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 여러분 새해 건강하고 행복세요.
정국이 혼란스럽고 무안공항참사까지 겹쳐서 침통한 가운데 친구 셋이서 갑진년 마지막 해넘이를 보려고 동작대교에서 만났다. 서달산 위로 숨어드는 해님을 바라보며 황망하게 세상을 떠나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그 유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했다. 다사다난한 갑진년을 送舊했다.
迎新은 해마다 하듯이 워커힐 피자헛에서 했다. 호텔셔틀버스를 타고 워커힐에서 내려 해맞이명소 피자헛을 찾아갔더니 예년과는 다르게 건물주변이 껌껌했다. 손전등을 켜고서 포인트를 찾아갔더니 조망하기 좋은 곳에 데스크 몇개와 더 많은 의자들이 있었다. 그래서 의자를 하나 차지하려고 했다. 그런데 나이든 어떤 사람이 '자리주인이 있는데요' 했다. 그래서 내가 '이제는 자리 잡아주는 시대는 아닌데요'하고는 옆으로 이동했다.
두번째 시도에도 어설픈 넌센스가 반복되었다. 그래서 세번째 시도로 4번데스크 옆에 있는 의자를 끌어다가 3번 데스크 옆에 거치하여 자리를 만들었다. 앞쪽으로 시야가 조금 가려서 1,2,데스크자리 같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다. 시간이 아직 이른 탓에 그냥 앉아있느니 핸폰 글창고에 해맞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참에는 3번데스크를 차지한 남녀가 여자의 부친을 너나나 구분없이 아버지라고 들먹이며 조잘거렸는데 듣기 싫었다.
해뜨는 방향을 쳐다보니 구름이 잔뜩 끼어서 말끔하게 떠오르는 해님을 보기는 진작 틀린 것 같았다. 그래도 '해맞이는 꼭 해야해서' 연신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 때 정대장이 전화를 걸어왔는데. '관악산에서 장촌과 함께 해뜨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곳 사정도 여기와 마찬가지로 구름이 잔뜩 끼었다고 했다. 나는 ''올해도 첫날 해는 여전히 떠오르지만 다만 보이지 않을 뿐'이라고 생각하면서 먼저 가족의 건강, 지인의 사랑, 國泰民安을 기원했다. 카톡소리가 들려서 보니 장촌이 새해 인사말을 올렸다.
구름이 조금씩 붉은색을 띠는가 싶더니 다시 어두어졌다. 카메라로 찍어보면 '맨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잘 보이는가 싶어서' 찍어보았더니 여전히 해님은 보이지 않았다. 옆에 젊은이 말이 작년에도 흐렸었다고 하는 걸 보니 나처럼 단골 손님인가 싶었다. 8시가 되자 옆에 서있었던 60대가 실망했던지 자리를 떴다. 그리고 그 자리에 50대 여자가 들어왔다. 그녀는 해돋이쪽을 바라보고는 지나버렸다고 하면서도 그쪽을 향하셔 카메라의 셧터를 연신 눌렀다.
시간이 흘러서 8시20분이 되자 해가 진짝 떠올랐던지 한뼘 하늘 위 갈리진 구름 속에서 간신히 반쪽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래도 반가워서 다시 찍어서 친구들께 보냈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떤 사람들은 자리를 떴고 아직도 아쉬움이 큰 사람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무르고 있었다.
첫댓글 매년 워커힐에서의 새해일출을 보시니,워커힐호텔에서 피자 한 판 선물 🎁줘야 하는거 아닌가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