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자 김경동, 정치학자 진덕규, 그리고 현실정치와 대학강단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박형준 세 사람이 공동으로 저술한 『정치의 품격 : 선출직 공직자의 도덕성』(푸른사상)이 출간되었다.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이 얽힌 비리 사건은 정파를 가리지 않고 터져 나오고, 특히 민의를 대표하는 입법기관인 국회의 청렴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바닥을 친 지 오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이 책은 피선거권자와 유권자들이 어떤 기준으로 선출직 공직자의 도덕성을 평가하고 그에 따른 정치적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2020년 3월 31일 간행.
■ 저자 소개
김경동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시간대학교에서 석사, 코넬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교수, 기획실장, 한국사회학회 회장, 한국정보사회학회 초대 이사장,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였다. 주요 저서로 『사회적 가치』 『자발적 복지사회』 『한국의 사회윤리:기업윤리, 직업윤리, 사이버윤리』 『한국사회 발전론』 『미래를 생각하는 사회학』 『발전의 사회학』 『인간주의 사회학』 등이 있다. 옥조근정훈장, 대통령표창, 인촌상, 경암상, 성곡학술문화상, 중앙문화대상, 탄소문화상대상 등을 받았고, 마르퀴스 후즈후 등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이다.
진덕규
연세대학교 정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화여자대학교 정외과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한국문화연구원 원장,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 『한국현대정치사서설』 『한국정치의 역사적 기원』 『민주주의의 황혼, 학문과 사상사』 등이 있다. 한국백상출판문화상(저작상), 용재학술상, 민세상(학술연구부문) 등을 받았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이다.
박형준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중앙일보 기자, 동아대학교 교수를 거쳐 2004년 17대 국회의원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대통령실 홍보기획관, 정무수석비서관, 사회특별보좌관을 지냈으며, 제29대 국회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 『한국사회,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보수의 재구성』 등이 있다. 현재 동아대학교 국제전문대학원 국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책머리에 중에서
대개 공직자를 평가하고자 할 때는 실질적인 업무 능력과 도덕적인 자질을 함께 고려해야 하지만, 이번에는 우선 도덕성의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를 수행하였다.
오늘과 같은 대의정치로서는 한국의 장래를 보장할 수 없다고 보고 앞으로는 최소한도의 도덕적 품격을 갖춘 공직자를 선출하는 것이 필수적이라 여기므로 어떤 방식으로 그들의 도덕성을 판단할 수 있을지 그 구체적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선출직 공직자의 도덕성 평가 지표 같은 것을 구성하고, 이를 수단으로 일종의 조사 같은 것을 하는 방안만 제시하면 되겠지만, 연구자들의 생각에는 그러한 지표를 만들더라도 어떤 근거에 의해서 작성하는지를 밝히는 작업이 우선한다고 보고 그런 실제적 과정을 뒷받침하기로 하였다. (중략)
최근 공직 가치와 공직자의 도덕성을 다루는 연구의 예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선출직 공직자를 특정하거나 가치 체계를 조직적으로 새로이 정립하고 그를 준거로 삼아서 이론적으로나 방법론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까지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의 연구가 비록 미비하다 해도 이 방면에서 새로운 연구 영역을 개척하는 데 하나의 작은 불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책 속으로
또한 합리적 투표 행위 이론에 따르면, 유권자는 자신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정치인을 선택한다. 그렇다면, 선출직 공직자(정치인)는 시민이 원하는 말과 행동을 하거나 공약과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작동한다. 선출직 공직자가 오히려 시민들을 자신과 같은 사회적 범주(지역, 역사관, 이념)로 들어오도록 설득하고, 동일한 사회적 범주에서 요구하는 규범(같은 지역 출신이거나 지지하는 이념이 같다면 지지해주어야 한다)을 따르도록 유도한다. 시민들은 자신과 다른 지역, 역사 기억, 이념을 지닌 후보자를 선택하면 정체성 효용(만족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동일한 사회적 범주에서 요구하는 규범에 따라 지역 출신, 역사관, 이념을 지닌 후보를 지지함으로써 정체성 효용을 높이는 선택을 한다고 설명한다.
즉, 정치인은 유권자의 선호와 요구를 주어진 조건(상수)으로 받아들여 유권자가 바라는 정치인의 도덕성과 역량을 갖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역, 이념 등의 사회적 범주를 유권자에게 인지시켜 정체성에 따른 투표 행위를 하게 만든다. 이로써 비도덕적이든 도덕적이든 관계없이 유권자에게 비슷한 범주의 정체성을 호소하는 정치인이 당선되는 일이 일어난다. (180~18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