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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無心)하라
다른 사람이 잘하고 잘못하는 것을 내 마음으로 분별하여 참견하지 말고
세상일을 똑똑히 분별하려고 하지 말라
세상일을 똑똑히 분별하려고 하는 것은 똥 덩어리를 가지고 음식을 만들려는 것과 같고 진흙 가지고 흰 옥을 만들려는 것과 같다. 성불하여 마음을 닦는 데는 그것조차 쓸데없는 짓이니 부디 세상 일을 잘 하려고 하지 말라. 또한 다른 사람이 죽는 것을 내 몸과 같이 생각하고 내 몸을 튼튼히 하는 것을 소홀히 하지 말라.
경허스님 법어 중에서
경허선사 열반 100주기 국제선수행 법회 현장
“세계 속 파란 눈 납자들 선으로 이끈 뿌리”
“경허선사는 세계 속에서 부처를 찾는 파란 눈 납자들을 선으로 이끈 뿌리다.”
“문득 콧구멍 없는 소라는 말을 듣고/ 삼천대천세계가 내 집임을 몰록 깨달았네/ 유월의 연암산 아랫길에서/ 나 일없이 태평가를 부르네.”
그 뒤 선사는 만공 등 수많은 후학의 경계를 지도하며 한국불교 선맥을 이었다. 팔 다리가 나무꼬챙이에 묶였던 개구리를 방생했던 용성 스님에겐 “개구리를 살렸다는 말에 ‘내가’ 들어있어 넌 지옥 간다”고 선사는 일갈했다. 무거운 쌀자루를 진 만공 스님이 “한 걸음도 못 가겠다”고 하자 달음박질치는 상황을 만들어 ‘무겁다’는 생각에 갇혀있는 제자의 발걸음을 채찍질하기도 했다.
숭산 스님 제자인 스님은 경허선사 존재가 현재 외국인스님들이 한국에서 가부좌 틀 수 있게 된 이유라고 확신했다. 스님은 “숭산 스님도 경허선사 법맥을 이었다”며 “선사를 기억하고 가르침을 배우는 일은 뿌리를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 정진 중인 외국인스님들 존재에 대해 경허선사에게 감사를 전했다.
청정심 보살은 참선 중 자꾸 졸음이 오는 현상을 해결하고 싶어 했다. 스님은 가부좌를 트는 이유부터 확실히 하라 일렀다. “아이가 아프다면 잠들지 않는다”며 “참선이 문제가 아니라 동기가 문제다. 왜 수행하는 지 생각하라”고 했다. 비로자나국제선원 자우 스님도 고민을 털어놨다. “장님 따라가면 장님 된다”며 한국불교에선 깨달음 전 가르치지 말라는 말이 있으나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 온다고 했다. 자우 스님은 선원서 어린이와 청소년 영어법회를 지도 중이다.
대봉 스님은 “거만함을 경계하는 말일 뿐”이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너를 가르친다고 말하지 말라”고 설명했다. “다만 닥친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한 줄 알고 할 뿐”이라는 말을 더했다. 자우 스님은 “고맙다”는 말과 함께 합장 반배했다. 6월8일 참가자들은 새벽3시30분 예불을 마친 뒤 좌선과 포행을 하고 수덕사에서 경허선사가 깨달음을 점검했던 천장사까지 순례를 진행한다. 천장사에선 숭산 스님 첫 제자인 유럽 관음선원 조실격인 우봉 스님에게 법문을 듣고 서산마애삼존불을 친견할 예정이다. 수덕사로 돌아와 계룡산 국제선원 무상사 주지 대진 스님 법문 뒤 즉문즉설 시간을 가지며, 좌선을 하고 다음 날 정혜사와 금선대를 참배하며, 덕숭총림 방장 설정 스님 법문으로 회향한다. 한편 수덕사와 기념사업회는 6월14일 오후 2시 조계사 대웅전에서 경허선사 열반 100주기 기념 다례재를 봉행한다. 예산=최호승 기자
◆ 출처 : 법보신문 2012.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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