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성모독 」
김현식
우주시대에도 원시는 존재한다
중세 암흑시대는 펄펄 살아 뛰고 있다
지저분한 하수도 물이 예수상을 타고 흘렀는데
사람들은 신성한 물로 여기고
한 방울 한 방울을 거룩한 마음으로 받아 마셨다
기적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지구촌 종말을 부르짖는 이교도들의 찬양속에서
빛이 터지는 듯 하였다 그러나
어느 의심 많은 사람이
근처의 오염된 하수도 물이 신성한 예수상을
더럽히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 냈지만
그는 신성모독죄로 추방되었다
「 화 」
김현식
붉은 피톨이 흘러가다 얼어붙어 멈춘 곳에
붉은 모래 알갱이로 모여 속 꽃을 피운 곳
흡혈귀의 전설이 되살아나고 피의 향연이
재연된다
거절할 수 없는 강렬한 유혹에
빨대를 꽂는가
양극의 간극이 평행선을 달리는 동안
아무도 들여다 볼 수 없는 투명한 피멍울이 소리없이
자라나 꿈의 길이 턱턱 막힌다
오랫동안 숨죽이고 숨어 있던 피의
영령이 기지개를 펴는 사이 멸종과 삭제의
단어는 슬그머니 어둠 속으로 산화한다
김 현 식
⌜약 력⌟
1953년 광주광역시 출생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외과 전문의
2006년 계간 시 전문지 『애지』로 등단
현재 서울송도병원 병원장으로 재직중
⌜경력⌟
• 시집:『나무늘보』
• 공동사화집:『날개가 필요하다』외 다수
• 산문집:『시의 향기』
카페 게시글
애지의시인들
김현식의 신성모독 외 1편
애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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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1.0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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