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리 글 과 공 동 체 이 야 기
2010-12
샛 바 람
박병민 목사(새터공동체)
사람들은 동녘에서 휘황하게 비춰드는 아침 해를 기다리며 긴 시름의 밤을 잠 속으로 몰아넣는다. 바람은 밀어주는 힘이 있어 우리를 앞서가게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앞으로 다가드는 바람결은 손바닥을 밖으로 하고 양등을 댔던 손을 헤쳐 가며, 나의 나아갈 틈을 비집으면서 파고드는 살피의 사람살이를 해나가는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땅이 맞닥뜨려진 경계선인 살피에 나 들여놓을 틈을 보자니 겸연쩍은 낯일 수밖에는 없다. 동쪽에서 불어 닥쳐오는 바람을 뱃사람들은 막아내야 하는 바람이기에 그들만의 숨겨 부르는 말인 은어(隱語)로 샛바람이라고 불러들 왔다. 그 바람은 겪어내기에 힘이 드는 줄기차게 불어오는 억센 바람이었으리라. 그 바람을 어느 이는 어머니의 가슴에 시름을 안겨 놓고 가는 거센 바람이라고 까지 말하였다. 그러면서도 그 샛바람에 벌벌 떨지 마라. 창살 아래 내가 묶여있을지라도 때가 이르면 살아서 만나게 된다는 노래를 한다. 또한 된 바람 중에는 북에서부터 닥쳐드는 삭풍도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처럼 넓은 공간을 지닌 관계 어디 있으랴. 휑하니 바람이 쓸고 가는 골목길보다 거침없이 삭풍 휘몰아치는 골짜기보다 더 넓은 사람과 사람사이가 아니던가? 담아도 넘치지 않는, 바로 깊고도 넓게 펼쳐진 아량(雅量)을 사람들은 지니고 있다. 길이 열려지지 못한 사람은 비좁게 흐르는 도랑가에서 허우대도 담그지 못한 채 버르적버르적 할 수밖에는 없다. 그래서 너그러움과 깊음이 있는 도량(度量)의 이네들이 도장(道場)에 떠않을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이런 외소 한 사람들의 탄식의 울음소리가 이런 말로 들려온다. “나는 제비 같이 학 같이 지저귀며 비둘기 같이 슬피 울며 나의 눈이 쇠하도록 앙망하나이다 여호와여 내가 압제를 받사오니 나의 중보(仲保)가 되옵소서(이사야 38:14).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빌 데가 있다고, 안절부절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발 올려놓을 디딤과 몸 걸칠 언덕이 필요하다. 그래서 언덕을 의미하는 안(岸)이라는 글자는 다음의 모양들이 합쳐진 꼴이다. 그것은 산(山 뫼 산)) 기슭이(厂 기슭 엄) 앞가림이(干 방패 간) 된 모습이다.
몇 해 전에 진돗개로 여겨지는, 김 목사님 댁에서 살던 새하얀 엄마 개가 ‘은비’라는 이름을 달고 우리 집에 새살림을 차리기 위하여 찾아들었다. 그 개는 낯 설은 집에 모셔졌기에 배 아리를 앓으며 밥맛이 떨어졌는지? 여러 날 동안 개밥을 통 입 가까이에 대지를 못하였다. 그러다가 나날이 가며서 겨우 우리와 통하기를 시작했는지? 밥 먹기가 시작이 되었다. 그러면서 그 개는 여러 달을 보내면서 이내 우리 개가 되어서 끈으로 잡아끌지 않고 놓아두어도 우리 곁에게서 벗어나지를 않게 되었다. 그런데 그 개는 몇 해를 가면서 가을바람 만 쐬고 오면 새끼가 들어서서, 겨울에 그 새끼들을 몸 밖으로 낳아 놓곤 하였다. 올 가을에도 가을바람결을 따라 살더니 하얀 개가 검은 개 다섯 마리를 낳았다. 그러나 바람막이가 신통치 않았던지? 고물고물하던 개를 그만 두 마리를 잃고 말았다. 지금은 며칠을 더 보내면서 품 밖으로 벗어나려는 듯, 나래 짓을 하려는 새 새끼들 마냥 몸을 움질거리는 모습들을 엿볼 수 있다. 이 모습을 보면서 많지는 않지만, 품 안에 지녀있는 옹기종기 모여 있는 새끼들.... 