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장 속 부처님 이야기] 23. 식탐으로부터 벗어나라
식욕, 건강 유지키 위한 필수 조건
음식이 탐욕의 대상 되어선 안 돼
성욕, 수면욕과 더불어 인간의 3대 본능적 욕구 가운데 하나로 식욕을 꼽는다. 단지 배고픔을 달래는 차원을 넘어, 좀 더 맛난 음식을 배불리 먹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이고도 강렬한 욕망이다. 맛난 음식을 앞에 두고 절제된 식욕으로 음식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과식으로 신음하게 될 위장을 걱정하며 위의 80%만 채우자고 늘 결심해 보지만, 식탐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멀게만 느껴진다.
바라제목차 바일제죄(波逸提罪)의 대상 가운데 무려 10여개의 조문이 식사에 관한 것이라는 점을 보면, 출가자의 경우조차 식탐은 극복하기 어려운 유혹이었던 것 같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율장에 의하면 스님들은 하루 한 번의 탁발로 생계를 해결하도록 되어 있다. 음식을 저장하는 것도 요리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이 아침 마을을 돌며 재가자가 발우에 넣어 준 보시 받은 음식만을 먹어야 하며, 맛없는 음식이라고 불평해서도 안 되고, 양이 적다고 더 달라고 요구해서도 안 된다.
이 외에는 설사 나무에서 저절로 떨어져 길가에 나뒹구는 과일 한 알조차 마음대로 집어 먹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탁발로 얻은 음식을 가져와 정오까지 식사를 마쳐야 하는데, 이는 비시식계(非時食戒)라 하여 때가 아닌 때, 즉 정오 이후에는 식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문이 있기 때문이다. 단, 정오 이후라도 찌꺼기가 목에 걸리지 않는 과일 주스 정도는 마시는 것이 허용된다.
오전 중에 한 번의 식사만을 권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상의 문제이다.『마하승기율』에 의하면, 부처님께서는 하루에 한 끼니만 드셨는데 몸이 가벼워 항상 편안하게 생활하셨다고 한다. 출가자의 경우, 오후나 밤 시간은 주로 선정 등을 하며 앉아 보내게 되므로 굳이 세 끼를 다 챙겨먹어 만복감으로 몸을 나른하게 할 필요 없이 오전 중 한 번의 충분한 식사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리라. 또 하루 세끼를 다 챙겨 먹으려다 보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산란해져 수행에 전념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편, 색미식계(索美食戒)는 맛난 음식을 탐하는 행동을 금하는 조문이다. 미식이란 영양가 있는 맛난 음식을 말하는 것으로, 만약 병에 걸려 약으로 이런 음식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스스로 구걸하여 미식을 얻어서는 안 된다.
족식계(足食戒) 역시 맛난 음식에 대한 탐욕을 절제시키고자 제정된 조문으로 볼 수 있다. 족식이란 스님이 신자로부터 초대받아 식사공양을 할 때, 음식을 권하는 신자에게 족식, 즉‘충분히 먹었습니다’라고 말한 후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면, 그 날은 더 이상 먹을 것을 입에 넣어서는 안 된다는 조문이다.
사위성의 한 바라문이 스님들을 초대하여 음식을 공양했는데, 스님들은 그 공양을 받은 후에 다른 곳에서도 음식을 받아먹었기 때문에 바라문이 이것을 듣고 비난한 것을 계기로 제정되었다고 한다. 만일 초대받은 집에서 맛난 음식을 먹지 못했을 경우, 조금만 먹고 다른 곳에서 또 음식을 탁발하여 먹는 행위를 함으로써 원래 그 비구를 초대한 재가신자가 불쾌하게 생각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조문인데, 이 역시 맛난 음식만을 찾아 먹고자 하는 욕망을 경계하는 것이다.
출가자에게 있어 음식이란 수행에 필요한 기본적인 육체적 조건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일 뿐, 탐욕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됨을 보여주는 조문들이다.
식욕 자체는 건강의 상징이므로 부정할 이유는 없지만, 입이 즐거워하는 음식만을 탐하며 집착하기보다는 주어진 음식을 맛나고 감사하게 먹을 줄 아는 마음가짐, 그리고 절제된 식사 횟수와 양으로 몸의 편안함을 도모하여 음식이 진정한 삶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자랑
(도쿄대 박사)
[출처 :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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