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부 상근자가 올린 글 입니다. 널리 알리고 싶다기에 카페로 퍼왔습니다.
춘천 대중교통 이용하시는 분들이 읽으시면 아마 딴나라(?) 이야기가 아닐지
싶습니다. 서울에는 장애인용 버스가 있나봐요.
***********퍼온글 ******************************************
오이가 노동카페에 올린 글이다. 이미 나야 오이의 지상중계로 한번
들은 이야기였건만, 글을 보니 또다시 감동이다. 그 상황이...
이런 이야기는 웬지 널리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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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3월 21일 월요일. 저녁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돈암동서 광화문 방향의 160번 저상버스를 타고 가는 중이었다.
종묘공원 앞이었는데 버스가 한참을 서 있었다. 무슨 일인가싶어 무심코 밖을 내다봤다.
휠체어를 타고 있는 장애인...
조금 있으니 버스의 한 쪽이 기울어졌다. 버스 입구와 바닥과의 높이 조절, 그러니까 문턱을 낮추기 위한 과정이다.
문 앞에 있는 장애인을 향해 버스 안 사람들의 시선이 모아졌다.
저상버스 가운데에 마련되어 있는 장애인석에 앉아있던 여고생 두 명이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 밖에 휠체어를 타고 있는 분의 뒤에 한 할아버지가 와서는 밀어주겠다고 하는 것 같았다. 그 분은 정중히 거절을 했다. 이음판이 나오면 자신의 힘으로 충분히 탈 수 있다는 뜻인 듯.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버스와 땅을 이어주는 판이 버스에서 '찡'하고 나온
다. 휠체어를 탄 분이 드디어 탑승.
가끔 저상버스와 굴절버스를 탔으나 휠체어를 탄 사람의 탑승은 어제 '처음' 봤다. 만감의 교차.
괜한 시선의 집중은 하지 않으려 그냥 버스 앞쪽을 보고 있었으나 눈알이 자꾸 돌아간다. 휠체어가 움직일 수 있는 버스 안 공간은 되는지, 휠체어가 제대로 고정되어 안전한지, 그 때까지 버스가 정차해 있을 것인지 여러가지 상황이 걱정이 되어 눈이 돌아가지 않을 수가 없다.
그 때, 탑승 작동을 끝낸 버스 기사 아저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왔다.
휠체어의 방향을 돌려 장애인석으로 밀고 가서는 안전띠를 직접 매 준다.
조금의 어설픔이나 망설임없는, 아주 당연한 과정이라는 듯...
그랬다. 너무 당연한 상황이었는데...그 모습이 나에겐 '고마움'이었다.
수많은 시선을 느끼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버스를 타 준 그 분에 대해,
그래서 이동권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준 것에 대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두 여학생에 대해,
한참을 서 있는 버스에서 불평 한마디 안하는 사람들에게 대해,
제대로 작동해 준 저상버스의 기능에 대해,
운전석에서 나와 할 일을 한 기사아저씨에 대해....
너무 당연한 일인데 난 '처음' 보았고, 휠체어를 타고 혼자 버스를 타고 이동 하는 것이 가능함을 눈으로 보았기 땜에 그런가?
괜히 혼자 가슴이 벅차서 눈물이 찍.
근데...
기사아저씨가 물었다. "어디까지 가세요?"
대답했다. "미아리요"
쿠궁....미아리라니....반대 방향인데....버스를 잘못 탄 것이다.
서대문에서 갈아타겠다고 했다.
또 근데...
버스가 출발했고, 다음 정류장에서 왠 술 취해 정신 못차리는 어떤 아저씨가 무임승차. 이 아저씨가 탈 때부터 어째 좀 위태위태 하더라.
아니나 다를까 종로에서 사람들이 많이 내려 자리가 비니까 그 아저씨 뒤로 와서 앉는다. 장애인석.
술 취해 헤롱헤롱 하던 아저씨, 휠체어를 보더니 눈을 똥그랗게 뜨곤,
"어, 휠체어 탔네. 장애인이야?"
반말 찍찍까며 질문 퍼붓는다.
"언제 그랬어? 교통사고야? 재활불가능 하대?" 어쩌고저쩌고...
솔직히, 입을 쪽 찢어버리고 싶었다.
내 엉덩이가 반쯤 들렸다.
그 때,
우리의 기사아저씨, 종로 1가에서 차를 세우더니 뒤로 걸어오셨다.
"서대문까지 가서 갈아타시려면 너무 돌아가는 거니까 여기서 내려 길 건너 타세요."
거긴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고, 길 건너 가면 신호등에서 버스 정류장이 아주 가깝게 있는 곳이다.
아마도 내 생각엔 그 취객의 헛소리를 듣다못한 기사아저씨가 현명한 판단을 내리신 것 같다. 또한 버스 바꿔타기에도 여기보다 더 적당한 정류장은 없지 싶었다.
탈 때와 마찬가지의 과정으로 휠체어는 내려갔고, 기사 아저씨는 자신이 말한 방향으로(거긴 사거리였다) 그 분이 신호등을 잘 건너 가는지 확인을 하곤 버스를 출발시켰다. 아....감동.
이런 동안에도 아까 그 술취한 아저씨 계속 시끄럽다.
이젠 버스 타는 여학생에게 계속 반말지껄이다.
그 순간, 우리의 기사아저씨,
"아저씨. 조용히 하세요. 그리고 자꾸 손님들한테 '야야' 하지 마시고, 반말 하지 마세요."
취객 "에이, 다들 어린 학생인데요 뭐. 딸 같은데요 뭐..." 어쩌고저쩌고
기사 "그건 아저씨 딸 얘기고. 여기 학생들이 아저씨 딸이에요? 손님들에게 반말하지 마세요."
기사아저씨 만세만세!!!
버스 내리기 한 코스 전부터 나와 버스기사 아저씨 이름을 확인했다.
민병길. 차번호 서울 70사 6756. 서울교통네트웍 160번 버스를 몬 기사.
서울교통네트웍 싸이트에 올리려고 했으나 아무리 찾아도 없더라. -.-;
그래서 할 수 없이 서울시청 싸이트에 들어가 "칭찬합시다"에 올렸다. -.-;
내 감사한 마음이 그 아저씨 귀에 들어갈 수나 있을지...
싸이트 찾니라 왔다갔다 하다 본 어느 신문기사를 보니까, 버스 기사분들 대상으로 교육 엄청 시키는가 보더라. 교육의 결과인가?
'그건 아저씨 딸 얘기고..'라는 명쾌하고도 시원한 답변도? ㅋㅋ
하여간 어제...
장애인의 이동권 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그 '권리'찾기의 힘든 과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정말 '만감'이 교차한 어제...
버스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