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마태 15.21-28)
로마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머지않아 신학교에서 성경을 가르칠 줄 알았다. 그런데 1년. 2년.....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강의 요청이 없었다. 처음에는 강의를 준비하라고 시간을 주는가 보다 생각했는데 신학교에서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교구 사제들이 모이는 미사에 갈 때마다 신학교에서 강의 뭐해? 선배들에게 질문을 받았고. 그때마다 아직 강의 안 합니다...했다. 유학하고 돌아온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강의를 안 해? 그러게요....무슨 뜻이 있겠죠. 하며 자리를 피하곤 했다. 4년 동안 똑같은 질문을 받으니 그런 자리가 힘들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로마에서 적당히 공부할 걸. 내가 너무 미련했구나 점점 내 자신이 교회 안에서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어느 날. 성체조배 중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났는데도 부르지 않는 것은 하느님께서 나에게 다른 것을 바라시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맡겨주신 일을 성실하게 해야겠다. 본당교우들과 성경 공부를 하며. 교우들이 하느님 말씀을 기억 할 수 있도록. 오늘의 말씀이라는 앱도 만들고 유튜브 채널에 강론도 올렸다. 그렇다고 신학생들에게 성경을 가르치고 싶은 마음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주님. 당신께서 허락할실 때 말씀 속 당신의 마음을 전하는 도구가 되게 해주세요..항상 기도했었다.
4년의 기다림 끝에 신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첫 수업 하던 날 얼마나 가슴이 벅차던지!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온 마음을 다해 수업을 했다. 다음 해에는 다른 교구 신학교에서도 연락이 왔다. 하느님께서는 꼭 필요한 은총을 주시기 위해 때론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길로 인도하는 분이라는 체험을 하게 되었다.
예수님께서는 한마디도 대답 하지 않으셨다. 심지어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는 말씀에서 가나안 여인은 예수께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 구원에서 배제된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고.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하며 끊임없이 예수께 청하는 믿음으로 자신이 바라는 은총을 얻는다.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우리도 가나안 여인처럼 아무리 매달려도 하느님께 외면당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만 바라보고 좌절하거나 원망하지 말자. 끊임없는 기도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을 붙드는 믿음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은총을 반드시 가져다준다. 예수께서는 우리가 이 믿음을 소유하기를 바라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