그러나 어떤 집안 개는 상팔자의 신세가 되지 못하고, 그 사람들에 의해서 어쩌면 천시하게 잡동사니 취급을 받으며 버려져서 배외하는 개들이 도심 주변에는 더러더러 있을 것이다. 나는 이 모습에서 두 가지의 말을 새삼 배울 수 있었다. 그것은 집합적인 옹기종기라는 말과 산발적인 말인 잡동사니라는, 어떻게 보면 서로 대비가 되는 바로 그 말들이다. 아마 옹기종기라는 말은 옹기처럼 그 크기가 큰 것과 종기그릇 같이 작은 것들이 고르지 아니하게 많이 모여 있는, 모양을 그리고 있는 형태의 말이다. “아, 바로 저 옹기와 종기처럼 생긴 장독간이 그리 어찌 아름다움이 아니겠는가?” 소용이 없는 것들로 마구 뒤섞인 온갖 물건들을 얘기하는 ‘잡동사니’라는 말은 원래 조선 후기 실학자 안정복이라는 분이 쉰 세권의 분량으로 “잡동산이(雜同散異)”라는 책에 여러 가지 지식들을 모아다가 정리를 하게 된데서 흘러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옆에서 볼 때에는 사람이 어느 누구는 우쭐한 사람이고 또 다른 사람은 졸렬하게 보일지는 모르나, 하늘에서 내려다보게 되면 고물고물 고만고만한 도토리들로 보여 질것이다. 그래서 어느 사람이 하늘에서 내려다보듯 하면서 우리가 알듯 한 다음의 말을 하였다. “태산(泰山)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세상에서 높고 크다 한들 하늘에 미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여기 삶의 길을 가면서 서로 자기가 크다고 키대기를 해대는 사람들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노중에서 서로 누가 크냐 하고 다투었음이라”(마가복음 9:34). 내내 퍼덕여 가며 지녔던 것을 겨울에는 벌판에 떨어뜨리고 잠자는 세상같이 고요하게 나 자신을 움츠리며 지내야겠다. 그렇게 몸을 낮추어야 바람도 나에게서 쉽게 지나가는 것이다. 그러다가 나이 한 살 더 얹어가지고 기지개 펴는 따뜻한 계절이 들어설 때에 나도 조금 더 나붓거리는 모습으로 나아가리라. 더 단단해 지려면 춥고 쓸쓸한 낙목한천(落木寒天)의 이 시절에는 겨울치레를 해내야만 한다. 그래서 신영복 선생님도 “함께 맞는 비”에서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라고 말을 하였다. 겨우살이는 툴툴 털어버리고 흘리듯 보내도, 나를 지니고 있는 두둑한 옷자락이 자신을 무겁게 한다.
공 동 체 소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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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터 공동체 가족
이은주 김복순 지명수 권희숙
채경일 주송례 진영택 김정화
박소웅 박정임 라홍채 최성재
최영애 정무래 박종만 박병민
진선미 박한솔 박진솔
* 여러 가지의 육신과 정신적 아픔 중에 있는 새터공동체 식구들의 건강한 몸이 되기를 위하여 기도하여 주세요.
* 2010년 12월 5일에 살림교회에서(박상용 목사님) 오셔서 밭의 배추를 뽑아서 절여 주셨으며, 다음날인 6일에 진주문교회 여전도회와(유운걸 목사님) 금산한국전력(곽태근 노조위원장님) 선생님들이 함께 배추김치를 담아 주셨습니다.
☻기도하며 함께 하신 분들
금성교회.충전교회.최선희.정무래.최영애.라홍채.박종만.이은주.최성재.대성교회여전도회(김광수외3인).김기홍.양오석.채윤기(박현실).대덕교회.튼튼영어대전동구(연월순외14인).신건태.공주원로원교회.수영교회.유성반석교회.성남교회(한영선외1인).진명구.이원교회.임정순.주식회사EG(이광형).한솔도시락한남대점(이유정외1인).금산주부클럽(5인).동춘교회4남선교회(박한나).신평반점(문창준).대덕교회(이중삼.정진일).동춘교회6여전도회.추부파출소(4인)
(호칭은 생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