기 때문이다. 다시 여러 번 제의를 받았다. 택시 운전하다가
퀸스트리트에 있는 뉴질랜드타임즈 사무실에 들렀다. 발행인을 만나 여러 이야길 나눴다. 칼럼 내용과 분량, 제목을 정했다.
이어서 사무실 건물 옥사에 올라가 내 명암 사진을 찍었다. ‘택시 창에서 바라본 뉴질랜드
풍경’ 칼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칼럼 제목 아래 그날 찍은
얼굴이 나왔다. 많은 분이 직접 나를 못 봤어도, 신문에서
본 얼굴로 나를 알아보며 인사할 때마다 깜짝 놀랐다. 책임을 느끼게 되었다. 글에 골몰하는 시간이 늘었다. 사람에게 건네는 인정과 기대는 몰입을
가져온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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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첫 주마다 한 편 쓰는 칼럼이지만, 긴장과 부담이 앞섰다. 남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것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신문에 활자화되어 나오는 글에는 왠지 모르게 위축되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구원군을 찾아 나섰다. 그 당시 전원일기 칼럼을 썼던 이인순 동화작가를 만났다. 약간의 개인적인 사사를 받았다. 첫 회 ‘꽁지 빠진 수탉, 물에 빠진 생쥐’를
써서 수정 지도를 받아 신문사로 보냈다. 2000년 7월이었다. 그 뒤로 한편 칼럼 쓰는데 정성을 다하게 되었다. 2019년 3월을 맞이하기까지 매달 1회씩 계속 이어져 212회를 써왔다. 칼럼을 매월 한편씩 써가면서 뉴질랜드 일상의 모든
일에 애정을 갖게 되었다. 희로애락과 천태만상, 우여곡절과
동분서주, 춘하추동과 생로병사 등등에서 생생한 칼럼 소재가 나왔다. 신문사에서
매월 마련해준 전용 페이지에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귀한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 작가들은 신문에
연재 글로 장편 대하소설을 쓸 수 있었던 것을 상기해봤다. 귀한 인연의 릴레이가 이어져 온 것이다. 신문사에서 매달 지면을 마련해주면 글쓴이는 살아있는 글로 채워주고, 독자들은
볼거리를 찾아 읽었다. 이런 것 역시 줄탁동시가 아닐까.
인연이란 묘했다. 뉴질랜드에
이민 와서 어언 23년이 흘렀다. 18년째 뉴질랜드타임즈와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나의 일상사와 가족사가 칼럼에 자연스러운 소재로 등장했다. 그런 면에서 나의 이민 생활은 뉴질랜드타임즈와 함께해오고 있는 셈이다. 예전에는
인생을 80이라 했다. 이민 올 당시 딱 마흔 살이었다. 전반전 40년은 고국에서 보내고,
후반전 40년은 뉴질랜드에서 보내려고 왔다. 지금이야 100세 인생이라고 할 만큼 의료기술과 건강 돌봄이 달라졌다. 초등학교 5학년 딸아이와 중학교 1학년이던 아들아이는 학업을 마치고 저마다
가정을 마련해 각각 독립했다. 모든 걸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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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뉴질랜드타임즈는 교민신문사와 더불어 이민
사회에 정론의 역할을 다하려 노력해오고 있다. 최근 들어 한국인에 대한 뉴질랜드 이민 문호가 굳게 닫히면서
교민 경제가 어려움에 부닥친 상태다. 그 영향으로 몇 년 사이에 일부 교민신문이 폐간하기도 했다. 신문 운영에 주된 광고 수익이 현저하게 줄어들어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책상에서 남의 글을 발췌하거나 영문기사를 번역해 옮기는 선에서 그치면 한계가 오게 마련이다. 요즘 세대는 스마트폰으로 터치하며 웬만한 정보와 기사는 다 볼 수 있는 세상이다. 신문에 재투자해야 발로 뛰며 찾은 생생한 정보와 유익한 기사를 얻을 수 있다.
교민의 일원으로서 조심스레 당부드리고 싶은 게 있다. 교민 신문은 그 신문 나름의 논조와
운영 지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대변하는 것이 바로 발행인이나 편집장의 사설이나 칼럼이다. 요즘 들어보면 그런 목소리가 많이 줄어들었다. 운영이 어려운 교민신문에
너무 거창한 것을 요구한 건 아닌지 미안한 마음도 든다. 이런저런 어려운 상황을 신문사 측과 교민 독자들이
이해하는 가운데 좋은 절충점을 찾아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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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타임즈를 바라보는 개인적인 소고는 고마운 마음이다. 뉴질랜드타임즈와 초기부터 맺어온 인연에 나 또한 많은 변화와 성숙이 따랐다.
2000년 7월부터 매월 써온 ‘택시 창에서
바라본 뉴질랜드 풍경’과 ‘백동흠의 일상 톡톡’ 칼럼. 18년째 뉴질랜드타임즈와 함께 하는 칼럼 인연에 감사드린다. 칼럼을 쓰다 보니 한국 문단에 수필가와 소설가로 등단도 하게 되었다. 2017년에는
재외동포문학상 수필 대상까지 받는 감사의 날도 가졌다. 택시 운전에서 버스운전으로 직업을 바꾸면서도
칼럼난을 이어 내려오고 있다. 계속 함께하며 새로운 변화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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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타임즈 1000호를
기점으로 새로운 지평이 펼쳐지는 변화가 도래했다. 이 변화의 시점에서 나 또한 새롭게 선보일 ‘백동흠의 뉴질랜드 콩트’에 정성을 쏟아볼 계획이다. 재미나고 의미 깊은 이야기로 더욱더 알찬 읽을거리 밥상을 올리고자 한다.
18년 동안의 칼럼, ‘택시 창에서 바라본 뉴질랜드 풍경’과
‘백동흠의 일상 톡톡’ 이 주관적 1인칭 시점의 글이었다면, 앞으로 이어질 ‘백동흠의 뉴질랜드 콩트’는 객관적
3인칭의 이야기로 교민사회에 속속들이 배어있는 에피소드다. 기대하고 격려하는 교민들에게
다가가는 소박한 글 밥상이다. 뉴질랜드만의 재미나고 잔잔한 일상을 낯설게 보는 시각으로 즐거움을 더해보고
싶다. 하루 일을 마치고 저녁상 물린 뒤 입가심으로 마시는 숭늉처럼 여운을 준다면 좋겠다. 교민 신문을 만드는 분들과 독자분들의 가정에 건강과 평화가 함께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