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어청도 팔각정에서 작은 봉우리를 넘어 가서 만나는 어청도 풍경 | |
어청도(於靑島)에 서면 망망대해란 말이 실감 난다. 북쪽의 외연군도에 속한 몇 개의 섬을 빼면 동·남·서쪽에서는 수평선만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어청도는 외로움이 가슴을 저리게 하면 찾아야 하는 섬이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떠 있는 섬에 의지해 사는 사람들을 보면 저잣거리에서의 외로움은 배부른 투정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지도를 놓고 보면 이 말이 더 실감이 난다.
전북 군산시 옥도면에 속한 이 섬은 군산에서 서쪽으로 72km 정도 떨어져 있다. 여객선으로 약 2시간 40여 분을 가야 한다. 면적은 1.80㎢이고, 해안선 길이는 10.8㎞이다. 섬은 대체적으로 'U' 형태로 돼 있고 남쪽으로 너비 0.5㎞, 길이 1㎞인 만이 있어 어항으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 ▲ 어청도 5월의 아침 여명 | |
이 섬은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철새 도래지로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2003년 탐조(探鳥) 활동이 시작된 이래 330여 종의 새가 관찰됐고, 실제로 철새 이동 시기에는 많은 탐조가들이 섬을 찾는다. 이 섬에 조류탐방방문자 센터가 만들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비록 늘 문이 열려 있지 않은 게 아쉬움이긴 하지만.
그런데 어청도의 철새 도래가 최근 2~3년 동안 눈에 띄게 줄었다. 원인은 섬을 뒤덮던 소나무들이 재선충의 공격으로 전멸하다시피 해서다. 나무에 의지해 살던 송충이 등 벌레들이 사라지자 먹잇감을 잃은 철새들도 발길을
끊은 것이다. 자연은 이렇게 공생과 적대 관계를 통해 상호 공존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사례다.
비록 어디를 봐도 죽은 소나무가 눈에 띄지만 그래도 풍광은 정말로 탁월하다. 소나무들이 멋진 자태를 뽐낼 때였다면 아마도 모든 사람들이 꿈꾼 무릉도원이 현현(顯現)한 세상이었으라.
사람만 아름다움을 느끼는 게 아닌가 보다. 산책길에서는 병꽃, 양지꽃, 장구채꽃, 찔레꽃, 영산홍, 이팝나무꽃, 제비꽃, 씀바귀꽃 등을 만났다. 그뿐이랴. 모기에, 파리에, 나비에, 개미에, 벌에 온갖 곤충을 다 만난다.
 | ▲ 어청도 1912년에 만들어진 어청도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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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청도에는 중국 제나라 사람이었던 전횡을 위한 '치동묘(淄東廟)'라는 사당도 있는데, 군산시 향토문화유산 제14호로 지정돼 있다. 오래 전, 중국 땅 한나라가 초나라를 제압하고 천하를 통일하자 한 나라를 지지한 제 나라의 전횡은 자신을 따르는 군사 500여 명과 함께 탈출해 3개월여 동안 바다를 떠돌다 안개 속에서 푸른 섬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어청도다. 어청도의 이름은 이런 내력을 갖고 있다. 전설로 내려오고 있다.
또 다른 전설에 의하면, 전횡은 이후 한고조 사신이 찾아와 항복을 강요하자 군사들과 주민의 안전을 위해 중국 낙양으로 건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어청도 사람들은 그때부터 전횡을 추모하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건 어청도 인근의 외연도에도 이와 똑같은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점이라면, 지금은 어청도에서는 전횡에게 제사를 올리지 않지만 외연도에서는 매년 정월에 제사를 올리는 것이다.
 | ▲ 어청도 목넘쉼터 부근에서 본 풍경 | |
우선 꼽을 곳이 팔각정에서부터 목넘쉼터(1.2㎞) → 샘넘쉼터(1.7㎞) → 돗대쉼터(2.7㎞) → 둘레길 종점(2.9㎞) 구간이다. 목넘쉼터 가는 길에 작은 봉우리를 만나는데 산책길 주변에 행정기관에서 심었을 게 분명한 영산홍
군락이 있다.
계절 탓으로 화려한 색잔치를 놓친 건 아쉬움이지만, 봉우리를 넘어서며 보는 전망은 참으로 멋지다. 길게 뻗은 반도 왼쪽으로는 외연도를 비롯한 몇 개의 섬이 보이고, 오른쪽은 만(灣)으로 바다와 섬과 능선과 마을이 어우러진 장관을 연출한다. 이 길 내내 멋지다. 정말 좋다는 말 외에는 표현할 말이 적당하게 생각나지 않을 만큼이다. 봉우리를 내려가다 보면 반도의 모습이 한반도 중부 이북의 지형을 빼닮은 모습으로 보이는 걸 만나는 것도 재미다.
팔각정 맞은 편 능선은 청각금(0.4㎞) → 당산쉼터(0.7㎞) → 밀밭금 쉼터(1.7㎞) → 쉼목여종점(2.1㎞)으로 이어지는데, 당산쉼터까지만 다녀와도 된다. 당산(198m)은 어청도의 주봉인데 정상에는 봉수대(烽燧臺)도 있다. 이 봉수대는 5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하다 1677년 폐지된 걸 복원한 것이다.

| ▲ 어청도 병충해로 말라죽은 소나무들 | |
어청도에서 꼭 봐야 할 곳 중의 하나가 바로 등대다. 팔각정에서 700m 거리에 있다. 자동차가 다닐 수 있도록
길도 잘 정비해 놓았다. 어청도 등대는 1912년 건립되어 90리 밖까지 비추며 선박 길잡이 역할을 한다.
이 등대는 전국 아름다운 등대 16경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명성이 높다. 인근의 구유정과 어울려 더 멋지다. 2008년 7월 14일 국가등록문화재 제378호로 지정되어 등대 이름에 또 하나의 훈장을 달았다.
능선길을 걷기 어려운 사람들은 선착장에서 샘넘쉼터 아래까지 놓인 데크로드만을 걸어도 어청도의 진면목을 반은 느낄 수 있으리라 짐작한다. 쉼터라고 이름이 붙은 곳에는 정자를 세워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