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려 박사와 청십자 병원 이야기
장기려 박사가 운영하는 청십자병원에 한 농부가 입원했는데 워낙 가난했습니다. 치료를 끝내고도 입원비가 밀려 퇴원하질 못하고 있었다. 농부는 장기려 박사를 찾아와 하소연을 했습니다.
“원장 선생님, 제가 돈을 벌어 모자라는 입원비를 갚겠다고 서무과 직원들에게 말했지만 도무지 믿지를 않습니다. 이제 곧 모내기를 해야 하는데, 제가 여기 잡혀 있으니 농사를 어찌 짓나요.” 환자는 참 딱한 처지였습니다.
그런데 장기려 박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허, 그렇다면 내가 밤중에 뒷문을 열어 줄 테니 그냥 살짝 도망치시오.”
마치 남의 병원 환자에게 선심 쓰듯이 태연하게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병원에서는 병원비를 받아야 퇴원시켜 주는 것이지만 낼 돈이 없다니 할 수 없잖소. 그러니 도망을 쳐서라도 당신은 빨리 집으로 가야 하오. 농사일을 해야 가족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것 아니오.”
장기려 박사는 그날 서무과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기를 기다렸습니다. 이윽고 병원 뒷문을 살그머니 열어 놓았습니다. 농부와 그의 아내가 머뭇거리며 나타나자 장기려 박사는 농부의 거친 손을 잡았습니다.
“얼마 안 되지만 이 돈을 차비에 보태 써요. 가서 열심히 사시오.”
농부 부부는 장기려 박사가 너무 고마워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다음 날 아침, 환자가 사라졌다는 간호사의 말을 듣고 서무과 직원이 원장실로 찾아왔습니다.
“원장 선생님, 106호 환자가 밤중에 사라졌습니다.”
장기려 박사는 겸연쩍은 듯이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사실은 내가 도망치라고 뒷문을 열어 주었소.” “네?” “다 나은 환자를 마냥 병원에 붙들어 둔다면 그 가족들은 어떻게 살겠소? 한창 바쁜 농사철에…….”
서무과 직원은 어이없어 하며 원장실을 나왔습니다. 그런데 몇 걸음 옮기던 그는 원장실 쪽을 쳐다보았습니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맑게 번졌습니다.
■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의사 이야기 <2020년 2월 신문기사>
제목 : “실손 보험 있죠?" 감기 환자에 700만 원짜리 처방 내리는 병원
30대 여성 직장인 A씨는 최근 몸에 열이 나고 가슴 통증이 있어 서울 강남역의 모 병원을 찾았다. 이 병원은 감기를 포함해 여성 질환과 통증치료, 면역력 치료행위를 한다. 이 병원은 A씨에게 항생제와 영양 보조제를 처방해주며, 도수치료를 권했다. 엑스레이에서 ‘일자목’이 관찰됐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 의사는 "일자목이 시야가 좁아지는 녹내장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여성 호르몬 불균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소화불량, 무기력증도 있을 수 있는 만큼 도수치료와 인대주사를 권한다."고 했다.
처방 총액은 약 700만원이 나왔다. 경구용 비타민D 약 5만원, 1회·1시간짜리 도수치료 20회 200만원, 도수치료 후 인대 강화를 위한 인대주사 10회에 250만원, 영양주사 10회 100만원, 체내 수액 보충을 위한 수액 4회에 80만 원 등이었다. 병원 간호사는 "체내 탈수를 교정하기 위한 수액이 들어가는 이유는 치료 효과를 좋게 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나이가 들으면 세포가 늙어 탈수가 생기고 면역성이 떨어지니 수분이 빠져나간 세포를 복구하기 위한 처방"이라고 설명했다.
■ 신통한 의원과 돈
옛날 의원들이 환자가 있는 곳으로 찾아 가서 왕진을 하던 시절 이야기다. 1900년 무렵 황해남도 해주시 신광사 근처에 정말 신통한 의원이 있었다. 이 이의원은 이제 무덤에 끌고 갈 사람조차 살려내는 의원이었다.
그러나 그는 너무 많은 돈을 요구했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은 그를 부를 수가 없었다. 이러한 그릇됨이 이 신통한 능력을 지닌 의원은 생명을 잃게 된다. 그가 한 부자를 치료하고 돌아갈 때 그에게 20관이나 되는 돌이 굴러 떨어진 것이다. 그가 성벽 아래에서 납작하게 찌그러진 것을 사람들이 발견했다. 누가 범인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사람들은 무거운 돈자루가 이 돌덩이로 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압록강은 흐른다. (이미륵 저) 64~65쪽