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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은 우리 문제’라는 현 정부의 문제 인식은 ‘이제’ 틀림없어 보입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북한 핵 문제는 바로 우리 문제가 됐습니다. 그 상징적 사건이 지난 7월4일의 북한 미사일 발사입니다. 이날 발사된 단거리 미사일(사정거리 400~500km) 7발 중 바로 두 발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노동미사일(사거리 1300km) 사거리를 420km로 단축한 것이었습니다. 420km는 강원도 원산 인근의 깃대령 미사일 기지에서 서울까지의 거리입니다. 유사시 서울을 핵미사일로 칠 수 있다고 위협한 셈입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 ‘대미협상용’으로 치부됐던 북한 핵이 지난 2년여의 남북관계 악화 흐름 속에서 남한의 턱밑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급부상한 것입니다. “북한 핵은 남한을 겨냥한 것”이라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발언이나 유사시 핵 저장소 선제타격 가능성을 언급한 김태영 국방부 장관의 내정자 시절 국회 발언 맥락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분명 한가한 상황이 아닐진대, 한·미 두 나라의 해법은 계속 파열음뿐입니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서두르는 것은 바로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막아 핵탄두의 소형화·실전화가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미국의 저명한 북한 전문가 레온 시걸 박사는 북한과 교섭을 서둘러 미사일 및 핵실험 유예 약속(모라토리엄)을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북한의 선 핵폐기를 전제로 한 ‘원 샷 딜(그랜드 바겐)’ 또는 선제 타격론 등 비현실적 주장으로 좌충우돌하면서, 실제로는 미국의 대북 접촉 속도를 늦추려는 데에만 골몰한 인상입니다.
커트 캠벨 차관보는 한국을 ‘패스(pass)’한 이유를 ‘바빠서’라고 했다지만, 그보다는 ‘(들으나 마나) 뻔해서’라는 지적이 많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한·미 공조는 이 정부 외교정책의 근간이요 그나마 미덕이라 해왔건만, 지금 보니 공조는커녕 소통도 안돼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